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Spot] 장인의 ‘맛’

[한경 머니 = 이동찬 기자 | 사진 서범세·이승재 기자] 밸런타인데이는 역시 초콜릿이다. 쟁쟁한 국내 쇼콜라티에들이 준비한, 기분 좋은 달콤함.

때는 바야흐로 269년. 당시 로마는 황제의 승낙 없이 결혼을 할 수 없는 곳이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사제 발렌티누스는 황제의 허락 없이 결혼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결혼식을 올려 주었고 그 죄로 순교했다. 후에 그의 순교일인 2월 14일을 축일로 정해 밸런타인데이라 명하며 사랑을 맹세하는 로맨틱한 날이 됐다.
사랑을 기념하는 데 작고 소중한 선물이 빠질 수 없는 법.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하는 관습은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됐다. 1930년대 일본에서는 고베 지역의 한 제과업체가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광고를 시작함으로써 그 관습을 굳혔다고 한다. 1960년대에는 일본 모리나가제과가 여성이 좋아하는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함으로써 사랑을 고백하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는 1980년대 일본으로부터 밸런타인데이 관습이 그대로 넘어와 밸런타인데이에는 여자가 남자에게, 화이트데이에는 남자가 여자에게 달콤한 선물을 주곤 했다. 지금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서로 초콜릿을 주고받는 한편, 사랑하는 사람에게뿐만 아니라 감사함을 표현하기 위해 초콜릿 가게를 찾는다.
오래전부터 초콜릿을 즐겨 온 유럽에는 내로라하는 글로벌 초콜릿 브랜드도 있고, 저명한 쇼콜라티에들도 많지만 국내에도 이 못지않게 출중한 초콜릿 장인들이 있다. 이번 밸런타인데이에 특별한 초콜릿을 찾는다면, 국내 쇼콜라티에들이 엄선한 재료로, 귀중하게 만든 초콜릿 한 조각을 선물하면 어떨까.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닌 초콜릿 숍 7군데에서 선물 리스트를 뽑았다.
어른이를 위한 초콜릿, 쇼콜라디제이
초콜릿을 어린이의 전유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술과 함께라면 어른 입맛의 아재들에게도 더없이 근사한 디저트가 또 초콜릿이다. 이지연 대표는 초콜릿과 리큐르의 교집합을 발견해 쇼콜라디제이를 열었다. 그는 이곳에서 디제이이자 바텐더이며 쇼콜라티에다. 초콜릿이 진열된 쇼케이스도 없고 가격과 제품명이 나열된 메뉴판도 없다. 고객들의 연령층도 높은 편이며, 성비 또한 반반이기에 상남자도 부끄럽지 않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다. 서울 종로구 내수동에 위치한 아파트 상가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아는 사람들만 찾아가는 스피크이지 바의 느낌도 물씬 든다. 초콜릿에 들어가는 술은 이 대표가 오마카세 형식으로 첨가해 그때그때 다르다. 오픈 시간은 보통 오후 5시지만,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위치 서울 종로구 사직로8길 20 114호
문의 02-733-7911
가격 위스키 봉봉·리큐르 파베 1피스 3000~8000원, 위스키 봉봉 4구·리큐르 파베 8구 세트 2~3만 원 선, 테이스팅 코스 1인 3만4000원
인스타그램 및 트위터 @chocolatdj
리큐르 파베 8구 세트
위스키 봉봉 4구 세트

