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재산 다툼 걱정되면 ‘상속형 신탁’ 주목

[한경 머니 기고=이용 상무·윤창현 회계사 삼일PWC 상속세 및 증여세 전담팀] 신탁제도를 활용한 상속은 우리나라에서 아직 낯선 개념에 해당한다. 하지만 향후 관련 법령의 정비 및 개선이 이뤄질 경우 재산의 효율적 운영과 상속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지난 2012년 7월 ‘신탁법’의 전면 개정으로 인해 유언신탁과 더불어 유언대용신탁, 수익자연속신탁 등과 같은 상속형 신탁제도가 명문화됐다. 단순히 유언을 통한 상속 또는 증여자의 사망으로 인해 효력이 발생하는 사인증여 형태의 상속에서 신탁을 활용해 보다 다양한 상속·증여 플랜을 설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신탁이 종합자산관리의 대표 상품으로 진화한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러한 상속형 신탁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보편화됐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상속형 신탁제도에 대한 명확한 과세 요건과 세액 감면 등의 실질적인 세제 혜택의 부재, 민법상 유류분 제도에 따른 신탁의 실효성 감소 유인, ‘자본시장법’에 따른 신탁제도 운영 시 제약 조건 등으로 그 활용이 걸음마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고령화 시대, 저금리 시대의 자산관리 수단으로 신탁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금융기관 역시 관련된 많은 신탁 상품을 출시하는 추세에 있다. 또 상속형 신탁제도 활용을 통해 상속 분쟁을 감소시키는 한편 유산 정리, 자산 및 사업 승계 관련 부가서비스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상속형 신탁제도에 대한 관심도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신탁법’ 개정으로 인해 도입된 상속형 신탁제도는 다음과 같다.

유언신탁은 가장 기본적인 상속형 신탁제도로 유언 및 상속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유언서에 명시된 상속재산을 금융기관 등에 위탁해 운용토록 하고, 위탁자 사망 시 유언서 내용대로 유증되도록 하는 신탁을 의미한다. 적은 비용으로 유언장 관리가 가능하고 분실 또는 위·변조의 위험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유언대용신탁이란 피상속인(위탁자)이 생전에 금융기관(수탁자)과 신탁 계약을 체결하면서, 생전에는 자신을 수익자로 지정하고, 사후에는 배우자, 자녀, 제3자 등을 수익자로 지정할 수 있는 신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 건물을 보유 중인 A씨가 금융기관과 유언대용신탁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A씨는 살아 있는 동안 신탁재산인 ‘건물로부터 발생하는 임대료 등을 수취할 수 있는 수익권’을 교부받게 되며, 이와 더불어 사후에 해당 수익권을 교부받을 수익자를 사전에 지정할 수 있게 된다.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할 경우 위탁자인 피상속인 사망 시 신탁 계약상 사전에 정해진 바에 따라 수익권이 승계됨에 따라 유산을 둘러싼 분쟁이 감소할 수 있으며, 유류분 분쟁 시 유류분 반환 대상이 신탁재산이 아닌 수익권이 됨에 따라 유류분 소송으로 인해 신탁 계약 자체가 무효로 되지 않는 장점이 존재한다.

수익자연속신탁이란 다수의 수익자가 순차적으로 연속하는 형태의 신탁으로 수익자 사망 시에 해당 수익권이 소멸하고, 차순위자가 새로이 수익권을 취득하는 등 순차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수익권이 귀속되는 형태의 신탁이다.

현행법상 ‘본인 사후에 배우자에게 재산을 상속하며, 배우자가 사망할 경우 자녀에게 상속한다’는 취지의 연속유증은 불가능하나 수익자연속신탁을 통할 경우 제1수익자를 배우자, 제2수익자를 자녀로 설정해 연속유증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신탁 관련 과세제도는 정비 필요
‘신탁법’ 개정으로 상속형 신탁제도가 도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신탁 관련 과세제도의 변화는 크지 않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피상속인이 신탁한 재산 및 신탁으로 인해 이익을 받을 권리는 모두 상속재산으로 보아 상속세를 과세하며, 피상속인이 신탁으로 인해 타인으로부터 신탁의 이익을 받을 권리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 역시 그 이익에 상당하는 가액을 상속재산에 포함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과세 방식에 대해서는 명시하고 있지 않다.

향후 새롭게 도입된 상속형 신탁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서 신탁제도의 정비뿐만 아니라 신탁재산 등을 과세하는 데 있어서는 추가적인 법령 정비 또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5호(2019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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