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 = 서건석 (주)PFT 코리아 대표]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고, 고기도 먹어본 자가 그 참 맛을 알 듯, 뭐든 한번에 이뤄지는 것은 없다. 그래서다. 우리가 제대로 상속을 이해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빨리, 체계적인 준비가 시급하다. 세대별 알아 두면 쓸모 있는 상속 대비 A to Z를 소개한다.
부자가 된 것은 존경을 받아야 하는 일이다. 좋은 결실로 곳간을 채웠다는 것은 땀 흘린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경주 최씨 가문은 당대 존경받는 부자 가문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지 우리는 부자를 인정하는 것에 매우 주저한다. 한 부자 가문은 땅콩 회항으로 유명세를 치르더니 그룹 회장 사망으로 인해 승계 논란까지 펼쳐지고 있다. 아무리 부자여도 가족 안에서도,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부자를 우리는 존경한다.
그럼 우리 가족은 어떠한가. 강 건너 불구경을 보는 시각을 이제 우리 각자에게로, 자신에게로 향해보자. 더 자세히 말하면 잘 배우고, 가르치고, 그 안의 삶을 이어가게 하는 상속세가 아닌 ‘상속’ 본질에 대함이다. 상속과 상속세는 모두 사망을 전제로 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상속은 그간 살아온 많은 것을 이어주는 일체의 과정이지만, 상속세는 그저 세금일 뿐이다. 요즘 우리는 자본주의에서 부의 이전에 따른 ‘상속세’에만 집중해 있는 듯하다. 본질적인 상속의 가치에 대해서는 놓치고 있는 부분이 많아 보인다.
높은 세율 때문일까. 만약 부의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증여세와 상속세율이 낮아지거나 없어진다면 우리는 상속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하게 될 것인가. 분배의 문제로 발생하는 상속재산분할 소송도 없어지려나. 높은 세율로 세금 준비가 안 돼서 문제일까.
그간 상담을 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는 모두 감정, 욕심이 있는 자연인이라는 점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픔이 같지 않기도 하다. 이것은 향후 가족의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알지만 어쩌랴. 우선 내려놓기의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야 더 중요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선대가 잘 살아내는 것, 가족관계, 가족화합 즉, 화목이 우선되는 상속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상속은 부의 이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재산 상속 실패율이 70% 이상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그래서일까. ‘부자 3대 못 간다’는 말은 수백 년간 인류가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아쉬운 진리가 된 듯하다. 국가 세수 중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2% 선이다.
개별 금액은 많겠지만 해당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는 뜻이다. 상담에서도 상속세 미준비의 문제보다 적은 재산일지라도 가족관계의 문제가 곪아 분배의 문제로 상처가 커지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상속세 아래 가려진 문제들이 해소돼야 화목한 상속과 승계로 잘 나아갈 수 있다. 따라서 본질적인 방향을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결국,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 것인지를 가르쳐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예전엔 상속세가 자산가들의 고민이었다면 지금은 집 한 채만 있어도 궁금해하고, 적극적 상담을 요청한다. 의지와는 무관하게 시간이 지나면서 자산 규모가 상승해 있으며, 세금은 물론이고 분배와 이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준비와 가족 소통이 그만큼 더 요구되는 이유다.
세계적 브랜드 구찌 가문이 욕심으로 가족이 해체됨은 물론 기업마저 넘어가게 된 이야기는 집안의 소통과 화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한다.
주위에서도 관계와 재산 문제로 부모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소송이 오간다는 소식을 듣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 많은 아픔, 선례들, 때론 극적이어서 닮고 싶지 않은 언론 속 모습이 과연 우리와는 무관한 일일까. 바로 닥칠 우리의 문제일 수 있다. 상속세보다 중요한 화목 상속이 중요한 이유다.
인사유명(人死留名)? 인사유화(人死留和)!
상속·증여 관련 일을 하며 깨달은 교훈이 있다. 사람이 훗날 이름을 남기는 것(人死留名)보다 자신은 사라져도 가족의 ‘화목’을 남기는 일(人死留和)이 얼마나 중요한지가 더욱 선명해졌다. 그것이 바로 계산할 수 없는 상속재산이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놓쳤던 재산이다.