쇼콜라디제이 이지연 대표
초콜릿 가게라기보단 바(bar)나 스튜디오에 가깝네요.
초콜릿과 스피릿(주정, 독한 술 주정제의 뜻을 포함한 증류주의 총칭)을 주제로 낮에는 작업실, 저녁에는 숍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라디오 디제이(DJ)가 되고 싶었던 꿈을 살려 이름으로 지었습니다.
쇼콜라디제이의 대표 제품은 무엇인가요.
한 입 사이즈의 초콜릿 봉봉에 술을 넣은 ‘위스키 봉봉’은 입에서 터지며 달콤하고 쌉싸래한 술이 새어 나오는 식감이 재미있어요. 초콜릿과 생크림을 섞은 가나슈 베이스에 술을 첨가한 ‘리큐르 파베’는 술의 여운이 길어 각각의 매력이 있죠. 특히 리큐르 파베에는 수정방이나 압생트 등 개성이 강한 술을 넣어요. 위스키 봉봉 4개 혹은 리큐르 파베 8개를 넣은 패키지도 판매하는데, 명절 때는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술을 넣거나 밸런타인데이에는 달콤한 술을 넣는 등 특색을 가미하고 있어요.
테이스팅 코스도 마련한다고요.
쇼콜라디제이의 초콜릿을 맛볼 수 있는 코스로, 하루에 3부만 운영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아이스크림에 술을 부어 먹는 ‘리큐르 아이스볼’과 위스키 봉봉으로 차갑게 시작해, 중간에는 리큐르 파베를 맛볼 수 있고, 끝은 핫초코에 스피릿을 더한 ‘쇼콜라쇼’로 따뜻하게 마무리할 수 있죠. 일종의 제가 손님들에게 시연하는 프레젠테이션인 셈입니다.
쇼콜라디제이의 초콜릿을 음미하려면.
커피, 차, 위스키, 맥주 등을 마시고 마지막에 쇼콜라디제이 초콜릿을 먹어 보세요. 일하다 먹는 위스키 봉봉은 초콜릿과 함께 술이 탁 터지며 기분이 좋아지죠.

발렌타인 프랄린 9구
종합선물세트, '벨기에 과자점'
카카오봄 고영주 쇼콜라티에
1세대의 위력, 카카오봄
쇼콜라티에 고영주는 2001년 벨기에 전통 수제 초콜릿 기술을 국내 최초로 선보인 1세대 초콜릿 장인이다. 좋은 맛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믿기에 전 제품에 인공 향, 색소, 경화 유지를 사용하지 않으며 엄선된 재료와 100% ‘진짜 초콜릿’의 의미를 지킬 수 있는 최상급 재료들만 사용하는 것이 카카오봄만의 철학. 초콜릿을 바탕으로 섬세한 재료들을 혼합한 프랄린이 인기다.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한정판으로 선보이는 프랄린 9 또는 18구 세트는 고급 리큐르 2종을 넣은 특별 초콜릿을 포함한다. 21년산 발베니를 첨가해 만든 ‘발베니 하트’와 문배술을 넣은 황금빛 ‘꿀색’이 그 주인공. 귀한 술을 나누며 소중한 추억을 쌓아 가길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 또한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하며 기프트 브랜드, ‘벨기에 과자점’도 공개한다. 어릴 적 어머니가 장롱 속에 숨겨 놓고 하나씩 꺼내 주던 과자상자를 생각하며 만든 벨기에 과자점은 고급 프랄린, 바크 초콜릿, 쿠키, 드라제, 그래놀라 등 대표 상품을 담은 종합선물세트다.
위치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62길 45-11 1층
문의 02-733-4662
가격 카카오봄 발렌타인 프랄린 9구 2만5000원, 18구 4만9000원, 벨기에 과자점 11만 원대
인스타그램 @cacaoboom

초콜릿 변주곡, 라온디
라온디를 운영하는 쇼콜라티에 박준영과 이동선은 부부다. 2011년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시작해 2014년 서교동을 거쳐 지난해 10월 연남동으로 이전했다. 초콜릿을 응용한 다양한 디저트를 판매해 초콜릿 마니아들뿐만 아니라 초콜릿을 선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성지 같은 곳이다. 실제로 매장에 들어서면 각양각색의 원료를 접목한 초콜릿 봉봉이 시선을 사로잡을 뿐만 아니라, 초콜릿 베이스의 마카롱, 독특한 ‘초콜릿살라미’와 ‘핫초코스푼’ 등 다양한 디저트들이 즐비하다. 명절과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등 특별한 날에는 특별한 초콜릿을 선보이는데, 이번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은 1월 말에서 2월 초에 만날 수 있다.
위치 서울 마포구 동교로 278 1.5층
문의 02-3667-9781
가격 초콜릿 봉봉 1피스 2200원, 화이트러브 4구 1만500원, 화이트러브 9구 2만1500원, 핑크러브 12구 2만8000원, 초콜릿살라미 1만4000원, 핫초코스푼 4000원
인스타그램 @laond_chocolate
핑크러브 12구, 화이트러브 9구, 화이트러브 4구
초콜릿살라미와 핫초코스푼

