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이승률 프리랜서] ‘부르고뉴 와인은 어렵다?’ 아니 그렇지 않다. ‘파트라슈’ 정도만 알고 있다면.
어렵지만, 매력적인 부르고뉴 와인
최근 부르고뉴(Bourgogne) 와인에 대한 관심이 아주 뜨겁다. 특히 소위 와인 좀 안다는 와인 고수들이 편애하는 와인으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프랑스 와인 생산량 중 3%라는 극히 제한적인 생산량과 명품 와인이라는 네임 밸류, 여느 와인과 비교되는 섬세한 풍미 등이 인기 요인이다.
특히 부르고뉴는 프랑스 보르도(Bord- eaux) 지방과 함께 세계 최고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이 두 지역은 종종 와인 애호가들의 비교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한 예로 프랑스의 유명 배우이자 와인 애호가로 알려진 자크 페랭(Jacques Perrin)은 보르도 와인은 인간의 창조물이지만, 부르고뉴 와인은 신의 은총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왜 그럴까. 우선 3~5가지의 포도 품종들을 블렌딩해 와인을 만드는 보르도와 달리 부르고뉴는 단일 품종만으로 와인을 생산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주로 피노누아로는 레드 와인을, 샤르도네로는 화이트 와인을 만든다. 여러 품종을 섞고 오래 숙성할 수 있는 우아한 보르도 와인을 ‘여성적’이라고 하는 데 반해 단순하고 힘 있는 부르고뉴 와인을 ‘남성적’이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피노누아는 재배가 민감하고 까다로운 품종으로 유명하다. 더욱이 똑같은 피노누아 와인이지만, 어느 땅에서 재배했느냐에 따라 맛이 극명하게 달라지기도 한다.
부르고뉴 지방은 아주 먼 옛날에 바다였던 땅이 솟아올라 만들어진, 완만한 경사의 구릉지 위에 형성됐다. 따라서 서로 성격이 다른 토양이 양파 껍질처럼 복잡하게 겹쳐져 있으며, 단 10m 정도 떨어진 땅에서도 토양의 성질이 완전히 다르게 나타난다. 다시 말해, 불과 몇 미터 차이에서도 완전히 다른 맛의 와인이 생산되는 것이다. 따라서 부르고뉴 와인 양조자들은 지역적 특성을 가리키는 말인 테루아(terroirs)의 중요성을 몹시 강조한다. 같은 땅이라도 어떤 곳은 습하고 어떤 곳은 건조하고 거칠기 때문에, 오랜 기간 익혀 온 기술과 철학들이 모두 이 테루아에 속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테루아에 따라 와인의 품질과 가치는 매우 달라진다.
부르고뉴 와인과 보르도 와인의 또 다른차이가 있다면, 보르도의 경우 포도원이 한 개인이나 기업의 소유인 반면, 부르고뉴는 땅의 소유주가 여러 명으로 돼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18세기 프랑스혁명으로 거슬러 오른다. 당시 프랑스 정부는 귀족이나 교회 소유의 포도원을 압수해 개인들에게 분할했는데, 이후 자녀 수대로 나누어 상속하는 상속 제도까지 만들어지며, 체스 판처럼 수많은 포도원이 생겨나기에 이르렀다. 한 예로 ‘클로 드 부조’란 이름의 포도밭에서는 무려 80명 정도의 생산자들이 각기 다른 품질의 와인을 출시한다.
현재 부르고뉴의 포도밭은 110개의 지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생산자 이름만도 1000개가 넘는다. 따라서 부르고뉴 와인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유명한 마을의 포도밭과 양조자의 이름까지 꾀고 있어야 한다. 와인 전문가들도 전 세계 와인 중 부르고뉴 와인이 제일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이자, 누군가에게는 부르고뉴 와인이 최고의 경험이었던 반면, 누군가에겐 최악의 와인으로 기억되는 이유다.
최고급 부르고뉴 와인의 다른 말, 파트라슈
와인에 대한 깊은 학식 없이는 부르고뉴 와인을 즐길 수 없는 것일까. 다행히도 부르고뉴엔 네고시앙(Négociant)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네고시앙의 사전적 의미는 와인 도매상인이다. 앞서 말했듯, 부르고뉴에는 수많은 와인 재배자가 현존한다. 그중에는 양조 설비를 갖추고 자체적으로 와인을 생산하는 양조자도 있지만, 작은 경작지에서 그들만의 노하우와 기술로 양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들도 있다. 이들의 포도를 사들여 양조, 병입, 유통을 담당하는 생산자가 바로 네고시앙이다. 부르고뉴에서 네고시앙의 개념은 18세기 초부터 생겨났으며, 현재는 282개의 네고시앙이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네고시앙의 명성에 따라 와인의 수준이 평가되기도 한다.
