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공인호 기자]우리 주위의 환경과 삶의 질 개선을 우선으로 하는 ‘착한 투자’가 기대 이상의 수익으로도 보답해줄까. 그간의 투자 성과로 입증된 결론은 ‘그렇다’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투자 기법이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생소한 개념이다.
[지난 5월 16일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2019 SC제일은행 인터내셔널 웰쓰 포럼.]
기업의 도덕성이 먼저냐, 성장성이 우선이냐 하는 고민은 자본시장의 오랜 숙제 가운데 하나였다. 이른바 죄악주(sin stock)라는 말이 생겨난 것도 이런 고민의 산물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이산화탄소 배출 등 환경 문제는 경제 발전 과정에 치러야 할 불가피한 희생으로 여겨졌고, 부의 집중화와 불안정한 기업지배구조 역시 성장 과정에서의 성장통 쯤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초고속 압축성장을 해 온 우리나라 경제의 경우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환경 파괴에 따른 기후변화 문제가 세계적 화두로 등장하고, 역사상 최악의 경영 스캔들인 ‘엔론 파산’ 등을 겪으면서 기업의 도덕성이 투자를 위한 주요 평가지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갓 태동한 한국형 ‘임팩트 투자’
지난 5월 한국형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의 저변 확대를 위한 투자 포럼이 개최돼 눈길을 끌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선한 영향력을 위한 투자’를 주제로 SC제일은행 WM(자산관리)사업부가 주최한 인터내셔널 웰쓰 포럼(International Wealth Forum)이다.
이날 포럼에는 SC제일은행의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의 글로벌 투자전략 대표이자 투자전략가인 스티브 브라이스(Steve Brice)가 ‘지속가능 투자(sustainable investing)와 임팩트 투자 철학(impact philosophy)’을 주제로 직접 강단에 올랐다.
지속가능 투자란 ESG, 즉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의 요인을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또 이러한 영향력에 초점을 맞춘 투자를 임팩트 투자라 칭한다.
기존의 사회책임투자(SRI)가 담배, 알코올, 도박 등 이른바 죄악주 등의 ‘나쁜’ 기업을 배제하고 ‘착한’ 기업에 선별적으로 투자했다면, 임팩트 투자는 ESG 요소를 기반으로 긍정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장기 투자하는 방식을 원칙으로 한다.
브라이스 대표는 “지속가능 투자는 전 세계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재무적 성과를 거두는 투자 방식으로 약 15년 전에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도입된 개념”이라며 “이를테면 E(환경)의 원칙에서는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S(사회) 측면에서는 남녀평등과 최저임금 등 신흥국의 노동 인권이 지속가능 투자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이슈는 정부 정책과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는 물론 기업들의 경영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인터내셔널 웰쓰 포럼 기조강연에 나선 스티브 브라이스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글로벌 투자전략 대표.]
그는 특히 “지속가능 투자가 단순한 유행으로 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200여 개에 이르는 관련 연구에 따르면 ESG 원칙과 투자 수익과의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결과가 80%에 달하며, ESG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 자본비용이 높고 주가가 크게 하락할 확률도 높았다”고 소개했다.
이미 금융 선진국의 경우 지속가능 투자가 기관투자가만의 전유물이 아닌 개인 자산관리(WM)의 새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해 초 SC그룹이 홍콩, 싱가포르, 영국 등의 고액자산가 4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자산가들이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오는 방향으로 투자하기를 원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허창인 SC제일은행 WM본부 전무는 이날 환영사를 통해 “인터내셔널 웰쓰 포럼은 자산관리의 새로운 트렌드를 살펴본다는 점에서 기존의 투자 전망 세미나와는 차별화된다”며 “금융시장 변화의 흐름 속에서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나아가 지속가능 투자를 통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SC제일은행이 돕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내셔널 웰쓰 포럼에서 진행된 패널 토의(왼쪽부터 김영숙 SC제일은행 이사,
최웅필 KB자산운용 상무, 박순현 SC제일은행 팀장, 황정하 SC제일은행 부장).]
