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기충전, 이색 ‘보양열전’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어느새 폭염의 횡포도 지나가고 선선한 초가을이 코끝에 다가왔다. 집 나갔던 입맛도 돌아오는 가을, 지친 당신의 원기를 충전시켜줄 이색 음식들을 소개한다.
늘 똑같은 보양식에 싫증을 느낀다면 이번 기회에 새로운 음식들을 맛보는 건 어떨까. 사진 및 도움말 각국 관광청


세비체 & 퀴노아 솔테리토
페루, 다양한 지형·기후 식재료의 만남

[1, 2 생선살이나 오징어, 새우, 조개, 야채 등을 얇게 잘게 다진 세비체. 3 퀴노아 솔테리토.
4, 5 콩, 양파, 치즈, 올리브, 감자와 함께 올리브오일로 버무리는 퀴노아 솔테리토. 출처:페루관광청]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그곳 페루. 그런 열망을 방증하듯 수년째 각종 미디어를 통해 페루에 대한 여행 정보가 쏟아지고, 페루를 방문하는 한국인들의 수도 매해 증가하는 추세다. 흔히, 페루 하면 마추픽추(Machu Picchu)나 귀여운 라마를 떠올릴 터. 하지만 페루의 진면목은 음식에서도 빛을 발한다.

페루는 전 세계 미식가들에게 사랑받는 여행지로, 세계 4·5·6위 레스토랑을 보유할 정도로 미식 국가다. 특히, 다양한 지형과 기후에서 비롯된 식재료와 이민자가 정착해 만든 다국적 미식 문화가 만나 페루만의 독창적인 음식 문화를 선보이고 있다. 그중 세비체(Ceviche)와 퀴노아 솔테리토(Quinoa Solterito)는 페루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즐겨 먹는 보양음식 중 하나다.

세비체는 페루의 가장 대표적인 요리로 시장, 음식점, 길거리 등 어디서나 흔하게 만나볼 수 있다. 생선살이나 오징어, 새우, 조개 등을 얇게 잘라서 레몬즙이나 라임즙에 재운 후 잘게 다진 채소와 함께 소스를 뿌려 차갑게 내는데, 새콤하고 시원해 더운 날씨에 제격이다. 세비체는 비타민C가 풍부해 면역력과 원기회복에 좋다.

퀴노아 솔테리토는 슈퍼푸드 퀴노아에 콩, 양파, 치즈, 올리브, 감자와 함께 올리브오일과 레몬즙을 곁들여 먹는 샐러드를 말한다. 퀴노아는 고대 잉카문명 시절부터 재배된 고단백·고영양 식품으로 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 지역에서 주로 생산된다. 잉카 언어로 ‘곡물의 어머니’라는 뜻을 가진 퀴노아는 흰색, 붉은색, 갈색, 검은색 등의 색상을 가지고 있다.

특히 ‘레드 퀴노아’로 불리는 붉은색 퀴노아는 다른 종류의 퀴노아에 비해 단백질과 칼슘 함량이 더 높은 편이다. 퀴노아는 평균 16~20% 정도가 단백질로 구성돼 있을 만큼 고단백 식품으로 고대 인디오들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자 기력을 회복하기 위한 보양식으로 사용됐다.

칠비르 & 정어리와 아티초크 요리
터키, 지중해 대표 스태미나 음식

[1 수란에 요거트를 곁들여 먹는 칠비르. 2 쌀과 올리브오일을 섞어 만드는 아티초크. 3. 건포도 나뭇잎으로 감싼 페루 대표적인 보양식 정어리 요리. 출처 : 터키관광청]
터키는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잇는 나라로 문화유산,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독특한 문화가 만들어낸 미식 등 다양한 관광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터키는 지역별로 특성이 뚜렷하고 비옥한 토지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과일과 채소, 국토 삼면에 위치한 바다에서 잡히는 풍부한 해산물을 바탕으로 중앙아시아부터 유럽까지 광대한 영토를 지녔던 역사로 다양한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런 터키인들이 즐겨 먹는 보양음식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첫 번째 추천 음식은 칠비르(Çılbır)다. 칠비르는 15세기부터 터키에서 먹기 시작한 수란에 요거트를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주 재료는 달걀, 요거트, 으깬 마늘, 올리브오일에 알페포 고추를 넣어 만든 고추기름, 파프리카 가루다. 칼슘과 미네랄이 풍부한 요거트를 비롯한 올리브오일과 마늘은 지중해 식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태미나 재료 중 하나다.

칠비르는 오스만제국의 술탄들이 건강을 위해 챙겨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터키인의 건강을 책임지는 음식이다. 포도 나뭇잎으로 감싼 정어리 요리(Sardines in Vine Leaves)도 대표적인 보양식이다. 터키의 북에게해와 마르마라해 근처에는 정어리가 많이 잡혀 정어리 요리가 발달했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정어리 요리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고 혈압을 낮추는 데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있어 심장병 예방에 좋다. 포도 나뭇잎으로 감싼 정어리 요리는 정어리에 소금을 뿌려 약 15분 동안 재어 놓은 다음 올리브오일과 후추로 맛을 내고, 포도 나뭇잎으로 정어리를 감싸 오븐에서 30분 동안 조리하면 된다. 아티초크(Atichokes) 요리도 이색적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아티초크는 꽃의 꽃봉오리 부분으로 단백질, 비타민A·C, 칼슘, 철, 인 등이 함유돼 있어 약용으로 많이 이용한다. 올리브오일에 콩, 당근, 양파, 감자 등을 잘게 썰어 볶아 아티초크에 넣어 아티초크가 뭉근해질 때까지 끓이는 엥기나(Enginar)부터 신선한 콩을 으깨 만든 퓌레를 넣어 오븐에 구운 요리, 쌀과 올리브오일을 섞어 아티초크 속을 채운 요리까지 터키에는 다양한 형태의 아티초크 요리가 있다.

