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태 NH농협은행 부행장 “자산관리 서비스의 대중화 이끌 것”

[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좀 더 ‘특별한’ 서비스를 위해 고민하는 금융사들과 달리 좀 더 ‘대중적인’ 서비스를 고민하는 은행이 있다. 바로 NH농협은행이다. 자산관리(WM) 시장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 속에 차별화된 모토를 내세우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NH농협은행의 자산관리(WM) 사업 모토는 ‘WM 서비스의 대중화’다. 고객들을 자산군별로 나눠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다소 의외’라는 시각이 나온다. 사실 이 같은 WM 사업 전략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농협은행의 광범위한 네트워크가 핵심 배경이 됐다. ‘돈이 모이는 곳’을 주요 거점으로 하는 시중은행과 달리 농협은행의 영업점은 시, 군 이하의 지역 단위에까지 깊숙이 진출해 있다. 그만큼 고객군도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농협(農協)’이라는 태생적 특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농협의 설립 목적이 ‘농민의 복지 향상과 농업 발전’이라는 점에서 고액자산가들을 위한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는 다수 고객들에게 이질적 이미지를 줄 수 있다. 하지만 WM 서비스의 대중화라는 목표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인재 확보가 필수적이다. 농협은행이 서비스 대중화와 함께 전 직원의 WM (Wealth Manager)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농협은행의 개인금융 부문과 함께 WM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김인태 부행장(마케팅부문장) 역시 임기 중 중점 추진 과제로 ‘금융주치의’ 양성을 꼽았다. 각종 내외부 행사는 물론 영업점 직원들과의 소통 행보로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 부행장을 직접 만나 농협은행의 WM 사업 방향을 들어봤다.

WM 부문을 비롯해 마케팅 부문을 총괄하면서 느낀 소회가 궁금합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마케팅 부문은 ‘농협은행의 꽃’이라 불립니다. 타 부서에 비해 역동적이고 늘 현장감이 넘치기 때문이죠. 부임 이후 여러 행사에 참석하고 직원들을 만나다 보니 눈 깜짝할 사이에 한 해의 절반이 지났네요. 영업 현장에서 직접 직원들과 소통하고 함께 고민하는 일이 저에게는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고객 자산군별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중은행과 달리 농협은행은 ‘자산관리의 대중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 배경이 궁금하네요.
“주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영업점을 두고 있는 시중은행과 달리 농협은행은 시·군 단위 방방곡곡에 1139개의 영업점을 갖고 있습니다. 네트워크가 널리 분포돼 있는 만큼 대도시 위주의 고액자산가뿐 아니라 최대한 많은 우수 고객과 잠재 고객들에게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거죠. 이를 위해 지난 2013년 WM-LM(Wealth Manager-Lounge Manager) 제도를 도입해 각 지역 영업본부와 지점 간 협업하는 구조를 만들었는데, 그간의 성과도 기대 이상입니다. 전국에 배치돼 있는 전문 인력을 통해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많은 고객들로부터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죠.”

WM 서비스의 대중화를 목표로 추진 중인 세부 시행 전략은 무엇인가요.
“제도적 측면에서는 WM-LM 제도가 안착한 만큼 앞으로는 WM 연계 마케팅을 더욱 강화할 계획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현재 16개 영업본부에 24명의 WM 전문가를 배치해 관내 영업점의 WM 서비스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데, 금융상품 추천은 물론 세무, 부동산 등의 종합적인 컨설팅 업무도 함께 수행하고 있죠. 원활한 서비스 지원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직원들의 전문성 제고가 필수적인데, 저희 농협은행에는 별도의 전문 교육을 받은 최고 수준의 직원이 전국 897개 영업점에 배치돼 있습니다. 이들은 펀드와 방카슈랑스는 물론, 퇴직연금, 은퇴 설계, 고객 관리 업무에 능통한 자산관리 전담 인력입니다.”

전 직원의 WM화를 강조했는데 애로사항은 없나요.
“아직까지 큰 어려움은 없는 것 같네요. 저희 농협은행은 지난해부터 전문 인력 양성 과정을 좀 더 체계적으로 운영해 왔는데, 이를테면 자산관리 전문가를 주니어(Junior, 1년), 시니어(Senior, 2년), 스타(Star, 3년 이상)의 단계별 과정을 통해 종합자산관리 상담 인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업점 최고 전문 인력인 ‘금융주치의’(4월 말 현재 95명)를 최대한 많이 배출해 ‘고객 자산 수익률 극대화’를 최종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애로사항을 굳이 꼽자면 부산 지역의 경우 세무 컨설팅 수요가 많아 본부 차원의 상담 지원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는 점이겠네요.”

