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김재은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이사] 증시 변동성이 심상치 않다. 지난 10월에는 독야청청 상승세를 이어오던 미국 증시마저 급락하며 글로벌 투자 심리를 급격히 악화시켰다. 이제 글로벌 주식시장 중 변동성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초 미국 국채금리 급등으로 인해 글로벌 주식시장이 큰 폭의 하락세를 경험했다. 지난 6월 이후부터는 미·중 무역 분쟁이 본격화되며 한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신흥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고, 여기에 미국 증시마저 급락세를 경험했다. 실제로 미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변동성지수(VIX)의 경우, 지난해 전체 평균이 11.0 수준에 불과했으나 올해 2월에는 37선을 넘기도 했고 연초 이후 평균은 15.9까지 상승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트럼프’일 수 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금융시장 변동성의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분명 미·중 무역 분쟁, 터키와의 정치적 갈등, 탄핵 가능성 등을 통해 변동성 확대에 일조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변동성의 원인은 아니다. 사실 올해 변동성 확대의 가장 큰 배경은 바로 경기 사이클이 후반부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경기는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며 경기 순환 사이클을 만들어낸다. 경기가 저점에서 출발해 정점을 찍은 뒤 다시 저점에 도달하면 한 사이클이 완성된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는 완만한 회복세를 시작했고, 그 상승 사이클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통화·재정 부양책을 통해 경기 상승 사이클이 완만하게 길어진 것이라 해도 이제는 경기의 정점, 즉 변곡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질 만한 상황인 것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도 2015년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후에 그 속도를 높여 가고 있다. 이는 미국의 경기가 충분히 좋아졌음을 의미한다. 지난해까지 글로벌 주식시장이 완만하지만 상당 폭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심지어 미국은 지난 10월까지도 최고점을 경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식에 투자했던 글로벌 투자자들의 경우, 차익 실현의 욕구가 커지게 되고 이것이 시장 변동성 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변동성 확대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물론 장단기 금리차 등 다양한 지표로 미루어봤을 때 미국의 경기 정점, 즉 경기 침체가 나타나기까지는 아직도 1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 많다. 따라서 향후 12개월 관점에서 여전히 견조한 기업이익과 경제지표, 그리고 경기 정점까지의 시간을 감안했을 때 현금, 채권과 같은 다른 자산들보다 주식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경기 사이클 후반부가 진행되면 될수록 금융시장 변동성은 더욱 자주,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한국 주식과 달러의 투자 상관관계
적절하게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위해서는 서로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이론적으로 서로 상관관계가 -1인 자산(완전히 반대로 움직인다는 의미)을 반반씩 보유하면 변동성이 전혀 없이 직선으로 움직이는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한국 주식에 이미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의 경우는 한국 주식시장과 가장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달러다. 실제로 2001~2017년까지의 상관관계를 계산해보면, 코스피와 달러·원 환율의 상관관계가 -0.67로 상당히 낮다. 그리고 그다음으로는 미국 국채(-0.63%)다.
이는 한국 주식의 특성과 연관이 있다.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 EM) 주식인 동시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상 한국 주식은 글로벌 위험 선호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게다가 외국인들의 자금 유출입도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글로벌 경기 개선세를 전망하고 위험자산에 투자할 때 가장 먼저 자금을 투입하는 곳 중 하나라는 말이다. 반대로 글로벌 위험 선호가 약해지는 구간에서는 빠르게 자금 유출이 나타나고 주식시장 변동성 역시 크게 확대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글로벌 통화 중 가장 안전자산 성격을 지니고 있는 달러 강세가 나타나게 되기 때문에 상관관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2018년 들어 시작된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추세는 2019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동의하는 한국 투자자들이라면,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달러 자산 비중을 확보하는 것이다. 물론 달러를 그냥 현금이나 예금의 형태로 보유하는 것도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달러 금융상품에 투자한다면 기대수익률을 좀 더 높일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달러로 투자할 수 있는 역외 펀드, 달러 주가연계증권(ELS), 달러 상장지수펀드(ETF), 해외 채권 등이 있다. 다만 이 중에서 역외 펀드와 ETF의 경우, 채권형 또는 채권혼합형의 안정적인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높다는 주식형 상품의 특성을 감안할 때, 위험 선호 약화 국면에서 자본 손실이 발생하며 달러 강세에 따른 환차익이 상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을 피하고자 달러와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는데, 주식으로 또 다른 위험을 열어 두는 것은 모순된 의사결정이다. 달러를, 미 국채를 달러 베이스로 보유하는 것은 경기 사이클 후반의 변동성에 대응하는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3호(2018년 12월) 기사입니다.]
