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정초원 뉴스토마토 문화예술팀 기자] 굳이 차려 입고 바깥나들이를 떠날 필요 없이, 내 집에서 가장 편안한 차림새로 각종 취미와 소비 활동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묵은 피로를 풀며 무엇이든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장소로 ‘집’만 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을 테니.
연휴나 주말을 즐기는 방법은 각양각색이지만, 요즘 가장 선호하는 여가 방식은 뭐니 뭐니 해도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인도어(indoor) 라이프’다.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홈족’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방콕족’의 진화, ‘홈족’
한때 외출하는 것보다 집에 머무는 쪽을 선호하는 이들을 ‘방콕족’, 혹은 ‘건어물녀’와 ‘건어물남’으로 평가절하하던 분위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먼 이야기가 됐다. 최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성인 16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스로를 홈족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8.6%가 ‘그렇다’는 답변을 내놨다.
집에서 하는 활동으로는 밀린 영화와 드라마 정주행, TV 시청, 휴식, 커피 만들기와 마시기, 인터넷 쇼핑, 독서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75.4%는 ‘홈족이 늘어날 것 같다’고 예견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해외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핀란드 특유의 여가 문화인 ‘칼사리캔니(Kalsari kanni)’가 ‘팬츠드렁크(Pantsdrunk)’라는 이름으로 북유럽 전반에 퍼지고 있다. 팬츠드렁크는 집에서 편안한 자세와 옷차림으로 적당량의 술을 마시며 가벼운 소일거리를 하는 것을 뜻한다.
핀란드 최대 일간지 헬싱긴 사노마트(Helsingin Sanomat)의 기자인 미스카 란타넨은 그의 저서 <팬츠드렁크>를 통해 핀란드 사람들이 행복한 진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팬츠드렁크는 자기답게 쉴 수 있는 완전한 휴식 방법이다.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있는 척하며 분위기를 잡고 연기를 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팬츠드렁크를 즐기는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 연출된 사진을 올리지 않는다. 팬츠드렁크는 ‘진짜’다.”
‘홈코노미’ 전성시대
집에 한 번 들어가면 밖으로 한 발짝 뗄 필요조차 없이 모든 활동을 가능케 해주는 ‘홈코노미’ 트렌드도 홈족에게 힘을 실어주는 요소다. 홈코노미는 집(home)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올해 핵심 경제 신조어로 꼽은 바 있다.
실제로 현대인들에게 집은 수면과 휴식을 취하는 단순한 주거 공간의 의미를 넘어섰다. ‘홈트레이닝’, ‘홈뷰티’와 같은 자기관리는 물론이고 ‘홈카페’, ‘홈쿡’, ‘홈가드닝’과 같은 다양한 여가활동을 소화할 수 있는 장소로 그 개념이 확장됐다.
특히 집에서 직접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홈카페가 유행하는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한국은 한 집 건너 한 집이 커피숍’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국내 커피 산업은 꽤 오랜 시간 호황기를 누려 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커피의 맛도 중요하지만, 카페가 제공하는 공간과 분위기를 대여한다는 생각으로 방문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카페를 방문할 필요 없이 집에서 편안하게 즐기는 홈카페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부쩍 늘어나는 분위기다.
카스텐 퀘메 네슬레코리아 대표는 최근 손쉽게 내리는 캡슐 커피 ‘스타벅스 앳홈’의 출시와 함께 “항상 스타벅스에 갈 수는 없다”면서 “집에서도 스타벅스를 즐기고 싶은 애호가를 위한 커피로, 스타벅스의 시그니처 텍스처를 그대로 보존해 집에서도 스타벅스 커피를 동일하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한국 커피 시장의 가장 큰 트렌드는 홈카페”라며 “집에서 여가 시간을 보내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현상과 맞물려 한국 캡슐 커피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집에서 요리를 즐기는 ‘홈쿡’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가정간편식(HMR)과 음식 배달 서비스가 갈수록 진화하면서, 전문음식점에 방문해야만 맛볼 수 있었던 일품요리를 밀키트(meal kit)를 통해 집에서도 손쉽게 요리할 수 있게 됐다. 밀키트는 한 끼 분량의 식사를 만들 수 있는 반조리 식재료와 소스, 요리 레시피 등을 박스에 담아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세계 밀키트 배달 산업은 오는 2020년 최대 5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공간을 좀 더 쾌적한 환경으로 만들고자 하는 마음은 어쩌면 자연스런 수순이다. 집을 아름답게 꾸미는 ‘홈퍼니싱’이나 자연을 집으로 옮겨오는 ‘홈가드닝’이 주목받는 이유다.
홈퍼니싱은 인테리어를 스스로 기획하고 취향에 맞게 단장하는 활동을 뜻한다. 벽지부터 창문 필름까지 홈족에게 집이란 자신의 개성을 뽐낼 수 있는 도화지나 다름없다. 키우기 쉬운 식물을 집 안 곳곳에 장식하는 홈가드닝 또한 홈족에게 인기 높은 취미생활 중 하나다. 다육이와 같이 키우기 쉬우면서도 공기 정화에 도움을 주는 식물을 반려식물로 삼아 집 안을 장식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8호(2019년 05월) 기사입니다.]
