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한진·금호아시아나, 오너리스크로 ‘안개 비행’
입력 2018-11-28 15:43:15
수정 2018-11-28 15:43:15
[한경 머니 = 공인호 기자] 2018년 올해에도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힌 오너리스크는 반복됐다. 문재인 정부 2년 차에 접어들면서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리스크 요인은 크게 완화됐지만 지난해 최악의 오너리스크로 몸살을 앓았던 한진, 부영, 금호아시아나 등은 여전히 여진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반면 오너리스크가 가장 적은 기업군, 즉 ‘오너메리트’ 상위 기업인 삼성과 SK, LG 등은 소폭의 순위 변동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다만 이들 기업 역시 세부 항목별로는 적잖은 편차를 보여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선 등 체질 강화 노력이 요구된다. 올해로 5회째 진행된 한경 머니의 ‘오너리스크 설문’은 은행, 증권, 투자자문사, 기업연구소 등의 기업분석 전문가 5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설문 기간은 10월 29일부터 11월 5일까지, 설문 분석은 글로벌리서치가 맡았다. 평가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31개 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오너가 있는 기업집단 24곳이다.
올해 한경 머니의 ‘2018년 오너리스크 설문’에서는 오너리스크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 간 소폭의 순위 변동이 나타났다. 특히 오너리스크가 적은 기업, 즉 ‘오너메리트’ 기업들의 자리 바뀜이 두드러졌다. 한경 머니의 이번 설문은 은행, 증권, 투자자문사 및 기업연구소 등의 기업분석 전문가 5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설문 항목은 크게 ▲경영 전문성과 자질 평가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평가 ▲윤리경영 평가 등이다.
한진·금호 등 물컵 갑질·성희롱 의혹 ‘몸살’
한진그룹(2.41, 100점 환산 48.2)은 올해에도 ‘최악’의 오너리스크 기업으로 꼽히며 24위에 이름을 올렸다. 4년 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으로 시작된 한진가(家)의 오너리스크는 이후 조 회장 본인의 자택 공사 과정에서 회사 돈을 유용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4월에는 조 전 부사장의 동생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도 ‘물컵 갑질’ 논란에 휩싸였고, 모친인 이명희 씨의 직원 폭행 의혹까지 불거지며 ‘오너리스크 전문 기업’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됐다.
한진은 이번 설문에서도 전 항목에서 평균 2점대를 기록하며 전문가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24곳 가운데 유일하게 총점 50점(100점 환산)을 넘지 못한 기업이기도 하다. 한진의 오너리스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조양호 회장이 270억 원대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재판을 앞두고 있는 데다, 토종 사모펀드(PEF)인 KCGI가 한진을 상대로 경영 참여를 선언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 일가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극도로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경영권 위협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역시 지난해 조사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23위(2.39, 100점 환산 51.2)를 나타냈다. 금호아시아나도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9개 전 항목에서 2점대 분포를 보였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7월 ‘기내식 대란’과 함께 기내식 공급 하청업체에 대한 불공정 거래 논란에 휩싸였으며, 이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직원 성희롱 의혹까지 불거지며 안팎으로 회장 퇴진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한항공 오너가의 ‘갑질’ 논란과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대표 항공사 두 곳 직원들이 나란히 회장 퇴진을 촉구하는 웃지 못할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부영그룹도 지난해에 이어 최악의 오너리스크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43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부실시공 및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의 논란에 지속적으로 시달려 왔다. 하림그룹 역시 김홍국 회장의 편법 증여 및 일감 몰아주기 혐의에 따른 조사가 이어졌고, 효성그룹의 경우 ‘형제의 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조현준 회장이 미술품 구입 과정에서 횡령·배임 혐의에 휘말리면서 하위 5위권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오너메리트’ 삼성>SK>LG 순
한진과 금호아시아나, 그리고 부영 등이 최악의 오너리스크 기업으로 꼽혔다면 삼성그룹과 SK그룹, LG그룹은 오너리스크가 가장 적은 기업군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른바 오너의 리더십이 기업 경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오너메리트’ 기업이다. 물론 삼성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에 매여 있는 상황이지만 올 초 경영 복귀 이후 경영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오히려 삼성은 반도체 부문의 호황에 따른 실적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지난해보다 한 계단 뛰어오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SK 역시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세가 계속되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리더십에 대해 우호적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은 세대교체 과정에 있는 주요 대기업 경영자들 가운데 ‘젊은 리더’들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세평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SK의 순위도 한 계단 오른 2위에 랭크됐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위를 굳건히 했던 LG는 3위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20여 년, LG그룹의 부흥을 이끌어 온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 소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LG는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및 윤리경영 평가에서는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며 ‘대표 모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 재계에서는 만 40세인 나이에 회장직에 오른 구광모 LG그룹 회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교차하고 있지만, 10년 이상 착실히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는 점, 원칙과 겸손, 배려라는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유산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큰 상황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3호(2018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