‘파트라슈(Patriarche)’는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네고시앙 중 하나다. 부르고뉴 와인의 역사와 함께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특히 부르고뉴 와인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파트라슈’의 역사는 무려 240여 년인 1780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특히 파트라슈의 설립자인 장 밥티스트 파트라슈는 업계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부르고뉴 와인을 영국에 소개하며 일찍이 부르고뉴 와인의 우수성을 세계시장에 알렸던 것. 또한 부르고뉴 와인의 고급화에도 앞장 서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장 밥티스트 파트라슈의 이러한 설립 정신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파트라슈’의 와인은 전 세계 85개국으로 수출되는 것은 물론 고급 부르고뉴 와인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240여 년의 노하우가 차근차근 쌓인 결과다. 이런 이유로 수많은 재배자들은 ‘파트라슈’에 그들의 와인을 팔기를 희망하지만, ‘파트라슈’는 부르고뉴 내에서 가장 ‘콧대 높은’ 네고시앙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실제 재배자들이 가져오는 와인 중 단 20%만이 구매로 이어진다고.
파트라슈가 와인 구입 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고유성’이다. 앞서 말했듯, 부르고뉴에는 서로 다른 토질을 가진 수천 개의 포도밭이 존재한다. 또한 포도 재배는 날씨에 민감하기 때문에 해마다 만들어지는 와인의 맛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파트라슈’는 각 토질의 매력과 각 해의 포도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난 와인만을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각 테루아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리는 방법으로 와인을 양조한다.
와인을 만들 때 포도 재배와 양조만큼 중요한 것이 숙성 과정이다. 좋은 포도로 만든 와인이라도 숙성이 잘못되면 맛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파트라슈’는 부르고뉴 내에서 가장 큰 와인 셀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1600년대 한 수녀원 지하에 만들어진 와인 저장고를 구입한 ‘파트라슈’는 이후, 건물의 지하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와인 셀러의 크기를 넓혀 왔는데, 현재 그 크기가 약 1만9834㎡에 달하며, 약 300만 병의 와인을 보관·숙성 중이다. 특히 파트라슈의 와인 셀러는 부르고뉴 본(Beaune) 지방의 유명 관광지로, 한 해 약 4만5000명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트라슈’는 현재 톱 5의 부르고뉴 와인으로 성장했다. 뛰어난 품질로 영국항공 라운지와 전 세계 메리어트 호텔의 와인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오랜 역사로 축적된 노하우와 엄격한 품질관리, 대형 와인 업체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레인지의 와인 생산이라는 삼박자가 딱딱 맞아떨어진 결과다. 따라서 프랑스에선 ‘파트라슈’ 와인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믿고 마시는 파트라슈!’ 다시 말해, 빈티지와 생산자로 와인의 맛을 구별할 수 있는 ‘고수’가 아니라면, 파트라슈를 선택하는 것이 실패 확률이 훨씬 적다는 얘기다.
Caves Patriarche
만약 부르고뉴 본(Beaune) 지역으로 여행을 가게 된다면, 파트라슈의 와인 셀러는 반드시 가봐야 할 관광 명소다. 파트라슈는 부르고뉴에서 가장 큰 와인 셀러를 보유하고 있다. 와인 셀러의 길이만 자그마치 5km. 이곳에는 약 300만 병의 와인이 잠들어 있다. 이 중 600m 정도를 관광객에게 공개하는데, 1904년 수확한 포도로 양조한 와인은 물론, 몽라셰, 뫼르소, 포마르 등 귀한 와인을 만나볼 수 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입장 시 나눠주는 타스트뱅(Taste-vin)을 들고 다니며 10여 종의 와인을 직접 시음할 수 있다는 것. 한 해 약 4만5000명이 방문하며, 예약 없이 언제든 방문할 수 있다. 사진은 셀러에서 와인을 보관하는 모습과 시음을 위한 타스트뱅. 문의 www.partriarche.com
INTERVIEW 빈센트 고얏(Vincent Goyat) 이사
“파트라슈, 240년 동안 하이퀄리티 유지”
‘파트라슈’에선 어떤 일을 담당하나. “영국, 아일랜드, 일본을 대상으로 하는 수출과 전반적인 마케팅을 담당한다. 또한 어떤 원액을 구입할지를 정하는 것과 와인의 가격을 매기는 것도 내가 하는 일이다.”
