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부동산 관리의 만능키 ‘신탁’

신탁 활용한 관리

[한경 머니 기고 = 배정식 KEB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장]한 치 앞을 모르는 세상에서 자신만의 탄탄한 관리 노하우가 없이는 오랫동안 자산을 지키기 어렵다. 시시각각 변하는 경기 사이클에 따른 임차인들의 부침은 건물주에게 직격탄이 되고, 공실의 증가는 임대 수입의 감소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건물 가치의 하락을 초래하게 된다. 과연, 신탁은 복잡한 부동산 자산관리의 열쇠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부동산 관리에 필요한 내용 관점에서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규정 및 임차인과의 소통, 적정 임대료 시세와 결정, 시설을 비롯한 현장 관리, 임대료 수납 및 그 내역 정리 등을 꼽을 수 있다. 부동산 왕관을 지키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의 고유 업무 수행으로 인한 관리 어려움, 부동산 관리 경험 부재로 인한 두려움, 상속으로 인한 관리 공백과 상속 분쟁, 해외 거주로 인한 국내 재산관리 공백과 인구 고령화, 건물 노후화 등 다양한 어려움을 꼽을 수 있다.

부동산 관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수입의 극대화를 통한 자산 가치의 유지와 증식일 것이다. 안정적인 수입원인 부동산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는 다시 세대를 넘어 가문의 부를 유지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넘어야 할 큰 관문은 역시 임차 문제다. 안정적인 임차 수입을 위해 우량 임차인 유치와 지속적인 소통이 중요하다. 계약 후 입주한 임차인은 이제 더 이상 임대인의 입맛대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명도를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주요한 고객이고 그 고객들의 요구 사항에 대한 적절한 대처도 필요하다. 경쟁이 될 수 있는 부동산 대비 차별화할 수 있는 자산관리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

임차인 권리 보호를 위한 다양한 내용의 법 조항이 도입됐거나 더욱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여러 개정안 중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이 현재의 5년에서 10년까지 확대될 수 있다. 또한 임대인이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는 최대 요율도 9%에서 5%로 낮추는 내용도 담고 있다.

부동산 보유자 입장에서는 입주한 임차인의 사업이 유지될 수 있는 다양한 지원과 소통을 통해 현명한 대응을 해야 한다. 자신의 부동산과 경쟁이 될 수 있는 신축 건물로 언제든지 옮겨 입주할 수 있는 임차인이 있다면 관리 운용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임차 기간 만료에 따른 적정 임대료 산정 역시 중요한 관리 포인트다. 늘 임대료를 내는 입장에서는 경기가 어렵다고 느낄 것이지만 모든 요구를 수용할 수만은 없기에 임차 현황과 주위 건물들의 공실율, 그리고 주변 개발 현황 등을 감안한 자신만의 임대료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경기 상황에 따라 때로는 과감한 의사결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또한 전략적일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임대료를 수준을 낮추는 것보다는 1~2개월 정도 임대료 면제해줘 중장기적으로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부동산 보유자에게는 현장 관리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통상 지인을 통한 관리는 투명성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 보증금 관리를 비롯한 시설 경비 지출의 투명성 문제는 수익률의 하락과 함께 건물 관리의 전문성 하락으로 우량 임차인들을 붙잡을 수 없는 한계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현장 관리와 함께 자금의 수입·지출내역 관리는 관리 비용의 계절적 변화 추이와 임차인의 업종에 따른 비용 변화 등을 점검함으로써 향후 자신의 건물에 적합한 임차인을 유치할 수 있다.

고령화와 부동산 상속 문제는 숙명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인구구조의 변화다. 2017년 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 사회는 일본의 모습을 닮아 가고 있다. 우리보다 23년 앞선 1994년 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고령층 부모세대의 아무런 준비 없는 사망으로 인한 상속 분쟁을 겪게 됐다.

1 부모 사후 상속분할 협의
부모가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에 대한 아무런 유언도 없이 돌아가시면 자녀들은 상속분할 협의를 하게 된다. 자녀들이 갈등 없이 협의하고 부동산 등기 절차까지 마무리하면 좋겠지만, 부모 생전에 받은 재산의 많고 적음을 가지고 다투게 되고, 결국 부동산에 가압류, 가처분 등의 법적 절차까지 감행하게 된다.

문제는 부동산은 그냥 멈춰만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기존 임차 만기가 되고 연장하고 또 나가기도 한다. 법적 절차가 있다면 새로운 임차인 유치는 기대할 수 없고 결국 상속인들은 서로 공멸하는 길을 택하기도 한다.

