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맹 가리의 혼을 무대로, 국립극단 <자기 앞의 생>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국립극단이 2019년 첫 번째 작품으로 <자기 앞의 생>을 2월 22일부터 3월 23일까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린다. 로맹 가리의 팬이라면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
문의 국립극단 1644-2003

<자기 앞의 생>은 세계 3대 문학상이자 중복 수상이 금지돼 있는 프랑스 공쿠르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역대 유일의 작가 로맹 가리(Romain Gary)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 작품은 2007년 프랑스를 대표하는 제작 극장인 마리니 극장(Théâtre Marigny)에서 초연됐고, 프랑스 최고 연극상인 몰리에르상에서 최고작품상, 최고각색상, 여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을 석권한 바 있다.

그리고 드디어 이번 국립극단의 공연을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도 처음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이 작품은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아랍계 소년 모모와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키우는 유대인 보모 로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진행되는 공연은 인종, 종교, 세대 등 사회적 차이를 뛰어넘는 진정한 관계와 사랑에 대해 질문한다.

<자기 앞의 생>의 탄탄한 캐스팅도 관객들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무대와 브라운관을 오가며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양희경과 제55회 동아연극상에서 연기상을 수상한 국립극단 시즌 단원 이수미가 로자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모모 역의 오정택, 카츠 의사 역의 정원조, 유세프 카디르 역의 김한 등 연극 마니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배우들도 함께 무대를 꾸민다. 공연의 연출은 <신의 아그네스>, <아내들의 외출> 등 한국 연극계에 여성 중심의 서사를 꾸준히 소개해 온 박혜선이 맡는다.

프랑스가 낳은 천재 소설가
로맹 가리(1914~1980년)
첫 소설 <유럽의 교육>으로 프랑스 비평가상을 수상하며 명성을 떨쳤고 <하늘의 뿌리>로 세계 3대 문학상인 프랑스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로맹 가리는 생전 다양한 작품 활동을 통해 여러 권위 있는 상을 수상했지만, 동시에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론가들의 극심한 비판을 받아 심적 고통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샤탕 보카트’, ‘포스코 시니발디’, ‘에밀 아자르’ 등의 필명으로 소설을 발표했고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자기 앞의 생>으로 중복 수상이 금지돼 있는 프랑스 공쿠르상을 다시 한 번 수상하게 된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가 동일 인물인 것을 알지 못했는데, 1980년 로맹 가리가 자신이 에밀 아자르임을 밝히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전 세계의 문학계는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5호(2019년 02월) 기사입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