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변동성 장세에도 투자 기회는 있다”

최인희 한국씨티은행 WM반포센터장

[한국 경제 머니 = 공인호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국내외 금융시장이 시계(視界) 제로에 직면한 형국이다. 밖으로는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등 신흥국의 대규모 채권 만기가 불안 요인으로 등장했고, 안으로는 150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문제와 함께 경기 하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이다.

올 초까지만 해도 국내외 금융시장에는 긍정적 시각이 우세했다. 대다수 증권사들은 올 연말까지 글로벌 증시의 우상향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봤고,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IB)은 코스피 3000포인트를 제시하며 장밋빛 전망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2019년을 코앞에 둔 올해 주식시장의 성적표는 낙제점을 넘어 처참한 수준이다. 특히 지난 10월 말에는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 우려로 코스피 2000선까지 내주며 패닉 장세를 연출했다. 일각에서 제기돼 온 ‘10년 위기설’도 재차 고개를 들며 투자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와 관련, 최인희 한국씨티은행 반포센터장은 내년 역시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이럴 때일수록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시장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함께 기존 자산 포트폴리오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향후 1~2년 이내 금융위기의 재발 가능성은 희박한 만큼 변동성 확대 시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을 것도 조언했다. 한국씨티와 싱가포르씨티를 넘나들며 자산관리(WM) 상품 개발 및 외화 펀드, 해외 채권 등 WM 비즈니스 강화에 힘써 온 최 센터장을 만나 내년 시장 전망 및 투자 전략을 직접 들어봤다.

수많은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올해 금융시장은 대내외 악재에 크게 출렁였습니다. 2018년 시장을 복기해준다면.
“올해는 금융위기 이후 계속됐던 유동성 공급이 미국을 시작으로 유동성 축소로 전환되면서 변동성이 예상됐습니다. 이에 씨티은행은 ‘변동성 장세에서의 투자 전략’이라는 주제로 연초 시장 전망을 발간하며, 2017년 대비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포트폴리오 분산투자로 변동성을 관리하도록 조언했죠. 올 연말 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면서 ‘악재의 한 해’였다고 인식할 수 있겠지만, 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 후 한반도 긴장 완화라는 이슈도 있었고 미국 시장의 최고점(record high),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로 대변되는 정보기술(IT) 주식의 선전 등과 같은 긍정적 투자 기회도 있었습니다. 다만 유동성 축소에 따른 미국 금리 상승과 이에 따른 변동성에 대한 불안감, 새롭게 부각한 미·중 무역전쟁 등의 이슈로 예상보다 과도한 변동성을 보였고, 지난 10월에는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었죠. 이럴 때일수록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객관적으로 시장을 이해하고, 수익률뿐 아니라 포트폴리오의 위험도 함께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중 갈등을 비롯해 경기 하강 우려, 가계부채 문제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2019년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요.
“아직 씨티은행의 공식 전망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경기 사이클상 내년은 대세 상승장의 후반 구간 즉, 레이트 사이클(late cycle: 경기 확장의 후반부)라고 지칭하는 구간으로, 올해와 마찬가지로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미국의 유동성 축소에도 유럽,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 유동성을 공급하며 일부 상쇄하는 역할을 했지만 내년에는 유럽의 양적완화(QE) 중단과 유동성 축소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다만 레이트 사이클이라는 것이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식시장이 지난 10년과 같이 매년 최고점을 경신하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죠. 내년 후반 또는 내후년에는 금리 상승에 따라 주식의 매력도와 채권의 매력도가 유사한 수준으로 수렴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올해와는 다른 포트폴리오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네요.”

