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류준우 보맵 대표 “핀테크로 고객 중심 보험 생태계 조성”


[한경 머니 = 공인호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보험은 여러 금융권 가운데서도 정보의 비대칭이 가장 심각한 영역으로 꼽힌다. 어렵고 낯선 용어도 문제지만 각 보험 상품의 약관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이직이 잦은 보험설계사들 탓에 ‘고아 계약’이 넘쳐나고 보험금 수령 절차도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핀테크(FinTech) 기반의 보맵(Bomapp)이 탄생한 배경이다.

4차 산업혁명이 글로벌 시장의 화두로 등장하면서 국내 금융권에서도 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2018년 전 세계적인 암호화폐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핀테크 업체들도 블록체인(block chain)이라는 신기술을 통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도 했으며, 국내에서는 P2P(Peer to Peer)금융과 크라우드펀딩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금융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보맵은 IT를 접목해 보험 관리의 편의성을 대폭 개선한 애플리케이션(App)이다. 간단한 본인인증만으로 내가 가입한 보험은 물론 월납보험료, 보장 내용, 중복 가입 건수, 과보장 항목, 특약 내용, 해지환급금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다. 특히 여타 경쟁 앱과 달리 특정 보험사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아 소비자 중심의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무엇보다 보맵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보험설계사와의 ‘상생(相生)’ 노력이 주효했다. 설계사 전용 앱을 별도 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설계사들의 프로필을 검증,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와의 정보 비대칭 우려도 말끔히 해소했다. 다음은 류준우 보맵 대표와의 일문일답.

최근 경쟁 앱들이 출시되고 있는데 ‘보맵’만의 강점을 소개한다면.
“저를 비롯해 대다수 경영진들이 보험을 잘 아는 보험사 출신이라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 아닐까 싶네요. 뿐만 아니라 저희 오피스 직원 40명 가운데 27명이 개발인력으로 구성돼 있는데, 백오피스(back office)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 모두가 보험업계 출신들이죠. 보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임직원들이 고객들 입장에서 보험만 연구하고 있는 게 가장 큰 강점이라고 자부합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보맵(Bomapp)이죠. 대부분 경쟁 앱의 경우 은행, 자산관리 등으로부터 파생돼 보험을 다루고 있지만, 사실 보험은 여타 금융업에 비해 난이도가 높은 산업입니다. 보맵의 가장 큰 차별점은 보험 소비자들이 어떤 부분에서 정보 비대칭성을 겪어 왔는지 파악하고 보험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하네요. 과거 보험관리 툴의 경우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공유, 판매하는 등 영업 관점에서만 접근을 해 왔는데 보맵은 고객의 개인정보를 철저히 관리하고 서비스 역시 고객 지향적으로 구성했습니다.”

어떤 계기로 보맵 출시를 기획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보험 시장의 경우 밸류체인상 가장 큰 기득권을 가진 곳은 보험사고, 다음으로 설계사, 독립법인대리점(GA)입니다. 정보 비대칭성이 가장 약한 고리가 고객이죠. 이러한 시장 생태계를 바꿔보고자 보맵을 출시하게 됐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보험업계의 인식 변화가 필수적인데, 사실 보험사의 경우 IT에 대한 이해도나 친숙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앞으로 비대면 채널 확장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에서 저마다 자체 앱을 운영하고 있지만, 문제는 고객들이 각 보험사의 앱을 일일이 설치하지 않는다는 맹점이 있죠. 보험사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시장을 놓치고 있는 셈이죠. 이를 테면 약관대출의 경우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하고 있어 보험사가 떠안아야 할 리스크가 거의 없습니다. 별도의 신용조회가 필요 없어 비대면으로 신청하면 바로 대출이 가능하지만 앱 활용도가 낮다는 게 문제죠. 이러한 정보 비대칭을 해소할 수 있는 툴이 바로 보맵이죠. 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입니다. 지금까지는 개인의 건강관리 유무와 상관없이 나이가 같다는 이유로 같은 보험료를 내야 하지만, 앞으로는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료에 차등을 두는 상품들이 다양하게 나올 것입니다. 이른바 ‘인슈어테크(insurtech)’죠. 핀테크 기반의 보맵이 시장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맵을 통해 타깃 고객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판매까지 가능하게 되는 거죠.”

수익 모델이 궁금하네요. 출시 이후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일반 고객들은 보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설계사들은 영업 툴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사용료를 내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죠. 보험사 및 GA 차원의 턴키 계약을 통해 자사 설계사들이 일괄적으로 보맵을 활용하는 방식도 수익모델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전체 소속 설계사 3000여 명이 보맵을 활용하고 있고, DB생명에 연계돼 있는 GA 설계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산 지역의 대규모 GA인 영진에셋의 설계사 3000명도 저희 앱을 활용 중이죠. 기존에는 설계사들의 입소문에 기댄 인바운드 영업에 치중했는데 새 버전이 출시되면 아웃바운드 영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입니다. 여러 보험사들과 함께 다양한 제휴 모델들도 그려 나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보험사들이 핀테크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는 사례를 찾기 어려웠지만 최근 들어서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투자금 모집의 경우 플랫폼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보험사의 직접투자는 지양해 왔습니다. 기존에는 전략적투자자(SI)의 투자가 주류였는데, 최근에는 알리페이(Alipay)의 한국 파트너인 ICB로부터 투자 의향을 받았습니다. 향후 ‘블록체인’ 활용을 위한 전략적 투자도 유치했죠.”

