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하나면 즐거운 차박캠핑, 4인 4색 캠핑 라이프

[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I 자문 및 협조 차박캠핑클럽 I 사진 이무성 카트리퍼 대표] 캠핑 고수들은 누군가 만들어 놓은 규정을 따르기보다 나만의 캠핑카를 만드는 것을 차박캠핑의 묘미로 삼는다.

‘열이면 열 다 다르다’는 차박캠핑 인테리어. 온라인 커뮤니티 ‘차박캠핑클럽’에서 활동 중인 캠핑 고수 중 동일 모델(스타렉스)을 보유한 차주 4인(편의상 닉네임 사용)을 만나 그 속살을 들여다봤다.



◆수원 우람이와 아람이의 ‘다락방’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주말마다 차박캠핑을 떠나는 40대 부부입니다. 아이들 대학 보내고 여유가 생기면서 차박캠핑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매주 나가다 보니 이제는 안 가면 병이 생길 정도로 캠핑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었나요.

“20년 차 부부이지만 소꿉놀이하듯 다락방처럼 꾸며봤어요. 각진 것을 좋아하다 보니 네모반듯한 느낌으로 꾸몄고요. 넓게 자는 것을 좋아해서 벽면 쪽에 선반이나 장식을 최소화했습니다. 대신 여름에 창문을 열고도 잘 수 있게 방충망을 달았고 누워서도 별을 잘 볼 수 있도록 개조했어요.”

-수리비용은 얼마나 들었나요.

“차 가격을 제외하면 구조 변경에 1000만 원이 들었습니다. 특히 천장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요. 단열 공사에 200만 원이 들었습니다. 사실 수리비용만 생각하면 안 되고요. 캠핑을 즐기다 보면 캠핑장비에도 많은 돈을 쓰게 됩니다. 취사도구나 의자, 테이블, 조명 같은 장비도 처음에는 저렴한 것에서 시작해 점점 욕심을 내게 되더라고요.



-차박캠핑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오래된 연인의 경우 대화가 줄어들 수밖에 없잖아요. 하지만 캠핑에 오면 이 좁은 공간에 서로 누워 이야기를 많이 하게 돼요. TV와 멀어지니까 서로가 소통 상대가 될 수밖에 없죠. 메뉴 선정에도 캠핑만 한 게 없어요. 저는 회를 좋아하지만 남편은 고기를 좋아하거든요. 차박캠핑에서는 회를 포장해 와 한쪽에선 고기를 구울 수 있으니까 갈등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어요. 매주 이번에는 어디를 갈까 고민하게 되지요.”

-나만의 추천 장소는 어디인가요.

“경북 경주에 위치한 나정고운모래해변(해수욕장)이에요. 바다 바로 앞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고요. 차박지 선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화장실인데, 무료 화장실에 깨끗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자주 찾고 있습니다.”



◆서울 보보라이프의 ‘카자카야’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캠핑 세계에 접어든지 2년 차, 서울에 사는 보보라이프입니다. 지난해까지는 SUV에 매트를 깔고 차박캠핑을 즐기다가 올해 지금의 카자카야를 갖게 됐답니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었나요.

“저는 사케 소믈리에 자격증을 갖고 있어요. 움직이는 이자카야를 만들겠다고 마음먹고 인테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이자카야를 만든 만큼 음식이 가장 중요하겠죠. 그래서 전자레인지는 물론 인덕션, 에어프라이어까지 구비해 두었습니다. ‘감바스’ 같은 음식도 해 먹을 수 있답니다. 냄새가 잘 빠지도록 환풍기도 달아 두었지요. 침대 옆 선반을 열면 여럿이서 즐길 수 있도록 긴 테이블도 마련돼 있습니다. 침대에 앉아 커피도 마실 수 있고, 사케 한 잔도 기울일 수 있어요.”



-수리비용은 얼마나 들었나요.