화목 상속을 이어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은 삶으로 보여주는 것, 삶 속에서 가르치는 것 말고는 없다. 지식을 가르치는 그것과는 비교 불가능한 영역이다. 그렇다면 살아가면서 늦지 않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삶 속에서 준비하는 세대별 노력을 점검하고 실행해보자. 존중과 사랑의 가족공동체로 성숙해 가는 과정이 곧 우리의 삶을 이어가는 ‘상속(相續)’이니 말이다.
생애 주기별 상속 가이드
20~30대
성인이 돼 취업하고 가정을 이루며 독립을 시작하는 시기다. 인생에서 상속할 삶을 이루어 나갈 출발선에 있는 시기이기도 하고, 조부모 등으로부터 선물이나 세대를 이어가도록 미리 증여를 받거나 재산 상속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더더욱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관리의 능력이 필요한 나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가족을 떠나 독립생활에 들어가는 나라가 많다.
재정 등 모든 여건이 지원되기에 가능하겠지만 20대를 지나면서는 부모와 자녀가 독립에 대한 소통과 의견 합의가 시작돼야 가능하다. 그래서 부모와 자녀는 ‘따로 또 같이’의 관계다. 준비되지 않은 자녀의 손에 증여된 자산은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쉽게 사라질 수 있다. 절세로서만 바라보는 증여는 오히려 더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증여를 받기 전 가치와 정신을 넣는 선행 훈련이 오랫동안 진행돼야 하는 이유다. 가족의 화목과 소통의 이해, 성인인 자신에 대한, 독립에 대한 이해를 스스로 인지하고 또 가르쳐야 하는 시기다.
40~60대
상속·증여에서 핵심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나아가야 하는 세대다. 재정적 측면에서도 부모로부터 받아야 할 상속재산을 평가해보고 점검해서 세금 재원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가업 중이라면 승계를 의논하고 내부의 정확한 파악으로 지분 관리 및 후계자 조율 등을 준비한다.
출가한 자녀를 통해 새로운 가족 구성원이 들어오는 시기이기에 가족 문화를 공유하고 화합하는 배려가 더욱 필요한 시기다. 물려받고 이어주게 되는 핵심 중간 위치에 해당하는 시기이기에 가족을 화합하고 앞장서는 실질적 실행이 필요하다. 가장들만 참여하는 아버지학교(두란노) 및 여성의 어머니학교를 통해 정신적 계승과 소통을 위한 지식과 방법을 배워 가족 안에 활용할 수도 있다.
70~80대
자손들이 잘살아가도록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짚어줄 것이 무엇인지를 점검하는 시기다. 적극적으로 가족관계 및 자산을 의미 있게 잘 전하는 것에 지혜와 실행이 필요하다. 상속세 부담이 예상되고 건강이 좋지 않다면 자녀(10년)가 아닌 손자녀나 며느리, 사위 등에게 증여(5년)해 상속재산 규모를 줄이는 증여 실행도 생각해본다. 절세를 위해서도 의미가 있지만, 며느리와 사위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진행한 예도 많이 보았다.
이렇게 증여 시기를 활용하면 절세에도 긍정적이다. 이 시기의 증여는 자녀들이 이미 성인이 돼 가정이 형성돼 있으므로 일방적 진행이 아닌 충분한 가족의 소통하에 진행돼야 한다.
필요하다면 가족이 함께 결정하는 기부도 적극적 절세 방법이며 다음 세대에게 보여주는 교육의 효과도 있다. 고 유일한 유한양행 회장의 기부는 지금도 회사 경영 방침과 가문의 큰 중심 정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속노트를 써보자
인디언들은 ‘한 사람이 사망하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진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의 삶 속에는 어마어마한 정보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고 이병철 삼성 회장도 기록하는 자만이 생존한다고 했다. 그만큼 기록은 다음 세대에게 정신이나 선대의 가르침은 물론 재산 관리 등에 매우 유용할 수 있다(때론 법적으로 사용 가능). 향후 가족에게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으며 정신은 물론 재산 상속의 가치를 담아주게 된다. 아래는 상속노트에 들어가면 좋을 내용의 예시다.
우리는 존경받는 부자가 돼야 한다. 재산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잘 이어가고 잘 살아내며 다음 세대를 위해 많은 고민과 계획을 준비해야 하는 세대다. 상속세 절세 방안 역시 하루 이틀 만에 준비할 방안은 거의 없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준비 역시 가족 소통이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도 없다.
