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희 삼성증권 상무 “SNI 서비스, 전국 확대…원동력은 고객 신뢰”

[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자산관리(WM) 시장에서 삼성증권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대대적인 해외 투자 캠페인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도출해내는가 하면, 초우량 고객 서비스를 전국 단위로 확대 시행하는 파격 실험도 단행했다. 전통 강자의 면모를 보여 왔던 가업승계 서비스의 고도화도 눈길을 끈다.

삼성증권이 올해 4월부터 기존 초우량 고객에게만 제공했던 SNI(Samsung & Investment)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부유층 고객이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투자 및 가업승계 등과 관련된 컨설팅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데 따른 대응책이다.

삼성증권의 SNI ‘서비스’ 확대 방침에 경쟁사들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현재 삼성증권 고객 가운데 예치 자산 30억 원 이상의 개인은 약 2000여 명, 이들의 평균 자산도 300억 원을 넘어선다. 국내 금융권을 통틀어 초고액자산가들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만큼 SNI 서비스 역시 이들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진화를 거듭해 왔다.

특히 삼성증권 SNI본부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박경희 SNI본부장(상무)은 국내 자산관리(WM) 역사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프라이빗뱅커(PB)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1990년대 초반 ‘1세대 PB’이기도 한 박 상무는 2006년 삼성증권에 입사해 이듬해 테헤란지점(현 SNI 강남파이낸스센터)의 지점장을 맡았다. 이후 컨설팅형 영업 모델을 기반으로 ‘마스터 PB’에 올랐고, 부장 3년 차 만에 상무로 승진해 삼성증권의 두 번째 여성 임원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특히 박 상무는 지난 2010년 자문형 랩과 사모형 상품의 성공 가능성을 예견해 큰손 고객들을 대거 끌어 모으는 등 투자 다각화 및 WM 시장의 저변 확대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음은 박 상무와의 일문일답.

한국형 PB 1세대로 30년 가까이 WM 역사와 함께해 오셨습니다. 그간의 소회가 궁금하네요.
“현재는 많은 금융사들이 개인 자산을 관리하는 PB들을 육성·관리하면서 대중적 서비스로 자리매김했지만,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가 막 도입됐던 1990년대 초반에는 엄격한 자격 기준과 은행장 등 최고경영자(CEO) 면접을 거쳐 소수의 인원만 프라이빗뱅커(PB)로 선발됐었죠. PB로서 필요한 자격증은 기본이고, 경험, 소양, 영어 인터뷰 등 상당히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선발됐던 만큼 PB라는 직종 자체가 전문 금융인으로서 명예이자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당시에는 PB센터에서만 자산관리 특화 상품에 가입할 수 있었던 점도 지금과 다른점이었네요. 특히 삼성증권의 경우 2000년대 초반, 브로커리지 사업 일변도였던 증권업계에서 최초로 WM 사업을 시작하면서 한국형 PB의 저변 확대에 큰 기여를 했다고 자부합니다.”

은행계 PB로 커리어를 시작했는데 삼성증권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고객들의 자산 증대를 위해서는 증권을 활용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 2006년은 국내 종합주가지수(KOSPI)가 800~1000포인트의 박스권 내에서 지루한 행보를 이어가다 1000포인트를 돌파하면서 시장이 레벨업 된 시기이기도 합니다. WM 시장이 예·적금 중심의 ‘금리형’에서 주식 등과 같은 ‘투자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고 느껴지면서 좀 더 적극적인 투자 정보와 수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던 거죠. 사실 당시 은행의 경우 금리형 상품, 대출, 외환 등은 가능했지만 투자 상품이 다양하지 않았고 투자 정보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곳이 증권업의 대표주자인 삼성증권이었죠.”

WM 시장 규모는 물론 PB 인력도 크게 늘며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삼성증권만의 차별화 요인을 꼽는다면.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과 역사가 아닐까 싶네요. 삼성증권은 2000년대 초반부터 쌓아 온 WM 고객의 고민과 니즈, 그에 대응한 PB들의 경험과 솔루션을 축적해 왔습니다. 이런 경험과 노하우는 직원들의 역량 강화 및 상품, 시스템 개발로 이어져 왔죠. 지난해에만 모든 PB를 대상으로 누적 3만 시간에 달하는 해외 투자 역량 강화 교육을 진행했고, 글로벌 제휴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해외 자산과 관련된 리서치 커버리지를 넓혀 왔습니다. 또 같은 해 연말에는 리서치센터와 투자전략센터를 통합하면서 글로벌 포트폴리오 관점의 입체적 리서치 체계도 구축했죠. 상품 라인업 측면에서도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도록 각종 달러채권, 해외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 달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을 비롯, 전 세계 30개국의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및 주식 등 다양한 상품을 완비했습니다.”

최근 삼성증권이 초우량 고객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했습니다(SNI 확대 개편). 이런 결정의 배경과 향후 로드맵을 소개한다면.
“현재 삼성증권은 예치 자산 30억 원 이상의 개인 고객만 2000명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의 평균 자산도 300억 원을 넘어서는 등 업계 최대 수준의 WM 고객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국내 초부유층 고객 수는 2011년 이후 연평균 16% 정도로 빠르게 성장해 왔지만, 이들을 위한 점포는 서울에 집중돼 있어 전국의 고객 니즈를 모두 충족시키기 어려웠죠. 하지만 이번 SNI 서비스 확대 개편을 통해 삼성증권 SNI 고객이라면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전문가 그룹이 제공하는 균질한 고품질 컨설팅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삼성증권의 경우 경쟁사에 비해 고액자산가 고객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아무래도 국내 최초로 WM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이 주된 배경이 아닐까 싶네요. 여기에 ‘삼성’이라는 브랜드 경쟁력도 모객 비결이 아닐까 싶어요. 자산가들의 경우 거액의 자산을 맡길 수 있는 주요 판단 기준은 ‘신뢰’인데, 삼성증권은 브랜드 신뢰도를 지키기 위해 고객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내부 프로세스 구축에 각별히 신경 써 왔습니다. WM 비즈니스의 경우 패스트 폴로어는 가능하겠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 간 서비스라는 점에서 수치로 가늠하기 힘든 축적된 경험과 브랜드 경쟁력이 저희의 최대 강점인 거죠.”

