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이용 파트너·박동수 공인회계사 삼일회계법인 상속증여전문팀]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상속 시 승계받은 유산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으로 피상속인 소유의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순자산을 기준으로 부과하게 된다. 꼼꼼히 챙긴 채무가 상속세 절약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상속세의 크기는 기본적으로 상속재산가액과 승계받은 채무액의 크기에 큰 영향을 받는 구조로 돼 있다. 이 중 채무는 상속세 계산 시 한도 없이 전액 공제되는 중요한 공제 항목으로 세무당국과의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사전에 공제받을 수 있는 채무의 범위를 명확히 알아 두면 상속세를 절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공제 가능 채무의 요건은?
상속세 계산 시 공제받을 수 있는 ‘채무’는 명칭 여하에 관계없이 상속 개시 당시 피상속인이 부담해야 할 확정된 채무로서 공과금 이외의 모든 부채를 말한다. 채무가 상속재산에서 공제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상속개시일 현재 현존하는 확정된 채무여야 한다. 상속 개시 당시에 종국적으로 부담할 것이 확실한 채무만이 공제될 수 있다. 따라서 피상속인이 영위하던 사업과 관련해 상속일 이후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부담하게 되는 채무는 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나, 상속 개시 당시 소송 중이던 채무가 상속 개시 후 확정되는 경우에는 공제가 가능하다.
둘째, 상속개시일 현재 피상속인의 채무로서 상속인이 실제로 부담한 것이어야 한다. 상속에 의해 채무 이행의 의무가 상속인들에게 실질적으로 승계돼야만 하는 것으로, 구상권의 행사 등으로 인해 상속인들이 실질적으로 부담하지 않는 채무는 공제받을 수 없다.
셋째, 상속개시일 전 10년(5년) 이내에 발생한 증여채무가 아니어야 한다. 증여채무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증여 계약을 체결했으나, 상속개시일까지 증여가 안 돼 부담하게 되는 채무로, 이를 그대로 공제해준다면 사전증여를 통한 상속세 탈루가 가능해지므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제 가능 채무의 주요 사례는?
구체적으로 공제 가능한 채무의 범위에 대한 사례를 살펴보면, 통상적으로 금융 회사 등으로부터 차입을 하는 경우 차입금 원금은 당연 공제가 가능하고, 상속개시일까지 발생한 미지급 이자도 공제가 가능하다.
보증채무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는 공제 가능한 채무로 보지 않으나, 주채무자가 변제 불능의 상태로서 상속인이 주채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금액은 공제가 가능하다. 피상속인이 연대채무자인 경우 피상속인의 부담분에 상당하는 금액에 한해 공제할 수 있으며, 불가피하게 피상속인이 전액 채무를 부담하고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전액 공제가 가능하다.
다만, 주채무자가 변제 불능 상태인지 여부의 판단은 채무자의 잔여 재산 상태, 사업의 파산, 부도 등의 상황을 통해 종합적으로 사실 판단을 할 사항이다. 피상속인의 부동산에 대한 임대보증금도 채무로 공제가 가능하다. 이때 피상속인이 건물과 토지를 모두 소유한 경우에는 임대보증금 전액이 공제 가능하나, 건물과 토지의 소유자가 다른 경우에는 실지 임대차 계약 내용에 따라 임대보증금의 귀속을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건물소유자만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경우 해당 임대보증금은 건물소유자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보아 피상속인에 해당하는 부분만 공제가 가능하다. 피상속인이 생전에 사업을 영위한 경우 사업상 고용한 사용인의 상속개시일까지의 퇴직금 상당액도 채무에 해당하므로 ‘근로기준법’상 지급 의무가 발생한 금액까지는 공제가 가능하다.
적절한 채무 계획 세워야
실제 상속이 발생했을 때 공제받을 수 있는 채무를 빠짐없이 공제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채무 계획을 세워 둔다면 상속세를 절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임대 중인 부동산을 상속받는 경우 임대보증금은 상속세 계산 시 전액 공제받을 수 있으므로 상속이 예상되는 경우 사전에 월세보다는 임대보증금 비중을 높여 놓으면 채무로 공제받을 수 있는 금액이 많아져 상속세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피상속인을 위해 지출되는 각종 비용들은 가급적 피상속인의 재산으로 납부되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 특히 피상속인이 사망 직전에 장기간 입원을 한 경우에는 병원비 부담액이 크게 발생하게 되는데, 이 비용을 피상속인의 재산으로 납부한다면 전액 공제가 가능하지만 상속인이 대신 부담했을 경우에는 공제되는 금액이 없어 상속세 측면에서 불리하게 된다.
상속세를 계산할 때 사전증여재산은 증여 당시의 가액으로 평가된다는 점을 고려해 사전에 부동산가액이 낮은 시점에 증여해 상속세 부담액을 낮추는 방법이 있는데, 이는 이미 잘 알려진 절세 방법 중 하나다.
이 경우에도 부동산에 대한 임대보증금 등의 채무를 부담부증여를 통해 증여세를 절감하는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을지, 혹은 향후 상속 시 채무로 공제받아 상속세를 절감하는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을지 비교해보고 유리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세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공제받은 채무 관련 유의사항은?
상속세 신고 실무를 진행하다 보면 채무의 경우 가공 채무계약서를 작성해 상속세를 탈루하려는 경우가 종종 존재하고, 사실관계 파악에 있어서도 납세자와 과세관청 사이에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곤 한다. 따라서 세법에서는 공제받은 채무에 대한 입증 책임을 납세의무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으며 입증할 수 있는 채무만이 공제될 수 있으니 관련된 증빙들을 철저히 구비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세법상 추정상속재산과 관련된 규정도 유의해야 한다. 피상속인이 부담한 채무를 합친 금액이 상속개시일로부터 1년 이내에 2억 원 이상이거나 2년 이내에 5억 원 이상인 경우에 있어서 그 사용처를 명확히 소명하지 못한다면 이를 추정상속재산으로 보아 상속세가 부과되니 이를 감안해 채무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2호(2019년 0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