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행복한 삶을 위한 ‘디지털 디톡스’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바야흐로 풍요 속 빈곤의 시대다. 모든 게 손끝 하나로 해결되는 이 편한 세상에서 어느덧 우리는 디지털 과잉의 역습을 마주하고 있다. 바로,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참고 문헌 <오늘부터 나는 최고의 컨디션>(스즈키 유 지음)
도움말 및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언제부턴가 행복한 삶을 위해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는 불필요한 물건이나 일 등을 줄이고 꼭 필요한 것들만 채워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생활방식이다. ‘모어 앤드 모어(more and more)’를 외치며 쏟아지는 정보의 호수와 물질 만능주의 속에 지친 현대인들의 갈망이 미니멀리즘으로 터져 나온 셈이다. 그 핵심에 디지털 미니멀리즘이 있다.

대다수 사람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스마트폰, 개인용컴퓨터(PC) 등 디지털 기기를 소비하며 보낸다. 스마트폰 알람에 맞춰 눈을 뜨고, 잠잘 때도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다가 손에 쥔 채 잠드는 경우가 많다. 특별히 필요한 정보가 있는 게 아닌데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확인하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들여다본다.

게임 삼매경은 물론, 쇼핑몰을 서핑하다가 충동구매 하기도 부지기수다. 이처럼 손 안의 스마트폰은 어느새 우리 뇌를 점령하고,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알림음에 노출시킨다. 도무지 빈틈이 보이질 않는다. 그 빽빽함에 갇혀 진짜 우리가 누려야 할 인생의 즐거움과 가치는 퇴색되는 양상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디지털 디톡스를 일상에서 실천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저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듯 디지털 디톡스의 실천법 또한 다양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들 중 대다수가 디톡스 이전의 삶보다 자기 삶에 더 몰입하고,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일상 속에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디지털 디톡스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몰입의 즐거움’에 투자하라
행복의 조건으로 ‘몰입의 즐거움’이 대두되고 있다. 몰입(flow)은 ‘느끼는 것, 바라는 것, 생각하는 것이 하나로 어우러진 상태’를 의미하는데, <몰입의 즐거움>의 저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박사는 사람들이 자기만족을 즐기기 위해서는 집중력, 즉 몰입이 필요하고, 그것이 곧 세상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고 주장했다.

사실 디지털 중독에 빠진 사람들의 상당수가 일 외에는 진정 자신이 몰입할 거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인관계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자신의 취향을 외면하게 되고, 진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의 기회도 줄어들게 된다. 고독과 외로움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터.

그래서 요즘 디지털 과잉의 고독 대신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고 즐기는 크고 작은 모임들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이른바 취향 공동체다. 색다른 취향을 개발하고 함께 생각과 감정을 나누며 더 나은 삶을 모색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소모임’(직장인 취미생활 애플리케이션), ‘프립’(소셜 액티비티 앱), ‘에코라이후’(경제·인문 독서 모임), ‘트레바리’(멤버십 독서 토론 클럽), ‘버핏서울’(식습관 개선을 위한 운동 모임) ‘라이프쉐어’(어른들을 위한 캠프)와 같은 취향 플랫폼들이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확실한 콘셉트가 있고, 모이는 사람들도 뚜렷한 취향을 드러낸다. 그러다 보니 친목 도모는 물론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즉, 교양을 쌓는 셈이다.

페터 비에리는 저서 <페터 비에리의 교양 수업>에서 “특정한 방식으로 존재하고자 하는 의식이 교양”이라며 “자신을 지키면서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개개인의 ‘생각’ 대신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는 디지털 과잉 시대에서 취향을 발견하는 일은 그래서 더 가치가 있다.

스마트폰과 멀어질 용기
2015년 화제가 된 광고가 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지금도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광고 문구다. 당시 이 광고가 정확히 어떤 광고였는지는 몰라도 지금까지도 이 문구가 대중의 뇌리에 또렷이 박힌 데에는 ‘피로사회’,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탈진 상태)’ 등 사회적 병리현상에 기인할 터다. 설상가상으로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과잉 사용은 우리 사회의 피로감을 더욱 짙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스마트폰의 자리를 어떻게 비워 나가야 할까. 일본에서 주목받는 신진 과학 작가 스즈키 유는 저서 <오늘부터 나는 최고의 컨디션>에서 먼저 메신저, SNS 등 쉴 새 없이 울리는 앱의 알림 기능을 꺼두는 것부터 실행해 보라고 권한다.

대신 미리 SNS나 메일을 확인하는 시간을 정해 두라는 것.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에서 실시한 한 실험에서 스마트폰의 알림 설정을 꺼 두고 메일 확인 횟수를 하루에 3회로 줄인 피실험자는 업무 중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가령, 정오에서 오후 1시까지는 메일을 확인하고, 인스타그램은 월·수·금요일에만 확인하는 식으로 해보는 것이다.