전 세계 31조 달러…수익률로도 증명
임팩트 투자가 새 트렌드로 인식되고 있는 국내 시장과 달리, 미국과 유럽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ESG를 수익률 방어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최근 국내에서 열린 ‘ASK 2019 서밋’에 참석한 국내외 투자 전문가들은 ESG 요소를 투자에 고려하는 것은 전 세계 시장에서 주류로 자리매김했으며, 장기적 관점에서 ESG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기업은 기존의 시장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덜란드계 자산운용사인 로베코의 아넛반 레인 아시아투자본부장은 “ESG 요소를 적극 반영하면 기존 투자 대상 자산의 65% 정도가 달라진다”며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 절반 이상을 손실 위험이 낮은 자산으로 바꾸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 경제 전문 주간지 배런스(Barron’s)가 ESG 펀드 200여 개를 조사한 결과, 직전 12개월 동안 ESG 펀드들의 성과가 동종 대형주 펀드 대비 150bp(1.5%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또 다른 연구에서도 ESG 기준을 중요하게 고려한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경쟁사들보다 8.91% 더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다.
같은 이유로 ESG 투자 규모도 갈수록 커지며 전 세계 투자 규모의 25%에 달하는 30조7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연기금의 투자 확대로 ESG 펀드 규모 역시 지난 2012년 말 6550억 달러에서 2018년 말에는 1조500억 달러로 60%가량 급성장했으며, 주요국 연기금 118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조사 대상의 84%가 ‘투자 시 ESG 관련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국내의 경우 주로 공모펀드를 통해 ESG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데, 지난 2017년 말 기준 전체 공모펀드 순자산 218조 원의 5%에도 못 미치는 약 8조 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마저도 주로 연기금의 SRI 펀드를 통해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지난 2011년 ESG 전략지수 도입 이후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인식되지 못하면서 질적 측면은 물론 양적으로도 성과가 부진하면서 시장의 소외를 받아 온 탓이다.
하지만 과거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비롯해 최근 대한항공 및 아시아나항공 등의 지배구조 문제가 기업 가치를 크게 훼손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크게 고조됐다. 여기에 기업 주주들의 적극적인 경영 참여를 유도하는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이 활성화되면서 자산운용업계를 중심으로 패시브 유형의 ESG 펀드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자본시장연구원 측은 “국내의 경우 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ESG 관련 내용이 공개되고 있지만 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발간되고 있어 일반 주식형 펀드와 차별성을 갖기 어렵다”며 “국민연금이 SRI 단독 벤치마크를 개발해 사용 중인데, 다른 연기금들도 적극적인 벤치마크 지수를 개발해 도입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지적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9호(2019년 06월) 기사입니다.]
[지난 5월 16일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2019 SC제일은행 인터내셔널 웰쓰 포럼.]
기업의 도덕성이 먼저냐, 성장성이 우선이냐 하는 고민은 자본시장의 오랜 숙제 가운데 하나였다. 이른바 죄악주(sin stock)라는 말이 생겨난 것도 이런 고민의 산물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이산화탄소 배출 등 환경 문제는 경제 발전 과정에 치러야 할 불가피한 희생으로 여겨졌고, 부의 집중화와 불안정한 기업지배구조 역시 성장 과정에서의 성장통 쯤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초고속 압축성장을 해 온 우리나라 경제의 경우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환경 파괴에 따른 기후변화 문제가 세계적 화두로 등장하고, 역사상 최악의 경영 스캔들인 ‘엔론 파산’ 등을 겪으면서 기업의 도덕성이 투자를 위한 주요 평가지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갓 태동한 한국형 ‘임팩트 투자’
지난 5월 한국형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의 저변 확대를 위한 투자 포럼이 개최돼 눈길을 끌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선한 영향력을 위한 투자’를 주제로 SC제일은행 WM(자산관리)사업부가 주최한 인터내셔널 웰쓰 포럼(International Wealth Forum)이다.
이날 포럼에는 SC제일은행의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의 글로벌 투자전략 대표이자 투자전략가인 스티브 브라이스(Steve Brice)가 ‘지속가능 투자(sustainable investing)와 임팩트 투자 철학(impact philosophy)’을 주제로 직접 강단에 올랐다.
지속가능 투자란 ESG, 즉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의 요인을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또 이러한 영향력에 초점을 맞춘 투자를 임팩트 투자라 칭한다.
기존의 사회책임투자(SRI)가 담배, 알코올, 도박 등 이른바 죄악주 등의 ‘나쁜’ 기업을 배제하고 ‘착한’ 기업에 선별적으로 투자했다면, 임팩트 투자는 ESG 요소를 기반으로 긍정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장기 투자하는 방식을 원칙으로 한다.
