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2030 vs 4050, 사랑 ‘동상이몽’
입력 2019-01-29 16:52:27
수정 2019-01-29 16:52:27
[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서른 넷 미영 씨의 사랑과 서른 넷 철우 씨의 사랑은 같을까, 다를까. 서른 넷 미영 씨의 사랑과 예순 넷 순자 씨의 사랑은 다를까, 같을까. 사랑, 그 동상이몽에 대한 리포트.
‘삼포세대’ 2030, 사랑보다는 현실
플라톤에서 데카르트, 루소와 칸트까지. 예로부터 ‘사랑’은 철인들의 고뇌의 벗이자 논쟁의 씨앗이었다. 2000년이 흐른 지금, 사람들은 사랑의 완벽한 정의를 찾았을까. 현대인들은 여전히 사랑에 물음표를 찍는다. 아니, 고민은 더 심오해졌다.
이성 간 사랑을 논하던 시대를 넘어서 동성에 대한 사랑을 논한 지는 이미 오래. 이제는 사람을 넘어서 동물과의 사랑, 인형이나 로봇처럼 생명이 아닌 것들과의 사랑으로까지 논의가 확산됐다.
백년가약도 희미해졌다. 과거에는 사랑한다면 부부가 돼 평생을 같이 지낼 것을 다짐했지만, 요즘의 사랑은 꼭 결혼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사랑해도 같이 살지 않는 삶을 선택하고, 또 어떤 이들은 이혼과 졸혼의 갈림길에서 다시 사랑을 저울질한다.
2019년을 사는 우리에게 사랑은 어떤 모습인가. 나와 같은 세대, 나와 같은 성별,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사랑을 생각하고 있을까.
한경 머니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리서치 전문 업체인 오픈서베이의 도움을 받아 지난 1월 4일 하루 동안 20~60대 남녀 500명(남녀, 세대 동수)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표본오차 ±4.38%, 신뢰수준 95%)를 실시했다.
사랑에 대한 격언은 너무나 많다. 혹자는 사랑이 모든 것이라고 말하지만, 또 어떤 이는 사랑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반문한다. 그래서 우리의 첫 번째 질문은 다음과 같다. “당신의 인생에서 사랑은 얼마나 중요한가.”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세대별로 100명씩, 총 500명에게 설문을 실시한 결과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79.6%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0.6%에 불과했다. 제아무리 각박한 세상을 산다지만 사랑에도 냉담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조금 더 안을 들여다보면 어떨까.
세대별로 사랑을 가장 중시 여긴 것은 ‘5060’이었다. 50대와 60대 이상 응답자 모두 83%의 응답률로 ‘매우 중요하다’를 선택해 평균을 넘어섰다. 반면 젊을수록 사랑에 냉담한 반응이었다.
‘중간이다’(‘매우 중요하다’와 ‘중요하지 않다’의 중간)를 택한 응답자들이 상대적으로 20대(24.0%)와 30대(29.0%)에서 가장 많았다. 특히 30대는 ‘중요하지 않다’(1.0%)고 답한 응답률까지 더하면 10명 중 3명이 사랑에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성별로 보면 여성보다 남성이 더 인생에서 사랑을 중요하게 여겼다. ‘매우 중요하다’를 선택한 남성은 84.4%인 반면 여성은 74.8%로 약 10%포인트 차가 벌어졌다.
‘사랑을 하면 행복하다’는 사랑 예찬론도 40대 이상의 중장년 세대에서 펼쳐졌다. 사랑을 하면 행복한지에 대해 묻자 40대 이상의 중장년 및 노년층은 응답자의 90.0% 이상이 ‘행복하다’고 답했다. 반면 20대와 30대의 ‘행복하다’는 응답률은 각각 83.0%, 85.0%로 90.0%에 미치지 못했다. ‘상관관계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2030세대에서 높게 나타났는데, 특히 20대(16.0%)와 50대(8.0%)의 경우 딱 2배 차이가 날 만큼 이견을 보였다.