라온디 박준영, 이동선 쇼콜라티에
디저트 종류가 굉장히 다양한 것 같아요.
저희는 초콜릿과 어울리는 심플하고 신선한 재료로 다양하게 응용한 디저트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어요. 맛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효과, 입안에서 즐길 수 있는 식감, 코로 느낄 수 있는 풍미까지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해 초콜릿 디저트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라온디의 대표 제품은 무엇인가요.
초콜릿 봉봉 타입 중 허니 핑크솔트와 아몬드 스퀘어입니다. 저희 로고를 새긴 ‘허니 핑크솔트’는 히말라야산 핑크솔트가 함유돼 그야말로 단짠의 조화가 매력적인 초콜릿입니다. ‘아몬드 스퀘어’는 아몬드를 갈아 넣은 페이스트를 사용해 씹히는 식감과 더불어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손님들이 많이 찾는 제품이 있나요.
핑크빛이 도는 하트 모양의 ‘블러드피치’를 많이 찾으세요. 제4의 초콜릿이라 불리는 루비 초콜릿은 카카오빈 자체가 분홍색으로 산미가 도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루비 초콜릿에 복숭아 퓌레를 더한 달콤한 가나슈 초콜릿으로 여성과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선물하기 좋은 초콜릿을 추천해 주세요.
초콜릿 살라미는 초콜릿에 견과류와 건조과일 등을 넣고 살라미 소시지처럼 모양을 만든 디저트입니다. 선물용으로도 제격이고, 홈파티 디저트로도 추천합니다. 와인이나 맥주와 페어링하기에도 좋아요. 핫초코스푼은 따뜻한 우유에 넣으면 핫초코가 되는데, 젓기 편하도록 나무 숟가락이 붙어 있고, 향을 조절할 수 있도록 스포이드도 달려 있어요. 여성들은 패키지 제품인 핑크러브나 화이트러브에 이 핫초코스푼을 같이 포장해서 선물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베스트 9세트
소소한 초콜릿 가게, 쇼콜라티끄
쇼콜라티끄는 작은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즐비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다. 호화로운 재료를 사용하거나 화려한 패키지와 비주얼로 시선을 사로잡지 않지만 손님들은 마치 집에서처럼 초콜릿을 편안하게 맛볼 수 있다. 이는 건강을 생각한 질 좋은 재료를 고집하고 환경을 소중히 생각하는 쇼콜라티에 이태희의 철학이다. 그는 생산부터 판매까지 혼자 꾸려 가기에 손님들의 니즈를 더 직접적으로 보고 느낀다고 말한다. 초콜릿 한 알에 여러 가지 맛과 식감의 조화를 좋아하는 이태희는 ‘마이로라’를 추천한다. 로즈와 화이트 초콜릿, 라즈베리와 다크 초콜릿이 한 알에 들어가 있어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그 외에도 100% 순도의 ‘히말라야 소금’을 올린 히말라야 소금 초콜릿과 ‘다크 클래식 초콜릿’, ‘카다멈과 핑크페퍼’ 초콜릿 등이 인기가 좋다.
위치 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17-18 1층
문의 070-8870-6598
가격 베스트 9세트 1만9500원
인스타그램 @chocolatique_seoul

선물용으로 사랑받는 봉봉 10구 세트와 6구 세트
왼쪽부터_초콜릿 봉봉 '유자', '더블 바닐라', '천일염 프랄리네'
샹송 한 곡처럼, 삐아프
삐아프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의 쇼콜라티에 고은수가 이끈다. 뒤늦게 초콜릿 장인의 길을 걷게 됐지만, 정성과 집념 하나로 국내 내로라하는 쇼콜라티에가 됐다. 번잡한 신사동 가로수길 중앙을 벗어나 한적한 곳에 위치한 그의 가게는 오히려 잘 정돈된 주얼리 매장을 연상케 한다. 대리석 계단을 올라 우아한 목조 문을 열면, 활짝 열린 쇼케이스로 인해 더 진하게 다가오는 초콜릿들의 향이 코앞으로 다가온다. 프랑스 가수인 에디트 피아프를 좋아한 고은수가 가게 이름을 삐아프라고 지었을 만큼, 매장 내에는 시종일관 피아프의 샹송이 흘러나온다. 시그니처 제품은 타히티 바닐라와 마다가스카르 바닐라에 마다가스카르 카카오를 사용한 ‘더블 바닐라’로, 삐아프가 적힌 캡슐 모양의 디자인이 탐스럽다. 아몬드 프랄린의 고소한 맛이 일품인 ‘천일염 프랄리네’와 남해 유기농 유자를 사용한 ‘유자’는 채널 올리브 <수요미식회>에 소개된 이후로 인기가 더 많아졌다. 모든 제품은 프랑스산 최상급 커버춰(카카오버터 함유량이 30% 이상인 고급 초콜릿)와 AOP버터 등 엄선된 재료를 사용한다.
위치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4길 27-3
문의 02-545-0317
가격 초콜릿 봉봉 1피스 2600원, 봉봉 6구 세트 1만7000원, 봉봉 10구 세트 2만7000원
인스타그램 @piaf_artisan_chocolatier

