[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뽀빠이가 시금치를 먹고 힘이 불끈 솟듯, 여름철 보양식도 고칼로리 동물성 요리에서 고단백 저칼로리 비건 음식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왜일까. 사진 서범세 기자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제공
‘인생은 존재가 아닌 건강에 있다’는 고대 그리스 격언처럼 건강은 온 인류의 최대 과제이자 행복의 요건이다. 그러나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들의 경우, 잦은 외식과 불규칙한 식습관, 폭식, 과음 등으로 인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발생률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고열량 육식 위주의 식생활과 운동 부족 등이 원인으로 꼽혀 온 대장암 유병률도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한국 대장암 발병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대장암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45명으로 조사 대상 184개국 중 가장 높다.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16년 통계 작성 이후 최초로 대장암 사망률(인구 10만 명당 16.5명)이 위암 사망률(16.2명)을 추월한 이후 2017년에는 17.1명까지 증가했다. 따라서 과거 주로 20~40대 여성들 사이에서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불었던 ‘채식 바람’이 이제는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조류독감, 구제역 등 음식 매개 전염병에 대한 공포, 웰빙 문화, 환경에 대한 관심 증가로 채식주의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수는 지난해 기준 150만 명이다. 이 중 비건 인구수는 5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런 흐름은 여름철 보양식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더위를 이기고 몸을 보호하기 위해 고단백 보양식 문화가 발달했다. 대표적인 보양식이 삼계탕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우리 몸은 땀을 배출해 열을 내보내고 체온을 유지한다. 이때 수분, 무기질 등이 함께 빠져나가 몸이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삼계탕의 재료인 닭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문제는 칼로리다. 삼계탕의 칼로리는 무려 900kcal 이상으로 흰쌀밥 세 공기와 맞먹는 수준이다. 밑반찬까지 곁들이면 1000kcal를 웃돈다. 또 다른 여름철 스태미나 음식인 장어구이도 식당에서 함께 나온 밥과 반찬 등을 모두 섭취하면 1500kcal를 훌쩍 넘는다.
무엇보다 과거에는 전체 섭취 열량이 부족해 여름철 동물성 보양식이 필요했지만 이미 영양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고칼로리 보양식은 되레 잉여 에너지로 남아 제 역할을 못하고, 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보양식의 패러다임도 동물성 건강식이 아닌 채식 건강식으로 변하는 양상이다.
사찰음식, 효과적인 채식 대안
그렇다면 올여름 어떤 비건 보양식을 먹는 것이 좋을까. 그 대안으로 한국사찰음식을 제안한다. 대개 사찰에서 정신 수행을 하는 승려들은 운동량이 적어 아무리 호흡법으로 기(氣)를 돌려도 몸 전체에 원활하게 돌지 않아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 따라서 수행하는 승려들은 소화가 쉽게 이루어지고 수행에 정진할 수 있도록 영양은 충분한 사찰 보양식을 먹는다.
[서울 종로구 율곡로에 위치한 한국사찰음식문화 체험관 모습.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은 한국 사찰음식을 널리 알리기 위한 국내 최초의 한국 사찰음식 복합문화공간으로, 전시, 체험, 교육 프로그램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해 국내 최초의 사찰음식 복합문화공간인 셈이다. 외국인들을 위한 다국어 서비스도 제공한다. 사진 서범세 기자]
이러한 사찰 보양식은 주로 컴퓨터 곁에 앉아서 오래 일을 하고, 운동량이 적은 현대인들에게도 건강식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율곡로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만난 혜범 스님은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다소 주춤하지만, 지난해까지 매해 이곳을 찾는 체험객 수들이 늘고, 그 범위도 광범위해졌다”며 “외국인의 경우 지난해에만 8570명이 방문했고, 그중 2063명이 체험을 하고 가셨는데, 대개 자연 그대로의 맛을 경험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만난 혜범 스님. 사찰음식 전문강사 양성과정을 이수하고 사찰음식을 알리기 위해 관련 강의 및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사진 서범세 기자]
앞서 말했듯 사찰음식은 산사의 보양식품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말하는 보양식품이란 사람이 몸을 보할 목적으로 먹는 식품으로, 식품 속에 들어 있는 여러 성분들이 체내에서 종합적으로 또는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몸의 기능을 원활하게 하고, 여러 가지 병의 증세를 빠르게 회복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리고 식품이 지니고 있는 성분, 영양학적·약리적 효능 및 용도에 따라 ▲보기식품 ▲보혈식품 ▲보양식품 ▲보음식품으로 나뉜다.
