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 통일을 이루자는 우리의 소원은 정말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상속분쟁들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최근 남북 정상 간 평화적 교류가 이어지면서 추후 통일 가능성에도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 국민 10명 중 8명은 남북 통일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7월 31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남북관계에 대한 인식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북 통일이 장기적으로는 가능할 것이라는 응답이 79.6%, 이른 시일 내 가능할 것이라는 응답이 3.9%로 집계됐다.
또한 ‘통일로 인한 이익이 클 것’이라는 응답은 64.6%로, 국민 상당수가 통일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통일 후 겪어야 할 난제들도 적잖이 산재해 있다. 그중 남북 간 유산 상속과 가족관계는 빼놓을 수 없는 숙제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1988년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이산가족으로 등록된 약 13만1000여 명 중 생존자는 약 5만8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통일에 대비해 남북한 주민의 상속재산을 미리 관리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지적됐다.
실제로 남북 교류의 증가와 탈북자의 국내 입국 증가로 인해 통일 이전에도 남북이산가족의 가족관계 및 상속 등 관련 분쟁이 적잖이 발생하고 있다. 다음 사례가 대표적이다. 2007년 탈북을 해 2009년 한국에 입국한 이 모 씨는 할아버지가 1961년 숨지면서 고모와 삼촌에게 전 재산을 상속해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사망한 고모의 자녀와 삼촌을 상대로 상속회복 소송을 냈다.
대법원까지 간 이 사건은 결국, ‘10년이 지나면 상속권이 사라진다’는 민법상 제척기간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당시 재판부는 “북한 주민의 경우에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권이 침해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민법에 따라 상속회복청구권이 소멸한다”며 원고 상고를 기각했다.
지난 2012년 제정된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은 “남북 이산으로 인해 피상속인인 남한 주민으로부터 상속을 받지 못한 북한 주민 또는 그 법정대리인은 민법상 상속회복청구를 법원에 할 수 있다(제11조)”고 규정하고 있다. 상속회복청구란 앞의 사례와 같이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분배받지 못한 경우 이를 침해한 자에 대해 상속재산을 돌려달라고 하는 청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민법상 상속회복청구권 제척기간을 북한 주민에게도 남한 주민과 동일하게 적용할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논란이 돼 왔다. 남북 분단의 장기화에 따라 북한 주민들은 상속권 침해일로부터 10년을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민법 제999조 제1항은 상속권이 침해된 때는 상속권자나 법정대리인이 상속회복 소송을 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항은 침해를 알게 된 날부터 3년 이내, 상속권 침해행위가 있던 날부터 10년 내에 청구하지 않으면 소멸한다고 규정한다며 제척기간을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은 민법과 남북가족특례법의 입법 목적을 근거로 “북한 주민 역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권이 침해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민법 제999조 제2항에 따라 상속회복청구권이 소멸된다”고 해석했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남한에 거주하고 있는 피상속인이 사망한 지 10년이 지난 이후에는 북한에 거주하고 있던 상속인이 남한의 상속인들을 대상으로 해 상속회복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고, 기존에 이루어진 상속과 관련된 법률관계는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북한 주민에게 통일 후 상속회복 청구를 할 수 있는 별도의 특례 기간을 두지 않는 것은 북한 주민들로부터 사실상 상속권을 박탈하는 것이란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앞으로도 이와 관련해 사회적 논의는 필요해 보인다.
금융권, 남북 관련 신탁 상품 내놔
한편 최근 남북 간 해빙 무드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북한 관련 금융상품 및 시장 진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중 KB국민은행은 지난 8월 22일 이산가족을 위한 특화 상품인 ‘KB 북녘가족愛 신탁’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위해 고객이 은행에 미리 자금을 맡겨 두면 은행이 이 자금을 관리하게 되며, 고객 본인 사후에 북한 가족에게 상속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다만 신탁자금은 통일 이후 또는 남북 간 원활한 교류가 이뤄지는 등 자금 이동이 가능한 시점이 되고 북한 가족의 신원 확인 후에야 전달된다. 고객 사후 10년 동안 북한 가족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거나 상속자금 전달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남한에 있는 가족에게 전달하거나 통일 관련 단체에 기부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에 앞서 신영증권도 지난 8월 8일 남한이나 해외에 살고 있는 이산가족이 북한에 있는 이산가족에게 상속재산을 남겨주기 위한 이산가족 상속신탁을 신규 출시한다고 밝혔다. 상속신탁에 가입하면 생전에 금융사 관리하에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고 사후에는 고객의 뜻에 맞게 자산 승계가 이루어진다.
남한 주민이 북한 주민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방법은 상속신탁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 남한 상속인 중에서 재산관리를 부탁하는 방법, 남북가족관계특별법상 유증(遺贈)을 하면서 재산관리인을 선임하는 방법 등 크게 3가지가 있다.
하지만 통일까지 오랜 기간 관리가 필요한 점과 재산관리인의 재산 유용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상속신탁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상속신탁은 재산 유용을 예방하면서 종합자산관리까지 받을 수 있다. 수탁사인 금융사는 신탁계약에 따라 자산관리를 하다 통일을 포함해 남북 간 자금 이전이 가능한 상황이 되면 자산을 직접 북한 이산가족에게 지급하게 된다. 이산가족을 위한 상속신탁은 이산가족이라면 누구든 가입할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1호(2018년 10월) 기사입니다.]