사랑에 대한 관점도 해마다 바뀌었다. 특히 나이를 먹을수록 인생에서 사랑이 더 중요해졌다. 사랑을 바라보는 관점이 이전과 달라졌느냐고 묻는 문항에 60대 이상은 54.0%가 사랑이 전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응답했으며 ‘전보다 더 중요해지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6.0%에 그쳤다. 반면 30대는 60대의 2배가 넘는 13.0%가 ‘전보다 더 중요해지지 않았다’를 선택했다. 누가 사랑을 젊은이의 전유물이라고 말했던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은 늦게 올수록 격렬하다”고.
2030과 4050의 사랑관은 결혼에서 특히 극명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부모 세대는 ‘해야 한다’에 더 많은 표(50대 48.0%, 60대 이상 63.0%)를 줬지만, 자녀 세대는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20대 69.0%, 30대 74.0%)를 더 많이 선택했다.
불안정한 일자리, 기약 없는 취업 준비, 치솟은 집값 등 과도한 삶의 비용으로 인해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거나 기약 없이 미루는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한 세대를 일컫는 신조어)’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이 같은 사회적 인식은 실제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 결혼 실태를 살펴보면 2013년부터 점점 혼인 건수가 감소하기 시작해 2017년에는 26만4455건으로 전년 대비 6.1% 감소했다. 1000명당 혼인 건수를 기록하는 조혼인율은 5.2건을 기록하며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시대에서는 사랑의 대상도 한정적이지가 않았다. 2000년 전 선인들이 사람과 신(아가페)을 놓고 사랑의 대상을 고뇌했다면, 오늘날의 사람들은 생명이 아닌 것들에게까지 사랑의 범주를 확대시킨다. 반려동물이나 인형, 로봇 등이 사람과의 사랑을 대신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신할 수 있다’는 응답이 40.0%나 됐다. 10명 중 4명은 사람과의 사랑이 아닌 다른 사랑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세대별로도 뚜렷하게 간극이 드러났다. 젊을수록 ‘있다’(20대 50.0%, 30대 48.0%)를 선택한 반면 노년에 가까울수록 ‘없다’(50대 67.0%, 60대 이상 70.0%)는 응답자가 많아졌다. 성별에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였는데 ‘없다’는 남성(69.2%)에게서, ‘있다’는 여성(49.2%) 응답자에게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들이 사람 대신에 선택한 것은 다양했다. 전체의 49.0%는 ‘취미’(일, 스포츠 등)를 선택했지만, 반려동물을 선택한 이들도 40.0%나 됐다. 이들 중에는 20대, 30대 비중이 46.0%, 48.0%로 높았다.
무인(無人) 사랑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중심 화두가 될 전망이다. ‘섹스 로봇’ 산업이 본격화할 경우 로봇과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외려 뉴스가 아닌 시절이 올지도 모른다.
실제 일본 도쿄의 한 중학교에서 일하는 행정직 직원 아키히코 곤도는 지난해 내장 카메라와 인공지능(AI)이 탑재된 홀로그램과 결혼식을 올렸다. 정동훈 광운대 교수는 “‘연애도 사치, 결혼도 사치’라고 믿는 ‘달관세대’에게 섹스 로봇은 인간 배우자보다 더 현명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며 “이제 현실에서 로봇과 사랑이 이뤄질 수 있는 날이 머지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결혼 마침표 ‘졸혼’, 44.8% ‘긍정적’
청년들이 낭만이 아닌 현실에서 허우적거릴 때, 중년은 사랑에 오히려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타성에 젖은 관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또 사랑에 길을 묻는 것이다.
“한 달간 2만1900명이 사랑의 서약을 썼지만, 또 다른 한쪽에서는 1만600명이 이혼하는 게 현실이다(2018년 10월 기준).”
먼저 사랑에 마침표를 찍는 일이 늘었다. ‘부부 사이 갈등 심화 시 이혼을 고려하겠는가’라는 질문에 ‘해서는 안 된다’가 10.6%로 가장 저조한 응답률을 보였다.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가 63.0%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이어서 ‘이유가 있으면 하는 것이 좋다’(26.4%)는 답변 순으로 나타났다. ‘해서는 안 된다’를 선택한 이들 중에는 상대적으로 50대(16.0%)와 60대 이상(16.0%)의 응답자가 많았지만 이 역시 다수는 아니었다. 기성세대에게서 금기시되던 이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서서히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게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사랑한다던 백년가약 역시 해묵은 말이 된 지 오래다. 결혼 20년 차 이상 부부의 ‘황혼 이혼’은 매년 지속해서 늘면서 2007년 2만5000건에서 2017년 3만3000건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전체 이혼 건수의 31.2%를 차지한다.