결국, 화목이다. 상속세에서 ‘상속’의 가치로 회귀해야 한다. 계산기로 두드릴 수 없는 정신(spirit) 상속이 풍성해야 존경받는 부자가 된다. 상속세를 많이 낸다는 것은 나의 부에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소득이 있으면 소득세를 낸다. 상속세는 사망 이후 무상 이전을 받는 가족들이 내는 세금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받는 재산에 대해 고마움을 세금으로 계산해내는 것이다. 그 자산을 받으려면 그만큼 세금의 무게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반대로 부채가 많은 상황이라면 상속 포기와 한정승인 등의 적극적 대처가 이루어져야 한다.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혹 없으면 그것에 맞게 온 가족이 손잡고 상속과 상속세의 허들을 넘어야 한다.
그때 진정한 부자 가문의 상속이 드러나게 된다. ‘일, 돈, 친구, 배움, 고난, 가족, 웃음, 꿈, 나눔, 감사, 하루, 사랑.’ 세계적 베스트셀러 <최고의 유산 상속받기>의 저자 짐 스토벌이 말하는 12가지 유산이다. 결국, 그도 우리의 모든 삶 전체가 최고의 유산이라고 했다. 너무 평범해서 잊게 되는 최고의 유산. 시각장애인이기도 한 그가 주장하는 이 모든 것이 지금 우리 앞에 있다. 단지 더욱 깊이 들어가 발견하기만 하면 된다.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1300년이 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 일본의 호시료칸. 일반 료칸보다도 오히려 더 평범해 보이는 그곳에서 46대손인 호시 젠고로 대표를 만났었다. “가문의 료칸을 이어가면서 세대별로 내는 큰 상속세가 힘이 들 때도 있었죠. 지진과 피해로 국민과 어려운 시기를 지날 때도 있었고요.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우리 료칸의 책임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이 시대를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힘과 위로가 돼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책임이고 비전입니다.”
시대를 함께하는 기업의 비전도, 한 가족의 어른으로서의 목표도 그의 말에서 생각해볼 부분이 있어 보인다. 그래서일까. 상속 글을 의뢰받은 이후 절세 방안 생각보다 호시 대표의 말이 더 많이 생각이 났다. 절세 방안보다 우리 모두의 ‘삶으로 준비돼야 하는 상속’을 말하고 싶었다. 존경받는 부자를 넘어 존경받는 상속이 최고의 절세인 듯싶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9호(2019년 06월) 기사입니다.]
부자가 된 것은 존경을 받아야 하는 일이다. 좋은 결실로 곳간을 채웠다는 것은 땀 흘린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경주 최씨 가문은 당대 존경받는 부자 가문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지 우리는 부자를 인정하는 것에 매우 주저한다. 한 부자 가문은 땅콩 회항으로 유명세를 치르더니 그룹 회장 사망으로 인해 승계 논란까지 펼쳐지고 있다. 아무리 부자여도 가족 안에서도,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부자를 우리는 존경한다.
그럼 우리 가족은 어떠한가. 강 건너 불구경을 보는 시각을 이제 우리 각자에게로, 자신에게로 향해보자. 더 자세히 말하면 잘 배우고, 가르치고, 그 안의 삶을 이어가게 하는 상속세가 아닌 ‘상속’ 본질에 대함이다. 상속과 상속세는 모두 사망을 전제로 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상속은 그간 살아온 많은 것을 이어주는 일체의 과정이지만, 상속세는 그저 세금일 뿐이다. 요즘 우리는 자본주의에서 부의 이전에 따른 ‘상속세’에만 집중해 있는 듯하다. 본질적인 상속의 가치에 대해서는 놓치고 있는 부분이 많아 보인다.
높은 세율 때문일까. 만약 부의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증여세와 상속세율이 낮아지거나 없어진다면 우리는 상속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하게 될 것인가. 분배의 문제로 발생하는 상속재산분할 소송도 없어지려나. 높은 세율로 세금 준비가 안 돼서 문제일까.
그간 상담을 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는 모두 감정, 욕심이 있는 자연인이라는 점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픔이 같지 않기도 하다. 이것은 향후 가족의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알지만 어쩌랴. 우선 내려놓기의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야 더 중요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선대가 잘 살아내는 것, 가족관계, 가족화합 즉, 화목이 우선되는 상속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상속은 부의 이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재산 상속 실패율이 70% 이상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그래서일까. ‘부자 3대 못 간다’는 말은 수백 년간 인류가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아쉬운 진리가 된 듯하다. 국가 세수 중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2% 선이다.
