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국 IBK기업은행 본부장 “WM사업 급성장…기업고객 지원 최대 강점”

[한경 머니 = 공인호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IBK기업은행의 WM사업부가 ‘본부’급으로 격상된 지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이전까지만 해도 WM사업부는 사업단 형태로 운영되며 중소기업금융을 후선에서 지원하는 부서로 인식됐었다. 오영국 IBK기업은행 WM사업본부장은 “다시는 WM사업부가 축소되는 전례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2019년을 퀀텀점프의 한 해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2000년대 이후 비이자이익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산관리(WM)를 핵심 사업부로 키워 왔다. 이자이익 중심의 천수답 경영만으로는 은행 산업의 지속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IBK기업은행의 WM사업부는 기존 ‘사업단’ 체제에서 일반 사업부서로 조직이 쪼그라드는 부침을 겪기도 했다. 중소기업 전문 은행이라는 정체성과 함께 정부 정책 기조의 영향권에서 자유롭기 힘든 국책은행이라는 태생적 한계 탓이다.

하지만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취임 1년 만인 2018년 초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김 행장이 취임 직후부터 해외 진출과 비이자이익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가운데, WM 사업의 이익이 1년 만에 4배가량 급증하면서 수익 다변화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WM사업부의 본부 격상과 함께 오영국 부장의 ‘본부장’ 승격이라는 겹경사를 맞았다. 올해로 취임 2년 차에 들어선 오영국 IBK기업은행 WM사업본부장을 직접 만나 WM사업부의 성장 로드맵을 들어봤다.

WM사업부가 본부로 격상된 지 만 1년을 맞았습니다. 소회가 궁금합니다.
“하루를 1년처럼 쪼개어 지낼 정도로 바쁘다 보니 1년이 하루처럼 빨리 지나간 것 같네요.(웃음) 오로지 WM만 생각하며 달려온 것 같습니다. 프라이빗뱅킹(PB) 업무를 수행하는 많은 선후배 직원들이 열심히 해준 덕분에 안팎으로 좋은 일도 많았습니다. 사실 저희 WM사업부의 경우 지난 2007년 PB사업단으로 격상된 지 1년 6개월 만에 부서로 회귀했던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경쟁사들이 WM을 강화하던 시기에 오히려 추진 동력이 후퇴한 거죠. 하지만 2018년 비은행 부문을 강조했던 김도진 은행장의 결단 덕분에 본부로 격상되는 경사가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걷는 길이 훗날 후배들의 이정표가 된다는 책임감으로 올곧은 발자국을 남길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죠.”

시중은행에 비해 경쟁 열위라는 평가가 있는 인력구조에서도 변화가 있었나요.
“기업금융이 중심이었던 기업은행이 WM 부문을 본부로 격상한 것은 비이자수익 증대를 통해 수익구조 다변화는 물론, 조직 내 개인과 기업의 균형 성장을 이루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가 반영돼 자산관리에 대한 로드맵과 커리어 패스가 형성되면서 은행 내 프라이빗뱅커(PB)의 꿈을 키우는 직원이 많이 늘어나고 있죠. 그동안 소외받았던 WM 담당자들의 사기도 크게 진작됐고요. 실제 인력구조에서도 가시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PB 전문 요원 지원자 수가 전년 대비 2배가량 크게 증가했는데, 특히 30대 직원이 70%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30대의 젊은 남성 지원자 비중이 38%로 대폭 증가한 것이 고무적인데, 여성 중심의 WM 조직에도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시중은행 WM 부서들이 기업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데.
“아시다시피 IBK의 기업금융은 경쟁 은행과 초격차를 두고 월등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기업에 대한 심사 및 외환 노하우는 타행과 비교를 불허할 정도이며, 중소기업 금융에서 2위가 넘보기 어려운 수준의 시장점유율도 확보하고 있죠. 2018년 11월 말에는 기업고객 수가 150만을 돌파하며 최대 기업고객 기반을 구축했습니다. 전행적으로 최고경영자클럽, 미래경영자클럽, 여성경영자클럽 등 경영자 모임도 갈수록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사실 과거 WM 사업의 타깃은 개인고객에 국한돼 있었지만, 은행의 이익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강조되면서 최근 1년간 기업고객에 대한 WM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기업은행의 최대 강점은 국내 최대 규모의 기업고객 기반입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 및 재무 담당자와의 견고한 결속력을 활용해 중소기업 니즈에 맞춘 컨설팅 기능을 더욱 강화할 예정입니다.”

