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축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이 은행권의 또 다른 격전지가 되고 있다. 투자자문 등의 일부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보조 수단을 넘어 아예 금융 전 영역을 아우르는 만능키로 개발하려는 대형 은행들의 물밑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금융권의 AI 개발 경쟁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최근 수년간 국내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증권, 보험사 등 상당수 금융사가 AI를 접목한 융합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해 왔다. 대중들에 익숙한 AI 투자자문 서비스인 ‘로보 어드바이저(robo-advisor)’를 비롯해 비대면 상담 서비스인 챗봇(chatbot) 등은 이미 우리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여기에 더해 일부 금융사는 아예 AI만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자회사를 별도로 설립하는가 하면, 국내 대형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 기술 개발 협업에 나서는 금융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AI 등 신기술이 금융을 지배하는 ‘테크핀(Tech-Fin) 시대를 앞둔 금융사들의 생존 전략’이라는 관전평이 가벼이 들리지 않는다.
신한금융, 금융권 첫 AI 전문 자회사 설립
국내 금융사 가운데 AI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곳으로는 신한금융지주가 꼽힌다. 신한금융은 지난 9월 ‘신한AI’를 공식 출범시키고 그룹의 16번째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국내 금융사 가운데 AI 기반 자회사를 별도로 둔 곳은 신한금융이 유일하다.
신한AI는 지난해 신한금융의 주요 자회사인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과 IBM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보물섬 프로젝트’를 모태로 하고 있는데, 신한금융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빅데이터를 활용한 AI 투자자문 분석 모델인 ‘네오(NEO=New+One Shinhan)’ 개발을 완료했다.
네오에는 IBM의 왓슨(Watson)을 비롯해 최신 AI 신기술이 적용됐으며, 지난 30여 년간 축적된 방대한 규모의 글로벌 금융시장 정보를 활용해 최적의 포트폴리오와 상품 추천 서비스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에 더해 향후에는 리스크 관리, 신용평가, 컴플라이언스 등 AI 적용 범위를 확대시키는 한편, 국내외 최고 수준의 외부 전문가 영입에도 적극 나선다는 복안이다. 신한AI에는 그룹 자회사에서 파견된 투자자문 인력을 비롯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및 AI 공학자 20여 명이 5대5 비율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현재 네오는 신한금융 그룹사를 대상으로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이르면 2020년 말 대외 비즈니스 및 글로벌 확장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AI 핵심 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기업들과의 업무 제휴는 물론 필요할 경우 인수·합병(M&A) 전략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KEB하나 ‘脫은행’…KB·우리 AI 협업 ‘박차’
신한금융이 AI 자회사 설립에 나서면서 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도 AI 전문 독립법인 설립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은행 역시 KB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을 모회사로 두고 있어 이사회 의결 및 금융당국 승인 등의 절차상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나금융의 경우 ‘탈(脫)은행’이 그룹 차원의 경영 전략이자 성장 로드맵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대형 ICT 기업들이 잇달아 금융업 진출에 나서면서 업종 간 경계가 모호해진 것도 원인이지만, 빅데이터 활용 능력이 곧 미래의 생존 가능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판단 아래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내비쳐 왔다. 이를 위해 하나금융은 향후 2~3년 내에 해외 데이터연구소 설립을 예고하고 있다. AI와 빅데이터가 금융권의 부수적 사업이 아닌 사활을 걸어야 하는 사업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와 별도로 지난해에는 그룹 내 정보기술(IT) 전문 자회사인 하나금융티아이 산하에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을 사내 독립기업(CIC) 형태로 신설한 바 있다. 이 연구소에는 석·박사급 연구원 40여 명이 AI 및 빅데이터는 물론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신기술에 대한 선행 연구 및 금융 분야 사업 발굴을 전담하고 있다.
AI 기술 개발을 위한 이종 협력 사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4월 그룹이 보유 중인 클라우드 플랫폼 클레온(CLAYON)’ 신기술과 네이버의 AI 기술인 ‘클로바(Clova)’를 활용한 AI 기술 제휴를 체결했으며, AI 분야에서의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글로벌 ICT 기업들과 함께 ‘AI 경진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AI 기술을 결합한 금융상품 및 서비스 개발을 위해 지난 4월 네이버 라인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으며, 이후 7월에는 AI 기반의 신용평가 모형을 우리은행 베트남 영업점에 적용하기도 했다. 향후에는 우리은행이 진출해 있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의 리테일 영업에도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IBK기업은행은 지난 8월부터 AI를 활용해 보이스피싱(금융사기 전화)을 실시간으로 차단하는 ‘IBK피싱스톱’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한 바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3호(2019년 10월) 기사입니다.]