보기식품은 기가 허한 것을 보충해 주는 식품으로, 특히 여름철 기가 부족하면 기운이 없고, 몸이 나른하고 권태감이 심하다. 이때 도움이 되는 식품은 수수, 찹쌀, 고구마, 감자, 채소류인 인삼, 마, 유자, 매실, 잣, 꿀 등이 있다. 체내 혈액을 보충해 주는 보혈식품은 심장·혈관 계통의 생리적 기능을 조절해 준다. 혈이 허하면 얼굴이 누렇고, 입술과 손톱, 발톱의 색깔이 창백하며 귀울림과 난청이 심하다.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 당귀, 도라지, 냉이, 시금치, 다시마, 대추, 오미자, 토마토 등이 도움이 된다.
보양식품과 보음식품은 체내 양기와 음액이 허한 것을 보충해주는 것으로 미나리, 쑥, 두충, 오디, 호두, 겨자씨는 보양식품에, 콩, 율무, 메밀, 토란, 더덕, 들깨 등은 보음식품에 포함된다.
혜범 스님은 “실제로 이곳을 찾는 분들 중 암환자나 특히 위장 장애를 앓고 계신 분들이 많다”며 “사찰음식이 무조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분명 음식으로 병을 고치는 것은 맞다. 가장 좋은 식습관은 복잡하게 요리하지 말고,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습관을 길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아침에는 살짝 쪄낸 야채를 슴슴하게 드시는 걸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혜법 스님과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이 추천하는 7월 여름철 비건 요리다. 더운 여름 제철 재료와 간단한 레시피로 잃어버린 맛과 영양을 동시에 잡아 보는 건 어떨까.
고추김치
[사진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여름철 입맛을 자극하고 건강을 챙기는 ‘고추김치’. 고추는 비타민C가 많은 대표적인 채소로 사과의 20배, 귤의 2~3배 정도다. 비타민C가 풍부해 여름철 피부 미용이나 피로 회복에도 좋다. 특히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 때문에 쉽게 산화되지 않으므로 조리 과정 중 손실량이 다른 채소류보다 적다. 이외에 항산화물질인 카로틴 성분이나 비타민B군, 섬유질이 풍부하며, 무기질로는 칼슘과 인, 철분, 칼륨 등이 함유돼 있다. 고추씨에는 23~29%의 불포화지방산도 들어 있다.
❖ 재료 및 분량
아삭이고추 8개, 무 150g, 오이 반 개, 당근 40g, 배 4분의 1개, 고춧가루 2T, 천일염 1T, 현미식초 2T
❖ 만드는 방법
❶ 무와 오이, 당근을 곱게 채를 썰어 무에 고춧가루 1T을 넣고, 색이 들면 남은 고춧가루, 천일염, 식초를 넣고 버무린다.
❷ 배도 곱게 채를 썰어 무친 양념에 같이 섞어 준다.
❸ 아삭이고추를 길이로 길게 칼집을 내어 씨를 털어 낸다.
❹ 절인 재료를 아삭이고추에 집어넣고 접시에 담아 국물을 끼얹어 낸다.
애호박채전
[사진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더위를 이기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꼽히는 애호박은 각종 비타민과 섬유질, 미네랄 등의 영양소가 풍부해 여름철 섭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애호박에는 카로틴 형태의 비타민A가 풍부해 시력 유지와 신체의 저항력 강화에 효과를 낸다. 또한 루테인(lutein)이라는 항암성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여름철 약해진 신장의 기능을 강화하고 변비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 재료 및 분량
애호박 2개, 감자전분 2T, 우리밀가루 1T, 천일염 약간, 부침유는 들기름 1T와 콩기름 1T
❖ 만드는 방법
❶ 애호박은 가늘고 곱게 채를 썬다.
❷ 감자전분에 애호박을 무친 후 천일염을 약간 넣고 버무린다. 물이 생기기 전에 빨리 부치도록 해야 한다.
