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노아 코카르 르그랑 그룹 CEO
[한경 머니=공인호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 국내 진출 20주년을 훌쩍 넘어선 프랑스 전기 회사 르그랑(Legrand)이 한국 시장에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향후 급격한 성장세가 기대되는 데이터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확대는 물론 사물인터넷(IoT) 경쟁력 강화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인공지능(AI)과 IoT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은 방대한 데이터를 핵심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21세기의 원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데이터 관련 산업의 발전 가능성과 그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업종을 막론하고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자체 데이터센터 설립에 발 벗고 나서는 것도 빅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을 방증하고 있다. 다만 이런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데이터센터 설립이 필수적이다.
프랑스 전기 회사 르그랑이 데이터 산업을 주목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데이터센터에는 방대한 정보를 저장하는 저장장치 외에도 원활한 운영을 지원하는 다양한 부대장치가 필요하다. 특히 대규모의 전기 공급이 필요해 에너지 효율성과 함께 정보 보안의 안정성이 센터 운영의 최우선 과제다.
르그랑은 본국 프랑스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 내에서의 성공적 안착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서도 데이터센터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데이터센터의 필수 설비인 랙(rack)과 전원배분기(Power Distribution Unit, PDU), 부스덕트(bus duct) 등을 한데 묶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한 패키지 솔루션도 선보였다.
르그랑 본사 차원에서도 한국 지사 지원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브노아 코카르(Benoit Coquart)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데다 그룹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다”며 “이번 방한을 한국 소비자들과의 긴밀한 소통의 기회로 활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코카르 CEO와의 일문일답.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브랜드입니다.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르그랑은 지난 1997년 한국 시장에 진출해 꽤 오랜 기간 역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프랑스계 전기 및 디지털 인프라 전문 회사입니다. 글로벌 매출은 대략 68억 유로(8조9000억 원)이며, 주거 및 산업용 빌딩뿐 아니라 데이터센터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죠. 프랑스 파리 증시인 CAC 40대 기업 중 하나이며, 전 세계 지속가능기업 100대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한국 내에서 다소 생소한 이유는 르그랑 제품이 다품종 소량 생산이기 때문으로 보이네요. 현재까지 한국 내 주력 상품은 전기 스위치로, 주요 건설사 등에 뛰어난 품질 및 디자인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의 경우 분명 리스크도 존재하지만 매년 10%가량 성장하고 있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도 놓칠 수 없는 시장입니다. 특히 올해부터는 데이터센터 신규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는 잘 알려진 제품인 만큼 한국 시장에서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의 경우 데이터 보안 등 안정성과 지속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르그랑 제품의 경우 한 번도 장애를 일으킨 사례가 없죠.”
실제 데이터센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나요.
“매우 밝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과거 르그랑은 주로 주거·상업용 빌딩 납품에 초점을 둬 왔습니다. 하지만 과거 1~2%에 불과했던 데이터센터 매출 비중이 지금은 10%대까지 크게 늘었죠. 특히 4차 산업혁명 등의 요인으로 AI나 빅데이터 등의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데, 그만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국내 업체뿐 아니라 아마존 웹 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IBM, 오라클, 에퀴닉스, 디지털리얼리티 등의 글로벌 기업들도 데이터센터를 신설하거나 사업 확장을 예고하고 있죠. 사실 세계 시장은 이미 데이터 시장이 활성화 단계에 있지만 한국의 경우 다소 미흡한 실정입니다. 하지만 향후 주목할 만한 나라로 한국이 꼽히고 있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입니다.”
유럽에서의 성장 스토리가 궁금하네요. 더불어 르그랑만의 경영 철학이 있다면.
“르그랑의 성장 전략은 크게 2개의 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인수·합병(M&A)입니다. 유럽 주요국의 중소형 기업들을 주로 인수해 왔는데, 현재는 미국을 비롯해 네덜란드, 인도, 싱가포르 등에서 규모를 확장해 가고 있습니다. 둘째는 자체적인 성장 전략인데 주로 연구·개발(R&D)이나 새로운 상품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 왔습니다. 특히 R&D 비중의 경우 총 수익의 5% 이상을 차지하는데 경쟁사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죠. 기술 개발을 위한 직무 훈련 및 적극적인 대고객 서비스가 자체 성장의 밑바탕이 돼 왔습니다.
그룹 차원의 경영 철학은 3가지입니다. 우선 전기를 다루는 기업이다 보니 ‘안전성’이 최우선 가치일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는 ‘소비자 중심 경영’인데, 특히 데이터센터의 경우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에너지 효율성은 물론 고품질, 합리적 가격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PDU와 무정전 전원 장치(UPS)가 그 대상이죠. 셋째는 ‘혁신’입니다. R&D 부문의 경우 고품질의 다양한 제품들을 내놓고 있는데 최근에는 기존 제품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엘리엇(Eliot) 프로그램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끝으로 향후 국내 투자 계획과 사회공헌 활동 계획을 밝혀주신다면.
“이미 한국에는 평택 공장과 세일즈서비스팀이 구성돼 있습니다. R&D센터를 비롯해 데이터센터 관련 설비 구축은 현재 추진 중인데, 추후 성장 규모에 따라 투자 여부도 결정할 계획입니다. 향후 1~2년 시장 동향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되겠죠.
그룹 사회공헌 활동은 3~4년 주기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산화탄소(CO2) 배출 절감의 경우 2019~2021년 목표는 7% 절감, 2030년까지는 13%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환경 문제뿐 아니라 직원들에 대한 직무 훈련, 성 소수자 및 여성 친화적 정책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그룹의 직원 채용 시 남녀 비중을 각각 5대5 정도로 맞추고 있죠. 수익성 기반의 사업만큼 사회공헌 활동 역시 기업의 지속 성장에 필수 요소로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들은 실제 리포트에 적시해 프랑스 정부에도 보고하고 있습니다. 한국 지사 역시 그룹 소속이기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매년 평가를 받고 있죠.”
브노아 코카르 CEO는…
지난 1997년 프랑스 파리정치대학(Institut d'Etudes Politiques de Paris) ESSEC 졸업 후 르그랑에 입사했다. 2010년 르그랑 그룹의 집행위원으로 발탁됐으며, 이후 투자 관련, 인수·합병(M&A) 및 전략개발팀 등 다양한 팀에서 리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2018년부터 그룹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해 오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3호(2019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