2 협의분할 이후 부동산 관리
상속인들은 어렵게 협의분할을 한다. 그렇지만 공동 상속한 부동산은 그 누군가가 주체적으로 관리하게 되고 다른 공유자들은 주 관리자의 정보를 통해서만 부동산 현황을 파악할 수밖에 없다. 투명한 관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고 관리에서 배제된 공유자는 지속적으로 관리내역을 요구하며 주 관리인과 갈등을 빚게 된다. 공유 부동산에 대한 공정하고 투명한 관리를 통해 건물의 가치를 높이고 공동 소유자들은 상생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효율적인 부동산 관리를 위한 제언, 신탁
부동산 보유자는 다양한 건물 관리 방법을 택할 수 있다. 그 방법으로는 직영관리, 혼합관리, 위탁관리를 생각할 수 있으며 각기 장단점이 있다. 그중 신탁을 통한 방법을 소개한다. 신탁제도는 재산을 보유한 사람(위탁자)이 신뢰관계에 있는 기관 또는 사람(수탁자)에게 재산을 맡겨 자신이 원하는 방법대로 관리, 운용, 개발 등을 할 수 있는 제도다. 특히 부동산에 관하여는 수탁자에게 소유권이 신탁계약을 통해 이전되고 수탁자는 대내외적인 소유권자로서 책임과 의무를 하게 된다.

수탁자는 재산관리인으로서 위탁자와의 관리 계약에 따라 임대차 관리, 시설 점검, 자금의 입금과 지출 내용을 주기적으로 위탁자에게 보고하게 된다. 위탁자는 수탁자의 신뢰성을 기반으로 자금 관리의 투명성을 확보하게 되고, 임대차 관리 즉, 기존 임차인과의 전문적인 관계 유지 및 소통, 그리고 새로운 임차인의 유치 등의 업무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또한 주기적인 임차 현황을 점검함으로써 적정 임대료 산정의 근거를 제시하고 임대인과 임차인의 적정한 수익과 합리적인 부담 수준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지역적 임차 마케팅 한계를 넘어 다양한 임차인 유치가 가능한 네트워크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상속이 발생할 경우에도 신탁 관리와 현장전문가의 지원을 통해 협의분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관리의 공백을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상속인들의 자산 가치 유지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상속인들의 지분 등기 이후에도 관리신탁을 활용할 경우 공정한 제3자인 수탁자에 의해 공동 소유자들 간 갈등과 분쟁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신탁으로 부동산의 가치 제고
부동산 신탁은 다양한 목적에 따라 관리신탁, 담보신탁, 분양관리신탁 및 개발신탁 등으로 분류된다. 통상 자신의 부동산을 개발 즉, 신축하고자 할 경우에는 개발신탁을 전문으로 하는 부동산신탁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개발신탁의 경우 개인들이 보유한 소규모 부동산의 임차 수입 증가를 목적으로 하는 개발 업무는 거의 해당되지 않는다.

결국 노후화된 개별 부동산은 보유자 스스로 개발해야 하지만 건물 한 번을 짓고 나면 10년을 늙는다고들 한다. 신축 기획부터 타당성 검토, 설계, 시공, 감리, 자금, 관리, 세무 등 모든 영역을 본인 혼자서 점검하면서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리신탁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에 대한 자문부터 타당성 조사를 통해 신축과 리모델링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신탁은 한 걸음 나가고 있다. 신탁의 관리 지원과 신축, 리모델링 지원 업무는 부동산 자산의 가치를 증식시키고 관리의 투명성을 통해 안정된 수입원 확보에도 기여할 것이다.

부동산 신탁 관리는 보유자 현재의 관리 지원에 대한 고민 해결을 넘어서 자신의 사후 승계도 풀어 갈 수 있다. 민법의 유언장 기능과 동일한 유언대용신탁(신탁법 제59조)을 이용하는 것이다. 자신의 생전관리를 위한 다양한 지원과 함께 자신의 사후에도 상속 집행은 물론, 상속인이 어릴 경우 일정한 연령이 될 때까지 재산관리 후 이전할 수도 있다.

특히 상속인 중 장애인이 있을 경우 영속성 있는 신탁을 통해 투명한 재산관리 목적도 달성할 수 있다. 신탁은 앞으로도 재산관리와 상속 영역을 결합한 다양한 영역에서 그 기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배정식 센터장은…
서울대 금융법무과정(신탁법), 건국대 동산대학원(금융투자 전공), 고려대 대학원 법학과(친족상속법)를 이수했다. 현재 KEB하나은행 신탁부 리빙트러스트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하나 리빙트러스트(Living Trust), 하나 케어트러스트(Care Trust), 하나 부동산트러스트, 성년후견지원신탁, 치매안심신탁 등을 론칭했다. 주요 저서로는 <상속신탁_재산 분쟁 없는 희망 상속 플랜> 등이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1호(2018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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