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최보경 차장]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는 상당 기간, 어쩌면 영원히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난 4월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생활방역’ 체제로의 전환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그렇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투자 시계는 어떤 모습일까.
코로나19는 우리 삶에서 많은 것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출퇴근, 통학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졌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로 모임과 집회 등이 금지되면서 이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많은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됐다.
지난 2달간, 투자자들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금융시장 역사상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가 2월 19일에 기록한 고점에서부터 20% 이상 하락하는 데 단 16거래일밖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88일, 블랙 먼데이가 있었던 1987년 10월에도 38일이 소요된 것에 비하면 매우 빠르고 강한 하락세가 진행됐다. 다행히도 각국의 정책 공조에 힘입어 글로벌 주식시장이 최근 낙폭의 절반 가까이를 회복하며 빠른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추세적인 회복의 신호인지, 아니면 약세장에서 나타나는 단기적인 기술적 반등인지에 대해서는 시장참여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시장 변동성, 당분간 지속될 전망
당분간 코로나19 확산세와 이에 따른 실물경제 여파로 인해 금융시장 내 변동성이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들어 유럽의 바이러스 확산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미국의 신규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역시 소폭이나마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이 이동 제한 등의 봉쇄조치 해제를 계획하거나 고려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매일 수만 명 이상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특히 최근 싱가포르와 같은 방역 모범국가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봉쇄조치 해제 이후 바이러스가 재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확산세가 진정되더라도 경제활동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바이러스 관련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례 없는 대응으로 하방 리스크 제한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를 맞아 주요국이 전례 없는 수준의 정책 공조로 대응하며, 시스템 위기의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가장 큰 우려는 바이러스 확산과 각국의 이동 제한으로 인해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악화되는 유동성 위기가 대규모 부도 사태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실제로 회사채 스프레드, 그중에서도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큰 폭으로 확대된 것은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주요국이 대규모의 정책을 쏟아냄으로써 이 같은 우려가 크게 완화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사실상 현재 가지고 있는 권한으로 모든 조치를 다하고 있으며, 금융위기 당시 5개월여에 걸쳐 제시됐던 정책을 단 2주 만에 모두 쏟아냈다.
특히 투자등급뿐 아니라 일부 투기등급 회사채까지 매입하기로 결정하며 시장의 우려를 잠재웠다. 또한 각국은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0%에서 많게는 30%에 달하는 규모의 재정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경제활동이 불가능해진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현금을 지급하는 동시에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지원함으로써 실물 경기를 방어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반기 이후 점진적 회복, 투자 기회 주목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020년 글로벌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낮춘 바 있다. 그러나 현명한 투자자라면 이 같은 경기 둔화 및 침체 그 자체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이후의 회복 경로와 그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투자 기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향후 글로벌 경제의 회복 경로는 바이러스 확산 경로 및 기간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침체가 구조적으로 장기화되는 ‘엘(L)자형’, 하반기 이후 점진적 회복세가 나타나는 ‘유(U)자형’,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는 ‘브이(V)자형’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이 중 올해 상반기 코로나 확산세가 안정되고 주요국의 정책 효과가 점진적으로 확인되며 하반기 이후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U자형’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나리오에서는 변동성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두면서도 단기적으로 빠르게 확대된 크레디트 스프레드와 우량 주식에서 밸류에이션 매력 증가해 투자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회사채 가격 정상화, 언택트 수혜 업종 주목
코로나19와 국제유가 급락으로 미국 회사채 시장의 신용경색 우려가 크게 높아졌다. 이에 회사채 스프레드(회사채 금리와 국채 금리와의 차이, 회사채는 안전한 국채 대비 높은 금리를 유지하며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에 스프레드가 확대됨)가 단기간 내 큰 폭으로 확대됐다.
이 같은 회사채 스프레드는 연준의 대규모 부양책 발표 이후 일부 축소되긴 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국채, 회사채뿐만 아니라 구조화 채권 등 다양한 채권에 분산투자를 하는 글로벌 채권형 펀드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최근 가치가 다시 부각되고 있는 ‘언택트(untact)’ 관련 기업에서 중장기적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온라인 소비 증가에 따른 전자상거래 및 결제 서비스, 재택근무 확대에 따른 정보기술(IT) 기반 시설 및 서비스 제공업체, 원격진료 관련 헬스케어업체의 성장성이 기대된다.
최근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이 하락했다는 점에서 이익 가시성이 높은 미국 주식과 경기 반등이 빠르고 정책 기대가 큰 중국 주식에서도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분할매수를 통해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코로나19로 인해 금융시장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변화가 달갑지 않을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해 나타나는 기회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 역시 시장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면서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투자 기회를 누리길 바란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0호(2020년 05월) 기사입니다.]