하지만 인식이 실제 지표를 따라가기에는 아직도 기나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황혼 이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24.8%는 ‘하지 말아야 한다’를 선택했는데, 이는 앞서 ‘(일반) 이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응답한 10.6%보다 14.2%포인트나 많은 수준이다.
이혼은 해도 괜찮지만, 황혼 이혼은 해선 안 된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특히 ‘하지 말아야 한다’에 대한 응답률은 상대적으로 남성(34.0%), 그리고 50대(32.0%)와 60대 이상(40.0%) 응답자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사랑에 물음부호를 붙이는 이들도 늘고 있다.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의 ‘졸혼’이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법적으로 이혼하지 않되 각자의 삶을 산다는 의미에서 이혼의 대안으로 여겨진다.
졸혼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전체 응답자의 44.8%가 졸혼에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대로 부정적인 의견은 25.4%로 대체로 긍정 평가가 우세했다. 성별로 보면 여성(52.0%)이 남성(37.6%)보다 졸혼을 긍정했으며 세대별로는 30대(50.0%)가 50대(42.0%)보다 졸혼에 다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다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서는 나이가 들수록 망설임이 커졌다. 이혼이나 사별 후 재혼에 대한 생각을 묻는 문항에서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의 응답률은 20대(98.0%), 30대(93.0%), 40대(87.0%), 50대(81.0%), 60대 이상(80.0%) 순으로 하향곡선을 그렸다. 반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률은 20대(0%), 30대(3.0%), 40대(8.0%), 50대(13.0%), 60대 이상(11.0%)으로 나이가 들수록 재혼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재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한 35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465명 중 204명(43.9%)은 재혼을 결심하는 시기가 3~5년 후가 가장 적당하다고 봤다. 이어 1~3년 후(42.4%), 5~10년 후(9.0%) 순이다.
전체 응답자의 44.8%가 졸혼에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대로 부정적인 의견은 25.4%로 대체로 긍정 평가가 우세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한경 머니와 오픈서베이가 20~60대 이상 각 100명씩 총 500명에게서 모바일 설문 형식으로 진행했으며 표본오차는 ±4.38%(95% 신뢰수준)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5호(2019년 02월) 기사입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5호(2019년 02월) 기사입니다.]
‘삼포세대’ 2030, 사랑보다는 현실
플라톤에서 데카르트, 루소와 칸트까지. 예로부터 ‘사랑’은 철인들의 고뇌의 벗이자 논쟁의 씨앗이었다. 2000년이 흐른 지금, 사람들은 사랑의 완벽한 정의를 찾았을까. 현대인들은 여전히 사랑에 물음표를 찍는다. 아니, 고민은 더 심오해졌다.
이성 간 사랑을 논하던 시대를 넘어서 동성에 대한 사랑을 논한 지는 이미 오래. 이제는 사람을 넘어서 동물과의 사랑, 인형이나 로봇처럼 생명이 아닌 것들과의 사랑으로까지 논의가 확산됐다.
백년가약도 희미해졌다. 과거에는 사랑한다면 부부가 돼 평생을 같이 지낼 것을 다짐했지만, 요즘의 사랑은 꼭 결혼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사랑해도 같이 살지 않는 삶을 선택하고, 또 어떤 이들은 이혼과 졸혼의 갈림길에서 다시 사랑을 저울질한다.
2019년을 사는 우리에게 사랑은 어떤 모습인가. 나와 같은 세대, 나와 같은 성별,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사랑을 생각하고 있을까.
한경 머니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리서치 전문 업체인 오픈서베이의 도움을 받아 지난 1월 4일 하루 동안 20~60대 남녀 500명(남녀, 세대 동수)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표본오차 ±4.38%, 신뢰수준 95%)를 실시했다.
사랑에 대한 격언은 너무나 많다. 혹자는 사랑이 모든 것이라고 말하지만, 또 어떤 이는 사랑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반문한다. 그래서 우리의 첫 번째 질문은 다음과 같다. “당신의 인생에서 사랑은 얼마나 중요한가.”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세대별로 100명씩, 총 500명에게 설문을 실시한 결과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79.6%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0.6%에 불과했다. 제아무리 각박한 세상을 산다지만 사랑에도 냉담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조금 더 안을 들여다보면 어떨까.
