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 THE WATCHES] INNOVATION & TECHNOLOGY, RICHARD MILLE

리차드 밀의 혁신과 기술

[한경 머니 = 양정원 기자] 늘 그렇듯, 리차드 밀이 만들면 예사롭지 않다.

2001년 파인 워치메이킹 역사에 새로운 시대를 연 리차드 밀은 혁신적인 기술, 건축적인 아름다움과 예술성을 추구하며 전 과정을 수작업으로 마무리한다. 전통을 고수하는 동시에 미래 지향적인 리차드 밀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은 시계는 초고속으로 질주하는 경주용 자동차처럼 불필요한 요소는 과감히 제거했다. 포뮬러원(F1)팀과 같은 자동차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여러 분야의 수많은 전문가들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초소형 부품을 제작하려면 정밀함과 숙련성이 요구되며, 이는 오직 오랜 경험을 통해 획득하고 완벽하게 다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을 중시하되, 우선순위는 언제나 기능에 두기 때문에 미적인 측면만을 고려한 부품은 단 하나도 없다. 나사와 톱니바퀴, 스프링 등은 안전과 정확성을 위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부품 하나하나는 수개월에 걸쳐 완성된다.

리차드 밀의 칼리버는 탁월한 성능과 극도의 기술성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모험의 첫걸음을 떼는 방식은 언제나 동일하다. 리차드 밀과 그의 동료인 도미니크 게나(Dominique Guenat), 그리고 개발팀이 모여 회의를 연다. 편안하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아이디어를 교환하면서 도출된 기술적·예술적 솔루션을 실행으로 옮긴다. 일단 콘셉트가 정해지면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돌입한다. 그 순간부터 예산 제약이나 연구·개발(R&D) 부서의 기술적 한계 등의 이유로 프로젝트가 걸림돌에 걸리는 경우는 전혀 없다. 무브먼트·케이스 개발부에서 근무하는 15명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은 신제품을 위한 계획을 짠다.
리차드 밀이 이제까지 개발한 모든 칼리버는 R&D팀에 기술적인 도전 과제를 안겨 주었다. 이전에 존재한 적 없는 새로운 것을 향한 갈망 덕분에, 완벽한 기술력을 갖춘 60개 이상의 모델을 디자인할 수 있었으며, 무브먼트 구조에 있어 시계 제조업계에 한 획을 그었다. 리차드 밀은 질주하는 괴물처럼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한편 브리지, 베이스 플레이트 등의 부품을 가공하는 데 어떤 소재를 사용할 것인지는 각 부품의 핵심 요건에 따라 결정된다. 미학적으로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자아내면서 동시에 강도가 중요한 경우라면 티타늄 대신 카본 TPT 혹은 다른 신소재를 사용할 수 있다. 엔지니어들은 디자인과 개발 프로세스를 앞당기기 위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컴퓨터의 CAD 소프트웨어로 옮긴다. 디자인 과정이 끝나면, 기술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실물 크기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한다. 이를 통해 엔지니어들은 모델이 어떻게 구동될지 시각화하고 최적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무브먼트가 항상 이론적으로 생각한 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부품의 치열이 받는 압력과 부품에 가해지는 열은 무브먼트 전체를 탑재하는 방식과 함께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각각의 칼리버는 고강도의 철저한 검증 테스트를 거친다.
포괄적인 품질 관리 역시 엄정한 공정에 따른 생산 방식의 연장이다. 휠, 배럴 커버, 기어, 나사 등은 리차드 밀 자체 선삭 작업소에서 생산된다. 모든 부품 일체는 리차드 밀 자체 작업장에서 수작업으로 마무리된 후 조립되며, 공정 중에도 강도 높은 테스트를 반복해서 실시한다. 마지막으로 착용감을 비롯해 전체적인 미적 요건에 대해 평가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비로소 혁신적인 테크닉, 구조적 강도, 아름다운 디자인 등 까다로운 조건에 부합하는 하나의 리차드 밀이 탄생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9호(2020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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