최근 남북 정상 간 평화적 교류가 이어지면서 추후 통일 가능성에도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 국민 10명 중 8명은 남북 통일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7월 31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남북관계에 대한 인식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북 통일이 장기적으로는 가능할 것이라는 응답이 79.6%, 이른 시일 내 가능할 것이라는 응답이 3.9%로 집계됐다.
또한 ‘통일로 인한 이익이 클 것’이라는 응답은 64.6%로, 국민 상당수가 통일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통일 후 겪어야 할 난제들도 적잖이 산재해 있다. 그중 남북 간 유산 상속과 가족관계는 빼놓을 수 없는 숙제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1988년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이산가족으로 등록된 약 13만1000여 명 중 생존자는 약 5만8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통일에 대비해 남북한 주민의 상속재산을 미리 관리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지적됐다.
실제로 남북 교류의 증가와 탈북자의 국내 입국 증가로 인해 통일 이전에도 남북이산가족의 가족관계 및 상속 등 관련 분쟁이 적잖이 발생하고 있다. 다음 사례가 대표적이다. 2007년 탈북을 해 2009년 한국에 입국한 이 모 씨는 할아버지가 1961년 숨지면서 고모와 삼촌에게 전 재산을 상속해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사망한 고모의 자녀와 삼촌을 상대로 상속회복 소송을 냈다.
대법원까지 간 이 사건은 결국, ‘10년이 지나면 상속권이 사라진다’는 민법상 제척기간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당시 재판부는 “북한 주민의 경우에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권이 침해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민법에 따라 상속회복청구권이 소멸한다”며 원고 상고를 기각했다.
지난 2012년 제정된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은 “남북 이산으로 인해 피상속인인 남한 주민으로부터 상속을 받지 못한 북한 주민 또는 그 법정대리인은 민법상 상속회복청구를 법원에 할 수 있다(제11조)”고 규정하고 있다. 상속회복청구란 앞의 사례와 같이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분배받지 못한 경우 이를 침해한 자에 대해 상속재산을 돌려달라고 하는 청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민법상 상속회복청구권 제척기간을 북한 주민에게도 남한 주민과 동일하게 적용할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논란이 돼 왔다. 남북 분단의 장기화에 따라 북한 주민들은 상속권 침해일로부터 10년을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민법 제999조 제1항은 상속권이 침해된 때는 상속권자나 법정대리인이 상속회복 소송을 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항은 침해를 알게 된 날부터 3년 이내, 상속권 침해행위가 있던 날부터 10년 내에 청구하지 않으면 소멸한다고 규정한다며 제척기간을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은 민법과 남북가족특례법의 입법 목적을 근거로 “북한 주민 역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권이 침해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민법 제999조 제2항에 따라 상속회복청구권이 소멸된다”고 해석했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남한에 거주하고 있는 피상속인이 사망한 지 10년이 지난 이후에는 북한에 거주하고 있던 상속인이 남한의 상속인들을 대상으로 해 상속회복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고, 기존에 이루어진 상속과 관련된 법률관계는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북한 주민에게 통일 후 상속회복 청구를 할 수 있는 별도의 특례 기간을 두지 않는 것은 북한 주민들로부터 사실상 상속권을 박탈하는 것이란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앞으로도 이와 관련해 사회적 논의는 필요해 보인다.
금융권, 남북 관련 신탁 상품 내놔
한편 최근 남북 간 해빙 무드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북한 관련 금융상품 및 시장 진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중 KB국민은행은 지난 8월 22일 이산가족을 위한 특화 상품인 ‘KB 북녘가족愛 신탁’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위해 고객이 은행에 미리 자금을 맡겨 두면 은행이 이 자금을 관리하게 되며, 고객 본인 사후에 북한 가족에게 상속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다만 신탁자금은 통일 이후 또는 남북 간 원활한 교류가 이뤄지는 등 자금 이동이 가능한 시점이 되고 북한 가족의 신원 확인 후에야 전달된다. 고객 사후 10년 동안 북한 가족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거나 상속자금 전달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남한에 있는 가족에게 전달하거나 통일 관련 단체에 기부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에 앞서 신영증권도 지난 8월 8일 남한이나 해외에 살고 있는 이산가족이 북한에 있는 이산가족에게 상속재산을 남겨주기 위한 이산가족 상속신탁을 신규 출시한다고 밝혔다. 상속신탁에 가입하면 생전에 금융사 관리하에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고 사후에는 고객의 뜻에 맞게 자산 승계가 이루어진다.
남한 주민이 북한 주민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방법은 상속신탁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 남한 상속인 중에서 재산관리를 부탁하는 방법, 남북가족관계특별법상 유증(遺贈)을 하면서 재산관리인을 선임하는 방법 등 크게 3가지가 있다.
하지만 통일까지 오랜 기간 관리가 필요한 점과 재산관리인의 재산 유용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상속신탁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상속신탁은 재산 유용을 예방하면서 종합자산관리까지 받을 수 있다. 수탁사인 금융사는 신탁계약에 따라 자산관리를 하다 통일을 포함해 남북 간 자금 이전이 가능한 상황이 되면 자산을 직접 북한 이산가족에게 지급하게 된다. 이산가족을 위한 상속신탁은 이산가족이라면 누구든 가입할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1호(2018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