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구광모의 ‘변혁’…LG, ‘젊은 리더십’ 통했다
입력 2019-10-28 10:41:11
수정 2019-10-28 10:41:11
[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한경 머니가 올해 실시한 ’베스트 오너십(옛 오너리스크)‘ 설문조사에서는 종합평가 1위 자리를 재탈환한 LG를 비롯해 현대·기아차, SK가 나란히 톱3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3대 평가 항목인 ‘경영 전문성과 자질 평가’,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평가’, ‘윤리경영 평가’에서 고른 점수를 획득했다는 점이다.
구광모 LG 회장을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기대’에서 점차 ‘확신’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지난해 구본무 전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인한 ‘리더십 공백’ 우려로 3위까지 밀렸던 LG의 오너십 평가 결과가 재차 1위로 올라선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기업분석 전문가들도 LG의 탁월한 오너십 배경으로 ‘원활하고 투명한 승계’와 함께 구광모 회장의 ‘젊은 리더십’을 꼽고 있다.‘인화(人和)’에서 ‘변혁(變革)’으로
실제 구 회장은 만 41세로 국내 10대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나이가 적다. 이 같은 젊은 리더십은 소탈하면서도 때로는 강력한 추진력으로 발현되고 있다. 구 회장 취임 이후 사업 부문이 겹치는 일부 경쟁사와 적극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젊은 총수로서의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종전 구본무 전 회장의 LG가 ‘인화’와 ‘안정’이 중심축이었다면, 구광모 LG호(號)의 행보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변혁’으로 압축된다. 그동안 LG는 인사와 성과 등 조직문화에 있어 경쟁사 대비 보수적이라는 인식이 컸다.
하지만 구 회장 취임 이후 LG의 조직문화는 ‘실용주의’에 입각한 도전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구 회장 취임 이후 처음 단행된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쓰리엠(3M) 출신인 신학철 부회장이 LG화학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이 신호탄이었다. 또 지주회사인 ㈜LG의 경영전략팀 사장에는 베인앤컴퍼니 출신의 홍범식 대표가 선임됐고, 그룹 임원 인사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인 134명이 신규 선임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주요 사업 부문에 대한 ‘선택과 집중’ 역시 구 회장 특유의 추진력이 밑바탕이 됐다. 우선 LG전자의 경우 올레드TV, 시그니처 브랜드(초프리미엄 가전)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가전, 휴대전화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그룹 차원에서 연료전지 업체인 LG퓨얼셀시스템즈 사업을 청산하는 대신 자동차부품, 인공지능(AI), 로봇 등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 같은 기조는 구 회장의 2년 차 성적표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LG전자는 올 상반기 생활가전 사업(TV 제외)에서 11조57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미국 최대 가전 업체인 월풀(11조4000억 원)을 웃도는 실적이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 가전 브랜드로서 입지를 굳혀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전통의 계승과 발전, 미래 대비
젊은 총수다운 구 회장의 미래 비전 역시 눈여겨볼 대목이다. 구 회장은 올해 1월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6월 LG 대표로 선임된 이후 LG가 쌓아 온 전통을 계승·발전시키는 동시에 더 높은 도약을 위해 변화할 부분과 LG가 나아갈 방향을 수없이 고민해봤지만 결국 그 답은 ‘고객’에게 있었다”며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의 기본 정신을 다시 깨우고 더욱 발전시킬 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구본무 전 회장이 구축한 인화와 정도경영의 전통을 계승하되 지속 성장을 위한 대대적 혁신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의 취임 2년 차 현장경영 행보도 ‘혁신’에 방점이 찍혀 있다. 구 회장은 지난 2월과 4월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개최된 연구·개발(R&D) 석·박사 초청행사인 ‘테크 컨퍼런스’에 참여해 우수 인재 확보에 공을 들였고, 특히 4월 미국 방문 시에는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LG테크놀로지 벤처스를 찾아 운영 현황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인했다.
3월에는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어워즈(Awards)’에 참석해 고객 가치 혁신 성과를 창출한 팀을 시상하고 격려했다. 이후 7월에는 평택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을 방문해 제조와 생산 역량을 높이기 위한 장비 관련 기술과 전략을 살폈다.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수·합병(M&A) 행보도 눈에 띈다. 지난해 LG전자는 그룹의 역점 사업인 자율주행차량 사업을 위해 오스트리아 자동차 헤드램프 제조업체 ZKW사를 1조4000억 원에 인수하는 초대형 투자를 단행했고, 이와 별도로 LG 계열사들은 최근 1년 동안 10여 건의 중대형 M&A를 통해 1조50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적으로는 기존 400명이 모여 분기별로 개최하던 임원 세미나를 100명 미만의 월별 포럼 형태인 ‘LG 포럼’으로 전환해 사업 기회 발굴 및 미래 성장 전략 등을 주제로 정기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4호(2019년 11월) 기사입니다.]
