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미화 신한은행 WM그룹장 “신사업 TF 가동…WM 사업 차별화 확대”
입력 2019-07-25 14:20:46
수정 2019-07-25 14:20:46
[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국내 자산관리(WM)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은 물론 증권, 보험사들도 WM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내세우며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는 상황. 그동안 WM 시장의 선봉장 역할을 해 온 신한은행이 ‘초(超)격차’를 내세우게 된 배경이다.
올 들어 신한은행의 WM그룹은 크고 작은 변화를 맞고 있다. 올 초 그룹 WM 사업을 총괄하는 요직에 국내 1세대 여성 프라이빗뱅커(PB) 출신인 왕미화 부행장이 전격 발탁된 데 이어, 최근에는 그간 공석이었던 WM본부장 자리에 고액 자산관리 및 WM 사업 기획에 특화된 인물인 이재근 본부장이 임명됐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WM그룹 산하 WM기획실에 신규 사업을 발굴하는 태스크포스(TF)가 설치됐다는 점이다. 이는 WM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상품과 서비스는 물론 WM 조직 구성에서조차 각 사별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은행과 증권 서비스를 결합한 복합금융점포나 자산군별 채널 세분화 전략은 신한은행이 처음 도입했지만, 현재는 대다수 금융사들이 유사한 형태로 WM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왕 그룹장의 전임이었던 이창구 현 신한BNPP운용 대표도 ‘넥스트(Next) 신한PWM’을 임기 중 모토로 내세우며, WM 사업 차별화에 각별한 공을 들이기도 했다. 지난 6월 신한은행의 주력 해외 진출국인 베트남에 ‘푸미흥 PWM센터’를 설립한 것도 WM 사업 확장의 새 이정표로 해석할 수 있다. 왕 그룹장은 “현재 TF가 진행 중이지만 신한PWM이 시장 선도적 위치에 있는 만큼 획기적 방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경쟁사들의 ‘미투(Me too)’는 WM 시장이 고객 중심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그의 집무실에는 그룹의 WM 사업 현황을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는 액정표시장치(LCD) 상황판이 비치돼 있다. 상황판에는 전국의 복합점포와 PWM센터별 수익 현황은 물론, 금융상품별 판매 추이, 잔고 현황, 법인 및 고자산 고객들의 신규·이탈 현황까지 살펴볼 수 있다. 그는 “WM 사업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는 만큼 개별 수치보다는 각 수치가 의미하는 바를 파악하기 위함”이라며 “시시각각 변하는 수치에 민감해하기보다 WM 사업의 방향성과 큰 그림을 그리는 게 그룹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왕 그룹장과의 일문일답.
안팎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WM그룹을 맡으셨는데, 취임 이후 소회를 밝힌다면.
“사실 오랜 기간 프라이빗뱅킹(PB) 업무 경험이 있어 그룹장으로서도 잘 해내리라는 자신감을 안고 시작했습니다. 자산관리(WM)야말로 제 전공 분야죠. 하지만 최근 금융 환경은 자산관리의 전통 강자인 은행과 증권 외에 핀테크(FinTech)로 통칭되는 다양한 경쟁자들이 생겨나고 있는 데다, 고객들의 눈높이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선두주자로서 한발 더 앞서 나가기 위한 고민이 많습니다. 다만 취임 이후 나름의 성과도 거뒀습니다. 올 상반기에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과 금리 인하 이슈 등에 기인한 금융시장 변동성으로 인해 외형 확대 폭이 크지 않았지만, 고객에게 다양한 투자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자산규모 10억 원 이상 우수 고객들이 많이 늘었죠.”
PB 시절부터 뛰어난 실적으로 주목받아오셨습니다. 노하우가 있다면.
“국내에 PB라는 개념이 막 도입된 2003년부터 은행 내 최초의 여성 PB팀장(강남 PB센터)으로 근무했습니다. 열심히 발로 뛰고 고객을 많이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고객 관점’에서 업무에 임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고객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기 위해 조금 더 꼼꼼하고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다 보니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결국 저에게 소중한 재산을 선뜻 맡겨주시고 신뢰를 보내주신 고객들 덕분이겠죠.”
신한금투 부사장도 겸직하고 있는데 그룹장으로서 WM 사업의 운영 철학이 있다면.
“금융사 입장에서는 은행과 금융투자의 구분이 사업 구조적 측면에서 불가피할 수 있지만, 사실 고객들에게 이런 구분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룹장 취임 직후 ‘소개고객’, ‘소개자산’이라는 금융사 중심의 내부 용어를 ‘원신한고객’, ‘원신한자산’으로 변경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죠. 신한의 WM 사업은 은행과 금투가 각각이 아닌 한 몸이 돼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은행 직원뿐만 아니라 금투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죠. 은행-증권 겸직 체제의 장점도 양쪽 모두를 함께 들여다보고 고민해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느 한쪽에 편향된 의사결정을 내릴 경우 금융그룹으로서의 시너지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겠죠.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신한은행(숭례문 인근)과 신한금투(여의도)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다 보니 대면 회의에 일부 제약이 따른다는 점이겠네요.”
신한PWM은 최근 10년 가까이 국내 WM 시장의 리더 역할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차별성이 떨어졌다는 비판이 있는데.