브라이스 대표는 “지속가능 투자는 전 세계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재무적 성과를 거두는 투자 방식으로 약 15년 전에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도입된 개념”이라며 “이를테면 E(환경)의 원칙에서는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S(사회) 측면에서는 남녀평등과 최저임금 등 신흥국의 노동 인권이 지속가능 투자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이슈는 정부 정책과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는 물론 기업들의 경영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인터내셔널 웰쓰 포럼 기조강연에 나선 스티브 브라이스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글로벌 투자전략 대표.]
그는 특히 “지속가능 투자가 단순한 유행으로 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200여 개에 이르는 관련 연구에 따르면 ESG 원칙과 투자 수익과의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결과가 80%에 달하며, ESG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 자본비용이 높고 주가가 크게 하락할 확률도 높았다”고 소개했다.
이미 금융 선진국의 경우 지속가능 투자가 기관투자가만의 전유물이 아닌 개인 자산관리(WM)의 새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해 초 SC그룹이 홍콩, 싱가포르, 영국 등의 고액자산가 4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자산가들이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오는 방향으로 투자하기를 원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허창인 SC제일은행 WM본부 전무는 이날 환영사를 통해 “인터내셔널 웰쓰 포럼은 자산관리의 새로운 트렌드를 살펴본다는 점에서 기존의 투자 전망 세미나와는 차별화된다”며 “금융시장 변화의 흐름 속에서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나아가 지속가능 투자를 통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SC제일은행이 돕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내셔널 웰쓰 포럼에서 진행된 패널 토의(왼쪽부터 김영숙 SC제일은행 이사,
최웅필 KB자산운용 상무, 박순현 SC제일은행 팀장, 황정하 SC제일은행 부장).]
전 세계 31조 달러…수익률로도 증명
임팩트 투자가 새 트렌드로 인식되고 있는 국내 시장과 달리, 미국과 유럽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ESG를 수익률 방어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최근 국내에서 열린 ‘ASK 2019 서밋’에 참석한 국내외 투자 전문가들은 ESG 요소를 투자에 고려하는 것은 전 세계 시장에서 주류로 자리매김했으며, 장기적 관점에서 ESG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기업은 기존의 시장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덜란드계 자산운용사인 로베코의 아넛반 레인 아시아투자본부장은 “ESG 요소를 적극 반영하면 기존 투자 대상 자산의 65% 정도가 달라진다”며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 절반 이상을 손실 위험이 낮은 자산으로 바꾸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 경제 전문 주간지 배런스(Barron’s)가 ESG 펀드 200여 개를 조사한 결과, 직전 12개월 동안 ESG 펀드들의 성과가 동종 대형주 펀드 대비 150bp(1.5%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또 다른 연구에서도 ESG 기준을 중요하게 고려한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경쟁사들보다 8.91% 더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다.
같은 이유로 ESG 투자 규모도 갈수록 커지며 전 세계 투자 규모의 25%에 달하는 30조7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연기금의 투자 확대로 ESG 펀드 규모 역시 지난 2012년 말 6550억 달러에서 2018년 말에는 1조500억 달러로 60%가량 급성장했으며, 주요국 연기금 118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조사 대상의 84%가 ‘투자 시 ESG 관련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국내의 경우 주로 공모펀드를 통해 ESG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데, 지난 2017년 말 기준 전체 공모펀드 순자산 218조 원의 5%에도 못 미치는 약 8조 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마저도 주로 연기금의 SRI 펀드를 통해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지난 2011년 ESG 전략지수 도입 이후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인식되지 못하면서 질적 측면은 물론 양적으로도 성과가 부진하면서 시장의 소외를 받아 온 탓이다.
하지만 과거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비롯해 최근 대한항공 및 아시아나항공 등의 지배구조 문제가 기업 가치를 크게 훼손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크게 고조됐다. 여기에 기업 주주들의 적극적인 경영 참여를 유도하는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이 활성화되면서 자산운용업계를 중심으로 패시브 유형의 ESG 펀드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자본시장연구원 측은 “국내의 경우 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ESG 관련 내용이 공개되고 있지만 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발간되고 있어 일반 주식형 펀드와 차별성을 갖기 어렵다”며 “국민연금이 SRI 단독 벤치마크를 개발해 사용 중인데, 다른 연기금들도 적극적인 벤치마크 지수를 개발해 도입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지적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9호(2019년 06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