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정명진 파이낸셜뉴스 의학전문기자] 추운 날씨로 개인위생이 소홀해지면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다. 식중독은 더운 여름철에 상한 음식으로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겨울철에는 노로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발생한다.
위와 장에 염증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는 오염된 지하수, 채소나 과일, 조개류를 섭취했을 때 걸리거나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겨울철에 노로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이유는 노로바이러스가 영하의 기온에서도 오랜 시간 생존하고 아주 적은 양으로도 쉽게 감염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노로바이러스 환자와 악수를 나눈 후 손을 씻지 않고 입에 갖다 댈 경우에도 금방 감염된다.
섭씨 60도 이상에도 생존하는 강력한 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는 1968년 첫 유행이 발견된 지역인 미국 오하이오주의 도시 노워크(Norwalk)의 이름을 따서 노워크 바이러스라고 불리다가 이후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유사한 바이러스들이 발견되면서 여러 가지 다른 이름들로 불렸다.
2002년에 정식으로 ‘노워크 바이러스 비슷한 바이러스’라는 뜻으로 노로바이러스라는 이름을 얻었다.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나서도 노로바이러스는 검출하기가 힘든 RNA형 바이러스라서 감염 여부를 쉽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RNA를 DNA로 바꾸어 증폭하는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노로바이러스 발견이 쉬워졌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식중독의 원인이 대장균이나 살모넬라, 시겔라 같은 세균들이 식품매개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노로바이러스가 가장 흔한 원인균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세균성 식품매개질환들이 따뜻하거나 더운 계절에 많이 발생하는데 노로바이러스 감염은 겨울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봄이 오면 확실히 줄어든다.
10년 전 겨울철에 발생하는 장염은 로타바이러스와 아스트로바이러스, 캘리시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로타바이러스는 서울 지역에 거주 중인 어린아이의 설사 원인 중 47%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컸다. 그러나 백신이 개발되고 예방접종이 시작되면서 로타바이러스의 발병률이 크게 줄었다.
최근에는 노로바이러스가 기세를 부리면서 이로 인한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는 기온이 내려가면서 바이러스의 지속 기간이 길어진 데다 전 세계에 걸쳐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등 유행적인 면이 큰 탓으로 분석된다. 노로바이러스는 섭씨 60도 이상의 온도에서 30분 이상 가열해도 죽지 않을 만큼 생존력이 매우 강하다. 또 겨울에 날로 먹는 굴 같은 어패류에 노로바이러스 농도가 높다.
노로바이러스를 미국에서는 ‘겨울철 토하는 질병(winter vomiting bug)’이라고 부른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 바로 ‘구토’이기 때문이다. 소아의 경우 구토 증상이 더욱 심하고, 성인에서는 설사와 복통이 동반될 수 있다. 따라서 구토나 설사 같은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의 경우 감염되면 심한 탈수로 위험해질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노로바이러스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혈액형이 따로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인 네이처 메디신에 따르면 노로바이러스가 혈액형을 결정하는 항원을 감염의 수용체로 사용하기 때문에 B형이 노로바이러스에 강하다고 한다.
음식 끓여 먹고 개인위생 철저히
노로바이러스의 치사율은 0%다. 감염된다고 해도 죽음에 이르진 않지만, 항바이러스제도 감염 예방백신도 없다. 바이러스 자체가 약 2~4일 후면 자연 치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소아, 노인 환자나 면역 저하 환자 같은 경우는 심한 구토와 설사를 동반하면서 탈수가 심해지고, 심한 전해질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드물지만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또 전염력이 매우 높아서 군대나 식당, 학교에서 집단 발병 위험이 크다.
그리고 아직까지 예방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정확한 진단은 전자현미경 검사나 바이러스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가능하지만 아직까지는 일반 병원에서는 검사 자체가 보편화돼 있지 않다. 하지만 발생 시기와 증상, 설사 양상을 종합해서 원인을 추정해볼 수 있다. 아직까지 정확한 검사는 집단 발병의 원인 분석이나 연구 목적으로 제한돼 있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병원 진료 후 수액요법과 같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노로바이러스는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 가장 쉬우면서도 노로바이러스 등 감염 질환을 확실히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손 씻기’다. 손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존재하는데 손에 붙어 질병을 일으키는 일시적인 집락균(세균)은 비누나 물로만 씻어도 쉽게 제거된다.
또 가능한 모든 음식물은 익혀 먹는 것이 좋다. 특히 조개, 굴을 비롯한 어패류는 반드시 익혀 먹고 지하수도 반드시 끓여 마셔야 한다. 생채소나 생과일 섭취 시에는 여러 차례 깨끗이 세척해준다. 식재료를 가열할 경우 섭씨 80도에서 약 5분, 100도에서 약 1분간 가열하면 사멸된다. 칼과 도마 같은 조리기구의 경우 주기적으로 소독하고 해산물을 다루는 도마를 따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가족 중에 노로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집 안 위생관리에 주의를 기울여 가족 단위의 추가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구토를 한 토사물이나 분변, 타액 등을 청소할 때는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해야 하며, 알코올로 손이 많이 닿는 문고리 등을 소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4호(2019년 01월) 기사입니다.]