❸ 팬에 부침유를 두르고 애호박을 손으로 펴 놓고, 그 위에 밀가루를 살살 뿌리며 익으면 뒤집는다.
잣콩국수
[사진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콩은 여름철 최고의 보양 재료다. 콩에는 탄수화물, 비타민, 무기질, 지방 등의 영양소뿐 아니라 이소플라본, 레시틴 같은 성분도 많아 여름철 건강 증진에도 안성맞춤이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인 이소플라본은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키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 재료 및 분량
잣 5T, 흰콩 3C, 소면 400g, 오이 반 개, 방울토마토 3개, 물 적당량, 고운 소금 1t
❖ 만드는 방법
❶ 콩을 씻어 하루 정도 물에 충분히 불리고 냄비에 콩을 넣고 자작하게 물을 부어 콩이 익으면 불을 끈다.
(한번 우르르 끓을 정도만)
❷ 삶아진 콩을 찬물에 헹구고 껍질을 깨끗하게 벗긴다.
❸ 분쇄기에 먼저 콩을 넣고, 4컵의 물을 부어 갈다가 잣과 고운 소금을 넣고 곱게 간다.
❹ 오이는 곱게 채 썰고 방울토마토는 반으로 잘라 놓고 국수는 끓는 물에 삶아 냉수에 충분히 헹구어 놓는다.
❺ 그릇에 국수를 담고 세 번을 부은 후 채 썬 오이와 방울토마토를 얹어 낸다. check point사찰음식은 100% 비건?
사찰음식이 채식인 건 맞지만 비건과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우선, 우리나라 사찰음식은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는다. 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 다섯 가지로, 대부분 자극이 강하고 냄새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오신채를 금지하는 이유는 이들 식물의 성질이 맵고, 향이 강하기 때문에 마음을 흩뜨려 수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본디 불교에서는 우유 마시는 것은 허락한다. 기원전 600년경 인도 베다(Veda)경전에도 석가모니가 우유와 꿀로 만든 유미죽을 먹고 기력을 회복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다만, 중국 불교 경전인 능엄경은 유제품 사용에 반대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2호(2020년 07월) 기사입니다.]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제공
‘인생은 존재가 아닌 건강에 있다’는 고대 그리스 격언처럼 건강은 온 인류의 최대 과제이자 행복의 요건이다. 그러나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들의 경우, 잦은 외식과 불규칙한 식습관, 폭식, 과음 등으로 인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발생률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고열량 육식 위주의 식생활과 운동 부족 등이 원인으로 꼽혀 온 대장암 유병률도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한국 대장암 발병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대장암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45명으로 조사 대상 184개국 중 가장 높다.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16년 통계 작성 이후 최초로 대장암 사망률(인구 10만 명당 16.5명)이 위암 사망률(16.2명)을 추월한 이후 2017년에는 17.1명까지 증가했다. 따라서 과거 주로 20~40대 여성들 사이에서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불었던 ‘채식 바람’이 이제는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조류독감, 구제역 등 음식 매개 전염병에 대한 공포, 웰빙 문화, 환경에 대한 관심 증가로 채식주의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수는 지난해 기준 150만 명이다. 이 중 비건 인구수는 5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런 흐름은 여름철 보양식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더위를 이기고 몸을 보호하기 위해 고단백 보양식 문화가 발달했다. 대표적인 보양식이 삼계탕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우리 몸은 땀을 배출해 열을 내보내고 체온을 유지한다. 이때 수분, 무기질 등이 함께 빠져나가 몸이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삼계탕의 재료인 닭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문제는 칼로리다. 삼계탕의 칼로리는 무려 900kcal 이상으로 흰쌀밥 세 공기와 맞먹는 수준이다. 밑반찬까지 곁들이면 1000kcal를 웃돈다. 또 다른 여름철 스태미나 음식인 장어구이도 식당에서 함께 나온 밥과 반찬 등을 모두 섭취하면 1500kcal를 훌쩍 넘는다.