연휴나 주말을 즐기는 방법은 각양각색이지만, 요즘 가장 선호하는 여가 방식은 뭐니 뭐니 해도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인도어(indoor) 라이프’다.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홈족’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방콕족’의 진화, ‘홈족’
한때 외출하는 것보다 집에 머무는 쪽을 선호하는 이들을 ‘방콕족’, 혹은 ‘건어물녀’와 ‘건어물남’으로 평가절하하던 분위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먼 이야기가 됐다. 최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성인 16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스로를 홈족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8.6%가 ‘그렇다’는 답변을 내놨다.
집에서 하는 활동으로는 밀린 영화와 드라마 정주행, TV 시청, 휴식, 커피 만들기와 마시기, 인터넷 쇼핑, 독서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75.4%는 ‘홈족이 늘어날 것 같다’고 예견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해외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핀란드 특유의 여가 문화인 ‘칼사리캔니(Kalsari kanni)’가 ‘팬츠드렁크(Pantsdrunk)’라는 이름으로 북유럽 전반에 퍼지고 있다. 팬츠드렁크는 집에서 편안한 자세와 옷차림으로 적당량의 술을 마시며 가벼운 소일거리를 하는 것을 뜻한다.
핀란드 최대 일간지 헬싱긴 사노마트(Helsingin Sanomat)의 기자인 미스카 란타넨은 그의 저서 <팬츠드렁크>를 통해 핀란드 사람들이 행복한 진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팬츠드렁크는 자기답게 쉴 수 있는 완전한 휴식 방법이다.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있는 척하며 분위기를 잡고 연기를 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팬츠드렁크를 즐기는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 연출된 사진을 올리지 않는다. 팬츠드렁크는 ‘진짜’다.”
‘홈코노미’ 전성시대
집에 한 번 들어가면 밖으로 한 발짝 뗄 필요조차 없이 모든 활동을 가능케 해주는 ‘홈코노미’ 트렌드도 홈족에게 힘을 실어주는 요소다. 홈코노미는 집(home)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올해 핵심 경제 신조어로 꼽은 바 있다.
실제로 현대인들에게 집은 수면과 휴식을 취하는 단순한 주거 공간의 의미를 넘어섰다. ‘홈트레이닝’, ‘홈뷰티’와 같은 자기관리는 물론이고 ‘홈카페’, ‘홈쿡’, ‘홈가드닝’과 같은 다양한 여가활동을 소화할 수 있는 장소로 그 개념이 확장됐다.
특히 집에서 직접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홈카페가 유행하는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한국은 한 집 건너 한 집이 커피숍’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국내 커피 산업은 꽤 오랜 시간 호황기를 누려 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커피의 맛도 중요하지만, 카페가 제공하는 공간과 분위기를 대여한다는 생각으로 방문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카페를 방문할 필요 없이 집에서 편안하게 즐기는 홈카페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부쩍 늘어나는 분위기다.
카스텐 퀘메 네슬레코리아 대표는 최근 손쉽게 내리는 캡슐 커피 ‘스타벅스 앳홈’의 출시와 함께 “항상 스타벅스에 갈 수는 없다”면서 “집에서도 스타벅스를 즐기고 싶은 애호가를 위한 커피로, 스타벅스의 시그니처 텍스처를 그대로 보존해 집에서도 스타벅스 커피를 동일하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한국 커피 시장의 가장 큰 트렌드는 홈카페”라며 “집에서 여가 시간을 보내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현상과 맞물려 한국 캡슐 커피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집에서 요리를 즐기는 ‘홈쿡’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가정간편식(HMR)과 음식 배달 서비스가 갈수록 진화하면서, 전문음식점에 방문해야만 맛볼 수 있었던 일품요리를 밀키트(meal kit)를 통해 집에서도 손쉽게 요리할 수 있게 됐다. 밀키트는 한 끼 분량의 식사를 만들 수 있는 반조리 식재료와 소스, 요리 레시피 등을 박스에 담아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세계 밀키트 배달 산업은 오는 2020년 최대 5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공간을 좀 더 쾌적한 환경으로 만들고자 하는 마음은 어쩌면 자연스런 수순이다. 집을 아름답게 꾸미는 ‘홈퍼니싱’이나 자연을 집으로 옮겨오는 ‘홈가드닝’이 주목받는 이유다.
홈퍼니싱은 인테리어를 스스로 기획하고 취향에 맞게 단장하는 활동을 뜻한다. 벽지부터 창문 필름까지 홈족에게 집이란 자신의 개성을 뽐낼 수 있는 도화지나 다름없다. 키우기 쉬운 식물을 집 안 곳곳에 장식하는 홈가드닝 또한 홈족에게 인기 높은 취미생활 중 하나다. 다육이와 같이 키우기 쉬우면서도 공기 정화에 도움을 주는 식물을 반려식물로 삼아 집 안을 장식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8호(2019년 0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