WM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데, 경쟁사와 비교해 월등하다고 자부하는 서비스가 있다면.
“대중적 자산관리 서비스의 최첨단에 있는 은퇴 설계 마케팅 ‘All100플랜’입니다. 이 은퇴 설계 프로그램은 지난 2016년 도입됐는데 영업점 직원을 통한 은퇴 설계, 재무 설계, 투자 설계는 물론, 모바일과 인터넷 등 비대면 서비스를 통해 고객 스스로 자가진단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자산관리 대중화의 첨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거죠. 이런 서비스의 장점을 인정받아 지난 2017년에는 ‘한경비즈니스 소비자만족지수’ 1위에, 지난해에는 한국경제 주관 ‘생애자산관리 은행서비스’ 부문에서도 최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또 지난해 자체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도 94%의 고객이 ‘매우 만족’을 선택해주셨죠. ‘All100플랜’이 대내외 평가에서 최고의 은퇴 설계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은 만큼 앞으로도 서비스 개선에 더욱 매진할 계획입니다.”

농협은행은 금융 정보기술(IT)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 등 WM 부문에서의 성과나 향후 추진 방향이 궁금하네요.
“퇴직연금 서비스를 우선 탑재한 ‘NH로보-프로’의 경우 지난 2016년 출시된 은행권 최초의 자체 개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입니다. 이후 지난해에는 ‘스마트 핌(PIM)’ 고도화를 통해 자산관리(WM) 애플리케이션으로 확대 개발했죠. 특히 스마트핌은 최신 금융공학 기법을 적용한 맞춤형 자산 포트폴리오를 제공해주며, 원클릭 리밸런싱 지원 및 알림 서비스 등 철저한 사후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강점입니다. 사실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의 경우 ‘디지털 전환’에 발맞춰 그룹(NH농협금융)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농협은행의 경우 지난 4월 출범한 ‘디지털혁신캠퍼스’의 유망 스타트업 기업들과 협업해 저희만의 특색 있는 IT 모델 발굴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분쟁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WM 고객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하반기 농협은행 고객들을 위한 재테크 조언이 있다면.
“다소 뻔한 답일 수 있겠지만 하반기 투자의 핵심은 ‘안정적인 포트폴리오’가 아닐까 싶네요. 올해 2분기부터 글로벌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여전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된다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시장 지표로 봐도 최근 장단기 금리차가 다시 역전되는 등 경기 둔화 우려도 여전한 상황이죠. 물론 미·중 무역분쟁이 극단적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이런 시나리오는 미국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단기적으로는 6월 말로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일부 합의는 이끌어낼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변동성 요인이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뿐 아니라 채권형 펀드나 지수형 노-노크 인(no-knock in) 주가연계펀드(ELF) 등을 편입해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높여야 합니다. 특히 주식형 펀드는 목표수익률을 짧게 잡고 주가가 낮은 시점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농협맨’으로만 30여 년간 경력을 쌓아 왔습니다. 끝으로 후배 직원들을 위한 당부 말씀이 있다면.
“과거 직장인들과 달리 최근에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시대 흐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주52시간 근무제로 자신만의 시간도 그만큼 많아졌죠. 개인적인 바람은 이런 사회적 흐름을 잘 활용해 자기계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현명한 후배들이 늘어났으면 합니다. 신입 은행원 때 품었던 열정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모든 일에 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많은 조직인 만큼 자신의 지식과 역량을 동료들과 함께 나눈다면 농협은행의 발전에도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김인태 부행장은...
지난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2007년 농협중앙회 정부과천청사지점 부지점장을 지냈다. 이후 농협금융 자회사인 농협은행 전략기획부 팀장(2009년), 의정부시지부 지부장(2014년), 업무지원센터 센터장(2016년), 인사부 부장(2017년), 종합기획부 부장(2018년) 등을 거치며 업무 현장은 물론 업무지원, 인사, 기획 등의 요직을 거쳤다. 올해 초 농협은행의 마케팅부문장(부행장)에 공식 취임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9호(2019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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