무엇보다 과거에는 전체 섭취 열량이 부족해 여름철 동물성 보양식이 필요했지만 이미 영양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고칼로리 보양식은 되레 잉여 에너지로 남아 제 역할을 못하고, 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보양식의 패러다임도 동물성 건강식이 아닌 채식 건강식으로 변하는 양상이다.
사찰음식, 효과적인 채식 대안
그렇다면 올여름 어떤 비건 보양식을 먹는 것이 좋을까. 그 대안으로 한국사찰음식을 제안한다. 대개 사찰에서 정신 수행을 하는 승려들은 운동량이 적어 아무리 호흡법으로 기(氣)를 돌려도 몸 전체에 원활하게 돌지 않아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 따라서 수행하는 승려들은 소화가 쉽게 이루어지고 수행에 정진할 수 있도록 영양은 충분한 사찰 보양식을 먹는다.
[서울 종로구 율곡로에 위치한 한국사찰음식문화 체험관 모습.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은 한국 사찰음식을 널리 알리기 위한 국내 최초의 한국 사찰음식 복합문화공간으로, 전시, 체험, 교육 프로그램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해 국내 최초의 사찰음식 복합문화공간인 셈이다. 외국인들을 위한 다국어 서비스도 제공한다. 사진 서범세 기자]
이러한 사찰 보양식은 주로 컴퓨터 곁에 앉아서 오래 일을 하고, 운동량이 적은 현대인들에게도 건강식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율곡로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만난 혜범 스님은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다소 주춤하지만, 지난해까지 매해 이곳을 찾는 체험객 수들이 늘고, 그 범위도 광범위해졌다”며 “외국인의 경우 지난해에만 8570명이 방문했고, 그중 2063명이 체험을 하고 가셨는데, 대개 자연 그대로의 맛을 경험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만난 혜범 스님. 사찰음식 전문강사 양성과정을 이수하고 사찰음식을 알리기 위해 관련 강의 및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사진 서범세 기자]
앞서 말했듯 사찰음식은 산사의 보양식품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말하는 보양식품이란 사람이 몸을 보할 목적으로 먹는 식품으로, 식품 속에 들어 있는 여러 성분들이 체내에서 종합적으로 또는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몸의 기능을 원활하게 하고, 여러 가지 병의 증세를 빠르게 회복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리고 식품이 지니고 있는 성분, 영양학적·약리적 효능 및 용도에 따라 ▲보기식품 ▲보혈식품 ▲보양식품 ▲보음식품으로 나뉜다.
보기식품은 기가 허한 것을 보충해 주는 식품으로, 특히 여름철 기가 부족하면 기운이 없고, 몸이 나른하고 권태감이 심하다. 이때 도움이 되는 식품은 수수, 찹쌀, 고구마, 감자, 채소류인 인삼, 마, 유자, 매실, 잣, 꿀 등이 있다. 체내 혈액을 보충해 주는 보혈식품은 심장·혈관 계통의 생리적 기능을 조절해 준다. 혈이 허하면 얼굴이 누렇고, 입술과 손톱, 발톱의 색깔이 창백하며 귀울림과 난청이 심하다.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 당귀, 도라지, 냉이, 시금치, 다시마, 대추, 오미자, 토마토 등이 도움이 된다.
보양식품과 보음식품은 체내 양기와 음액이 허한 것을 보충해주는 것으로 미나리, 쑥, 두충, 오디, 호두, 겨자씨는 보양식품에, 콩, 율무, 메밀, 토란, 더덕, 들깨 등은 보음식품에 포함된다.
혜범 스님은 “실제로 이곳을 찾는 분들 중 암환자나 특히 위장 장애를 앓고 계신 분들이 많다”며 “사찰음식이 무조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분명 음식으로 병을 고치는 것은 맞다. 가장 좋은 식습관은 복잡하게 요리하지 말고,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습관을 길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아침에는 살짝 쪄낸 야채를 슴슴하게 드시는 걸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혜법 스님과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이 추천하는 7월 여름철 비건 요리다. 더운 여름 제철 재료와 간단한 레시피로 잃어버린 맛과 영양을 동시에 잡아 보는 건 어떨까.