개별 금액은 많겠지만 해당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는 뜻이다. 상담에서도 상속세 미준비의 문제보다 적은 재산일지라도 가족관계의 문제가 곪아 분배의 문제로 상처가 커지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상속세 아래 가려진 문제들이 해소돼야 화목한 상속과 승계로 잘 나아갈 수 있다. 따라서 본질적인 방향을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결국,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 것인지를 가르쳐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예전엔 상속세가 자산가들의 고민이었다면 지금은 집 한 채만 있어도 궁금해하고, 적극적 상담을 요청한다. 의지와는 무관하게 시간이 지나면서 자산 규모가 상승해 있으며, 세금은 물론이고 분배와 이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준비와 가족 소통이 그만큼 더 요구되는 이유다.
세계적 브랜드 구찌 가문이 욕심으로 가족이 해체됨은 물론 기업마저 넘어가게 된 이야기는 집안의 소통과 화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한다.
주위에서도 관계와 재산 문제로 부모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소송이 오간다는 소식을 듣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 많은 아픔, 선례들, 때론 극적이어서 닮고 싶지 않은 언론 속 모습이 과연 우리와는 무관한 일일까. 바로 닥칠 우리의 문제일 수 있다. 상속세보다 중요한 화목 상속이 중요한 이유다.
인사유명(人死留名)? 인사유화(人死留和)!
상속·증여 관련 일을 하며 깨달은 교훈이 있다. 사람이 훗날 이름을 남기는 것(人死留名)보다 자신은 사라져도 가족의 ‘화목’을 남기는 일(人死留和)이 얼마나 중요한지가 더욱 선명해졌다. 그것이 바로 계산할 수 없는 상속재산이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놓쳤던 재산이다.
화목 상속을 이어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은 삶으로 보여주는 것, 삶 속에서 가르치는 것 말고는 없다. 지식을 가르치는 그것과는 비교 불가능한 영역이다. 그렇다면 살아가면서 늦지 않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삶 속에서 준비하는 세대별 노력을 점검하고 실행해보자. 존중과 사랑의 가족공동체로 성숙해 가는 과정이 곧 우리의 삶을 이어가는 ‘상속(相續)’이니 말이다.
생애 주기별 상속 가이드
20~30대
성인이 돼 취업하고 가정을 이루며 독립을 시작하는 시기다. 인생에서 상속할 삶을 이루어 나갈 출발선에 있는 시기이기도 하고, 조부모 등으로부터 선물이나 세대를 이어가도록 미리 증여를 받거나 재산 상속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더더욱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관리의 능력이 필요한 나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가족을 떠나 독립생활에 들어가는 나라가 많다.
재정 등 모든 여건이 지원되기에 가능하겠지만 20대를 지나면서는 부모와 자녀가 독립에 대한 소통과 의견 합의가 시작돼야 가능하다. 그래서 부모와 자녀는 ‘따로 또 같이’의 관계다. 준비되지 않은 자녀의 손에 증여된 자산은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쉽게 사라질 수 있다. 절세로서만 바라보는 증여는 오히려 더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증여를 받기 전 가치와 정신을 넣는 선행 훈련이 오랫동안 진행돼야 하는 이유다. 가족의 화목과 소통의 이해, 성인인 자신에 대한, 독립에 대한 이해를 스스로 인지하고 또 가르쳐야 하는 시기다.
40~60대
상속·증여에서 핵심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나아가야 하는 세대다. 재정적 측면에서도 부모로부터 받아야 할 상속재산을 평가해보고 점검해서 세금 재원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가업 중이라면 승계를 의논하고 내부의 정확한 파악으로 지분 관리 및 후계자 조율 등을 준비한다.
출가한 자녀를 통해 새로운 가족 구성원이 들어오는 시기이기에 가족 문화를 공유하고 화합하는 배려가 더욱 필요한 시기다. 물려받고 이어주게 되는 핵심 중간 위치에 해당하는 시기이기에 가족을 화합하고 앞장서는 실질적 실행이 필요하다. 가장들만 참여하는 아버지학교(두란노) 및 여성의 어머니학교를 통해 정신적 계승과 소통을 위한 지식과 방법을 배워 가족 안에 활용할 수도 있다.