100만 회원(2018년 11월 말 기준) 확보까지 시행착오는 없었나요.
“사업 개시 3년 차에도 불구하고 보맵 출시가 2년이 안 된 이유는 첫 번째 모델인 ‘레드박스(Red box)’가 사실상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자동으로 고객 보험을 불러들일 수 있는 기술이 탑재되지 않은 탓에 고객들이 일일이 보험증권을 스마트폰으로 찍어야 했는데 이 부분이 가장 큰 패착이었죠. 고객들이 보험증권 자체를 난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데다, 어디에 뒀는지조차 잘 알지 못한다는 가설 자체를 스스로 무너뜨린 채 서비스를 내놨던 셈이죠. 반면 보맵은 ‘스크래핑’ 기술을 탑재해 본인 인증만으로 보유 중인 모든 보험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시행착오라기엔 그렇지만 그동안 외부 유혹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지속적인 상품 표준화를 통해 관리해 온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매입하겠다는 제안이 여러 번 있었죠. 또 특정 보험사 상품을 보맵 앱에서 광고하겠다는 요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객 지향형 앱이라는 본질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판단 때문에 기존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죠.”

정부 규제 등 사업 추진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있었다면.
“보맵의 경우 설계사와 동반 성장 모델이다 보니 직접적인 규제나 애로사항은 없었습니다. 다만 규제를 피해가다 보니 서비스 개발 측면에서는 속도가 더딘 상황이죠. 해외에서는 이미 P2P, 블록체인을 활용한 금융상품들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 데다 보험금 청구 역시 블록체인을 활용한 서비스가 출시됐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행기 연착보험인데 비행기 연착륙 정보가 모두 공개되기 때문인데 블록체인상에서 자동 청구와 자동 지급이 가능한 구조인 거죠. 하지만 국내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 자체를 놓고 논란이 분분한 실정입니다. P2P보험 역시 독일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의 자동차보험이 이미 나왔습니다. 지인들끼리 그룹을 지어 가입하다 보니 자연스레 모럴해저드(moral hazard)가 방지되고, 손해율이 낮으면 적립금 내에서 페이백을 해주는 형태죠. 이런 형태는 애견보험에도 적용 가능하죠. 하지만 국내에서는 보험 가입을 위해서 집단을 구성하면 불법 모집 행위가 됩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런 쇄국주의가 계속될 경우 결국 데이터 패권국에 모두 빼앗긴다는 거죠. 대표적인 사례가 구글, 페이스북인데 향후 새로운 사업모델이 생길 경우 규제에서 자유로운 해외 기업들에 시장을 통째로 넘겨줄까 봐 걱정되네요.”

보맵이 추구하는 목표, 혹은 지향점이 있다면.
“보맵이 추구하는 목표는 비대면 채널의 확장입니다. 복잡하고 무거운 보험이 아닌 ‘오늘 더 잘살게 하는 보험’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2030세대들이 이런 단순하고 작은 보험들에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도록 시장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거죠. 이를테면 2019년부터 판매 예정인 액티비티 여행보험이 첫걸음이 될 것 같네요. 사실 지금도 보장 내용을 세분화하면 얼마든지 저렴한 보험 상품들을 출시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상품 구조가 고객보다 보험사들의 편의에 맞춰졌기 때문이죠. 보맵은 좀 더 쉽고 간단한 비대면 보험을 활성화해 대면·비대면 상품의 동반 성장과 함께 밸류체인상 고객과 보험사, 설계사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시장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더불어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설계사들이 자신의 업(業)에 대해 전문성을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보맵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인들의 경우 직업 파괴 등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담론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류 대표님이 생각하는 4차 산업혁명은 무엇인가요.
“일차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제가 생각하는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O2O(Online to Offline) 산업이 O4O(Online for Offline)로 바뀌는 흐름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즉, 오프라인 성장을 위해 온라인 기술이 접목되는 형태인 거죠. 예를 들어 아마존의 경우 과거에는 오프라인을 없애고 온라인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접근 방식을 취했다면, 이제는 오프라인 성장을 위해 새로운 기술이 가미되는 형태로 가고 있습니다. 기존의 오프라인이 좀 더 효율적으로, 고객 지향적으로 바뀌는 과정인 거죠. 물론 이 과정에서 기존 직업들의 일부가 사라지거나 도태될 수 있겠지만 또 다른 직업들이 파생될 것입니다. 결국 기존의 일상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좀 더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제가 몸담고 있는 보험 산업에 적용시켜본다면 과거처럼 일일이 보험설계사를 만나 설계사들이 짜주는 보장 분석에만 의존할 필요가 없는 거죠. 본인이 여러 가지 값들을 직접 기입하면서 커스터마이징된 인공지능(AI)을 통한 보장 분석들을 직접 설계하고 만들어볼 수 있는 형태 역시 새로운 혁신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류준우 대표는…
(현)보맵주식회사 대표
(현)코리아스타트포럼 이사
서울보증보험 상품 개발 및 심사역
​한국외국어대 경영학과 졸업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4호(2019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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