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옥 WM전략본부장 “IB-WM-카뱅 연계 시너지 극대화”

[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4년간 꾸준히 추진해 온 화이트라벨링(white labeling) 사업이 투자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투의 탁월한 리서치 경쟁력과 국내외 투자 자산 발굴 능력의 조합으로 탄생한 결과물이다. 극심한 시장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한투 자산관리(WM) 사업의 성장세가 꺾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존재감은 단연 투자금융(IB) 부문에서 빛을 발해 왔다. 올 상반기에도 IB 부문이 미래에셋대우를 제치고 1등 증권사 입지를 공고히 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렇다고 한투가 IB에만 강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리테일 분야의 핵심인 WM 부문 역시 업계 선두권에서 경쟁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한투는 IB의 강점을 십분 활용해 WM 사업과의 연계에 적극 나서고 있다. IB 부문에서 주선하는 인수·합병(M&A) 딜에 참여하는 형태의 인수금융 상품을 출시해 WM 고객들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한투 WM 부문은 IB 외에도 한국금융지주 산하 계열사들과 긴밀한 협업에 나서며 시너지 극대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향후에는 전략적 협력 관계에 있는 카카오뱅크와의 협업에도 시동을 건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한투의 WM 방향성은 박원옥 WM전략본부장(전무) 총괄하에서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박 본부장은 지난 1989년 옛 한국투자신탁 입사 이후 오랜 기간 리테일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온 국내 최고의 실무형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2015년 서울 여의도 본점 발령 이후 5년 가까이 WM본부를 이끌어 왔으며, 임기 중 한투를 국내 최고의 자산관리 명가로 키워내겠다는 복안이다. 다음은 박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경쟁사와 비교해 오랜 기간 WM 사업을 이끌어오셨는데 그간의 소회와 성과가 궁금하네요.
“한투의 리테일 사업은 2015년에 큰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당시 대다수 증권사들이 주식 매매에만 전념했는데, 한투는 브로커리지 수익 중심의 관행을 버리고 종합자산관리로 사업 방향을 바꾸는 리테일 패러다임의 변화를 추진했죠. 고객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자산관리 역량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입니다. 이후 고객 수익률 제고를 위해 무엇보다 우수한 상품 제공에 초점을 뒀고, 한국금융지주 계열사인 한투운용과 밸류운용 등 전문 운용사 외에도 각 업계에서 최고 회사인 한국투자저축은행, 한국투자파트너스와 우수한 시너지 상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왔습니다. 한투증권 내 IB본부, 프로젝트본부 등 딜소싱 부서들과도 협업을 통해 해외 부동산 펀드, 프리 IPO(Pre-IPO) 펀드 등 다양한 시너지 상품을 제공해 왔는데, 덕분에 매년 13% 개인 자산 증대라는 업권 내 최고 실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향후 이런 기조를 더욱 가속화하기 위해 평가, 성과급 등 전반적인 리테일 제도 변경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수십 년 영업현장에서 경력을 쌓아 온 실무형 전문가로서 자신만의 WM 철학이 있다면.
“한투 입사 이후 오랜 기간 리테일 분야에서 WM 업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지점장과 지역본부장 시절 역시 WM 업무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죠. 30년 이상을 리테일 업무를 담당하면서 갖게 된 소신은 항상 고객 중심에서 ‘선량한 관리자’로서 의무를 다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고객이 증권사를 찾는 이유는 첫째도, 둘째도 ‘수익률’이죠. 최근 수년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은행 상품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떨어졌는데, 갈수록 WM에 대한 고객 니즈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한투 WM본부는 철저하게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객의 투자 목적, 투자 경험 등을 고려해 최적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리밸런싱 등의 철저한 사후관리 수행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죠.”

WM 사업 역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차별성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투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한투 WM의 최대 강점은 IB 부문과의 연계 시너지가 아닐까 싶네요. 한투는 WM과 IB 부서 간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경쟁력 있는 상품을 꾸준히 출시해 왔습니다. 지난 2015년부터는 계열사이자 국내 최고의 벤처캐피털인 ‘한국투자파트너스’와 협업해 중소기업창투신탁을 출시해 왔는데, 개인투자자들의 벤처투자 니즈를 충족시키는 한편 성과도 우수한 편입니다.
