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고령화 시대에 본격 진입하며 자산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KEB하나은행의 리빙트러스트센터는 10년 전부터 이 시장을 일찍이 꿰뚫어보고 그 해법으로 과감히 신탁을 선택했다. 국내 신탁업 관련 ‘최초’, ‘최다’ 타이틀은 덤이다. 하나은행의 식지 않는 열정과 점점 정교해지는 신탁 상품의 진화를 살펴봤다. 사진 이승재 기자
[왼쪽부터) 이승준 변호사, 윤병훈 과장(부동산전문가), 최연희 과장, 손소정 대리, 박현정 팀장(신탁컨설턴트), 조현주 차장, 조기환 세무사, 김진희 회계사, 배정식 센터장, 한지영 차장, 류미주 차장(신탁컨설턴트), 박상빈 신탁부 부장, 송은정 차장(신탁컨설턴트).]
100세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저금리와 저성장의 늪은 노후를 불안하게 한다. 은퇴를 앞둔 세대는 물론 장기간 미래 계획을 세워야 하는 3040세대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더구나 고령화로 인한 치매 등 인지 능력 저하는 자산관리의 복병이다. 부모세대의 상속재산을 놓고 벌이는 가족 간 피도 눈물도 없는 상속 분쟁이 최근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KEB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가 ‘100세 시대’ 금융 키워드로 신탁에 주목한 이유이기도 하다.
신탁은 고령화 시대와 맞물려 투자 등 재테크 역할뿐만 아니라 자산관리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어 생존신탁(가족을 수익자로 지정해 생존 시 파산, 질병 등의 위험으로부터 가족의 생활비 등을 보호), 유언신탁(사망 시를 대비해 상속재산 처분 계획을 미리 설정), 사회안전망 역할을 담당할 후견신탁이나 복지신탁 등 그 변주는 무한대다.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는 배정식 센터장을 중심으로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부동산전문가, 프라이빗뱅커(PB) 출신 신탁컨설턴트 등 13명의 전문 인력들이 배치돼 있다. 고객들의 목적이나 요구사항에 따라 신탁 설계가 이뤄지다 보니 자연스레 패밀리 오피스팀, 복지금융팀, 생활금융팀, 유산정리지원팀, 부동산팀 등 조직도 세분화됐다.
현재 하나은행은 국내 최다 계약 및 상속집행 건수를 보유하고 있다. 고령화 추세에 발맞춰 2016년 국내 최초로 성년후견지원신탁, 치매안심신탁을 선보였으며, 리빙트러스트 부동산 관리신탁 시스템을 도입해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 개인들의 자산관리 및 노후 대비, 기업의 관리 및 가업승계, 고령자들을 위한 성년후견 및 증여와 상속,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신탁까지 전 세대와 계층의 라이프사이클 전반을 신탁으로 설계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다.
자산형 맞춤 신탁에서 생활금융형 신탁으로 확대
하나은행에서 내놓은 신탁 상품들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요즘 사회상이나 트렌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족 환경의 변화에 따라 법정상속인이 아니더라도 생전 계약을 통해 제3자에게 사후 재산을 전할 수 있는 ‘인생동반자신탁’ 외에도 ▲부동산처분·관리신탁 ▲미성년후견지원신탁 ▲성년후견지원신탁 ▲양육비지원신탁 ▲치매안심신탁 ▲상조신탁 등 신탁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송은정 리빙트러스트센터 차장은 “그동안 신탁은 자산가들을 위한 도구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이제 대중을 위한 사회적 역할과 복지금융의 기능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치매 케어나 미성년 자녀들을 위한 후견신탁, 상조신탁 등은 생활금융으로서 역할이 크다”며 “동시에 최근 상조신탁에 살아 있는 동안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여행을 결합한 신탁도 고객들로부터 호응이 높다. 젊은 고객들에게도 적극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치매 노인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의 자산관리와 상속 문제를 해결해준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기억력과 판단 능력이 부족한 치매 환자 고객은 금융서비스 이용에 한계가 있다. 특히 증상이 급작스럽게 심각해져 금융 업무를 전혀 할 수 없는 상태가 됐으나, 법률상 권한을 가지는 성년후견인을 두지 않았을 경우 예금 인출 등의 법률행위 진행 절차가 매우 번거로워 고객의 금융자산이 금융사에 묶여 사실상 동결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에 하나은행은 ‘치매 안심 성년후견 지원신탁’을 통해 토털 안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전문의의 소견서 등을 참조해 고객의 인지 능력을 고려해 노후의 생활비와 의료비 등을 지급·관리하고 사후에는 적정한 상속 집행까지 제공하고 있다.