세대별로 사랑을 가장 중시 여긴 것은 ‘5060’이었다. 50대와 60대 이상 응답자 모두 83%의 응답률로 ‘매우 중요하다’를 선택해 평균을 넘어섰다. 반면 젊을수록 사랑에 냉담한 반응이었다.
‘중간이다’(‘매우 중요하다’와 ‘중요하지 않다’의 중간)를 택한 응답자들이 상대적으로 20대(24.0%)와 30대(29.0%)에서 가장 많았다. 특히 30대는 ‘중요하지 않다’(1.0%)고 답한 응답률까지 더하면 10명 중 3명이 사랑에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성별로 보면 여성보다 남성이 더 인생에서 사랑을 중요하게 여겼다. ‘매우 중요하다’를 선택한 남성은 84.4%인 반면 여성은 74.8%로 약 10%포인트 차가 벌어졌다.
‘사랑을 하면 행복하다’는 사랑 예찬론도 40대 이상의 중장년 세대에서 펼쳐졌다. 사랑을 하면 행복한지에 대해 묻자 40대 이상의 중장년 및 노년층은 응답자의 90.0% 이상이 ‘행복하다’고 답했다. 반면 20대와 30대의 ‘행복하다’는 응답률은 각각 83.0%, 85.0%로 90.0%에 미치지 못했다. ‘상관관계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2030세대에서 높게 나타났는데, 특히 20대(16.0%)와 50대(8.0%)의 경우 딱 2배 차이가 날 만큼 이견을 보였다.
사랑에 대한 관점도 해마다 바뀌었다. 특히 나이를 먹을수록 인생에서 사랑이 더 중요해졌다. 사랑을 바라보는 관점이 이전과 달라졌느냐고 묻는 문항에 60대 이상은 54.0%가 사랑이 전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응답했으며 ‘전보다 더 중요해지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6.0%에 그쳤다. 반면 30대는 60대의 2배가 넘는 13.0%가 ‘전보다 더 중요해지지 않았다’를 선택했다. 누가 사랑을 젊은이의 전유물이라고 말했던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은 늦게 올수록 격렬하다”고.
2030과 4050의 사랑관은 결혼에서 특히 극명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부모 세대는 ‘해야 한다’에 더 많은 표(50대 48.0%, 60대 이상 63.0%)를 줬지만, 자녀 세대는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20대 69.0%, 30대 74.0%)를 더 많이 선택했다.
불안정한 일자리, 기약 없는 취업 준비, 치솟은 집값 등 과도한 삶의 비용으로 인해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거나 기약 없이 미루는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한 세대를 일컫는 신조어)’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이 같은 사회적 인식은 실제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 결혼 실태를 살펴보면 2013년부터 점점 혼인 건수가 감소하기 시작해 2017년에는 26만4455건으로 전년 대비 6.1% 감소했다. 1000명당 혼인 건수를 기록하는 조혼인율은 5.2건을 기록하며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시대에서는 사랑의 대상도 한정적이지가 않았다. 2000년 전 선인들이 사람과 신(아가페)을 놓고 사랑의 대상을 고뇌했다면, 오늘날의 사람들은 생명이 아닌 것들에게까지 사랑의 범주를 확대시킨다. 반려동물이나 인형, 로봇 등이 사람과의 사랑을 대신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신할 수 있다’는 응답이 40.0%나 됐다. 10명 중 4명은 사람과의 사랑이 아닌 다른 사랑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세대별로도 뚜렷하게 간극이 드러났다. 젊을수록 ‘있다’(20대 50.0%, 30대 48.0%)를 선택한 반면 노년에 가까울수록 ‘없다’(50대 67.0%, 60대 이상 70.0%)는 응답자가 많아졌다. 성별에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였는데 ‘없다’는 남성(69.2%)에게서, ‘있다’는 여성(49.2%) 응답자에게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들이 사람 대신에 선택한 것은 다양했다. 전체의 49.0%는 ‘취미’(일, 스포츠 등)를 선택했지만, 반려동물을 선택한 이들도 40.0%나 됐다. 이들 중에는 20대, 30대 비중이 46.0%, 48.0%로 높았다.