이외에도 국내 최고의 기업공개(IPO) 하우스 역량을 기반으로 비상장 주식 등에 투자하는 프리 IPO와 메자닌 신탁 등 매력적인 투자 상품을 다양하게 제공해 왔죠. 한투 IB에서 주선하는 M&A 딜과 관련된 인수금융 상품을 출시해 전문 투자기관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에게 공급한 전례도 있습니다. 최근 디지털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자 고안된 ‘데이트(Date)’ 역시 한투만의 강점이 아닐까 싶네요. 데이트는 디지털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고안된 맞춤형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지난해 전 영업직원들에게 지급했습니다. 신규 고객 상담 이후 곧바로 가망 고객으로 등록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신규 계좌 개설 기능까지 지원해 외부 영업활동뿐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고객을 케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죠. 현재는 지점 내외부망 분리 기술을 적용해 내점 고객의 경우 직원 상담에서 계좌 개설, 상품 판매로 이어지는 원스톱(one-stop) 기능까지 탑재됐습니다. 향후 영업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예정이며, 모바일 환경에 익숙지 않은 고객층까지도 아우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카카오뱅크를 통해 모객에 성공한 사례가 있는데 WM 사업과의 연계 계획은 있나요.
“최근 금융환경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거대한 변화에 직면했습니다. 특히 핀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로 영역 파괴가 본격화되고 있고 경쟁 강도도 날로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뱅크를 통해 확보된 고객의 경우 당장은 주식 매매가 주된 목적이지만, 향후에는 온라인 자산관리 영역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혀 갈 계획입니다. 다만 이들 고객군이 20~30대의 젊은 층임을 감안해 좀 더 세밀한 고객 데이터 분석은 필요해 보이네요. 이를테면 투자자산 규모, 투자 성향, 투자 목표와 기간 등에 대한 정보 분석이 선행돼야 합니다. 아울러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 확장을 위해 전 생애 관점에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주는 솔루션과 핀테크 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간편송금·결제와 같은 부가서비스를 접목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화이트라벨링 등 해외 투자처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현재 개발 중인 유망 상품이 있다면.
“실제 해외 주식은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나 MAGA(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애플)로 대변되는 미국 혁신 기업의 차별적 상승 랠리로 큰 관심을 받아 왔습니다. 국내에서도 해외 주식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이른바 ‘직구 시대’에 접어들었죠. 이런 환경에서는 좀 더 차별화된 가치가 필요합니다. 해외 리서치 확대를 통한 컨설팅 서비스는 기본, 과거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솔루션(solution)형 상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습니다. 전문성 높은 해외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상품을 단독으로 제공하는 화이트라벨링 펀드, 직접 투자할 수 없는 실물에 투자할 기회를 제공하는 해외 부동산 펀드, 글로벌 시장에 투자하는 해외 주식 랩어카운트가 대표적이죠. 특히 랩어카운트는 해외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해 분류과세가 적용되고, 환전·매매 수수료가 직접투자 대비 저렴해 시장 상황과 트렌드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어 해외 주식투자에 가장 적합한 투자 수단 중 하나입니다. 올해 한투가 출시한 ‘한국투자미국포스트유니콘랩’의 경우 유니콘기업에 투자하고 싶지만 종목 분석, 매매에 어려움을 느끼는 고객들에게 어필하며 단기간에 성황리에 판매되기도 했죠. 또한 미국뿐 아니라 일본, 영국 등 글로벌 시장에 투자하며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헤지하는 ‘한국투자글로벌스펙트럼랩’도 7월 출시 이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에는 글로벌 시장의 고배당 인컴 자산에 대한 분석을 통해 매월 달러(USD)를 지급하는 ‘USD월지급식 랩’이나 소액으로 실물자산 투자 효과를 올릴 수 있는 ‘글로벌 리츠 랩’ 상품 출시도 검토 중입니다.”

WM본부 내에 법인영업부가 신설됐습니다. 패밀리 오피스 등에서 가시적 성과가 있었다면.
“지난 2월 법인을 위한 맞춤형 자산관리와 함께 IPO, 채권 발행, 유상증자 등 자금조달 지원까지 원스톱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센터를 오픈했습니다. 기존 법인 영업과의 차별점을 들자면 가업 및 경영 승계 전략 수립 및 대주주,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핵심이죠. 기업의 WM 니즈 발생 시 개별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맞춤형 승계 계획을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올해 오픈한 만큼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적시적이고 특화된 컨설팅 지원을 통해 가시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시장 불확실성이 자산가들의 투자 패턴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최근 WM 트렌드를 짚어주신다면.