물론, 센터가 처음부터 꽃길만을 걸은 건 아니다. 초기만 해도 손님들의 상담 요청 건수가 미미했지만,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고객들의 문의가 늘어난 것.
신탁컨설턴트인 류미주 차장은 “예전에는 우리가 먼저 손님을 찾아가서 신탁을 소개했다면, 요즘은 손님들이 직접 은행창구로 와서 신탁 상품에 대해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특히, 법원 등 외부 기관에서도 신탁계약을 하라고 판결이 날 경우 하나은행에 문의해보라고 권유해서 오는 분들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신탁의 시대가 온다>의 공동 저자인 배정식 센터장과 박현정 팀장]
배정식 센터장도 “확실히 10년 전과 지금 신탁에 대한 인지도가 많이 높아진 걸 체감한다”며 “과거에는 자산가들 손님이 주를 이뤘는데 최근에는 누구나 소액이라도 안전하게 상속하려는 맞춤형 니즈들이 높아지면서 신탁도 생활금융 쪽으로 많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대면 상담만 330건 이상, 하나은행이 신탁계약을 통해 관리하는 자금만 1조9000억 원가량에 육박하고, 고민의 내용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리부터 가업승계까지 토털 관리 서비스
사실 하나은행 신탁상속의 출발은 부동산 관리신탁 서비스였다. 자산가들의 부동산을 신탁으로 관리해주었는데 고객들의 요구를 듣다 보니 부동산 관리보다는 상속의 니즈가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던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인 윤병훈 과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상속 과정에서 가족 간에 갈등을 겪지 않으려면 지혜로운 상속 해법이 필요한데 부동산 관리신탁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실제로 부동산 관리신탁을 통해 원활한 상속 분할은 물론 수익 창출로까지 이어진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가령, 고객들 중 잦은 해외 출장이나 개인 건강 문제로 건물 관리를 가까운 친척이나 지인에게 맡기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 경우 임대보증금을 횡령당하는 사고가 적잖이 발생한다는 것. 하지만 부동산 관리신탁계약을 할 경우, 센터에서 정기적으로 투명하게 관리보고를 해주기 때문에 안심하고 건물 관리를 맡길 수 있다. 또한 부모님의 사후 부동산에 대한 상속 분할 문제도 미리 신탁계약을 통해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윤 과장은 “건물의 노후화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통상 건물주들은 건물의 보유냐 매각이냐를 놓고 고민하게 되는데 이때 신탁을 통해 전문가들의 솔루션을 받아볼 수 있다”며 “전문가들은 건물의 신축과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자녀 세대에게 적정한 증여와 대출 계획을 제시함으로써 자산 승계와 신축에 필요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김진희 회계사 역시 “최근 꼬마빌딩 증여에 대한 상담이 부쩍 늘었다. 정부가 내년부터 상속·증여세를 계산할 때 이들 건물의 시가를 지금과 같은 간접적인 평가 수단인 기준시가가 아니라 실거래가에 가깝도록 감정평가를 활용하기로 하면서 올해 안에 증여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며 “다만, 증여를 너무 일찍 하면 어린 자녀들의 근로 의욕이 저하될 수도 있고, 자칫 재산 운용을 잘못할 경우 여러 문제에 직면할 수 있어 사전증여에도 걱정이 많은데, 이런 점들을 모두 감안해서 출시한 ‘퍼펙트 증여신탁’이 고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의 ‘퍼펙트 증여신탁’은 부동산 증여 시 법률·세무 전문가의 자문과 부동산 관리신탁 등 종합적인 재산 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서비스다. 서비스의 핵심은 신탁을 통해 재산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조건으로 부동산 증여 계약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계약에서 정한 내용대로 신탁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증여는 무효가 된다.
