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새해 벽두부터 금융시장이 뜨겁다. 미국 나스닥 지수가 7000선을 회복한 가운데, 코스피도 2100선을 넘어서는 등 2018년 내내 부진하던 주식시장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회복세의 배경과 원인을 알면 올 한 해 시장 흐름을 일부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주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태도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연준은 2018년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3.4%(연율 기준)를 기록할 정도로 경기 호황을 누리고 있는 데도 정책 기조의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저 멀리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경기 예측지표가 바로 ‘장단기 금리 차’인데, 최근 이 금리 차가 0.1% 수준까지 좁혀지는 등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장단기 금리 차란 장기 금리(10년 만기)에서 만기가 짧은 단기 금리(2년 만기)를 뺀 것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만기가 긴 장기 금리는 만기가 짧은 단기 금리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형성된다. 만기가 길면 채권의 가격 변동이 클 뿐만 아니라 중간에 채권을 매도할 때 생각보다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하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美 장단기 금리 차 축소…금리 인상 기조 약화
그러나 10년에 한 번꼴로 장기 금리보다 단기 금리가 높아지는 시기가 출현한다. 연준이 정책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며 단기 금리를 끌어올리는 반면, 장기 금리는 정책금리 인상이 미래에 경기 불황을 일으킬 것이라는 예상을 반영해 하락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은 경기 여건이 좋지만 미래에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되면 주식 등 위험자산을 정리하고 10년 이상의 만기를 가진 채권을 구입해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장단기 금리 차의 축소는 곧 ‘성장률 둔화’의 신호로 해석되곤 한다.
문제는 장단기 금리 차를 0.1%포인트까지 좁혀 놓은 주체가 미 연준이라는 데 있다. 연준은 물가가 앞으로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2018년 한 해에만 정책금리를 네 차례나 인상했는데, 정작 물가 상승 압력이 낮을 뿐만 아니라 경기가 나빠질 징후가 보이니 난처한 입장에 처한 것이다.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연준이 즉각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금리를 인상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금리를 다시 내리기는 쉽지 않다.
결국 연준 입장에서는 당분간 정책금리 인상을 유보한 채 금융시장이 안정되기를 기다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다. 연준이 이런 태도를 보이면 한국 등 전 세계 중앙은행 역시 금리 인상을 중단하거나 계획했던 금리 인상 계획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2019년 미국은 물론 한국 등 전 세계 채권시장은 금리 안정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앙은행들의 태도 변화는 주식시장에 이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상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큰 호재이지만, 금리 인상을 중단한 이유가 ‘경기 둔화’에 있다면 이는 기업 실적의 악화 가능성을 높이는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 경기의 둔화를 걱정하는 사람은 아직까지는 많지 않다.
문제는 중국이다. 무역 분쟁이 점점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은 가장 중요한 핵심 지표, 수출이 감소하는 등 경기 둔화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과 중국이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맞설 가능성은 낮아졌다. 성장 탄력이 급격히 둔화되는데 중국이 무조건 강경한 입장을 고집할 여력이 없는 데다, 미국 또한 애플 ‘아이폰’의 판매 부진 충격에서 보듯 무역 분쟁에 따른 악영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완전 타결’까지는 아니어도 관세 부과를 유예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 경우 주식시장은 2018년에 비해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韓 증시 저평가 매력 부각…부동산 ‘하방경직성’
중국발 경기 둔화에 대한 위험이 완화될 경우, 역사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수준에 도달한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매력도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로 주당순자산가치(BPS)에 비교해보면, 한국 주식 가격은 80% 수준에서 거래되는 형편이다. 즉, 주당순자산가치가 1만 원이라고 할 때, 평균적으로 8000원에 거래되는 셈이니 한국 주식은 청산 가치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기업 회계에 대한 불신이 심하고, 더 나아가 기업 실적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을 때에는 주가가 주당순자산가치 밑으로 크게 떨어지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상장기업들이 대대적인 분식을 자행하고 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 주식시장은 미·중 무역 분쟁이 완화됨에 따라 점차 반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한 해 뜨겁게 달아올랐던 부동산 시장은 점차 탄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10월에 발생했던 주가 폭락 사태를 계기로 수도권 부동산 시장도 조정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당연한 일이다. 모든 자산이 그렇듯 부동산도 수요와 공급에 의해 좌우되는데, 주식 가격이 폭락하는 등 향후 경기 전망이 악화되면 부동산 수요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다만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핵심 지역에 여전히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조정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도권에서도 상승 탄력이 약했던 지역, 그리고 교통망 확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지역은 강세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2019년 하반기 경기 반등 기대감이 무산될 경우에는 부동산 시장의 조정이 장기화될 수 있다. 그렇더라도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퇴조한 가운데,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지출 확대에 나서는 만큼 급격한 경기 둔화의 위험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5호(2019년 02월) 기사입니다.]