쥐르허 게쉬넷첼테스
스위스, 고단백질 미식 요리

[1, 2 스위스 대표적인 요리 쥐르허 게쉬넷첼테스. 출처:스위스정부관광청]
스위스 하면 으레 ‘퐁뒤(fondue)’나 ‘라클렛(raclette)’ 같은 치즈 요리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특별한 재료를 사용해 미식적인 감각을 듬뿍 담아내는 요리도 많다. 그중 대표적인 요리가 쥐르허 게쉬넷첼테스(Zürcher Geschnetzeltes)다. 작게 썬 송아지 고기에 크림소스와 버섯을 섞어서 익힌 이 요리는 취리히의 정치인들이나 특별한 날을 기념하려는 연인들이 즐겨 찾는 메뉴이자, 취리히의 대표적인 향토 요리이기도 하다. 취리히 스타일 송아지 고기(Zurich Style Veal)라고도 불린다.

부드러운 식감은 물론, 고단백질 요리라 원기회복에도 그만이다. 14세기부터 18세기까지 취리히를 장악하고 있던 길드들의 건물인 길드홀이 현재 레스토랑으로 개조돼 이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춘프트하우스 주르 짐머로이텐(Zunfthaus zur Zimmerleuten)이나 춘프트하우스 주르 바그(Zunfthaus zur Waag) 같은 화려한 길드홀에서 정찬을 즐겨볼 만하다.

불랄로 & 고또
필리핀, 휴양과 함께하는 보양음식

[1 필리핀식 ‘죽’ 고또. 2 갈비탕 혹은 곰탕과 비슷한 필리핀의 전통 보양음식 불랄로. 출처: 필리핀관광청]
고온다습한 아열대성 기후를 가진 필리핀에서는 지친 몸을 보충하기 위해 다양한 음식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불랄로(Bulalo)와 고또(Goto)다. 불랄로는 갈비탕 혹은 곰탕과 비슷한 필리핀의 전통 보양음식으로, 맑은 국물을 기본으로 한다. 소의 정강이뼈와 사골뼈를 푹 우려 만든 음식으로 한국식 곰탕보다 조금 더 기름진 국물이 특징이다.

필리핀의 남부 루존 지역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진 불랄로는 다양한 야채를 함께 끓여 다채롭고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소금 대신 피시 소스로 간을 해 뜨거운 날씨에 흘린 땀과 함께 배출된 염분을 효과적으로 보충한다. 고또는 더운 여름에 입맛이 없을 때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필리핀식 ‘죽’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필리핀 현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보양음식이며 컨디션 난조로 몸을 회복시킬 때 섭취하는 고단백 음식이기도 하다. 고또는 소나 돼지의 내장을 쌀과 함께 푹 끓이는데, 손님의 취향에 따라 달걀을 추가해 고또의 고소한 풍미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수박페타치즈 샐러드
이집트, 수분과 염분을 동시에

[수박페타치즈 샐러드. 출처: 이집트정부관광청 한국대표사무소]
수박의 원산지는 아프리카로 기원전 2000여 년경 고대 이집트 시대에 처음으로 경작되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상형문자로 남아 있다. 이집트 왕들의 무덤에서 그들의 사후 세계를 위한 음식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뜨거운 사막 지역에서 수박에 함유된 많은 물과 달콤한 맛 덕분에 특히 더운 여름에 이집트인들은 수박을 즐겨 먹는데, 짭짤한 페타 치즈와 함께 먹는 것을 추천한다. 이 밖에도 이집트에서는 귀한 손님이 오면 해주는 요리가 있는데, 닭 대신에 비둘기를 이용한 ‘하맘 마흐쉬(Hamam Mahshi)’다. 식용 비둘기 뱃속에 쌀과 각종 양념을 채우고 찐 요리로 사막 지형이 많은 이집트에서 강한 햇볕을 견디는 데 힘이 돼주는 고영양·고단백 요리로 사랑받고 있다.

이스라엘식 조식 & 비건
균형잡힌 식습관이 보약, 이스라엘

[이스라엘식 토마토 샐러드 & 이스라엘식 조식. 출처:이스라엘관광청]
제아무리 좋은 보양식이라도 한국인의 힘은 역시 밥심이 아닐까. 이는 건강한 식습관이 생활 곳곳에 밴 이스라엘의 식문화와도 맞닿아 있다. 사실 이스라엘에는 특별히 챙겨 먹는 보양식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보양식 대신 평소에 균형 잡힌 식습관을 통해 건강을 유지한다고. 블룸버그가 발표한 ‘2019년 세계 건강국가 지수’에서 10위를 차지한 이스라엘은, 워싱턴대에서 발표한 ‘식습관 관련 사망률이 가장 낮은 국가조사(Lowest rate of diet-related deathsworldwide)’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 근간에는 풍족한 이스라엘식 조식과 비건의 생활화가 있다. 이스라엘 전통 아침식사 뷔페를 맛본 사람들은 곡물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갓 구운 맛있는 빵들과 다양한 치즈, 죽, 야채샐러드와 생선 등 끝없이 나오는 음식들로 여러 가지 따스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 이스라엘 음식이 맛있는 것은 신선한 식재료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매일 갓 딴 신선한 제철 재료들을 식탁에서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며, 아침을 배불리 먹는 습관이 이스라엘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한 이스라엘의 전체 인구 중 5%가 채식주의자이며, 그중 20만 명이 ‘채식주의자의 천국’으로 불리는 텔아비브에 살고 있는데, 텔아비브에는 400여 개가 넘는 비건 친화적인 식당이 있고, 도시의 거의 모든 식당에 비건 옵션이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2호(2019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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