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개시일 전 처분 재산의 과세 규정은

[한경 머니 기고=이용 파트너·조현진 회계사 삼일회계법인 상속증여전문팀] 부친의 사망일, 즉 상속개시일 당시 남은 재산뿐 아니라 상속개시일 이전에 처분한 재산도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일은 어떤 경우에 발생하는 것일까.
# 부친이 사망한 후 유일한 상속인인 아들은 부친이 남긴 주택과 예금 잔액에 대해 상속세 신고를 했다. 그러나 얼마 후 세무서로부터 수억 원의 상속재산이 누락됐으니 이에 대한 상속세와 가산세를 추가로 납부하라는 통지를 받게 됐다. 부친이 남긴 재산에 대해 빠짐없이 성실하게 상속세를 신고한 아들은 억울하고 의아한 마음에 세무서 담당자에게 문의했고, 세무서로부터 ‘상속개시일 전 처분 재산 등의 상속 추정’ 규정을 적용해 상속세를 과세했다는 답변을 듣게 됐다.
일반적으로 상속세 신고 대상이 되는 재산은 상속개시일 현재 남아 있는 재산이다. 그러나 상속재산을 사전에 현금화한 후 인출해 증여하는 방식으로 과세 자료 노출을 피하는 변칙적 상속을 방지하기 위해 상속개시일 이전 감소한 재산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입증하지 못하면 상속인들이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하는 규정이있다. 이것이 바로 ‘상속개시일 전 처분 재산 등의 상속 추정’ 규정이다.
일정 규모 이상, 용도 명백하지 않을 시 과세 대상
피상속인의 처분 재산 등이 상속개시일 전 1년 이내 2억 원 이상이거나 2년 내에 5억 원 이상인 경우 해당 재산의 사용 용도를 상속인이 입증해야 한다. 이때 처분 재산은 피상속인의 예금 계좌에서 인출된 현금, 재산 처분 후 유입된 현금, 차입을 통해 유입된 현금을 의미한다.
직접적으로 인출한 현금뿐만 아니라 부동산을 처분해 얻게 된 현금 또는 대출을 통해 얻은 현금의 사용처를 입증하지 못하면 모두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이다. 용도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란, 그 용도와 관련한 거래 증빙이 없어 거래 상대방이 확인되지 않거나 거래 상대방이 거래 사실을 부인하는 경우 또는 거래 상대방의 재산 상태 및 사회통념상 거래 사실을 인정하기 힘든 경우를 의미한다.
‘1년 이내 2억 원과 2년 이내 5억 원’의 금액 기준은 재산 종류별로 계산한다. 재산 종류는 현금·예금 및 유가증권, 부동산 및 부동산에 관한 권리, 그 외의 재산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8개월 전 1억5000만 원의 현금이 인출됐고 1년 6개월 전 4억 원의 부동산을 매각해 총 5억5000만 원의 처분 금액이 발생한 경우라도 재산 종류별로는 기준 금액에 미달해 과세 대상이 아니다.
20% 이내와 2억 원 중 적은 금액에 대해 입증 책임 면제
피상속인의 재산 사용처를 상속인이 빠짐없이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현실적 사정을 감안해 일정 범위의 금액은 용도를 입증하지 못해도 상속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주는 규정을 두고 있다. 재산 처분액의 20% 또는 2억 원 중 적은 금액은 용도를 입증하지 못해도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으며, 그 이상을 입증하지 못한 경우에는 해당 금액을 차감한 금액만을 과세 대상으로 본다.
예를 들어 상속개시일 1년 이내에 5억 원을 현금으로 인출했을 경우, 4억 원의 사용처만 입증한다면 5억 원의 20%에 해당하는 1억 원은 상속재산으로 추정하지 않으며, 2억 원의 사용처만 입증될 경우 입증되지 않은 3억 원에서 1억 원을 차감한 2억 원만이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이다.
부동산 처분과 같이 계약금, 중도금, 잔금을 나누어 수령하는 거래의 경우 1년 내 2억 원 및 2년 내 5억 원을 판단하는 기준 시점은 실제로 현금이 유입된 날이 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부동산의 증여 시기는 일반적으로 등기일을 기준으로 판단하지만, 추정 상속재산 판단 시에는 각 단계별 현금을 수령한 날을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상속개시일 전 2년 이내에 부동산 매도 계약을 체결해 계약금 1억 원과 중도금 5억 원을 수령해 피상속인이 모두 사용했으나 해당 현금의 사용 용도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상속개시일 이후 잔금일이 도래해 상속인이 잔금을 수령하고 등기를 이전한 경우에도 계약금 1억 원과 중도금 5억 원은 상속세 과세 대상에 해당한다.
상속세 신고 전 재산 사용 내역 살펴야
‘상속개시일 전 처분 재산 등의 상속 추정’ 규정에 의해 추가 상속세와 가산세를 부담하게 되는 유형은 다양하다. 상속세를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현금을 인출해 상속인에게 증여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피상속인이 현금을 인출해 생전에 도움을 많이 받은 이들에게 증여하거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목적으로 익명의 기부를 하는 경우 상속인이 사후에 거래 상대방을 찾아 거래 증빙을 확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상속세 신고 단계에서 피상속인의 과거 2년간 금융 거래 내역 및 재산 처분 내역을 확인하고 피상속인의 금융 거래 내역이 복잡할 경우 미리 계좌 분석을 통해 자금의 흐름을 정리해 과세당국의 소명 요구에 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5호(2019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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