“최근 WM 시장은 해외 부동산과 사모펀드의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대체투자 상품에 대한 고객 니즈가 확대된 영향이죠. 특히 국내보다는 해외 부동산 펀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데, 주요국 도시의 핵심 지역 및 인접 지역 등의 우량 임차인이 임차한 오피스, 물류센터 등에 투자하는 공모 실물부동산 펀드가 인기입니다. 벨기에, 암스테르담 등 유럽 오피스 부동산 펀드와 아마존 물류센터 부동산 펀드 등이 대표적이죠. 더불어 공모펀드가 정체되고 사모펀드가 급성장 중인데, 이는 운용 규제가 적고 다양한 전략 구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한국형 헤지펀드도 다양한 운용 전략과 양호한 성과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에 나서며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죠. 다만, 펀드나 운용사를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와 함께 사후관리에 대한 니즈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연초 이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자금이 유출되고 있는 반면, 국내외 채권형 펀드에 대한 관심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죠. 최근 타깃데이트펀드(Target Date Fund, TDF)에 대한 높은 관심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증시 급락 등으로 노후에 불안을 느낀 고객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자동 자산 배분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고, 여기에 고령화가 진행되며 은퇴 이후 자산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빠른 속도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반기 WM 고객들을 위한 시장 전망 및 투자 상품에 관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우선 미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해 주요 중앙은행들이 비둘기적 통화정책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인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장단기 금리 차(미국채 10년물-2년물) 역전 현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되고, 미·중 무역분쟁, 한·일 외교갈등 등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은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죠. 이런 상황에서는 채권 및 대체투자 등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위한 인컴 추구 전략이 유효하다는 판단입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채권형 펀드의 자금 유입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공통 현상이죠. 국내 채권의 경우 금리 인하 사이클에 맞춰 듀레이션을 보다 길게 가져가고 우량 회사채 위주로 투자해 리스크 관리 및 크레디트 이벤트 이슈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해외 채권은 수익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등급채권을 중심으로 신용등급별 채권에 분산투자를 하는 상품을 추천하고 싶네요. 배당형 대체투자 상품의 경우 국내보다는 해외 실물부동산에 역점을 두고 매각차익보다 현금흐름의 안정성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국내 부동산의 경우 지방보다는 수도권, 우수 시공사, 책임 준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에 선별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또 글로벌 리츠는 국채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수익률이 매력적인데 헬스케어, 데이터센터, 최첨단 물류센터 등 과거 전통적인 부동산 섹터 외에 신규 성장하는 부동산 섹터가 장기적으로 높은 성과가 기대됩니다. 중위험·중수익을 원한다면 주가연계증권(ELS)이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수단입니다. 기초자산의 변동성 하락으로 쿠폰은 하향 추세이나, 변동성 장세에도 수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다만 최근 기초자산 변동성 확대로 손실 가능성이 부각된 파생결합증권(DLS)이나 개별 종목이 포함된 ELS보다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인덱스형 ELS를 추천합니다.”

끝으로 본부장님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오랜 기간 리테일 시장에서 근무한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점은 3가지 정도입니다. 무엇보다 우선은 ‘고객’이겠죠. 증권사는 자산관리라는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증권맨에게 고객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고객이 왜 우리와 거래하는지, 항상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선량한 관리자로서 정도 영업을 다해줄 것을 당부하고 싶네요. 둘째는 자기계발입니다. 급변하는 환경만큼 금융상품도 더욱 다양해지고 글로벌화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국 시장과 한국 기업만 알아서는 고객의 자산관리 니즈에 절대 부합할 수 없는 거죠. 따라서 체계적이고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해 자산관리의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건강관리를 당부하고 싶네요. 저를 비롯해 모든 증권맨들은 높은 집중도를 요하는 자산관리 상담은 물론, 하루하루 시장과 씨름하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심각한 스트레스에 노출되기도 하죠. 업무도 물론 중요하지만 항상 정신과 육체를 단련할 수 있는 ‘진짜 프로’가 되길 당부합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2호(2019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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