고추김치
[사진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여름철 입맛을 자극하고 건강을 챙기는 ‘고추김치’. 고추는 비타민C가 많은 대표적인 채소로 사과의 20배, 귤의 2~3배 정도다. 비타민C가 풍부해 여름철 피부 미용이나 피로 회복에도 좋다. 특히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 때문에 쉽게 산화되지 않으므로 조리 과정 중 손실량이 다른 채소류보다 적다. 이외에 항산화물질인 카로틴 성분이나 비타민B군, 섬유질이 풍부하며, 무기질로는 칼슘과 인, 철분, 칼륨 등이 함유돼 있다. 고추씨에는 23~29%의 불포화지방산도 들어 있다.
❖ 재료 및 분량
아삭이고추 8개, 무 150g, 오이 반 개, 당근 40g, 배 4분의 1개, 고춧가루 2T, 천일염 1T, 현미식초 2T
❖ 만드는 방법
❶ 무와 오이, 당근을 곱게 채를 썰어 무에 고춧가루 1T을 넣고, 색이 들면 남은 고춧가루, 천일염, 식초를 넣고 버무린다.
❷ 배도 곱게 채를 썰어 무친 양념에 같이 섞어 준다.
❸ 아삭이고추를 길이로 길게 칼집을 내어 씨를 털어 낸다.
❹ 절인 재료를 아삭이고추에 집어넣고 접시에 담아 국물을 끼얹어 낸다.
애호박채전
[사진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더위를 이기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꼽히는 애호박은 각종 비타민과 섬유질, 미네랄 등의 영양소가 풍부해 여름철 섭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애호박에는 카로틴 형태의 비타민A가 풍부해 시력 유지와 신체의 저항력 강화에 효과를 낸다. 또한 루테인(lutein)이라는 항암성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여름철 약해진 신장의 기능을 강화하고 변비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 재료 및 분량
애호박 2개, 감자전분 2T, 우리밀가루 1T, 천일염 약간, 부침유는 들기름 1T와 콩기름 1T
❖ 만드는 방법
❶ 애호박은 가늘고 곱게 채를 썬다.
❷ 감자전분에 애호박을 무친 후 천일염을 약간 넣고 버무린다. 물이 생기기 전에 빨리 부치도록 해야 한다.
❸ 팬에 부침유를 두르고 애호박을 손으로 펴 놓고, 그 위에 밀가루를 살살 뿌리며 익으면 뒤집는다.
잣콩국수
[사진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콩은 여름철 최고의 보양 재료다. 콩에는 탄수화물, 비타민, 무기질, 지방 등의 영양소뿐 아니라 이소플라본, 레시틴 같은 성분도 많아 여름철 건강 증진에도 안성맞춤이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인 이소플라본은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키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 재료 및 분량
잣 5T, 흰콩 3C, 소면 400g, 오이 반 개, 방울토마토 3개, 물 적당량, 고운 소금 1t
❖ 만드는 방법
❶ 콩을 씻어 하루 정도 물에 충분히 불리고 냄비에 콩을 넣고 자작하게 물을 부어 콩이 익으면 불을 끈다.
(한번 우르르 끓을 정도만)
❷ 삶아진 콩을 찬물에 헹구고 껍질을 깨끗하게 벗긴다.
❸ 분쇄기에 먼저 콩을 넣고, 4컵의 물을 부어 갈다가 잣과 고운 소금을 넣고 곱게 간다.
❹ 오이는 곱게 채 썰고 방울토마토는 반으로 잘라 놓고 국수는 끓는 물에 삶아 냉수에 충분히 헹구어 놓는다.
❺ 그릇에 국수를 담고 세 번을 부은 후 채 썬 오이와 방울토마토를 얹어 낸다. check point사찰음식은 100% 비건?
사찰음식이 채식인 건 맞지만 비건과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우선, 우리나라 사찰음식은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는다. 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 다섯 가지로, 대부분 자극이 강하고 냄새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오신채를 금지하는 이유는 이들 식물의 성질이 맵고, 향이 강하기 때문에 마음을 흩뜨려 수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본디 불교에서는 우유 마시는 것은 허락한다. 기원전 600년경 인도 베다(Veda)경전에도 석가모니가 우유와 꿀로 만든 유미죽을 먹고 기력을 회복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다만, 중국 불교 경전인 능엄경은 유제품 사용에 반대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2호(2020년 07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