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내 집 짓기, 과정 자체가 행복이죠”

나만의 집을 위한 특별한 DIY ② 박제남 작은연못펜션 지기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행복의 조건으로 ‘몰입의 즐거움’이 대두되고 있다. 몰입은 ‘느끼는 것, 바라는 것, 생각하는 것이 하나로 어우러진 상태’를 의미하는데, 자타공인 목공덕후 박제남(64) 씨는 목공을 통해 몰입의 즐거움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말하는 목조주택 짓기의 매력에 대해 들어봤다. 김수정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어떤 사람을 더 가까이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을 엿볼 필요가 있다. 집이 그렇다. 집 외관부터 내부 인테리어 소품 하나하나에 그 사람의 취향과 성격이 오롯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제남 씨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인천 강화의 펜션은 그를 설명하는 가장 확실한 지표이자, 분신과도 같은 곳이다. 793.3㎡ 부지에 각각 66.1㎡, 165.2㎡짜리 펜션과 2층 구조의 33.0㎡짜리 공방작업실 모두 그가 직접 만든 목조건물인 것.

비단, 처음부터 펜션을 목적으로 이렇게 큰 목조주택을 만들 계획은 아니었다. 10여 년 전 퇴직 이후, 가족들과 함께 살 전원주택을 짓고자 인근에 땅을 산 것이 시작이었다. 내 가족이 살 공간인 만큼 제대로 지어보자는 마음이 컸던 그는 그때부터 관련 서적을 찾아보고, 심지어 직접 건설현장에 뛰어들어 8개월간 집짓기 과정을 습득해 나갔다.

그렇게 1년의 준비 기간을 마치고 시작된 그의 집짓기 투혼은 3년을 훌쩍 넘겼다. 그 사이 793.3㎡ 부지에는 근사한 목조건물 3채가 들어섰고, 단골고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펜션으로 변모했다.

인테리어 역시 자신의 아이디어와 손길로 하나하나 완성했다. 완성품에 대한 그의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할까 싶었지만 그보다 그는 집짓는 과정 자체가 행복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작업이 하고 싶어서 매일 밤마다 아침이 기다려졌다는 박 씨의 특별한 DIY 목조주택 짓기 스토리를 엿들어봤다.

언제부터 목공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예전부터 남들이 하지 않는 것들을 배우는 걸 좋아했어요. 특히, 아마추어 무선을 비롯해 암벽등반, 스킨스쿠버 등 익스트림 취미활동을 즐겼죠. 지금은 많이 양성화됐지만 제가 30~40대였을 때만 해도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거든요. 목공도 마찬가지예요. 원래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했는데 나만의 집을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은 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 집을 짓겠다고 결심한 계기는요.
“퇴직 후 강화에 땅을 좀 사 뒀어요. 당시에는 투기 목적으로 사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저는 그보다는 전원주택을 짓고 살 목적이 컸어요. 물론, 처음부터 제가 직접 집을 지을 생각은 아니었어요. 단, 꼼꼼히 짓고 싶었죠.

그러다 보니 제가 그 과정을 직접 배우고, 짓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후 지인의 소개로 강원 평창에 있는 건설현장에 뛰어들게 됐어요. 말 그대로 막노동 현장이었죠. 당연히 시작은 자재 나르는 일부터 했어요. 50대 중반에 고된 육체노동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죠. 그래도 고생스럽단 느낌은 없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배우는 거였으니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8개월간 그곳에서 숙식하면서 건축자재부터 기초, 바닥에서 뼈대 설비까지 다 배웠어요.”

곧바로 집짓기가 가능했나요.
“집짓는 것이 크게 기초, 골조, 지붕, 인테리어 순으로 나뉘어요. 당시에 기본적인 기술은 다 숙지한 상태였어요. 건축설계도 캐드(CAD)를 배우니 얼마든지 직접 할 수 있겠더라고요. 또 요즘은 건축자재 토털마켓이 활성화 돼 있어서 가령, 경기 용인 전원주택 단지 등에 가면 한꺼번에 필요한 재료를 다 구입할 수 있어요. NS홈쇼핑, 홈우드 등 온라인 마켓에서도 클릭만 하면 집까지 배달이 되니까요. 하지만 집을 오롯이 혼자 짓는 건 쉽지 않아요. 일단, 기본적으로 바닥에 보일러나 전선 작업은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편이 좋죠. 물리적으로 힘든 것들도 있고요. 나무를 옮기거나 지붕 작업도 혼자하기엔 위험해요.”

가장 어려우셨던 점은 무엇인가요.
“지붕 서까래 시공이 어려웠어요. 특히, 지붕을 덮는 싱글 작업하는 게 생소했죠. 그래서 관련 전문가에게 의뢰를 했는데 비용이 무척 셌어요. 저희 건물 지붕 각도가 40도로 굉장히 가파르거든요. 일반적으로는 28도 정도래요. 어찌할까 하던 찰나, 마침 집 건너편에서 집을 짓고 있어서 배워봤죠. 그러니까 되더라고요. 업자에게 물어보니 제 방식이 맞대요. 그렇게 한 달 동안 차분히 혼자서 싱글 작업도 다하니 뿌듯했죠. 무엇보다 제가 예전에 암벽등반을 오래한 터라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건 크게 문제되지 않더라고요.(웃음)”

처음 집짓는 데 유의할 점들이 있다면요.
“첫째도, 둘째도 안전이죠. 장갑과 고글은 정말 필수예요. 그리고 절대 처음 집을 지을 때 욕심내서 크게 짓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초보자가 무턱대고 큰 집을 짓게 되면 고려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고, 복잡해서 힘들어요. 작은 별채를 짓는다는 마음으로 작은 평수부터 시작해야 자신감도 붙고, 확실히 건축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죠.