부르고뉴 와인이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발견의 즐거움이다. 칠레와 뉴질랜드, 미국 같은 신대륙 와인은 임팩트가 강한 반면, 감흥이 짧은 편이다. 반면, 부르고뉴 와인은 어느 시점에 마시는가에 따라 다른 느낌이 난다. 가령, 같은 와인을 마시더라도 식사 전에 마실 때와 식사 중에 마실 때, 식사 후 마실 때의 맛이 다 다르다. 이것이야말로 부르고뉴 ‘테루아’의 ‘힘’이다. 그래서 부르고뉴 와인은 반드시 천천히 음미하며 마셔야 한다.”
부르고뉴에만 1000개가 넘는 와인 브랜드가 존재한다. 그중 ‘파트라슈’만의 강점이 있다면. “부르고뉴 와인은 매우 복잡하다. 와인 초보자는 손도 대지 못할 정도로 알아야 하는 게 많다. 하지만 ‘파트라슈’ 같은 유명 회사의 와인이라면, 실패할 확률이 적다. 우리의 가장 큰 강점은 240여 년 동안 하이퀄리티를 유지해 왔다는 점이다. 오랜 역사와 노하우, 그리고 오랫동안 거래해 온 파트너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은 이제 막 부르고뉴 와인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한국은 아직 개척해야 할 시장이다. 하지만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인들은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AOC 와인 시장이 커질 것이라 확신한다. 지금이 그 시작점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와인 초보자들에게 시작하기 좋은 부르고뉴 와인을 추천한다면. “‘파트라슈 피노누아’와 ‘파트라슈 샤르도네’를 추천한다. 부르고뉴의 피노누아와 부르고뉴 샤르도네의 매력이 충분히 스며든 와인이다. 무엇보다 합리적인 가격대로 접근성도 뛰어나다. 우선 이 와인들로 시작한 후 빈티지 와인을 하나씩 정복해보길 권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5호(2019년 02월) 기사입니다.]
어렵지만, 매력적인 부르고뉴 와인
최근 부르고뉴(Bourgogne) 와인에 대한 관심이 아주 뜨겁다. 특히 소위 와인 좀 안다는 와인 고수들이 편애하는 와인으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프랑스 와인 생산량 중 3%라는 극히 제한적인 생산량과 명품 와인이라는 네임 밸류, 여느 와인과 비교되는 섬세한 풍미 등이 인기 요인이다.
특히 부르고뉴는 프랑스 보르도(Bord- eaux) 지방과 함께 세계 최고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이 두 지역은 종종 와인 애호가들의 비교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한 예로 프랑스의 유명 배우이자 와인 애호가로 알려진 자크 페랭(Jacques Perrin)은 보르도 와인은 인간의 창조물이지만, 부르고뉴 와인은 신의 은총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왜 그럴까. 우선 3~5가지의 포도 품종들을 블렌딩해 와인을 만드는 보르도와 달리 부르고뉴는 단일 품종만으로 와인을 생산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주로 피노누아로는 레드 와인을, 샤르도네로는 화이트 와인을 만든다. 여러 품종을 섞고 오래 숙성할 수 있는 우아한 보르도 와인을 ‘여성적’이라고 하는 데 반해 단순하고 힘 있는 부르고뉴 와인을 ‘남성적’이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피노누아는 재배가 민감하고 까다로운 품종으로 유명하다. 더욱이 똑같은 피노누아 와인이지만, 어느 땅에서 재배했느냐에 따라 맛이 극명하게 달라지기도 한다.
부르고뉴 지방은 아주 먼 옛날에 바다였던 땅이 솟아올라 만들어진, 완만한 경사의 구릉지 위에 형성됐다. 따라서 서로 성격이 다른 토양이 양파 껍질처럼 복잡하게 겹쳐져 있으며, 단 10m 정도 떨어진 땅에서도 토양의 성질이 완전히 다르게 나타난다. 다시 말해, 불과 몇 미터 차이에서도 완전히 다른 맛의 와인이 생산되는 것이다. 따라서 부르고뉴 와인 양조자들은 지역적 특성을 가리키는 말인 테루아(terroirs)의 중요성을 몹시 강조한다. 같은 땅이라도 어떤 곳은 습하고 어떤 곳은 건조하고 거칠기 때문에, 오랜 기간 익혀 온 기술과 철학들이 모두 이 테루아에 속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테루아에 따라 와인의 품질과 가치는 매우 달라진다.