국내 금융권의 AI 개발 경쟁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최근 수년간 국내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증권, 보험사 등 상당수 금융사가 AI를 접목한 융합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해 왔다. 대중들에 익숙한 AI 투자자문 서비스인 ‘로보 어드바이저(robo-advisor)’를 비롯해 비대면 상담 서비스인 챗봇(chatbot) 등은 이미 우리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여기에 더해 일부 금융사는 아예 AI만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자회사를 별도로 설립하는가 하면, 국내 대형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 기술 개발 협업에 나서는 금융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AI 등 신기술이 금융을 지배하는 ‘테크핀(Tech-Fin) 시대를 앞둔 금융사들의 생존 전략’이라는 관전평이 가벼이 들리지 않는다.
신한금융, 금융권 첫 AI 전문 자회사 설립
국내 금융사 가운데 AI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곳으로는 신한금융지주가 꼽힌다. 신한금융은 지난 9월 ‘신한AI’를 공식 출범시키고 그룹의 16번째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국내 금융사 가운데 AI 기반 자회사를 별도로 둔 곳은 신한금융이 유일하다.
신한AI는 지난해 신한금융의 주요 자회사인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과 IBM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보물섬 프로젝트’를 모태로 하고 있는데, 신한금융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빅데이터를 활용한 AI 투자자문 분석 모델인 ‘네오(NEO=New+One Shinhan)’ 개발을 완료했다.
네오에는 IBM의 왓슨(Watson)을 비롯해 최신 AI 신기술이 적용됐으며, 지난 30여 년간 축적된 방대한 규모의 글로벌 금융시장 정보를 활용해 최적의 포트폴리오와 상품 추천 서비스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에 더해 향후에는 리스크 관리, 신용평가, 컴플라이언스 등 AI 적용 범위를 확대시키는 한편, 국내외 최고 수준의 외부 전문가 영입에도 적극 나선다는 복안이다. 신한AI에는 그룹 자회사에서 파견된 투자자문 인력을 비롯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및 AI 공학자 20여 명이 5대5 비율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현재 네오는 신한금융 그룹사를 대상으로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이르면 2020년 말 대외 비즈니스 및 글로벌 확장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AI 핵심 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기업들과의 업무 제휴는 물론 필요할 경우 인수·합병(M&A) 전략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KEB하나 ‘脫은행’…KB·우리 AI 협업 ‘박차’
신한금융이 AI 자회사 설립에 나서면서 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도 AI 전문 독립법인 설립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은행 역시 KB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을 모회사로 두고 있어 이사회 의결 및 금융당국 승인 등의 절차상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나금융의 경우 ‘탈(脫)은행’이 그룹 차원의 경영 전략이자 성장 로드맵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대형 ICT 기업들이 잇달아 금융업 진출에 나서면서 업종 간 경계가 모호해진 것도 원인이지만, 빅데이터 활용 능력이 곧 미래의 생존 가능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판단 아래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내비쳐 왔다. 이를 위해 하나금융은 향후 2~3년 내에 해외 데이터연구소 설립을 예고하고 있다. AI와 빅데이터가 금융권의 부수적 사업이 아닌 사활을 걸어야 하는 사업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와 별도로 지난해에는 그룹 내 정보기술(IT) 전문 자회사인 하나금융티아이 산하에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을 사내 독립기업(CIC) 형태로 신설한 바 있다. 이 연구소에는 석·박사급 연구원 40여 명이 AI 및 빅데이터는 물론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신기술에 대한 선행 연구 및 금융 분야 사업 발굴을 전담하고 있다.
AI 기술 개발을 위한 이종 협력 사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4월 그룹이 보유 중인 클라우드 플랫폼 클레온(CLAYON)’ 신기술과 네이버의 AI 기술인 ‘클로바(Clova)’를 활용한 AI 기술 제휴를 체결했으며, AI 분야에서의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글로벌 ICT 기업들과 함께 ‘AI 경진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AI 기술을 결합한 금융상품 및 서비스 개발을 위해 지난 4월 네이버 라인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으며, 이후 7월에는 AI 기반의 신용평가 모형을 우리은행 베트남 영업점에 적용하기도 했다. 향후에는 우리은행이 진출해 있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의 리테일 영업에도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IBK기업은행은 지난 8월부터 AI를 활용해 보이스피싱(금융사기 전화)을 실시간으로 차단하는 ‘IBK피싱스톱’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한 바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3호(2019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