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제주의 이국적인 풍광 속으로

[한경 머니=이승률 프리랜서] 바람 부는 제주에는 돌도 많지만, 아름답고 볼거리 풍성한 드라이브 코스도 많다. 드라이브로 만끽하는 제주의 여름.

푸조 508, 태신해안로
푸조 508
플래그십 세단의 주 타깃은, 편하고 느긋하게 달리는 걸 선호하는 중장년층이다. 디자인도 그에 걸맞은 중후한 스타일로 어필한다. 반면, 푸조의 플래그십 세단 508은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척 봐도 날렵한 스포츠카 분위기를 진하게 녹여냈다. 먹이를 노리는 듯 치켜 뜬 눈매와 쿠페 스타일의 ‘페이스백 디자인’으로 한껏 멋을 부렸다. 전투기 조종석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실내 인테리어도 독특하긴 마찬가지다. 데시보드 곳곳을 날카롭게 각을 살려 완성했는가 하면, 센터페시아 중앙엔 피아노 건반을 닮은 스위치도 달았다. 승차감은 가볍고 경쾌하다. 특히 저속에서의 초기 반응 속도와 푸조만의 쫀득하고 날카로운 핸들링이 인상적이다. 한마디로 편안함과 실용성보다는 즐거움과 멋을 위한 플래그십 세단이랄까. 젊게 살고 싶은 중장년층이나 아들과 함께 탈 자동차를 찾고 있다면 주목할 만하다.

+태신해안로 제주 동남부에 위치한 태신해안로는 아는 사람만 아는 드라이브 명소다. 약 8.5km의 길이로, 소담한 바다 풍경을 감상하기에 그만이다. 바다와 반대편으로는 전형적인 제주의 어촌 마을이 펼쳐진다. 거리는 정겹게도 동네 사람들이 직접 꾸몄다. 바다를 배경으로 신나게 달리는 것보다 여유롭게 드라이브를 즐기고 싶은 날 추천한다.


닛산 리프, 신창풍차해안도로
닛산 리프
리프는 전 세계 전기자동차 보급에 가장 앞장 서 온 모델이다. 지난 2010년 처음 선보인 1세대 리프는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로 기록된다. 9년 만에 신형으로 거듭난 2세대 리프는 늘어난 주행 거리와 향상된 가속 성능, 날렵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과 개선된 편의성으로 상품성을 더욱 높였다. 특히 성숙한 구동계가 특징이다. 한 번 충전으로 약 230km를 달린다. 얌전하고 조용하지만, 최고 출력 150마력과 최대 토크 32.6kg·m에서 비롯된 가속 성능도 경쾌하다. 운전 피로를 줄이는, ‘e-페달’도 장착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가속하고 발을 떼면 속도가 빠르고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기능이다. 처음에는 낯설지만, 금세 익숙해진다. 무엇보다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받으면, 수입 전기차임에도 2000만 원대에 구입이 가능해 합리적이다.

+신창풍차해안도로 거센 바람으로 유명한 제주시 신창리에서 용수리까지 연결된 6km의 해안도로로, 풍차처럼 보이는 수십 대의 풍력발전기가 해안 곳곳에 세워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시에서 선정한 ‘숨은 비경 31’ 중 하나이며, 특히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솟아 있는 새하얀 풍력발전기가 유럽에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이국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해안도로 중간에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해상다리도 있어 산책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지프 레니게이드, 군산오름
지프 레니게이드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은 치열하다. 전 세계 모든 자동차 회사가 기를 쓰고 경쟁하는 싸움터다. 세단을 만들던 실력으로 깎고 다듬은 매끈한 SUV 사이에서 레니게이드는 얼굴부터 눈에 띈다. 사각형 7개가 줄지은 ‘7-슬롯 그릴’을 전면에 앞세우고, 네 바퀴를 사다리꼴로 감싼 휠 아치로 사륜구동의 원조임을 증명한다. 비단 생김새만 터프한 건 아니다. SUV 명문, 지프의 막내답게 오프로드 성능이 압도적이다. 지능형 4X4 시스템인 ‘지프 액티브 드라이브 시스템’을 장착해 고속 주행 시 차체 흔들림을 최소화하고, 20:1의 크롤 비를 통해 험로를 가뿐히 지나칠 수 있는 ‘로-레이지’ 기능도 적용했다. 덕분에 굴곡이 심할수록 승차감이 맛깔스러워진다. 새로 출시한 부분 변경 모델부터는 ‘풀 스피드 전방 추돌 경고 플러스 시스템’이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최첨단 주행 안전 사양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군산오름 서귀포시에 위치한 군산오름은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유일한 제주 오름이다. 해발고도 334.5m의 높은 오름이지만, 정상 바로 밑에 주차장이 자리 잡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0분 정도만 오르면 쉽게 정상에 도달한다. 360도 뻥 뚫린 전망을 자랑하는 정상에서는 한라산을 시작으로 서귀포 시내와 중문단지, 가파도와 마라도까지 선명한 조망이 가능하다. 다만 자동차로 오르는 길이 좁고 험하기 때문에 초보 운전자라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캐딜락 XT5, 516도로
캐딜락 XT5
XT5는 턱시도를 차려 입은 신사 같다. SUV지만 세련되고 고급스럽다. 세련된 겉모습은 실내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고급 소재인 알칸타라와 가죽으로 장식하고 정교한 마무리로 완성했다. 승차감은 세단 못지않다. 3.6리터 V6 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8단 하이드리-매틱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디젤 SUV에서는 느끼지 못한 우아함을 경험할 수 있다. 가속은 부드럽고 여유롭다. 튀어나가지 않고 점잖게 속도를 높인다. 최근 캐딜락에서 돋보이는 특징은 안전 및 편의 장치다. XT5에도 다양한 기능이 장착됐다. 전방 거리 감지와 보행자 감지, 전후방 자동 브레이킹와 차선 변경 경고, 사각지대 경고와 자동 주차 보조 시스템 등이다. 시트의 떨림으로 위험을 알려주는 ‘햅틱 시트’와 후방 상황을 영상으로 전달하는 ‘리어 카메라 미러’도 제공한다.

+516도로 한라산 동쪽 허리를 관통해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도로로 해발 750m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예부터 많은 사람들이 찾는 드라이브 명소다. 특히 도로변에 자리 잡은 나무들이 터널처럼 도로를 에워싸고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약 1.2km의 ‘숲 터널’은 다양한 광고에 등장했을 만큼 뛰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도로 중턱에 위치한 ‘제주 마방목지’ 역시 사랑받는 관광 명소. 단, 경사가 급하고 커브가 심하기 때문에 안전 운전은 필수다.

사진 박원태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0호(2019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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