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한용섭 편집장]‘항상 옛것보다 새것이 대중에게 더 환호를 받는 것일까?’ 가끔씩 궁금했습니다. 속사포처럼 외쳐대는 랩 가사보다 읊조리듯 불러대는 옛 가요에 심장 박동이 반응하고, 무심코 TV 채널을 돌리다가 나온 과거 드라마를 이어보기로 역주행하는 제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이 같은 궁금증은 더욱 커졌죠. 단순히 제가 나이가 들었기 때문일까요. 그렇다면 최근 옛것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열광은 또 무엇이란 말입니까.
최근 새로움과 복고가 합쳐진 뉴트로(new+retro)가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한물 간 줄 알았던 ‘두꺼비’와 ‘복영감’이 ‘진로이즈백’과 ‘소주왕 금복주’라는 소주 브랜드에 새겨져 금의환향하고, 걸그룹 모모랜드는 아예 뉴트로 신곡을 발표한다 하여 주목을 받고 있죠. 또 ‘탑골 GD’로 불리는 가수 양준일을 포함해 1980~1990년대 가수와 배우들이 대중으로부터 강제소환을 받아 실시간 검색 상위권에 오르는 기이한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죠.
최근에는 연령별 소비 공식도 깨지고 있습니다. 최근 온라인 쇼핑사이트 G마켓이 연령대별 선호 상품군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0~30대 젊은 층은 복고풍을, 40~60대의 중장년층은 정보기술(IT) 기기 등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젊은 층에서 턴테이블(61%)과 화폐·주화·우표 수집용품(50%) 판매량이 3년 전보다 늘었고, 한복 판매량도 19%나 증가했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한경 머니는 2월호 빅 스토리 ‘뉴트로, 세대를 잇다’에서 모바일 리서치 전문 업체인 오픈서베이의 도움을 받아 10~50대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1월 14일)을 진행했습니다. 설문 내용 중 ‘가장 소환하고 싶은 시대’와 관련해 전체의 35.6%가 1990년대를 선택했고, 뒤이어 1980년대(27.4%)를 선호했죠. 그런데 재밌는 대목은 10대(27.8%)와 50대(33.0%)의 최다 득표를 받은 시기가 1980년대였다는 겁니다. 나이 차이로 봤을 때 부모와 자식 세대로 보이는 두 세대가 바라보는 1980년대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강보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트렌드의 핵심은 ‘과거와의 완벽한 단절’에 가까웠다”며 “지금의 뉴트로 현상은 그와 다른 선상에 있는데 그 배경에는 더 이상 완전히 새로운 것은 존재하기 어렵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부모 세대들의 추억이 자식 세대에게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성으로 다가온 거죠. 일종의 유희로 말이죠.
이처럼 서로 과거 시대를 바라보는 감정과 나름의 이유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같은 곳을 보고 열광하고 있지만 세대 간 생각들은 제각각인 ‘동상이몽’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도통 간극을 좁히지 못했던 세대 간 소통에 한 줄기 빛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누구에게는 추억이, 또 다른 누구에게는 경험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유희가 됐을지라도 그 안에 담긴 따스함은 공통분모가 아닐까 싶네요. 추억하거나 즐겁거나 상관없이 말이죠.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7호(2020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