또한 꼭 필요하지 않다면 자꾸 들여다보게 되는 메신저와 SNS 앱을 삭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필요와 상관없이 습관적으로 실행하는 앱은 찾기 어려운 곳에 배치해 두는 게 좋다.
그래도 자꾸만 스마트폰에 손이 간다면 스마트폰 중독 방지 앱을 사용해볼 일이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진단과 설정된 사용시간 초과 시 폰 잠금 기능을 실행할 수 있는 ‘넌 얼마나 쓰니’, ‘모모’ 등의 앱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다 보면 초기에는 불안감은 물론 적적함마저 느껴진다. 그래서 누군가는 디지털 단식을 ‘실연’에 비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단단히 지녀할 터.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았던 그때처럼 때로는 그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라고 조언한다. 또는 명상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 아무런 왜곡 없는 순수한 마음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초월(transcendence)이라 하며 이를 실천하려는 것이 명상(meditation)이다. 흔히 명상은 스트레스 관리, 학습 향상, 건강 증진, 경기력 향상, 약물중독 치료, 심리 치료, 습관 교정, 종교적 영성 개발, 자기 수양과 같은 효과를 얻는다고 알려져 왔다. 더불어 디지털 속 자연의 이미지를 늘리는 것도 좋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배경화면을 산이나 바다 사진으로 변경하자. 가능하다면 일할 때는 주변 소음이 차단되는 헤드폰을 끼고 강이 흐르는 소리나 새소리를 듣자. 또 하루에 한 번은 인터넷으로 대자연 영상을 접하자.

자연 속 디지털 디톡스 존
뭐니 뭐니 해도 디지털 디톡스의 가장 큰 벗은 자연일 터. 무더운 여름 지긋지긋한 디지털 디바이스들은 잠시 일상에 던져두고, 시원하고 포근한 자연에 품에 안겨보는 건 어떨까. 국내 가볼 만한 자연 속 디지털 디톡스 존을 소개한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순천만국가정원

정갈하게 가꾼 정원에서 사람들은 마음을 내려놓고 몸을 치유한다. 순천만국가정원이 특별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은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으로, 정원 부지 일대 112만3967㎡에 나무 505종 79만 주와 꽃 113종 315만 본이 식재돼 있으며, 봄이면 튤립과 철쭉 등이 장관을 이룬다. 또한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이라는 자부심에 걸맞게 매년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데, 올해는 7월 19일부터 8월 25일까지 ‘2019 물빛축제’가 이곳에서 개최된다. 이번 물빛축제는 워터라이팅, 분수, 레이저, 음악 등이 어우러진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순천만국가정원의 여름밤을 시원하게 바꿀 것으로 기대돼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방문하길 추천한다.

힐리언스 선마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한국 10대 테마코스 치유 여행지’에 꼽힌 힐리언스 선마을은 정신과 전문의로 유명한 이시형 박사가 촌장인 힐링 리조트다. 강원 홍천 종자산 250m 고지에 위치해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피톤치드 배출에 탁월한 잣나무와 소나무가 울창한 9개의 트레킹 코스에서 언제든지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또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명상, 요가, 운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상생활에 지친 사람 및 생활습관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사람을 위해 1박 2일 프로그램을 비롯해 30일 체험 등 중단기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으며, 50개의 기업 맞춤형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경기 포천시 영북면 비둘기낭로

경기 포천시 영북면에 자리한 비둘기낭폭포는 천연기념물 537호로 지정됐으며, 한탄·임진강지질공원의 주요 명소로 등록됐다. 폭포는 비둘기낭의 유래를 간직한 하식동굴과 높이 30m 주상절리 협곡으로 더욱 존재감을 드러내며, TV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져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비둘기낭폭포 인근에 한탄강 협곡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있다. 지질공원으로 연결되는 교동가마소, 지장산계곡 역시 독특한 현무암 지형을 선보이며 시원한 물줄기로 더위를 날려준다. 폭포 주변 교동장독대마을과 비둘기낭마을 등에서 팜스테이와 농촌 체험이 가능하다. 포천 여행 때는 국립수목원, 평강식물원, 허브아일랜드 등을 함께 둘러보면 좋다.

춘천 의암호 스카이워크

스카이워크는 춘천시 신동면 의암리 김유정 문인비와 송암스포츠타운 간 1.5㎞의 신규 자전거도로 개설 코스에 조성됐다. 이곳은 너비 4m, 길이 10m의 직선 부분을 지나면 지름 10m의 원형 전망대로 이뤄졌다. 인근에는 의암댐과 삼악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스카이워크 바닥은 투명 강화유리로 제작돼 이곳에 발을 디디면 마치 호수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누릴 수 있다. 발아래로 보이는 의암호의 물결과 그림처럼 펼쳐진 주변 산세를 보다 보면 이곳이 천국이 아닐까 싶은 느낌마저 든다.

담양 죽녹원

죽녹원은 담양읍 향교리에 펼쳐진 16만여 ㎡에 달하는 울창한 대나무 숲으로,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힐링 여행지로 사랑받고 있다. 죽녹원 입구에서 돌계단을 하나씩 밟고 오르며 굳어 있던 몸을 풀고 나면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일상에 지쳐 있는 심신에 청량감을 불어 넣어준다. 죽녹원 안에는 대나무 잎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먹고 자란다는 죽로차(竹露茶)가 자생하고 있다. 죽로차 한 잔으로 목을 적시고 죽림욕을 즐기며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 대나무를 올려다보며 스트레스를 날려보자.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1호(2019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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