위와 장에 염증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는 오염된 지하수, 채소나 과일, 조개류를 섭취했을 때 걸리거나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겨울철에 노로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이유는 노로바이러스가 영하의 기온에서도 오랜 시간 생존하고 아주 적은 양으로도 쉽게 감염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노로바이러스 환자와 악수를 나눈 후 손을 씻지 않고 입에 갖다 댈 경우에도 금방 감염된다.
섭씨 60도 이상에도 생존하는 강력한 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는 1968년 첫 유행이 발견된 지역인 미국 오하이오주의 도시 노워크(Norwalk)의 이름을 따서 노워크 바이러스라고 불리다가 이후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유사한 바이러스들이 발견되면서 여러 가지 다른 이름들로 불렸다.
2002년에 정식으로 ‘노워크 바이러스 비슷한 바이러스’라는 뜻으로 노로바이러스라는 이름을 얻었다.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나서도 노로바이러스는 검출하기가 힘든 RNA형 바이러스라서 감염 여부를 쉽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RNA를 DNA로 바꾸어 증폭하는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노로바이러스 발견이 쉬워졌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식중독의 원인이 대장균이나 살모넬라, 시겔라 같은 세균들이 식품매개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노로바이러스가 가장 흔한 원인균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세균성 식품매개질환들이 따뜻하거나 더운 계절에 많이 발생하는데 노로바이러스 감염은 겨울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봄이 오면 확실히 줄어든다.
10년 전 겨울철에 발생하는 장염은 로타바이러스와 아스트로바이러스, 캘리시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로타바이러스는 서울 지역에 거주 중인 어린아이의 설사 원인 중 47%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컸다. 그러나 백신이 개발되고 예방접종이 시작되면서 로타바이러스의 발병률이 크게 줄었다.
최근에는 노로바이러스가 기세를 부리면서 이로 인한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는 기온이 내려가면서 바이러스의 지속 기간이 길어진 데다 전 세계에 걸쳐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등 유행적인 면이 큰 탓으로 분석된다. 노로바이러스는 섭씨 60도 이상의 온도에서 30분 이상 가열해도 죽지 않을 만큼 생존력이 매우 강하다. 또 겨울에 날로 먹는 굴 같은 어패류에 노로바이러스 농도가 높다.
노로바이러스를 미국에서는 ‘겨울철 토하는 질병(winter vomiting bug)’이라고 부른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 바로 ‘구토’이기 때문이다. 소아의 경우 구토 증상이 더욱 심하고, 성인에서는 설사와 복통이 동반될 수 있다. 따라서 구토나 설사 같은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의 경우 감염되면 심한 탈수로 위험해질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노로바이러스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혈액형이 따로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인 네이처 메디신에 따르면 노로바이러스가 혈액형을 결정하는 항원을 감염의 수용체로 사용하기 때문에 B형이 노로바이러스에 강하다고 한다.
음식 끓여 먹고 개인위생 철저히
노로바이러스의 치사율은 0%다. 감염된다고 해도 죽음에 이르진 않지만, 항바이러스제도 감염 예방백신도 없다. 바이러스 자체가 약 2~4일 후면 자연 치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소아, 노인 환자나 면역 저하 환자 같은 경우는 심한 구토와 설사를 동반하면서 탈수가 심해지고, 심한 전해질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드물지만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또 전염력이 매우 높아서 군대나 식당, 학교에서 집단 발병 위험이 크다.
그리고 아직까지 예방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정확한 진단은 전자현미경 검사나 바이러스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가능하지만 아직까지는 일반 병원에서는 검사 자체가 보편화돼 있지 않다. 하지만 발생 시기와 증상, 설사 양상을 종합해서 원인을 추정해볼 수 있다. 아직까지 정확한 검사는 집단 발병의 원인 분석이나 연구 목적으로 제한돼 있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병원 진료 후 수액요법과 같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노로바이러스는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 가장 쉬우면서도 노로바이러스 등 감염 질환을 확실히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손 씻기’다. 손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존재하는데 손에 붙어 질병을 일으키는 일시적인 집락균(세균)은 비누나 물로만 씻어도 쉽게 제거된다.
또 가능한 모든 음식물은 익혀 먹는 것이 좋다. 특히 조개, 굴을 비롯한 어패류는 반드시 익혀 먹고 지하수도 반드시 끓여 마셔야 한다. 생채소나 생과일 섭취 시에는 여러 차례 깨끗이 세척해준다. 식재료를 가열할 경우 섭씨 80도에서 약 5분, 100도에서 약 1분간 가열하면 사멸된다. 칼과 도마 같은 조리기구의 경우 주기적으로 소독하고 해산물을 다루는 도마를 따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가족 중에 노로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집 안 위생관리에 주의를 기울여 가족 단위의 추가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구토를 한 토사물이나 분변, 타액 등을 청소할 때는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해야 하며, 알코올로 손이 많이 닿는 문고리 등을 소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4호(2019년 0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