이를 통해 부동산을 증여하는 부모는 생전(生前)에 부동산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고, 자녀는 전문적인 재산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승준 변호사는 “센터 내 전문가들이 한자리에서 자신만을 위한 상담과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고객 상당수가 큰 만족감을 느끼시는 것 같다”며 “한국 신탁의 선도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앞으로도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도록 매진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국형 신탁 모델 구상 노력
이처럼 신탁에 대한 자산가들의 수요가 점차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상품에 대한 인지도는 높지 않다. 하나은행은 리빙트러스트센터의 존재를 알리고, 신탁에 대한 접근도를 높이기 위해 고객과 일선에 있는 영업점, 그리고 리빙트러스트센터가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가령, 고객이 영업점에서 상담을 하면, 이에 대한 신청서를 받고 이에 대한 전 과정을 ‘리빙트러스트 종합상담시스템’에 기록하는 식이다. 상담 내용을 투명하게 알 수 있을 뿐더러 변호사, 세무사, PB 등 적시에 필요한 인력들이 지원할 수 있어 전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되는 셈이다.
류미주 차장은 “PB 생활을 오래하면서도 신탁은 그저 투자 상품의 하나로 알았다. 그런데 신탁을 파고들다 보니 유언대용신탁, 신탁상속 등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제는 신탁도 생활금융형 상품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신탁에 대한 홍보도 더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정식 센터장도 “그간 우리나라보다 고령화가 앞선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한국형 신탁 모델을 고심했다. 그런데 일본 모델만 따라가다 보면 신탁이 가진 원래의 취지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겠다 싶었다”며 “가령, 일본은 유언장을 남길 경우 본인 사망 직후 수증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가지만, 영미권에서는 신탁을 통해 자신의 노후도 관리하면서 미성년 손자녀, 장애인 자녀가 있는 경우 연속성 있는 재산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따라서 우리 역시 내년부터는 일본 외에도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나 자회사 ‘유에스트러스트’를 방문해서 그곳의 신탁 시스템들을 배우고, 배운 내용을 토대로 한국화할 수 있는 건 한국화해 신탁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국내 최강 신탁 서비스, 맨파워 눈길
하나은행의 리빙트러스트센터가 속한 신탁사업단은 국내 최강의 신탁 서비스 라인을 구축해 놓고 있다.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시장에 본격적으로 내놓은 곳이 바로 하나은행. 사실 하나은행의 신탁 서비스는 뿌리가 깊다. 2005년 5월 한국 최초 투자신탁회사였던 대한투자증권을 인수한 곳이 다름 아닌 하나은행이었다. 그만큼 신탁 서비스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하다. 현재 하나은행의 신탁사업단은 김재영 전무가 맡고 있으며 신탁부는 박상빈 부장이 이끌고 있다.
센터를 이끌고 있는 배정식 센터장은 2010년 하나 리빙 트러스트(Living Trust)를 직접 개발해 론칭한 인물. 특히 고객이 갑자기 찾아온 큰 병이나 치매 등이 생길 경우 병원비는 물론 요양비, 간병비, 생활비 등에 대해 은행에서 직접 비용 처리를 도와주도록 한 ‘하나 케어 트러스트(Care Trust)’는 2014년 특허출원 등을 통해 하나은행 내 혁신 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는 저서 <신탁의 시대가 온다>를 출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신탁의 시대가 온다>의 공동 저자이기도 한 박현정 팀장은 1993년에 하나은행에 처음 입사해 고객만족 최우수 직원으로 최다 선정된 베테랑 금융인이다. 이후 2017년 리빙트러스트센터에 PB로서 첫 발을 내딛은 그는 센터 내 최초의 보급형 유언대용신탁인 ‘가족배려신탁’을 론칭해 전 지점에 전파했고, 신탁컨설턴트 과정을 창설해 직원을 대상으로 신탁 교육을 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외에도 센터 내에는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부동산전문가 등이 포진돼 일사천리로 고객의 요구에 화답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4호(2019년 11월) 기사입니다.]