“스타렉스를 구입해 차박 전문 개조 업체에 의뢰를 했고요. 자동차 가격을 제외하고 개조비용으로 1000만 원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이자카야로 꾸미기 위해 든 소품 값은 또 별도고요. 많은 분들이 차량 개조를 불법으로 아는데 차박캠핑클럽 회원 대다수가 합법적으로 구조 변경을 받고 캠핑을 다니고 있습니다. 이 차 역시 구조 변경 신청을 완료해 캠핑카로 승인을 받고 사용하는 것이지요. 관련 법규들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차박캠핑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숨겨진 본인의 욕망, 자신이 꿈꾸는 라이프를 이 좁은 공간에 실현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나만의 추천 장소는 어디인가요.

“강원 강릉에 위치한 ‘순긋해변’이에요. 아늑하고 조용해 쉼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가 없고요. 새벽 연무가 피어오르는 경관은 차박캠핑의 묘미를 한층 더 살려줄 것입니다. 오토캠프장에 샤워장, 무엇보다 화장실 시설이 완벽하답니다.”



◆서울 마토와 이천 이마토의 ‘러브하우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결혼한 지 3년 차에 접어든 신혼부부입니다. 직장 때문에 아쉽게도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는데요. 신혼집에 가는 것을 손에 꼽을 만큼 주말마다 전국 방방곡곡으로 캠핑을 떠나고 있습니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었나요.

“신혼집을 차 안에 옮겼다고 할까요(웃음). 미니멀리스트라서 짐은 최소화했고요. 하얀색을 좋아해서 벽부터 천장까지 전부 하얀색으로 꾸몄습니다. 차 안에서 각자의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낚싯대도 올려 두었고요. 미니 스틱으로 오락 게임도 즐길 수 있답니다.”

-수리비용은 얼마나 들었나요.

“100% 수작업으로 차 가격을 제외하면 수리비용으로 200만 원이 들었습니다. 퇴근 후 작업을 시작해서 3일 만에 완성했습니다(주: 차박캠핑클럽 내에서도 ‘전설’로 불린다고 한다).”



-차박캠핑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시간과 장소,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게 차박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낚시를 좋아해서 부담 없이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좋고요.”

-나만의 추천 장소는 어디인가요.

“차박캠핑의 성지인 충주 목계솔밭입니다. 사실 차박캠핑은 화장실만 있어도 감지덕지인데, 목계솔밭은 시에서 관리하는 무료 캠핑장으로 개수대까지 갖추고 있어요.”



◆경주 이민석의 ‘베이스캠프’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20대에 차박을 처음 시작했는데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네요. 그동안 차박캠핑의 트렌드도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었나요.

“주로 혼자 여행을 다니니까 1인 가구 맞춤 카로 제작했습니다. 제 키에 맞춰 선반과 침대를 제작했고요. 차 안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다 갖출 수 있도록 수납장을 곳곳에 만들었습니다. 약통에 미니 소화기와 같은 안전장비들도 다 갖추었지요. 보기에는 자취방 같아도 굉장히 아늑합니다.”

-수리비용은 얼마나 들었나요.

“전문 개조 업체에 맡기면 예쁘게 수리 가능하겠지만 내가 원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큰돈을 들이고 싶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손수 개조했는데 약 30만 원가량 들어간 것 같습니다. 커튼도 제가 직접 재단해서 달았고요. 3단 수납장도 직접 만들었습니다.”

-차박캠핑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차박캠핑을 하는 100명이 있으면 100명 다 각기 다른 차박의 매력을 즐기고 있을 것입니다. 단, 목적은 모두 같지요. 좋은 곳에 가서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음주를 해도 운전 부담이 없다는 게 정말 좋습니다.”

-나만의 추천 장소는 어디인가요.

“추천 장소도 좋지만 꼭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이 차박 인구가 늘면서 외려 차박하기 좋은 장소는 줄어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역민들이 쓰레기 배출 등을 이유로 차박을 막고 있거든요. 그런데 차박캠핑클럽에서도 그렇지만 캠페인 등을 통해 쓰레기 한 점 남기지 않고 가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저희들의 모토가 ‘바퀴자국만 남기고 간다’일 정도이니까요. 예쁘게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8호(2019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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