지난 4월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생활방역’ 체제로의 전환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그렇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투자 시계는 어떤 모습일까.
코로나19는 우리 삶에서 많은 것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출퇴근, 통학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졌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로 모임과 집회 등이 금지되면서 이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많은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됐다.
지난 2달간, 투자자들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금융시장 역사상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가 2월 19일에 기록한 고점에서부터 20% 이상 하락하는 데 단 16거래일밖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88일, 블랙 먼데이가 있었던 1987년 10월에도 38일이 소요된 것에 비하면 매우 빠르고 강한 하락세가 진행됐다. 다행히도 각국의 정책 공조에 힘입어 글로벌 주식시장이 최근 낙폭의 절반 가까이를 회복하며 빠른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추세적인 회복의 신호인지, 아니면 약세장에서 나타나는 단기적인 기술적 반등인지에 대해서는 시장참여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시장 변동성, 당분간 지속될 전망
당분간 코로나19 확산세와 이에 따른 실물경제 여파로 인해 금융시장 내 변동성이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들어 유럽의 바이러스 확산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미국의 신규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역시 소폭이나마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이 이동 제한 등의 봉쇄조치 해제를 계획하거나 고려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매일 수만 명 이상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특히 최근 싱가포르와 같은 방역 모범국가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봉쇄조치 해제 이후 바이러스가 재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확산세가 진정되더라도 경제활동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바이러스 관련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례 없는 대응으로 하방 리스크 제한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를 맞아 주요국이 전례 없는 수준의 정책 공조로 대응하며, 시스템 위기의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가장 큰 우려는 바이러스 확산과 각국의 이동 제한으로 인해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악화되는 유동성 위기가 대규모 부도 사태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실제로 회사채 스프레드, 그중에서도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큰 폭으로 확대된 것은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주요국이 대규모의 정책을 쏟아냄으로써 이 같은 우려가 크게 완화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사실상 현재 가지고 있는 권한으로 모든 조치를 다하고 있으며, 금융위기 당시 5개월여에 걸쳐 제시됐던 정책을 단 2주 만에 모두 쏟아냈다.
특히 투자등급뿐 아니라 일부 투기등급 회사채까지 매입하기로 결정하며 시장의 우려를 잠재웠다. 또한 각국은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0%에서 많게는 30%에 달하는 규모의 재정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경제활동이 불가능해진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현금을 지급하는 동시에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지원함으로써 실물 경기를 방어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반기 이후 점진적 회복, 투자 기회 주목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020년 글로벌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낮춘 바 있다. 그러나 현명한 투자자라면 이 같은 경기 둔화 및 침체 그 자체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이후의 회복 경로와 그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투자 기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향후 글로벌 경제의 회복 경로는 바이러스 확산 경로 및 기간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침체가 구조적으로 장기화되는 ‘엘(L)자형’, 하반기 이후 점진적 회복세가 나타나는 ‘유(U)자형’,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는 ‘브이(V)자형’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이 중 올해 상반기 코로나 확산세가 안정되고 주요국의 정책 효과가 점진적으로 확인되며 하반기 이후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U자형’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나리오에서는 변동성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두면서도 단기적으로 빠르게 확대된 크레디트 스프레드와 우량 주식에서 밸류에이션 매력 증가해 투자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회사채 가격 정상화, 언택트 수혜 업종 주목
코로나19와 국제유가 급락으로 미국 회사채 시장의 신용경색 우려가 크게 높아졌다. 이에 회사채 스프레드(회사채 금리와 국채 금리와의 차이, 회사채는 안전한 국채 대비 높은 금리를 유지하며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에 스프레드가 확대됨)가 단기간 내 큰 폭으로 확대됐다.
이 같은 회사채 스프레드는 연준의 대규모 부양책 발표 이후 일부 축소되긴 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국채, 회사채뿐만 아니라 구조화 채권 등 다양한 채권에 분산투자를 하는 글로벌 채권형 펀드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최근 가치가 다시 부각되고 있는 ‘언택트(untact)’ 관련 기업에서 중장기적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온라인 소비 증가에 따른 전자상거래 및 결제 서비스, 재택근무 확대에 따른 정보기술(IT) 기반 시설 및 서비스 제공업체, 원격진료 관련 헬스케어업체의 성장성이 기대된다.
최근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이 하락했다는 점에서 이익 가시성이 높은 미국 주식과 경기 반등이 빠르고 정책 기대가 큰 중국 주식에서도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분할매수를 통해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코로나19로 인해 금융시장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변화가 달갑지 않을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해 나타나는 기회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 역시 시장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면서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투자 기회를 누리길 바란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0호(2020년 0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