그리고 가급적 천천히 짓길 바라요. 저도 건물 3채를 짓는 데 3년 이상이 걸렸어요. 제일 처음 66.1㎡짜리 펜션을 지을 때 두 달 정도 하다가 잠깐 멈췄어요. 더 잘 짓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건물 짓는 현장에도 많이 가보고, 특이한 집이나 펜션이 있으면 구경하기도 했어요. 그것 때문에 종종 집주인들로부터 오해를 산 적도 있지만요.(웃음) 그렇게 쉬엄쉬엄 1년을 짓다 보니 자연히 튼튼하게 짓게 됐고, 저만의 스타일을 고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손재주가 없어도 도전해도 될까요.
“사실 집짓는 데 관심 있는 분들 상당수가 기본적으로 뭘 만드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렇다고 해서 손재주가 없는 분들이 목공이나 목조주택 짓기가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뭐든 처음이 어렵죠. 드릴 사용도 두렵고, 어떻게 뭘 해야 할지 모르니까요.

그런데 일단 한번 해보세요. 처음에는 작은 도마부터 의자, 테이블 등을 만들다 보면 본인도 모르는 새 자신감이 붙거든요. 집짓기도 마찬가지죠. 여기에 팁을 좀 드리자면 언제든 목공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이나 장비를 꼭 마련해 두라고 말하고 싶어요.

목공이나 집짓기는 결국 얼마나 많이 연습하느냐에 따라 실력이 갈리거든요.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장비를 구입할 필요는 없지만, 다양한 장비를 구비해 두면 꼭 필요할 때가 있어요. 새로운 장비 사용법을 연구하면서 창의적인 작업도 가능하고요. 목조주택 대부분 외곽에 짓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장비를 활용한 생활 속 수리 기술은 숙지하는 게 좋을 거예요. 집에 간단히 손볼 게 있을 때마다 외부 업체를 부르는 건 돈도 시간도 낭비거든요.”

목조주택 짓기의 매력이 뭘까요.
“일단, 목조주택은 나무가 주는 따뜻하고, 친환경적인 느낌이 장점이죠. 냄새도 좋고요. 또한 비용적인 측면도 커요. 가령 누구나 집을 지으려고 하면 기왕이면 비싸고 좋은 집을 원하죠. 그 척도는 결국 어떤 재료를 쓰느냐 하는 건데 똑같은 예산으로 집을 짓는다고 가정했을 때, 집을 직접 지으면 시공 업체나 기타 인건비를 재료에 더 쏟을 수 있죠. 대략, 집짓는 비용을 100으로 봤을 때, 재료비 30%, 인건비 30%, 업체 및 기타 40%가 들어가요.

당연히, DIY로 짓게 되면 더 좋은 재료를 쓸 수도 있고, 똑같은 재료라면 40~50% 정도 비용 절감이 가능한 셈이죠. 무엇보다 목공을 하다 보면 언제든 몰입할 수 있어서 좋아요. 나이가 들수록 수면이 줄어드는데 잠이 안 올 때마다 뭔가 만들면 재미도 있고, 잡념도 사라지죠. 또 간단하게 나무도마, 테이블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선물하거나 판매할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죠.

아울러, 건물을 잘 지으려면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결국 이것도 ‘네트워크 확보’가 중요하거든요. 저도 다양한 건축물들을 구경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책도 찾아 읽으면서 저만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갔어요. 그 과정에서 저와 취미가 비슷한 사람들과 대화하고, 정보를 나누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자체가 배움이고, 가장 큰 즐거움이죠.”

완성된 집을 보면 벅찼을 것 같아요.
“네, 보람되죠. 한번은 한 여자 손님이 저희 펜션 인테리어가 독특하다며 유심히 보고 가신 적이 있었어요. 얼마 후, 그분의 남편이 방문했는데 알고 보니 서울 강남에서 꽤 유명한 인테리어 사업가더라고요. 그분이 제게 ‘어디서도 보지 못한 디자인이라고 사진을 찍어 가도 되느냐’고 하셔서 ‘상업 목적으로 만든 게 아니니까 얼마든지 복사하셔도 된다’고 했죠. 그분 외에도 손님들 중에 건축 관련 전문가들도 종종 오세요. 그럴 때마다 흠잡지 않고 칭찬해주실 때면 ‘아, 내가 그래도 제대로 만들었구나’ 싶어서 만족하죠. 앞으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건물 짓는 일을 꾸준히 하고 싶어요. 결과물을 얻었을 때 이상으로 그 과정 자체가 행복하기 때문이죠.”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1호(2018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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