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뒷굽만 봐도 노년 건강 보인다


SPECIAL WALKING① 안광욱 걷기약발연구소장의 걷기 레슨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걷느냐, 못 걷느냐.” 노년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잣대다. 나이 들어서도 꼿꼿하고 우아한 걸음을 위해서 ‘걷기’를 다시 배우고 점검해보는 것이 중요해졌다.

“노년의 삶의 질은 금전, 미모, 학력에 좌우되지 않습니다. 걷느냐, 못 걷느냐로 결정됩니다.”
안광욱걷기약발연구소는 국내에서 매우 이례적인 걷기 훈련기관이다. 걷기를 통한 유연성 훈련, 근력 훈련, 바르게 서기 등을 익히는데, 강남 부유층 사이에 입소문이 나 있다.

“옷만 명품이 아니라, 격(格)이 다른 움직임을 배우기 위해 오는 중년층이 많습니다. 80~90세에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 쉬운데, 그때 사뿐사뿐 걷는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안광욱 걷기약발연구소장은 “걷기는 건강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을 뿐 아니라, 누군가를 판단하는 짧은 순간에도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신발 뒷굽 마모 심하다면, 골격 변형의 징후

평생토록 걸어 다녔는데 중년에 이르러 ‘잘 걷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평소 제대로 걷고 있는지, 몸을 망치는 걷기를 하고 있는지 어떻게 판단할까.

안 소장은 우선 ‘신발 밑창 닳는 모양’을 세심히 살펴볼 것을 권했다. 바깥쪽의 마모되는 정도가 완만한가, 급경사인가를 체크하라는 것. 안 소장은 “신발 뒷굽의 바깥쪽이 심하게 마모되고 있다면 발이 변형되고 있는 징후다”고 말했다. 건물로 치면 주춧돌이 기울고 있다는 것. 그러한 상태로 계속 걷는다면 골격의 변형이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대부분 팔자걸음이 원인이다. 과도한 팔자걸음으로 걸으면 과중한 압력을 받는 발 바깥쪽 관련 장기인 관절, 팔꿈치 등에 스트레스가 전해지고 관절통과 근육통 등이 발생하기 쉽다.

‘양발을 모아서 쪼그려 앉기’를 통해서도 걸음걸이를 유추할 수 있다. 쪼그려 앉을 때 장딴지가 엉덩이에 닿는 데 어려움이 없는지, 그 순간 뒷발이 들리지 않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안 소장에 의하면 이때 뒷발이 들린다면 장딴지의 유연성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고, 혈액순환이나 허리 문제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세월이 흐를수록 장딴지 근육이 수축하고, 걸음걸이는 망가질 우려가 크다. 걸음걸이는 주의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쉽게 개선되지 않으며, 점점 누적돼 신체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걷기의 ‘양’보다 ‘질’ 중요

만일 보행 자세가 나쁜데, 오래 걸으면 건강에 도움이 될까. 안 소장은 득과 실이 교차할 것이라고 했다. 보행 자세가 조금 나빠도 걷기를 통해 대사 순환이라든가, 근력 증강 등의 이점이 있겠지만, 보행 자세가 심각하게 나쁜 경우 걸을수록 몸이 망가질 우려 또한 있기 때문이다.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라도 대부분 걷는 것이 치유에 도움이 된다. 다만 증상을 완화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보행법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걷는 것은 긴장된 허리 근육을 이완시켜주고, 흥분된 신경을 진정시켜주는 효과가 있기에 허리 디스크와 요통 환자가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운동법이다. 다만 허리에 문제가 있을 때는 가급적 계단을 피하고 평지를 걷거나 경사가 완만한 언덕을 오르내리는 것이 좋다.

족저근막염은 발바닥이나 장딴지의 충격을 완화하는 족탕이나 마사지를 하면서, 발목의 변형이나 근육의 긴장을 낮추는 보행법을 익혀야 한다. 보폭(50~60cm)을 넓지 않게 하고, 보행 속도도 완만하게 유지하는 것이 낫다.

척추관협착증은 허리 신경이 나오는 관이 좁아져 허리 신경이 압박을 받는 질환으로, 심할 경우 버스 한 정거장 정도의 거리도 걷기가 힘들다. 걸을 때 빠르지 않게 하고 보폭은 약간 줄이며, 팔은 뒤로 많이 흔드는 것이 좋다. 다만 허리에 통증을 참으면서 무리하게 걷는 것은 삼가야 한다.

신발은 무조건 편하거나 ‘기능성’ 신발이 좋은 것은 아니다. 안 소장은 “‘이 신발 외에 다른 신발은 못 신어’라고 한다면, 이는 발이 퇴화됐다는 의미”라며 “신발은 안 신은 것과 같은 신발이 좋다”고 했다. 신발 안이 너무 좁거나 너무 넓어서 흔들려서는 안 되고, 발가락을 움직이는 데 제약이나 저항이 있어도 안 된다. 기능이 많아 발의 운동을 보완해주지 않는, 일반 운동화면 된다. 안 소장은 “하이힐이나 통굽, 슬리퍼 등은 삼단 보행이 어렵고, 적절한 보폭 유지가 어렵다”며 “장소나 옷에 맞춰 하이힐 등을 불가피하게 신어야 하는 경우 가능한 짧게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제대로 걷기 위해서는 ‘바로 서 있는 자세’부터

제대로 걷기 위해서는 서 있는 자세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안 소장은 “서 있는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다면 제대로 걷기의 반은 배운 셈이다”고 했다. 제대로 서 있기 자세의 이동이 바로 제대로 걷기이기 때문이다.

평소 등과 어깨를 웅크리고 서 있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 갑자기 걷기 위해서 먼저 등과 어깨를 곧게 편 다음 걷지 않는다. 또 양발을 벌리고 팔(八)자로 하고 서 있다가 걷기 전에 두 발을 모으고 발끝을 십일(11) 자로 한 다음에 걷기는 어렵다. 평소 선 자세가 등이 굽었으면 굽은 대로, 발끝을 팔자로 벌렸다면 벌린 그대로 걷는 것이 일반적이다.

평소 서 있는 자세를 거울로 보고 관찰하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 따라서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10초, 20초라도 발끝을 체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안 소장은 조언한다. 그는 “발끝이 좌우 대칭이 되도록, 발끝을 십일자로 하고, 양발 간격을 최대한 붙이고 서 있는 것이 습관이 되도록 반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 바른 자세로 서 있는 습관이 몸에 배는 데만 1년 가까이 걸린다. 걷기는 무의식적으로 평생 반복돼 온 습관이므로 다시 교정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걸음걸이를 바로잡는 것이 금연보다 적어도 3배 이상의 인내가 필요하다”고 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5호(2019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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