초코가 방울방울, 아도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주택가 한가운데 위치한 아도르. SNS에선 ‘#물방울초콜릿’으로 유명세를 탄 곳이다.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 물방울 모양의 초콜릿은 그 맛이 어떨지 궁금증을 자아낼뿐더러 선물하기에도 더없이 안성맞춤이기 때문. 쇼콜라티에 장가영은 아도르만의 사랑스러운 느낌을 살리면서 한국의 식재료들을 활용해 새로운 초콜릿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서양식 초콜릿과 한국식 재료의 조합이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금물. 직접 담근 간장, 정성껏 손질한 제철 과일들과 경기 남양주의 준혁이네 농장에서 매주 따오는 신선한 허브들, 장가영의 부모님이 시골에서 직접 키워서 보내 주는 재료들은 초콜릿과 어우러져 입안에서 축제처럼 퍼진다.
위치 서울 강남구 선릉로116길 24 1층
문의 010-2744-3921
가격 클래식 초콜릿 1피스 2500원, 시그니처 초콜릿 1피스 3000원, 클래식 상자 쁘띠 2만3000원, 그란데 5만5000원, 시그니처 상자 쁘띠 2만5000원, 그란데 5만5000원
인스타그램 @adoreofficial
왼쪽부터_시그니처 초콜릿 '아도르', '백도', 클래식 초콜릿 '감칠맛'
클래식 상자 쁘띠, 시그니처 상자 그란데

아도르를 운영하는 장가영 쇼콜라티에
물방울 모양 초콜릿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시그니처’라는 이름을 지닌 물방울 초콜릿은 조금 새로운 느낌의 초콜릿을 만들고 싶어 고민하던 중 프랑스의 전통 은식기 브랜드, 에퀴(ercuis)의 부드러운 곡선형 은접시를 보고 떠올리게 됐어요. 매장 진열대에 시그니처 봉봉을 올려놓는 식기가 바로 에퀴의 것이죠. 오랜 준비 기간 동안 발전시켜서 현재의 물방울 모양이 됐습니다.
아도르의 대표 제품은 무엇인가요.
물방울 모양의 시그니처와 각진 모양의 클래식 초콜릿을 판매하고 있어요. 시그니처 초콜릿 중에서는 가게 이름을 딴 ‘아도르’가 대표 상품입니다. 안동 모과와 에티오피아산 후추, 허브가 들어갔죠. 클래식 초콜릿 중에는 ‘감칠맛’이라는 제품이 있는데, 직접 담은 간장과 감초향의 베네수엘라산 카카오를 넣었습니다. 원래 이름은 ‘간장’이었는데 ‘감칠맛’으로 바꾼 뒤에는 판매량이 더 증가했어요.
손님들이 많이 찾는 제품이 있나요.
시그니처 초콜릿 중 복숭아 맛의 ‘백도’와 상큼한 ‘청유자’가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특히 백도는 반짝이는 연분홍색이 예뻐서 더욱 많이 찾는 것 같아요. 밸런타인데이 에디션은 준비하고 있으니 곧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도르의 초콜릿을 음미하려면.
따뜻한 커피와도 물론 잘 어울리지만 홍차나 보이차 등 차와도 훌륭하게 어우러집니다. 뿐만 아니라 사케, 위스키와 함께해도 초콜릿의 풍미를 즐길 수 있어 추천하고 있어요.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7호(2020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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