“물론 주요 금융그룹들이 신한PWM과 유사한 방식으로 부문화 및 복합점포 확장을 하고 있어 겉보기에는 유사해 보일 수 있겠죠. 하지만 은행과 금투 간 협업의 깊이는 10년 가까이 된 곳과 수년에 불과한 곳이 같을 수는 없을 겁니다. 주지하다시피 은행 산업은 고객의 중요성이 매우 큰 산업으로, 특히 WM 사업은 고객과의 장기적 신뢰가 전제돼야만 지속 가능한 사업이죠. 이런 고객 철학을 바탕으로 신한PWM의 가치를 좀 더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부터 프리미엄 WM 브랜드인 프리빌리지(PVG)센터의 평가 기준을 종전 수익성 중심에서 고객 수익률 및 고객 자산 증대 위주로 개편해 운영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일환입니다. 아울러 고객들에게 최고의 투자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이를 통해 고객들이 신한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스스로 찾도록 함으로써 영업 현장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자 합니다. 여기에 신한만의 ‘차별화’에 방점을 둔 신사업 TF팀도 운영 중입니다. WM 그룹 내에 자체 TF팀이 운영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죠.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임기 중에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 하기 힘든 새로운 신한PWM을 구상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읽은 <열두발자국>이라는 책에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퍼스트 펭귄’(물개의 위협을 무릅쓰고 맨 처음 바닷속에 뛰어드는 펭귄. 물개에게 잡아먹히지 않는다면 추종자들이 오기 전에 많은 물고기를 풍족하게 먹을 수 있음)이 나오기 어렵다는 내용이 있더군요. 위험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인데, 특히 위험관리가 금과옥조로 여겨지는 금융 분야는 더욱 그럴 수 있겠죠. 하지만 오랜 시간 검토에 검토를 거듭해 온 만큼 실질적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푸미흥 PWM센터 출범으로 WM 사업의 해외 진출에도 신호탄을 올렸습니다. 중장기 계획이 궁금하네요.
“지난 6월 4일 베트남 호찌민시 푸미흥에 신한PWM 푸미흥센터가 오픈했는데, WM그룹 차원에서 신한베트남의 WM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인력 파견은 물론 영업 노하우, 시스템 지원을 지속한 결과물입니다. 향후에도 상담 서비스를 더욱 확대하고 상품 측면에서의 협업도 지속할 예정입니다. 국내와 유사한 복합금융점포도 구상 중인데, 해당국의 상품 인허가 문제가 있어 중장기 계획으로 미뤄둔 상태입니다. WM 사업의 해외 진출은 베트남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신한은행이 진출한 여러 국가에서도 자산관리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고 있는데, 베트남에서의 성공 사례가 WM 해외 진출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감지되는 WM 트렌드를 짚어준다면.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자산가들의 위험 회피 성향 역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주식형 자산보다는 투자은행(IB) 및 부동산 연계 상품, 무역금융 및 매출채권 유동화, 구조화 상품, 글로벌 대출 자산, 해외 채권형 헤지펀드 등 대체 자산에 대한 수요가 더욱 높아지고 있죠. 또한 다양한 분야의 특화된 시장을 공략하는 전문 사모 운용사가 늘어나면서 앞서 언급한 대체 상품, 절대수익형 상품의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는 점이 고액자산가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최근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안전자산의 대안 상품으로 금(金) 수요 역시 늘고 있습니다.”
하반기 자산가 고객들을 위한 시장 전망 및 투자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하반기 금융시장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글로벌 경제 둔화세가 여러 지표를 통해 확인되고 있고, 휴전 중인 미·중 무역분쟁도 빅딜에 의한 일괄타결보다는 중간 중간 교착과 간극을 좁혀 가는 진통이 수반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는 현재 매크로(거시) 환경이 견조하고 기업 경쟁력이 가장 우수한 미국과 중장기 고성장 스토리에 기반한 베트남 시장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아울러 경기 하강기 투자 자산의 분산이라는 관점에서 금 투자도 여전히 유망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국내 주식시장의 경우 높은 가격 매력이 부각되고 있으나, 반도체 등 수출 환경의 회복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채권시장의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완화적인 스탠스로 하반기에도 낮은 수준의 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를 선반영한 금리 수준을 고려할 때 투자등급 회사채 및 신흥국 채권형 펀드 등에 분산투자 하는 전략을 추천합니다. 종합하자면 하반기 투자의 키워드는 ‘위험과 수익의 균형’, 즉 밸런스 구축이 아닐까 하네요.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선택적인 위험자산 선별과 금 등의 방어적 자산을 포함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현명함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위험자산 투자를 확대하는 시기로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3분기가 유망해 보이네요.”
왕미화 그룹장은…
지난 1985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2000년대 초반 국내 1세대 프라이빗뱅커(PB)이자 은행 내 최초의 여성 PB로 활동했다. 이후 서현역지점장, 신한PB방배센터장, 신한PWM강남센터장을 거치며 뛰어난 영업력을 인정받았고, 이후 2016년 WM사업본부장을 역임하며 신한PWM의 사업 고도화에 일조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1호(2019년 08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