부르고뉴 와인과 보르도 와인의 또 다른차이가 있다면, 보르도의 경우 포도원이 한 개인이나 기업의 소유인 반면, 부르고뉴는 땅의 소유주가 여러 명으로 돼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18세기 프랑스혁명으로 거슬러 오른다. 당시 프랑스 정부는 귀족이나 교회 소유의 포도원을 압수해 개인들에게 분할했는데, 이후 자녀 수대로 나누어 상속하는 상속 제도까지 만들어지며, 체스 판처럼 수많은 포도원이 생겨나기에 이르렀다. 한 예로 ‘클로 드 부조’란 이름의 포도밭에서는 무려 80명 정도의 생산자들이 각기 다른 품질의 와인을 출시한다.
현재 부르고뉴의 포도밭은 110개의 지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생산자 이름만도 1000개가 넘는다. 따라서 부르고뉴 와인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유명한 마을의 포도밭과 양조자의 이름까지 꾀고 있어야 한다. 와인 전문가들도 전 세계 와인 중 부르고뉴 와인이 제일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이자, 누군가에게는 부르고뉴 와인이 최고의 경험이었던 반면, 누군가에겐 최악의 와인으로 기억되는 이유다.
최고급 부르고뉴 와인의 다른 말, 파트라슈
와인에 대한 깊은 학식 없이는 부르고뉴 와인을 즐길 수 없는 것일까. 다행히도 부르고뉴엔 네고시앙(Négociant)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네고시앙의 사전적 의미는 와인 도매상인이다. 앞서 말했듯, 부르고뉴에는 수많은 와인 재배자가 현존한다. 그중에는 양조 설비를 갖추고 자체적으로 와인을 생산하는 양조자도 있지만, 작은 경작지에서 그들만의 노하우와 기술로 양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들도 있다. 이들의 포도를 사들여 양조, 병입, 유통을 담당하는 생산자가 바로 네고시앙이다. 부르고뉴에서 네고시앙의 개념은 18세기 초부터 생겨났으며, 현재는 282개의 네고시앙이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네고시앙의 명성에 따라 와인의 수준이 평가되기도 한다.
‘파트라슈(Patriarche)’는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네고시앙 중 하나다. 부르고뉴 와인의 역사와 함께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특히 부르고뉴 와인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파트라슈’의 역사는 무려 240여 년인 1780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특히 파트라슈의 설립자인 장 밥티스트 파트라슈는 업계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부르고뉴 와인을 영국에 소개하며 일찍이 부르고뉴 와인의 우수성을 세계시장에 알렸던 것. 또한 부르고뉴 와인의 고급화에도 앞장 서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장 밥티스트 파트라슈의 이러한 설립 정신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파트라슈’의 와인은 전 세계 85개국으로 수출되는 것은 물론 고급 부르고뉴 와인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240여 년의 노하우가 차근차근 쌓인 결과다. 이런 이유로 수많은 재배자들은 ‘파트라슈’에 그들의 와인을 팔기를 희망하지만, ‘파트라슈’는 부르고뉴 내에서 가장 ‘콧대 높은’ 네고시앙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실제 재배자들이 가져오는 와인 중 단 20%만이 구매로 이어진다고.
파트라슈가 와인 구입 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고유성’이다. 앞서 말했듯, 부르고뉴에는 서로 다른 토질을 가진 수천 개의 포도밭이 존재한다. 또한 포도 재배는 날씨에 민감하기 때문에 해마다 만들어지는 와인의 맛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파트라슈’는 각 토질의 매력과 각 해의 포도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난 와인만을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각 테루아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리는 방법으로 와인을 양조한다.