기업금융의 강점을 살린 차별화 전략이 있다면.
“우선 기업들의 컨설팅 수요를 감안해 전문 인력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금융 부문의 경우 대형 증권사에서 장외파생상품을 담당하던 전문가를 영입해 WM 역량을 제고하고, 세무 파트는 국세청, 회계법인 출신 세무사를 세무 문제 지원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기업지원컨설팅부와 협업해 가업승계, 인수·합병(M&A), 세무조사 대응 등도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있죠. WM 시장의 한 축인 부동산 역시 기업고객들을 위해 수익형 부동산뿐 아니라 공장 용지 등의 현장답사를 통해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기업은행의 WM 브랜드인 ‘윈클래스’ 내에 별도의 기업고객 전용 포트폴리오 설계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는데, 주로 기업고객의 생애주기별 자산 배분을 위한 신규 자금 설계, 보유 자산 설계, 상품 교체 설계 등 전문 포트폴리오 제안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자산관리전문가와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의 시장 전망 및 추천 상품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포트폴리오도 제공 중입니다. 특히 로보어드바이저의 경우 출시 반년 누적수익률이 벤치마크 대비 최고 5.37%포인트를 초과 기록하는 성과도 거뒀죠. 계열사인 IBK투자증권과의 시너지를 활용한 기업 자산관리 서비스도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기업고객에 특화된 투자 상품의 공동 개발은 물론, 은행-증권 직원의 동행 상담을 통한 입체적 자산관리, 중소기업 기업공개(IPO), M&A 등 투자은행(IB) 업무 주선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향후 금융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예상이 많습니다. 2019년 금융시장을 전망해주신다면.
“글로벌 경제의 둔화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2018년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무역 갈등 고조와 신흥 시장에 대한 위협을 이유로 2년여 만에 글로벌 경제 전망을 하향 조정한 데서 볼 수 있듯 무역 분쟁의 영향이 본격화되고 미국의 감세 등 재정정책 효과가 사라지는 2019년에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가 둔화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최근 미국 2·3년 국채금리와 5년 국채금리가 역전되며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되기도 했었죠.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은 단순히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함이 아닌 ‘패권 전쟁’의 양상을 보이고 있어 단기간에 마무리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여기에 미국의 가파른 성장이 신흥국으로 이어지는 ‘스필오버(spillover) 효과’가 없었다는 점, 그리고 재정정책 효과가 사라지면서 그나마 성장세를 유지했던 미국마저도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2019년 글로벌 경제가 2018년보다 더 어두울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죠. 자산별로 보면, 환율 측면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 단계인 반면 유럽과 일본 등 다른 주요국은 2019년부터 금리 인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고 미국의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이라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유로화 및 신흥국 통화가 강세를 보일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장기적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과거에도 그랬듯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된다면 글로벌 기축통화이자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달러에 자금이 몰릴 가능성, 특히 미국 국채를 매입하기 위한 달러 강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거죠. 주식시장은 경기 둔화 우려와 이에 따른 기업들의 이익 감소를 반영하며 부진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미 글로벌 주식시장의 투자심리가 악화될 만큼 악화된 상황이고 무역 분쟁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악재를 상당 부분 반영한 상태라 단기적으로는 반등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근 신흥국 주식형 펀드로 글로벌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점도 이런 단기 반등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그러나 2019년 전체로 확대해보면 결국 주가는 기업 이익의 함수라는 기본적인 개념으로 판단해봐도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그리고 경제 및 정치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에서 큰 폭의 수익을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채권시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우리나라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어려운 상황이라 일부 강세 기조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혹은 미국 국채 중에서 장기 채권에 투자해 이자수익을 추구하는 한편 장기 금리 하락에 따른 차익 실현의 기회를 활용하는 방안도 적절해 보이네요.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처럼 금리가 지속적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는 구간이 아니기 때문에 채권시장에서도 큰 수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2019년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통적인 투자 자산만으로 재테크에 성공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특히 고액자산가들이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 있다면.
“추천하는 자산관리 팁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매월 금(金)을 일정 금액씩 매입하는 것인데, 금은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지만 미국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이기도 합니다. 2019년 경기 둔화 및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포트폴리오의 일정 부분에 금을 포함시키는 것이 재테크뿐 아니라 리스크 헤지를 위해서도 좋은 수단이 될 것 같습니다. 최근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는 소식 역시도 이런 기류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둘째는 인프라 관련 자산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국내에도 증시에 상장된 인프라 펀드가 있긴 하지만 2019년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 인프라는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입니다. 최근 미국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이 기존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바뀌게 되면서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모두 공감하는 정책은 인프라 투자 정책이죠. 특히 미국의 감세 등 재정정책 영향이 사라지는 2019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재선을 위해서라도 인프라 투자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 역시도 미국과의 무역 분쟁으로 인해 더 이상 수출을 중심으로 한 경제 성장이 힘든 상황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라는 인프라 투자를 통해 경기 회복을 꾀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즉, 새해 자산관리 팁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인프라 관련 펀드나 자산, 혹은 관련 주식 등에 투자하는 방법입니다. 최근 공모펀드로도 글로벌 인프라 관련 펀드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2019년에 사모로 출시될 인프라 관련 대체투자 상품에 특히 관심을 가져보길 추천합니다.”

기업은행 WM 부문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WM 전문가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WM 전문가는 금융의 가장 최전방에서 24시간 돌아가는 수많은 지표들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어렵고 험난한 길입니다. 하지만 향후 WM 시장의 전망은 분명히 밝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무엇보다 VIP 고객 자산관리는 디지털 대체가 불가능하고 대면관리가 필수적입니다. 개별 고객마다 자산관리 현황, 목적, 투자 성향 등이 모두 다르고 금융시장도 매일 생물처럼 살아 움직이고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금융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자산관리는 여전히 고객과 1:1 맞춤형 대면 상담이 중요한 업무로, 향후 금융계의 가장 가치 있는 직업군으로 성장하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현재 PB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후배들에게는 ‘탁월한 선택’이라는 점을 항상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혁신도 주문하고 있죠. PB 업무에 관심을 두고 있는 후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융 관련 직무 가운데 PB는 미래에도 더욱 각광받고 선호하는 직업이 될 수 있는 만큼 유능한 직원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PB로 활동하면서 느꼈던 소회도 말씀드리고 싶네요. 사실 PB는 부자들의 자산관리뿐 아니라 그들의 가치관과 행동 습관, 투자 정보 등도 서로 공유하며 신뢰를 쌓아 갑니다. 그만큼 배울 기회도 많아지는 거죠. PB와 고객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 역시 WM 전문가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4호(2019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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