글로벌 주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태도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연준은 2018년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3.4%(연율 기준)를 기록할 정도로 경기 호황을 누리고 있는 데도 정책 기조의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저 멀리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경기 예측지표가 바로 ‘장단기 금리 차’인데, 최근 이 금리 차가 0.1% 수준까지 좁혀지는 등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장단기 금리 차란 장기 금리(10년 만기)에서 만기가 짧은 단기 금리(2년 만기)를 뺀 것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만기가 긴 장기 금리는 만기가 짧은 단기 금리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형성된다. 만기가 길면 채권의 가격 변동이 클 뿐만 아니라 중간에 채권을 매도할 때 생각보다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하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美 장단기 금리 차 축소…금리 인상 기조 약화
그러나 10년에 한 번꼴로 장기 금리보다 단기 금리가 높아지는 시기가 출현한다. 연준이 정책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며 단기 금리를 끌어올리는 반면, 장기 금리는 정책금리 인상이 미래에 경기 불황을 일으킬 것이라는 예상을 반영해 하락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은 경기 여건이 좋지만 미래에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되면 주식 등 위험자산을 정리하고 10년 이상의 만기를 가진 채권을 구입해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장단기 금리 차의 축소는 곧 ‘성장률 둔화’의 신호로 해석되곤 한다.
문제는 장단기 금리 차를 0.1%포인트까지 좁혀 놓은 주체가 미 연준이라는 데 있다. 연준은 물가가 앞으로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2018년 한 해에만 정책금리를 네 차례나 인상했는데, 정작 물가 상승 압력이 낮을 뿐만 아니라 경기가 나빠질 징후가 보이니 난처한 입장에 처한 것이다.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연준이 즉각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금리를 인상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금리를 다시 내리기는 쉽지 않다.
결국 연준 입장에서는 당분간 정책금리 인상을 유보한 채 금융시장이 안정되기를 기다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다. 연준이 이런 태도를 보이면 한국 등 전 세계 중앙은행 역시 금리 인상을 중단하거나 계획했던 금리 인상 계획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2019년 미국은 물론 한국 등 전 세계 채권시장은 금리 안정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앙은행들의 태도 변화는 주식시장에 이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상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큰 호재이지만, 금리 인상을 중단한 이유가 ‘경기 둔화’에 있다면 이는 기업 실적의 악화 가능성을 높이는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 경기의 둔화를 걱정하는 사람은 아직까지는 많지 않다.
문제는 중국이다. 무역 분쟁이 점점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은 가장 중요한 핵심 지표, 수출이 감소하는 등 경기 둔화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과 중국이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맞설 가능성은 낮아졌다. 성장 탄력이 급격히 둔화되는데 중국이 무조건 강경한 입장을 고집할 여력이 없는 데다, 미국 또한 애플 ‘아이폰’의 판매 부진 충격에서 보듯 무역 분쟁에 따른 악영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완전 타결’까지는 아니어도 관세 부과를 유예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 경우 주식시장은 2018년에 비해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韓 증시 저평가 매력 부각…부동산 ‘하방경직성’
중국발 경기 둔화에 대한 위험이 완화될 경우, 역사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수준에 도달한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매력도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로 주당순자산가치(BPS)에 비교해보면, 한국 주식 가격은 80% 수준에서 거래되는 형편이다. 즉, 주당순자산가치가 1만 원이라고 할 때, 평균적으로 8000원에 거래되는 셈이니 한국 주식은 청산 가치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기업 회계에 대한 불신이 심하고, 더 나아가 기업 실적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을 때에는 주가가 주당순자산가치 밑으로 크게 떨어지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상장기업들이 대대적인 분식을 자행하고 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 주식시장은 미·중 무역 분쟁이 완화됨에 따라 점차 반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한 해 뜨겁게 달아올랐던 부동산 시장은 점차 탄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10월에 발생했던 주가 폭락 사태를 계기로 수도권 부동산 시장도 조정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당연한 일이다. 모든 자산이 그렇듯 부동산도 수요와 공급에 의해 좌우되는데, 주식 가격이 폭락하는 등 향후 경기 전망이 악화되면 부동산 수요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다만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핵심 지역에 여전히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조정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도권에서도 상승 탄력이 약했던 지역, 그리고 교통망 확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지역은 강세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2019년 하반기 경기 반등 기대감이 무산될 경우에는 부동산 시장의 조정이 장기화될 수 있다. 그렇더라도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퇴조한 가운데,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지출 확대에 나서는 만큼 급격한 경기 둔화의 위험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5호(2019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