와인을 만들 때 포도 재배와 양조만큼 중요한 것이 숙성 과정이다. 좋은 포도로 만든 와인이라도 숙성이 잘못되면 맛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파트라슈’는 부르고뉴 내에서 가장 큰 와인 셀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1600년대 한 수녀원 지하에 만들어진 와인 저장고를 구입한 ‘파트라슈’는 이후, 건물의 지하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와인 셀러의 크기를 넓혀 왔는데, 현재 그 크기가 약 1만9834㎡에 달하며, 약 300만 병의 와인을 보관·숙성 중이다. 특히 파트라슈의 와인 셀러는 부르고뉴 본(Beaune) 지방의 유명 관광지로, 한 해 약 4만5000명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트라슈’는 현재 톱 5의 부르고뉴 와인으로 성장했다. 뛰어난 품질로 영국항공 라운지와 전 세계 메리어트 호텔의 와인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오랜 역사로 축적된 노하우와 엄격한 품질관리, 대형 와인 업체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레인지의 와인 생산이라는 삼박자가 딱딱 맞아떨어진 결과다. 따라서 프랑스에선 ‘파트라슈’ 와인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믿고 마시는 파트라슈!’ 다시 말해, 빈티지와 생산자로 와인의 맛을 구별할 수 있는 ‘고수’가 아니라면, 파트라슈를 선택하는 것이 실패 확률이 훨씬 적다는 얘기다.
Caves Patriarche
만약 부르고뉴 본(Beaune) 지역으로 여행을 가게 된다면, 파트라슈의 와인 셀러는 반드시 가봐야 할 관광 명소다. 파트라슈는 부르고뉴에서 가장 큰 와인 셀러를 보유하고 있다. 와인 셀러의 길이만 자그마치 5km. 이곳에는 약 300만 병의 와인이 잠들어 있다. 이 중 600m 정도를 관광객에게 공개하는데, 1904년 수확한 포도로 양조한 와인은 물론, 몽라셰, 뫼르소, 포마르 등 귀한 와인을 만나볼 수 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입장 시 나눠주는 타스트뱅(Taste-vin)을 들고 다니며 10여 종의 와인을 직접 시음할 수 있다는 것. 한 해 약 4만5000명이 방문하며, 예약 없이 언제든 방문할 수 있다. 사진은 셀러에서 와인을 보관하는 모습과 시음을 위한 타스트뱅. 문의 www.partriarche.com
INTERVIEW 빈센트 고얏(Vincent Goyat) 이사
“파트라슈, 240년 동안 하이퀄리티 유지”
‘파트라슈’에선 어떤 일을 담당하나. “영국, 아일랜드, 일본을 대상으로 하는 수출과 전반적인 마케팅을 담당한다. 또한 어떤 원액을 구입할지를 정하는 것과 와인의 가격을 매기는 것도 내가 하는 일이다.”
부르고뉴 와인이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발견의 즐거움이다. 칠레와 뉴질랜드, 미국 같은 신대륙 와인은 임팩트가 강한 반면, 감흥이 짧은 편이다. 반면, 부르고뉴 와인은 어느 시점에 마시는가에 따라 다른 느낌이 난다. 가령, 같은 와인을 마시더라도 식사 전에 마실 때와 식사 중에 마실 때, 식사 후 마실 때의 맛이 다 다르다. 이것이야말로 부르고뉴 ‘테루아’의 ‘힘’이다. 그래서 부르고뉴 와인은 반드시 천천히 음미하며 마셔야 한다.”
부르고뉴에만 1000개가 넘는 와인 브랜드가 존재한다. 그중 ‘파트라슈’만의 강점이 있다면. “부르고뉴 와인은 매우 복잡하다. 와인 초보자는 손도 대지 못할 정도로 알아야 하는 게 많다. 하지만 ‘파트라슈’ 같은 유명 회사의 와인이라면, 실패할 확률이 적다. 우리의 가장 큰 강점은 240여 년 동안 하이퀄리티를 유지해 왔다는 점이다. 오랜 역사와 노하우, 그리고 오랫동안 거래해 온 파트너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은 이제 막 부르고뉴 와인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한국은 아직 개척해야 할 시장이다. 하지만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인들은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AOC 와인 시장이 커질 것이라 확신한다. 지금이 그 시작점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와인 초보자들에게 시작하기 좋은 부르고뉴 와인을 추천한다면. “‘파트라슈 피노누아’와 ‘파트라슈 샤르도네’를 추천한다. 부르고뉴의 피노누아와 부르고뉴 샤르도네의 매력이 충분히 스며든 와인이다. 무엇보다 합리적인 가격대로 접근성도 뛰어나다. 우선 이 와인들로 시작한 후 빈티지 와인을 하나씩 정복해보길 권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5호(2019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