[왼쪽부터) 이승준 변호사, 윤병훈 과장(부동산전문가), 최연희 과장, 손소정 대리, 박현정 팀장(신탁컨설턴트), 조현주 차장, 조기환 세무사, 김진희 회계사, 배정식 센터장, 한지영 차장, 류미주 차장(신탁컨설턴트), 박상빈 신탁부 부장, 송은정 차장(신탁컨설턴트).]
100세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저금리와 저성장의 늪은 노후를 불안하게 한다. 은퇴를 앞둔 세대는 물론 장기간 미래 계획을 세워야 하는 3040세대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더구나 고령화로 인한 치매 등 인지 능력 저하는 자산관리의 복병이다. 부모세대의 상속재산을 놓고 벌이는 가족 간 피도 눈물도 없는 상속 분쟁이 최근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KEB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가 ‘100세 시대’ 금융 키워드로 신탁에 주목한 이유이기도 하다.
신탁은 고령화 시대와 맞물려 투자 등 재테크 역할뿐만 아니라 자산관리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어 생존신탁(가족을 수익자로 지정해 생존 시 파산, 질병 등의 위험으로부터 가족의 생활비 등을 보호), 유언신탁(사망 시를 대비해 상속재산 처분 계획을 미리 설정), 사회안전망 역할을 담당할 후견신탁이나 복지신탁 등 그 변주는 무한대다.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는 배정식 센터장을 중심으로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부동산전문가, 프라이빗뱅커(PB) 출신 신탁컨설턴트 등 13명의 전문 인력들이 배치돼 있다. 고객들의 목적이나 요구사항에 따라 신탁 설계가 이뤄지다 보니 자연스레 패밀리 오피스팀, 복지금융팀, 생활금융팀, 유산정리지원팀, 부동산팀 등 조직도 세분화됐다.
현재 하나은행은 국내 최다 계약 및 상속집행 건수를 보유하고 있다. 고령화 추세에 발맞춰 2016년 국내 최초로 성년후견지원신탁, 치매안심신탁을 선보였으며, 리빙트러스트 부동산 관리신탁 시스템을 도입해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 개인들의 자산관리 및 노후 대비, 기업의 관리 및 가업승계, 고령자들을 위한 성년후견 및 증여와 상속,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신탁까지 전 세대와 계층의 라이프사이클 전반을 신탁으로 설계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다.
자산형 맞춤 신탁에서 생활금융형 신탁으로 확대
하나은행에서 내놓은 신탁 상품들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요즘 사회상이나 트렌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족 환경의 변화에 따라 법정상속인이 아니더라도 생전 계약을 통해 제3자에게 사후 재산을 전할 수 있는 ‘인생동반자신탁’ 외에도 ▲부동산처분·관리신탁 ▲미성년후견지원신탁 ▲성년후견지원신탁 ▲양육비지원신탁 ▲치매안심신탁 ▲상조신탁 등 신탁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송은정 리빙트러스트센터 차장은 “그동안 신탁은 자산가들을 위한 도구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이제 대중을 위한 사회적 역할과 복지금융의 기능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치매 케어나 미성년 자녀들을 위한 후견신탁, 상조신탁 등은 생활금융으로서 역할이 크다”며 “동시에 최근 상조신탁에 살아 있는 동안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여행을 결합한 신탁도 고객들로부터 호응이 높다. 젊은 고객들에게도 적극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치매 노인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의 자산관리와 상속 문제를 해결해준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기억력과 판단 능력이 부족한 치매 환자 고객은 금융서비스 이용에 한계가 있다. 특히 증상이 급작스럽게 심각해져 금융 업무를 전혀 할 수 없는 상태가 됐으나, 법률상 권한을 가지는 성년후견인을 두지 않았을 경우 예금 인출 등의 법률행위 진행 절차가 매우 번거로워 고객의 금융자산이 금융사에 묶여 사실상 동결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에 하나은행은 ‘치매 안심 성년후견 지원신탁’을 통해 토털 안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전문의의 소견서 등을 참조해 고객의 인지 능력을 고려해 노후의 생활비와 의료비 등을 지급·관리하고 사후에는 적정한 상속 집행까지 제공하고 있다.