구광모 LG 회장을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기대’에서 점차 ‘확신’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지난해 구본무 전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인한 ‘리더십 공백’ 우려로 3위까지 밀렸던 LG의 오너십 평가 결과가 재차 1위로 올라선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기업분석 전문가들도 LG의 탁월한 오너십 배경으로 ‘원활하고 투명한 승계’와 함께 구광모 회장의 ‘젊은 리더십’을 꼽고 있다.‘인화(人和)’에서 ‘변혁(變革)’으로
실제 구 회장은 만 41세로 국내 10대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나이가 적다. 이 같은 젊은 리더십은 소탈하면서도 때로는 강력한 추진력으로 발현되고 있다. 구 회장 취임 이후 사업 부문이 겹치는 일부 경쟁사와 적극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젊은 총수로서의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종전 구본무 전 회장의 LG가 ‘인화’와 ‘안정’이 중심축이었다면, 구광모 LG호(號)의 행보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변혁’으로 압축된다. 그동안 LG는 인사와 성과 등 조직문화에 있어 경쟁사 대비 보수적이라는 인식이 컸다.
하지만 구 회장 취임 이후 LG의 조직문화는 ‘실용주의’에 입각한 도전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구 회장 취임 이후 처음 단행된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쓰리엠(3M) 출신인 신학철 부회장이 LG화학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이 신호탄이었다. 또 지주회사인 ㈜LG의 경영전략팀 사장에는 베인앤컴퍼니 출신의 홍범식 대표가 선임됐고, 그룹 임원 인사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인 134명이 신규 선임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주요 사업 부문에 대한 ‘선택과 집중’ 역시 구 회장 특유의 추진력이 밑바탕이 됐다. 우선 LG전자의 경우 올레드TV, 시그니처 브랜드(초프리미엄 가전)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가전, 휴대전화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그룹 차원에서 연료전지 업체인 LG퓨얼셀시스템즈 사업을 청산하는 대신 자동차부품, 인공지능(AI), 로봇 등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 같은 기조는 구 회장의 2년 차 성적표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LG전자는 올 상반기 생활가전 사업(TV 제외)에서 11조57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미국 최대 가전 업체인 월풀(11조4000억 원)을 웃도는 실적이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 가전 브랜드로서 입지를 굳혀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전통의 계승과 발전, 미래 대비
젊은 총수다운 구 회장의 미래 비전 역시 눈여겨볼 대목이다. 구 회장은 올해 1월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6월 LG 대표로 선임된 이후 LG가 쌓아 온 전통을 계승·발전시키는 동시에 더 높은 도약을 위해 변화할 부분과 LG가 나아갈 방향을 수없이 고민해봤지만 결국 그 답은 ‘고객’에게 있었다”며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의 기본 정신을 다시 깨우고 더욱 발전시킬 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구본무 전 회장이 구축한 인화와 정도경영의 전통을 계승하되 지속 성장을 위한 대대적 혁신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의 취임 2년 차 현장경영 행보도 ‘혁신’에 방점이 찍혀 있다. 구 회장은 지난 2월과 4월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개최된 연구·개발(R&D) 석·박사 초청행사인 ‘테크 컨퍼런스’에 참여해 우수 인재 확보에 공을 들였고, 특히 4월 미국 방문 시에는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LG테크놀로지 벤처스를 찾아 운영 현황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인했다.
3월에는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어워즈(Awards)’에 참석해 고객 가치 혁신 성과를 창출한 팀을 시상하고 격려했다. 이후 7월에는 평택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을 방문해 제조와 생산 역량을 높이기 위한 장비 관련 기술과 전략을 살폈다.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수·합병(M&A) 행보도 눈에 띈다. 지난해 LG전자는 그룹의 역점 사업인 자율주행차량 사업을 위해 오스트리아 자동차 헤드램프 제조업체 ZKW사를 1조4000억 원에 인수하는 초대형 투자를 단행했고, 이와 별도로 LG 계열사들은 최근 1년 동안 10여 건의 중대형 M&A를 통해 1조50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적으로는 기존 400명이 모여 분기별로 개최하던 임원 세미나를 100명 미만의 월별 포럼 형태인 ‘LG 포럼’으로 전환해 사업 기회 발굴 및 미래 성장 전략 등을 주제로 정기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4호(2019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