삼성증권에 대한 고객 신뢰를 가늠할 수 있는 사례가 있었다면.
“당장 지난해 배당 사고 때만 해도 많은 고객들이 삼성증권을 믿고 찾아주셨습니다. 보통 그런 악재가 터지면 ‘펀드런’이 일어날 것이라는 게 상식이죠.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사고 직후인 지난해 4월 6일 이후 1년간 삼성증권의 자산이 무려 12조 원 가까이 늘었는데, 일부 고객의 경우 타사에 맡긴 자산을 저희에게 맡겨주시며 ‘힘내라’는 응원도 해주셨죠. 물론 시장 상황도 나쁘지 않았고 당시 론칭했던 상품의 투자 매력이 높았던 것도 원인이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WM 비즈니스를 해 오면서 체득한 경험은 글로벌 경기가 어렵고 금융환경이 불확실할 때야말로 삼성증권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고객들의 믿음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삼성증권은 올해 1분기 동안 해외 투자 자산을 1조 원 가까이 끌어 모았습니다. 비결이 있다면.
“삼성증권의 경우 ‘해외투자 2.0’ 캠페인을 통해 투자 자산의 달러 포지션 확대를 추진해 왔는데, 특히 ‘금리형 자산’이 크게 늘었습니다. 한·미 간 금리역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처럼 국내 자산가들 역시 금리형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거죠. 현재 삼성증권은 달러채권 전담 데스크를 운영 중이며 전국 단위의 글로벌 채권시장 전망 세미나는 물론, 글로벌 제휴사와 연계한 해외 투자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해외 투자 정보 제공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WM 사업을 영위 중인 금융사들이 사모 상품 발굴에 많은 공을 들이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사실상 모든 금융사들이 사모 상품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WM 트렌드로 이미 자리매김했죠. 무엇보다 사모 상품은 다양한 운용 전략과 인가 설정 속도가 공모에 비해 빠르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고객 니즈에 대한 빠른 대응이 가능한 셈이죠. 특히 거액 자산가들은 자신들에게 독점적으로 제공되거나, 시장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상품을 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모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증권의 경우 경쟁사에 비해 거액 자산가 고객이 많아 사모 상품 출시가 용이합니다. 올해부터는 초부유층 서비스인 SNI가 전국으로 확대되는 만큼 30억 원 이상 고객 2000여 명이 그 대상이 되는 거죠. 상품 라인업을 통해 별도의 상품 공급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최근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감지되는 투자 트렌드에 변화가 있다면.
“주식과 채권에 국한됐던 과거와 달리 많은 자산가들이 대체투자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체투자는 통상 공모형보다는 사모형이 많은데, 사모는 국내보다는 해외 선진국 금융사들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죠. 이들 대부분은 대규모로 자금을 굴리는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제공해 온 만큼 개인 고객들이 접할 수 있는 기회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워낙 규모가 큰 데다 투자 기간도 길어 개인들이 투자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던 측면도 있죠. 그래서 나온 다양한 투자 형태가 헤지펀드의 롱쇼트 전략 등인데, 국내 투자 수요를 한국형 헤지펀드가 다 담기는 어려운 실정이죠. 따라서 저희는 세컨더리 펀드(secondary fund) 등 해외 대체 사모펀드들의 유동성과 리스크를 보완해 리테일 고객들에게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삼성증권만의 뛰어난 글로벌 네트워크가 있어 가능한데 지난 2년간 설정한 금액만 3000억 원에 달하고 있죠.”

향후 염두에 두고 있는 삼성증권 SNI의 성장 전략이 궁금하네요.
“리스크 관리와 컨설팅 역량의 강화입니다. 과거와 달리 저금리 기조하에서는 투자 손실을 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메우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그만큼 위험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죠. 저금리 시대의 자산관리는 투자, 세무, 부동산 등 종합자산관리가 더욱 중요합니다. 특히 SNI본부의 고객들 중 상당수는 기업 오너인 경우가 많습니다. 고객들과 컨설팅을 하면서 단편적인 세무 상담이나 기업대출 관련 컨설팅을 포함해 가업승계 전반에 대한 컨설팅 수요가 크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이에 전사적 차원의 ‘가업승계연구소’를 신설하고 최초 가업승계 전반에 대한 컨설팅과 함께 가업을 승계받는 후계자의 양성, 그리고 상속과 증여, 인수·합병(M&A) 등 실제 가업승계 실행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토털 케어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예정입니다.”

박경희 상무는…
2018년 12월~현재 삼성증권 SNI본부장
2016년 삼성증권 삼성타운금융센터장
2014년 삼성증권 강남1권역장
2013년 삼성증권 SNI본부 강북사업부장
2012년 삼성증권 리테일사업본부 UHNW사업부장
2010년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지점장
2007년 삼성증권 테헤란지점장
2006년 삼성증권 입사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8호(2019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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