물론, 센터가 처음부터 꽃길만을 걸은 건 아니다. 초기만 해도 손님들의 상담 요청 건수가 미미했지만,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고객들의 문의가 늘어난 것.
신탁컨설턴트인 류미주 차장은 “예전에는 우리가 먼저 손님을 찾아가서 신탁을 소개했다면, 요즘은 손님들이 직접 은행창구로 와서 신탁 상품에 대해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특히, 법원 등 외부 기관에서도 신탁계약을 하라고 판결이 날 경우 하나은행에 문의해보라고 권유해서 오는 분들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신탁의 시대가 온다>의 공동 저자인 배정식 센터장과 박현정 팀장]
배정식 센터장도 “확실히 10년 전과 지금 신탁에 대한 인지도가 많이 높아진 걸 체감한다”며 “과거에는 자산가들 손님이 주를 이뤘는데 최근에는 누구나 소액이라도 안전하게 상속하려는 맞춤형 니즈들이 높아지면서 신탁도 생활금융 쪽으로 많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대면 상담만 330건 이상, 하나은행이 신탁계약을 통해 관리하는 자금만 1조9000억 원가량에 육박하고, 고민의 내용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리부터 가업승계까지 토털 관리 서비스
사실 하나은행 신탁상속의 출발은 부동산 관리신탁 서비스였다. 자산가들의 부동산을 신탁으로 관리해주었는데 고객들의 요구를 듣다 보니 부동산 관리보다는 상속의 니즈가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던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인 윤병훈 과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상속 과정에서 가족 간에 갈등을 겪지 않으려면 지혜로운 상속 해법이 필요한데 부동산 관리신탁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실제로 부동산 관리신탁을 통해 원활한 상속 분할은 물론 수익 창출로까지 이어진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가령, 고객들 중 잦은 해외 출장이나 개인 건강 문제로 건물 관리를 가까운 친척이나 지인에게 맡기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 경우 임대보증금을 횡령당하는 사고가 적잖이 발생한다는 것. 하지만 부동산 관리신탁계약을 할 경우, 센터에서 정기적으로 투명하게 관리보고를 해주기 때문에 안심하고 건물 관리를 맡길 수 있다. 또한 부모님의 사후 부동산에 대한 상속 분할 문제도 미리 신탁계약을 통해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윤 과장은 “건물의 노후화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통상 건물주들은 건물의 보유냐 매각이냐를 놓고 고민하게 되는데 이때 신탁을 통해 전문가들의 솔루션을 받아볼 수 있다”며 “전문가들은 건물의 신축과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자녀 세대에게 적정한 증여와 대출 계획을 제시함으로써 자산 승계와 신축에 필요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김진희 회계사 역시 “최근 꼬마빌딩 증여에 대한 상담이 부쩍 늘었다. 정부가 내년부터 상속·증여세를 계산할 때 이들 건물의 시가를 지금과 같은 간접적인 평가 수단인 기준시가가 아니라 실거래가에 가깝도록 감정평가를 활용하기로 하면서 올해 안에 증여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며 “다만, 증여를 너무 일찍 하면 어린 자녀들의 근로 의욕이 저하될 수도 있고, 자칫 재산 운용을 잘못할 경우 여러 문제에 직면할 수 있어 사전증여에도 걱정이 많은데, 이런 점들을 모두 감안해서 출시한 ‘퍼펙트 증여신탁’이 고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의 ‘퍼펙트 증여신탁’은 부동산 증여 시 법률·세무 전문가의 자문과 부동산 관리신탁 등 종합적인 재산 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서비스다. 서비스의 핵심은 신탁을 통해 재산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조건으로 부동산 증여 계약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계약에서 정한 내용대로 신탁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증여는 무효가 된다.
