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젊은 리더’ 구광모, ‘NEW LG’ 본격 가동


[한경 머니 = 공인호 기자] LG그룹의 미래상을 놓고 기대와 우려 섞인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전자·화학·통신의 삼각편대를 통해 LG의 부흥기를 이끈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 소식은 악재로 인식되고 있지만, 구광모 회장으로의 원활한 경영권 승계와 ‘젊은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도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주회사인 LG 임직원들로부터 회장이 아닌 ‘대표’라는 호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룹사 역시 구 회장을 언급할 경우 대내외적으로 ‘구 대표’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죠.”
지난 6월 갑작스레 타계한 구본무 전 회장의 뒤를 이어 LG 회장에 취임한 구광모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일부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회장’이라는 직위보다 지주회사 대표로서 갖는 직책에 더 무게를 두고 그 책임을 다하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구 회장 역시 취임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책임이 무겁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4위 그룹의 회장이 바뀌었지만 별도의 취임식도 열지 않았다. 그룹의 현안 파악과 함께 리더십 공백을 메우는 일이 더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구 회장의 이런 행보는 LG 특유의 기업문화가 밑바탕이 되고 있다. LG는 구본무 회장 시절부터 원칙을 중시하는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쌓아 왔다. 구본무 회장의 온화한 리더십은 매해 LG를 미담의 주인공으로 올려놨고, 툭 하면 불거지는 대기업 오너가(家)의 갑질 논란에 휩싸인 전례도 찾아보기 어렵다. 일찌감치 지주사로 전환해 ‘지배구조 모범 기업’이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으며, 올 들어서도 구 회장의 주식 상속 과정에서 발생한 1조 원에 가까운 상속세를 법정 세율대로 납부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역시 LG’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한경 머니가 진행한 ‘2018 오너리스크 설문조사’(10월 29일~11월 5일)에서도 LG는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평가에서 압도적 1위를 나타냈다. 하위 항목 가운데서는 특히, 국내 대기업들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내부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4.26)에서도 유일하게 4점대를 나타냈다. 윤리경영 평가에서도 1위를 기록했는데, 무엇보다 준법경영(4.54) 항목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쉬운 부문은 경영 전문성과 자질 평가였다. LG는 ‘비전 제시’(4.03) 부문에서는 선방했지만, ‘위기관리 능력’(3.93)과 ‘수익창출 능력’(3.57)은 경쟁사에 비해 크게 뒤처졌다. 구본무 전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위였던 전체 순위도 삼성(1위), SK(2위)에 이어 3위로 밀려났다. 구광모 회장의 경영 능력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LG 특유의 순혈주의에 균열…안정 속 변화 모색
일단 재계 안팎에서는 LG의 새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이 갈수록 높아지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젊은 리더로서 구광모 회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한 뒤 HE사업본부 부장(2013년), LG그룹 시너지팀 상무(2015년) 등을 거치면서 10년 넘게 그룹 현안을 직접 살펴 왔으며, 취임식을 생략할 정도의 실용주의적 사고로 무장하고 있다. 아울러 ‘대표’라는 호칭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원칙과 겸손, 배려는 선친인 구본무 전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값진 유산으로 조직 화합을 위한 필수 덕목이다.

물론 구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계승과 안정’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은 아니다. 구 회장은 취임 직후 사내 게시판을 통해 “고객가치 창조, 인간존중, 정도경영이라는 LG 웨이(way)에 기반한 선대 회장의 경영 방향은 계승, 발전시키겠다”면서도 “동시에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꾸준히 개선해 시장을 선도하고 영속하는 LG를 만들겠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연말 임원 인사가 마무리되고 ‘구광모 체제’가 본격화되는 내년부터 구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본격적으로 구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 회장은 이미 LG화학 최고경영자(CEO)에 3M 출신인 신학철 부회장을 영입해 LG 특유의 순혈주의에 균열을 낸 바 있다.

당장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 관련 연구·개발(R&D)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이 LG의 융·복합 R&D 클러스터인 ‘LG사이언스파크’를 첫 현장 방문지로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LG사이언스파크는 미래를 책임질 R&D의 메카로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그 중요성이 계속 높아질 것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3호(2018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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