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PB포럼]“갭투자 종말…부동산 성공법칙은 장기 투자”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한경 머니 = 공인호 기자] 강력한 부동산 대책의 약발이 이제야 먹히는 것일까. 주택 시장의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올 들어 ‘미친’ 부동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급등했던 아파트 값은 다소 주춤해졌지만 천정부지로 오른 호가는 좀처럼 내려갈 기미가 안 보인다. 매도·매수인 간 눈치 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향후 시장 전망을 놓고 전문가들조차 쉽사리 예단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올해 ‘한경 머니 PB포럼’ 1강은 부동산 실전 투자에 정통한 전문가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아기곰’(필명)이 진행을 맡았다. 그는 급등세를 보였던 올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원인 분석과 함께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한 명쾌한 강의로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선 그는 올해 부동산 시장을 쏠림과 차별화로 규정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전세가 상승률이 월평균 0.44%였는데 최근 2년간 0.01%로 움직임이 거의 없다”며 “이는 전세의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가 깨졌다는 의미로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옮겨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운을 뗐다.

전세와 마찬가지로 매매 시장 역시 지역별 차별화가 심화되는 흐름을 나타냈다. 그는 “미국의 세 차례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국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며 “국내외 금리 차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은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 2012년 이후 수도권은 오르고 지방은 정체되는 현상이 지속돼 왔는데 정부의 8·2 부동산대책 이후 오히려 수도권 집값은 급등하고 지방은 침체됐다”며 “정부의 정책 효과가 거꾸로 작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집중된 주택가격 상승 원인이 향후 집값 흐름을 예측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며 “그 해답을 ‘거래량’과 ‘미분양’에서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거래량 역시 지역별 차별화를 나타냈는데, 수도권의 경우 지난 12년간 월평균 거래량 대비 최근 1년간 거래량이 2% 증가한 것과 달리 지방은 무려 25% 감소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 미분양 시장도 9월 말 기준 수도권은 7000여 건에 불과한 반면, 지방은 5만여 건에 육박할 정도로 차별화가 심화됐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의 40% 이상이 수도권에 살고 있는데 주택 비율 역시 수도권과 지방 비율이 1대1이어야 이상적”이라며 “미분양 규모는 공급량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단순히 규모로만 파악해서는 안 되고 수요, 즉 인구 비율과 견줘 비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서울 집값이 급등한 이유는 수도권 인근 주택의 희소성 탓인데, 정부는 거꾸로 집값 급등의 원인을 ‘투기’로 돌리며 재건축 재개발 등에 대한 규제에 나선 것이 미친 집값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그는 “실제로 주택 투자 심리는 정부 정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데 8·2 대책 이후 오히려 상승 폭이 더 커졌다”며 “투기지역은 2배 이상, 과열지구 3배 이상 오름 폭이 커졌는데도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수차례 반복되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 역시 시장 혼란을 부추기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그는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주택 소비자심리지수의 경우 과거에는 상승과 하락 주기가 일관성을 보였는데 최근에는 달라졌다”며 “주기도 짧아지고 변동 폭도 확대됐는데 이는 정부의 개입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이며 ‘미친’ 시장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추격 매수 안 돼”…주택 공급량 ‘주목’
그렇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장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어느 시기에나 하락론자와 상승론자는 있어 왔는데 의외로 주택가격 흐름의 꼭지에서 투자하는 사람이 많다”며 “투자의 가장 기본은 골짜기에서 사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가격 급등세가 지속돼 온 현시점에서는 당분간 ‘관망’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다.

더불어 지역별 투자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그는 “일반적인 전문가들은 ‘수도권, 특히 서울은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지금 들어가는 것은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만 올려주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또 다른 측에서는 ‘떨어지면 떨어지는 이유가 있고 오르면 오르는 이유가 있으며, 그 원인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추세가 유지된다’고 한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판단은 결국 개인 몫”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지방 주택의 경우 당분간 투자를 보류하는 게 유리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8·2 대책 이후 가격이 하락한 지방 주택을 산 경우 강원도를 제외하고 가격이 더 떨어졌다”며 “무조건 수도권만 유망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당분간 지방은 격차가 발산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매수 시점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그는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의 ‘갭(gap)투자’는 더 이상 어려울 것으로 예단했다. 그는 “부동산과 주식의 가장 큰 차이는 ‘비용’인데 부동산이야말로 워런 버핏의 조언처럼 ‘10년 보유’ 원칙을 지켜야 하는 자산”이라며 “장기 보유를 목적으로 주택을 구매한다면 추격 매수는 지양하되 주택 공급 가능성이 적은 곳, 수도권 인기 지역, 중대형 아파트, 재건축·리모델링 대상 아파트가 유망하며, 지방은 전세가 상승 지역 및 미분양이 적은 지역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3호(2018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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