이를 통해 부동산을 증여하는 부모는 생전(生前)에 부동산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고, 자녀는 전문적인 재산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승준 변호사는 “센터 내 전문가들이 한자리에서 자신만을 위한 상담과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고객 상당수가 큰 만족감을 느끼시는 것 같다”며 “한국 신탁의 선도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앞으로도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도록 매진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국형 신탁 모델 구상 노력
이처럼 신탁에 대한 자산가들의 수요가 점차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상품에 대한 인지도는 높지 않다. 하나은행은 리빙트러스트센터의 존재를 알리고, 신탁에 대한 접근도를 높이기 위해 고객과 일선에 있는 영업점, 그리고 리빙트러스트센터가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가령, 고객이 영업점에서 상담을 하면, 이에 대한 신청서를 받고 이에 대한 전 과정을 ‘리빙트러스트 종합상담시스템’에 기록하는 식이다. 상담 내용을 투명하게 알 수 있을 뿐더러 변호사, 세무사, PB 등 적시에 필요한 인력들이 지원할 수 있어 전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되는 셈이다.
류미주 차장은 “PB 생활을 오래하면서도 신탁은 그저 투자 상품의 하나로 알았다. 그런데 신탁을 파고들다 보니 유언대용신탁, 신탁상속 등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제는 신탁도 생활금융형 상품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신탁에 대한 홍보도 더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정식 센터장도 “그간 우리나라보다 고령화가 앞선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한국형 신탁 모델을 고심했다. 그런데 일본 모델만 따라가다 보면 신탁이 가진 원래의 취지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겠다 싶었다”며 “가령, 일본은 유언장을 남길 경우 본인 사망 직후 수증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가지만, 영미권에서는 신탁을 통해 자신의 노후도 관리하면서 미성년 손자녀, 장애인 자녀가 있는 경우 연속성 있는 재산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따라서 우리 역시 내년부터는 일본 외에도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나 자회사 ‘유에스트러스트’를 방문해서 그곳의 신탁 시스템들을 배우고, 배운 내용을 토대로 한국화할 수 있는 건 한국화해 신탁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국내 최강 신탁 서비스, 맨파워 눈길
하나은행의 리빙트러스트센터가 속한 신탁사업단은 국내 최강의 신탁 서비스 라인을 구축해 놓고 있다.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시장에 본격적으로 내놓은 곳이 바로 하나은행. 사실 하나은행의 신탁 서비스는 뿌리가 깊다. 2005년 5월 한국 최초 투자신탁회사였던 대한투자증권을 인수한 곳이 다름 아닌 하나은행이었다. 그만큼 신탁 서비스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하다. 현재 하나은행의 신탁사업단은 김재영 전무가 맡고 있으며 신탁부는 박상빈 부장이 이끌고 있다.
센터를 이끌고 있는 배정식 센터장은 2010년 하나 리빙 트러스트(Living Trust)를 직접 개발해 론칭한 인물. 특히 고객이 갑자기 찾아온 큰 병이나 치매 등이 생길 경우 병원비는 물론 요양비, 간병비, 생활비 등에 대해 은행에서 직접 비용 처리를 도와주도록 한 ‘하나 케어 트러스트(Care Trust)’는 2014년 특허출원 등을 통해 하나은행 내 혁신 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는 저서 <신탁의 시대가 온다>를 출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신탁의 시대가 온다>의 공동 저자이기도 한 박현정 팀장은 1993년에 하나은행에 처음 입사해 고객만족 최우수 직원으로 최다 선정된 베테랑 금융인이다. 이후 2017년 리빙트러스트센터에 PB로서 첫 발을 내딛은 그는 센터 내 최초의 보급형 유언대용신탁인 ‘가족배려신탁’을 론칭해 전 지점에 전파했고, 신탁컨설턴트 과정을 창설해 직원을 대상으로 신탁 교육을 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외에도 센터 내에는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부동산전문가 등이 포진돼 일사천리로 고객의 요구에 화답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4호(2019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