무인(無人) 사랑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중심 화두가 될 전망이다. ‘섹스 로봇’ 산업이 본격화할 경우 로봇과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외려 뉴스가 아닌 시절이 올지도 모른다.
실제 일본 도쿄의 한 중학교에서 일하는 행정직 직원 아키히코 곤도는 지난해 내장 카메라와 인공지능(AI)이 탑재된 홀로그램과 결혼식을 올렸다. 정동훈 광운대 교수는 “‘연애도 사치, 결혼도 사치’라고 믿는 ‘달관세대’에게 섹스 로봇은 인간 배우자보다 더 현명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며 “이제 현실에서 로봇과 사랑이 이뤄질 수 있는 날이 머지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결혼 마침표 ‘졸혼’, 44.8% ‘긍정적’
청년들이 낭만이 아닌 현실에서 허우적거릴 때, 중년은 사랑에 오히려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타성에 젖은 관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또 사랑에 길을 묻는 것이다.
“한 달간 2만1900명이 사랑의 서약을 썼지만, 또 다른 한쪽에서는 1만600명이 이혼하는 게 현실이다(2018년 10월 기준).”
먼저 사랑에 마침표를 찍는 일이 늘었다. ‘부부 사이 갈등 심화 시 이혼을 고려하겠는가’라는 질문에 ‘해서는 안 된다’가 10.6%로 가장 저조한 응답률을 보였다.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가 63.0%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이어서 ‘이유가 있으면 하는 것이 좋다’(26.4%)는 답변 순으로 나타났다. ‘해서는 안 된다’를 선택한 이들 중에는 상대적으로 50대(16.0%)와 60대 이상(16.0%)의 응답자가 많았지만 이 역시 다수는 아니었다. 기성세대에게서 금기시되던 이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서서히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게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사랑한다던 백년가약 역시 해묵은 말이 된 지 오래다. 결혼 20년 차 이상 부부의 ‘황혼 이혼’은 매년 지속해서 늘면서 2007년 2만5000건에서 2017년 3만3000건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전체 이혼 건수의 31.2%를 차지한다.
하지만 인식이 실제 지표를 따라가기에는 아직도 기나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황혼 이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24.8%는 ‘하지 말아야 한다’를 선택했는데, 이는 앞서 ‘(일반) 이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응답한 10.6%보다 14.2%포인트나 많은 수준이다.
이혼은 해도 괜찮지만, 황혼 이혼은 해선 안 된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특히 ‘하지 말아야 한다’에 대한 응답률은 상대적으로 남성(34.0%), 그리고 50대(32.0%)와 60대 이상(40.0%) 응답자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사랑에 물음부호를 붙이는 이들도 늘고 있다.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의 ‘졸혼’이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법적으로 이혼하지 않되 각자의 삶을 산다는 의미에서 이혼의 대안으로 여겨진다.
졸혼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전체 응답자의 44.8%가 졸혼에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대로 부정적인 의견은 25.4%로 대체로 긍정 평가가 우세했다. 성별로 보면 여성(52.0%)이 남성(37.6%)보다 졸혼을 긍정했으며 세대별로는 30대(50.0%)가 50대(42.0%)보다 졸혼에 다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다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서는 나이가 들수록 망설임이 커졌다. 이혼이나 사별 후 재혼에 대한 생각을 묻는 문항에서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의 응답률은 20대(98.0%), 30대(93.0%), 40대(87.0%), 50대(81.0%), 60대 이상(80.0%) 순으로 하향곡선을 그렸다. 반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률은 20대(0%), 30대(3.0%), 40대(8.0%), 50대(13.0%), 60대 이상(11.0%)으로 나이가 들수록 재혼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재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한 35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465명 중 204명(43.9%)은 재혼을 결심하는 시기가 3~5년 후가 가장 적당하다고 봤다. 이어 1~3년 후(42.4%), 5~10년 후(9.0%) 순이다.
전체 응답자의 44.8%가 졸혼에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대로 부정적인 의견은 25.4%로 대체로 긍정 평가가 우세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한경 머니와 오픈서베이가 20~60대 이상 각 100명씩 총 500명에게서 모바일 설문 형식으로 진행했으며 표본오차는 ±4.38%(95% 신뢰수준)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5호(2019년 02월) 기사입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5호(2019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