70~80대
자손들이 잘살아가도록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짚어줄 것이 무엇인지를 점검하는 시기다. 적극적으로 가족관계 및 자산을 의미 있게 잘 전하는 것에 지혜와 실행이 필요하다. 상속세 부담이 예상되고 건강이 좋지 않다면 자녀(10년)가 아닌 손자녀나 며느리, 사위 등에게 증여(5년)해 상속재산 규모를 줄이는 증여 실행도 생각해본다. 절세를 위해서도 의미가 있지만, 며느리와 사위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진행한 예도 많이 보았다.
이렇게 증여 시기를 활용하면 절세에도 긍정적이다. 이 시기의 증여는 자녀들이 이미 성인이 돼 가정이 형성돼 있으므로 일방적 진행이 아닌 충분한 가족의 소통하에 진행돼야 한다.
필요하다면 가족이 함께 결정하는 기부도 적극적 절세 방법이며 다음 세대에게 보여주는 교육의 효과도 있다. 고 유일한 유한양행 회장의 기부는 지금도 회사 경영 방침과 가문의 큰 중심 정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속노트를 써보자
인디언들은 ‘한 사람이 사망하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진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의 삶 속에는 어마어마한 정보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고 이병철 삼성 회장도 기록하는 자만이 생존한다고 했다. 그만큼 기록은 다음 세대에게 정신이나 선대의 가르침은 물론 재산 관리 등에 매우 유용할 수 있다(때론 법적으로 사용 가능). 향후 가족에게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으며 정신은 물론 재산 상속의 가치를 담아주게 된다. 아래는 상속노트에 들어가면 좋을 내용의 예시다.
우리는 존경받는 부자가 돼야 한다. 재산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잘 이어가고 잘 살아내며 다음 세대를 위해 많은 고민과 계획을 준비해야 하는 세대다. 상속세 절세 방안 역시 하루 이틀 만에 준비할 방안은 거의 없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준비 역시 가족 소통이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도 없다.
결국, 화목이다. 상속세에서 ‘상속’의 가치로 회귀해야 한다. 계산기로 두드릴 수 없는 정신(spirit) 상속이 풍성해야 존경받는 부자가 된다. 상속세를 많이 낸다는 것은 나의 부에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소득이 있으면 소득세를 낸다. 상속세는 사망 이후 무상 이전을 받는 가족들이 내는 세금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받는 재산에 대해 고마움을 세금으로 계산해내는 것이다. 그 자산을 받으려면 그만큼 세금의 무게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반대로 부채가 많은 상황이라면 상속 포기와 한정승인 등의 적극적 대처가 이루어져야 한다.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혹 없으면 그것에 맞게 온 가족이 손잡고 상속과 상속세의 허들을 넘어야 한다.
그때 진정한 부자 가문의 상속이 드러나게 된다. ‘일, 돈, 친구, 배움, 고난, 가족, 웃음, 꿈, 나눔, 감사, 하루, 사랑.’ 세계적 베스트셀러 <최고의 유산 상속받기>의 저자 짐 스토벌이 말하는 12가지 유산이다. 결국, 그도 우리의 모든 삶 전체가 최고의 유산이라고 했다. 너무 평범해서 잊게 되는 최고의 유산. 시각장애인이기도 한 그가 주장하는 이 모든 것이 지금 우리 앞에 있다. 단지 더욱 깊이 들어가 발견하기만 하면 된다.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1300년이 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 일본의 호시료칸. 일반 료칸보다도 오히려 더 평범해 보이는 그곳에서 46대손인 호시 젠고로 대표를 만났었다. “가문의 료칸을 이어가면서 세대별로 내는 큰 상속세가 힘이 들 때도 있었죠. 지진과 피해로 국민과 어려운 시기를 지날 때도 있었고요.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우리 료칸의 책임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이 시대를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힘과 위로가 돼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책임이고 비전입니다.”
시대를 함께하는 기업의 비전도, 한 가족의 어른으로서의 목표도 그의 말에서 생각해볼 부분이 있어 보인다. 그래서일까. 상속 글을 의뢰받은 이후 절세 방안 생각보다 호시 대표의 말이 더 많이 생각이 났다. 절세 방안보다 우리 모두의 ‘삶으로 준비돼야 하는 상속’을 말하고 싶었다. 존경받는 부자를 넘어 존경받는 상속이 최고의 절세인 듯싶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9호(2019년 06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