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덕후 여덕정 씨 “덕후들이 많아야 나라 경제도 살겠죠”

[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중년에게도 특별한 ‘something’이 있다. 남들보다 조금 다른 삶으로 조금 더 행복한 사람들, 중년 덕후들을 만났다.


올해 나이 쉰 살. 화교 출신인 여덕정 씨는 현재 중국 요리점 대표다. 오랜 기간 코카콜라 수집가로 활동하며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성화봉송 주자로도 활약했다. 코카콜라는 그에게 영원한 친구이자 가문의 영광이 된 지 오래다.
코카콜라는 언제부터 모으셨나요.

“지금은 50대에 들어섰지만 코카콜라를 모은 것은 벌써 33년째예요. 학생 때부터 코카콜라를 수집했으니까요. 마침 화교들이 좋아하는 빨간색에다가 가격도 저렴한 터라 수집하기에 알맞았거든요. 당시에는 취미 수준에 가까웠지만 지금처럼 덕후가 된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였고요.”



현재 얼마나 많은 제품을 수집하셨나요.

“정확히 그 수를 세지는 않았지만 어림잡아 1만 점 이상이에요. 제일 비싼 품목은 코카콜라 은화 제품으로 현재 가치 약 250만 원 선입니다. 가장 아끼는 품목은 코카콜라 샤프 제품인데, 제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일 때 받은 용돈 1000원으로 선물해 줬어요. 자기 물건을 사지 않고 아빠에게 줄 샤프 2자루를 사온 것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죽어서도 관 속에 가져갈 물건을 꼽으라면 아마 그 샤프 2자루일 거예요.”

코카콜라 수집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성화봉송 주자로 뛰었어요. 그때 제 등 번호가 100번이었죠. 당시 홍대 앞에서 코카콜라 전시회가 열렸는데 물품 중 10분의 1을 제 수집품으로 채우기도 했어요.”



중년 덕후는 삶에 어떤 의미를 주나요.

“전 덕후들이 많아야 나라의 경제가 산다고 생각해요.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호돌이 코카콜라 캔이 출시됐는데, 그때만 해도 귀하지가 않았어요. 캔을 모아 달랑 몇십 원을 받고 슈퍼나 고물상에 팔았을 때였죠. 지금 그 호돌이 캔이 20만~30만 원에 팔립니다. 한국에 수없이 많았던 캔을 해외에서 다시 비싼 돈을 주고 사 와야 하는 처지에 놓인 거죠. 그래서 전 덕후가 많을수록 그 나라가 부유하다고 생각해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년 덕후가 많아질수록 나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고요.”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9호(2020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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