올 초 미국 국채금리 급등으로 인해 글로벌 주식시장이 큰 폭의 하락세를 경험했다. 지난 6월 이후부터는 미·중 무역 분쟁이 본격화되며 한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신흥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고, 여기에 미국 증시마저 급락세를 경험했다. 실제로 미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변동성지수(VIX)의 경우, 지난해 전체 평균이 11.0 수준에 불과했으나 올해 2월에는 37선을 넘기도 했고 연초 이후 평균은 15.9까지 상승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트럼프’일 수 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금융시장 변동성의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분명 미·중 무역 분쟁, 터키와의 정치적 갈등, 탄핵 가능성 등을 통해 변동성 확대에 일조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변동성의 원인은 아니다. 사실 올해 변동성 확대의 가장 큰 배경은 바로 경기 사이클이 후반부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경기는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며 경기 순환 사이클을 만들어낸다. 경기가 저점에서 출발해 정점을 찍은 뒤 다시 저점에 도달하면 한 사이클이 완성된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는 완만한 회복세를 시작했고, 그 상승 사이클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통화·재정 부양책을 통해 경기 상승 사이클이 완만하게 길어진 것이라 해도 이제는 경기의 정점, 즉 변곡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질 만한 상황인 것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도 2015년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후에 그 속도를 높여 가고 있다. 이는 미국의 경기가 충분히 좋아졌음을 의미한다. 지난해까지 글로벌 주식시장이 완만하지만 상당 폭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심지어 미국은 지난 10월까지도 최고점을 경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식에 투자했던 글로벌 투자자들의 경우, 차익 실현의 욕구가 커지게 되고 이것이 시장 변동성 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변동성 확대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물론 장단기 금리차 등 다양한 지표로 미루어봤을 때 미국의 경기 정점, 즉 경기 침체가 나타나기까지는 아직도 1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 많다. 따라서 향후 12개월 관점에서 여전히 견조한 기업이익과 경제지표, 그리고 경기 정점까지의 시간을 감안했을 때 현금, 채권과 같은 다른 자산들보다 주식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경기 사이클 후반부가 진행되면 될수록 금융시장 변동성은 더욱 자주,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한국 주식과 달러의 투자 상관관계
적절하게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위해서는 서로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이론적으로 서로 상관관계가 -1인 자산(완전히 반대로 움직인다는 의미)을 반반씩 보유하면 변동성이 전혀 없이 직선으로 움직이는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한국 주식에 이미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의 경우는 한국 주식시장과 가장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달러다. 실제로 2001~2017년까지의 상관관계를 계산해보면, 코스피와 달러·원 환율의 상관관계가 -0.67로 상당히 낮다. 그리고 그다음으로는 미국 국채(-0.63%)다.
이는 한국 주식의 특성과 연관이 있다.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 EM) 주식인 동시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상 한국 주식은 글로벌 위험 선호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게다가 외국인들의 자금 유출입도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글로벌 경기 개선세를 전망하고 위험자산에 투자할 때 가장 먼저 자금을 투입하는 곳 중 하나라는 말이다. 반대로 글로벌 위험 선호가 약해지는 구간에서는 빠르게 자금 유출이 나타나고 주식시장 변동성 역시 크게 확대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글로벌 통화 중 가장 안전자산 성격을 지니고 있는 달러 강세가 나타나게 되기 때문에 상관관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2018년 들어 시작된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추세는 2019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동의하는 한국 투자자들이라면,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달러 자산 비중을 확보하는 것이다. 물론 달러를 그냥 현금이나 예금의 형태로 보유하는 것도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달러 금융상품에 투자한다면 기대수익률을 좀 더 높일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달러로 투자할 수 있는 역외 펀드, 달러 주가연계증권(ELS), 달러 상장지수펀드(ETF), 해외 채권 등이 있다. 다만 이 중에서 역외 펀드와 ETF의 경우, 채권형 또는 채권혼합형의 안정적인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높다는 주식형 상품의 특성을 감안할 때, 위험 선호 약화 국면에서 자본 손실이 발생하며 달러 강세에 따른 환차익이 상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을 피하고자 달러와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는데, 주식으로 또 다른 위험을 열어 두는 것은 모순된 의사결정이다. 달러를, 미 국채를 달러 베이스로 보유하는 것은 경기 사이클 후반의 변동성에 대응하는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3호(2018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