2018~2020년 전후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현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습니다. 위기 발발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나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사이클’을 토대로 일부에서 위기설이 나오고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는 완화된 금융 규제 환경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면서 생긴 위기이며, 1998년에는 아시아 등 신흥국 시장이 발행한 외화 부채 규모 대비 외환보유액이 부족해 채무 상환이 어려워졌던 이슈로 발생했죠. 하지만 이후 금융기관은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규제 및 위험관리, 자본비율 관리 등으로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신흥국 또한 외환위기의 교훈 및 자국 환율 방어 등을 목적으로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유지하고 있어 과거와 유사한 금융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이러한 혼란기에 활용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을 추천해준다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포트폴리오의 변동성 관리를 위해 분산투자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되네요. 외화채권 및 월지급 구조화 상품 등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 자산에 투자를 늘리고, 주식형 펀드, 대안투자 펀드 등을 통해 투자 기회를 발굴하면서 포트폴리오 위험도 함께 관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유동성 자산을 가져가면서 변동성 장세에서는 저가 매수의 기회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네요. 이를테면 저희 씨티은행의 경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외화채권을 선보이고 있는데, 아시아 여러 국가와 동시에 제공하는 해외 투자등급 우량 채권 상품이죠. 씨티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종목 거래가 가능하며, 최근에는 이자 지급 상품으로 꾸준한 현금흐름을 만들고자 하는 은퇴한 고객들로부터 관심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대안투자 펀드는 주식 롱쇼트, 매크로 등 헤지펀드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들로, 변동성 장세에서 주식형 펀드와 함께 투자했을 때 포트폴리오 변동성을 낮추어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외환, 채권, 주식 등 자산관리 분야에서 오랫동안 노하우를 쌓아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8월 WM반포센터장에 부임했는데 그간의 소회가 궁금하네요.
“반포센터는 WM 비즈니스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씨티은행의 첫 대규모 WM센터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습니다. 20여 명의 프라이빗뱅커(PB)가 함께 지내면서 전문가로서 더욱 성장할 수 있었고, 팀 기반 자산관리를 통해 보다 나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죠. 사실 지금의 모델이 정착하기까지는 시행착오도 있었습니다. 전 지점에 소수 프라이빗뱅킹(PB) 인원을 배치하는 모델부터 거점 점포를 중심으로 주변 소규모 점포와 협업하는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전략도 활용했었죠. 하지만 영업 전략 변화와 함께 WM센터가 출범했고 전문가 그룹의 팀 기반 자산관리를 통해 보다 효율적인 자산관리가 가능해졌습니다. 반포센터는 이러한 대규모 WM센터의 첫 번째 모델로, 이후 서울 및 분당 지역에 5개의 센터, 지방 포함 총 7개의 WM센터가 출범했죠. 씨티은행은 지난 1990년대 이후 ‘씨티골드’라는 차별화된 브랜딩을 통해 자산관리 서비스를 시작했고 영업 채널 변화 등에서 시장을 선도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그 선두에 반포센터가 있었죠. 11월 말이면 반포센터가 3주년을 맞게 되는데 기존 고객들이 지인들에게도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을 정도의 ‘WM 명가(名家)’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입니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고액자산가 고객에 대한 특화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경쟁사 PB센터와의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면.
“당연히 팀 기반 자산관리와 포트폴리오 접근입니다. 씨티은행을 찾는 고객들은 글로벌 은행으로서의 차별성을 기대하고 거래합니다. 실제로 저희는 씨티그룹의 글로벌 리서치를 바탕으로 아시아 투자 전략팀에서 시장 전망 및 투자 전략을 제공하고, 이에 맞는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있죠. 또한 ‘포트폴리오 360도’라는 자료를 활용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뿐 아니라 위험을 함께 관리하고, 투자 목적에 맞게 자산관리를 할 수 있도록 ‘토털 웰스 어드바이저(total wealth advisor)’라는 툴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씨티은행=고액자산가 은행’이라는 인식입니다. 씨티은행과 5000만 원 이상 거래하는 고객들도 ‘씨티 프라이어리티(Citi Priority)’ 고객군으로 분류돼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을 겸비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도 말이죠.”

본점 주도의 점포 축소 전략으로 각 WM센터의 지역별 커버리지도 확대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한 대응 전략 및 원거리 고객 등에 대한 특화 서비스는 어떤 게 있나요.
“전담 PB의 출장 방문, 리무진 제공, 발레파킹까지 원거리 방문의 불편함은 최소화하면서 은행 방문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객 방문 시 리서치 전문가와 진행하는 소규모 세미나, 외환 전문가와의 1:1 상담 등 자산관리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의 은행 방문이 시간 낭비가 아닌 자산관리 측면에서 유용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서비스를 고안해 나갈 예정입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3호(2018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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