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출 9년째인 KB국민은행 캄보디아법인의 툴툼붕지점 객장.]
[프놈펜(캄보디아)=정채희 한경비즈니스 기자] KB국민은행은 국내 금융시장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질적 약점으로 꼽혀 온 해외 금융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10개 국가에 뿌리 내린 26개의 해외 네트워크, 이 중 중심 국가는 캄보디아다. 국민은행은 동남아 국가 금융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규모는 작지만 가능성 있는 시장 ‘캄보디아’를 주목하고 있다.
캄보디아의 수도이자 행정, 경제, 문화의 중심지인 프놈펜. 프놈펜 왕궁에서 멀지 않은 이곳 중심가에 KB국민은행 캄보디아법인이 자리해 있다. 국민은행이 이곳에 터를 잡은 것은 2009년 4월이다. 당시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해외 진출이 늦어진 국민은행은 캄보디아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며 프놈펜에 상업은행으로 둥지를 틀었다. 개발도상국에 진입하고 있는 캄보디아 경제 발전 단계의 특성상 향후 성장이 기대된다는 판단이었다.
◆ 글로벌 사업 흑자 전환의 배경
“캄보디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269달러지만 프놈펜의 1인당 GDP는 3800달러, 실제 물가를 감안하면 1만 달러가 넘습니다. 우리는 프놈펜에서 현지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1300달러의 나라’가 아니라 ‘1만 달러의 나라’에 맞는 비즈니스 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박용진 KB국민은행 캄보디아법인장은 “캄보디아는 국민은행의 동남아 금융시장 진출 교두보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경제 규모가 크지 않아 큰 이익을 취하기에는 작은 시장이지만 규제나 투자 환경이 우호적이고 현지 금융시장에서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어 신남방 정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기에는 적합하다는 전략적 판단이었다.
진출 9년째인 국민은행 캄보디아법인은 모회사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테스트베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아시아 시장을 중심축으로 글로벌 진출 기반을 다지며 동남아 시장 현지에 특화된 금융 모델을 통해 시장 지위를 확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국민은행 캄보디아법인은 올해에만 스텅민체이지점, 츠바암포지점 등 2곳을 추가 신설하며 지점 수를 5개로 늘렸다. 영업1·2부를 포함하면 프놈펜 네트워크 수는 모두 7개다. 늘어난 규모만큼 실적도 급성장 중이다. 특히 2016년을 전후로 모든 경영지표가 ‘청신호’다.
자체 육성한 현지 직원을 지점장으로 임명해 국민은행의 선진 금융 기법과 현지 금융 관행을 조화롭게 접목했고 금리 경쟁력과 신속한 대출 프로세스에 기반한 중소기업(SME) 대출을 중심으로 활발히 영업을 추진하면서 지난 2년여간 대출금이 4470만 달러에서 1억711만 달러로 2.4배 증가했다. 총자산 또한 2015년 말 7566만 달러에서 2018년 7월 말 현재 1억4987만 달러로 1.98배 늘었다. 반면 부실채권(NPL) 비율은 7.7%에서 2.5%로 2년 새 5.2%포인트 감소하며 리스크 관리에 성공했다.
이는 국내외 금융사 130여 개와의 각축 끝에 얻은 값진 성과다. 캄보디아 금융사 전체 자산이 337억 달러에 불과할 만큼 작지만 이 좁은 시장에 상업은행 39개, 특수은행 15개, 소액대출회사(MFI) 76개 등 130개가 경쟁하고 있다. 한국계 금융만 15개다. 여기에 8월 22일 NH농협은행이 현지법인 인수로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를 출범하며 소액대출 부문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태극마크를 단 16개 은행이 프놈펜 안에서 크고 작은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 ‘리브캄보디아’로 모바일 공략
이 같은 각축전에서 국민은행 캄보디아법인이 두드러진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온·오프라인 채널을 동시에 확장한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지점 확대를 통해 오프라인 영업을 확장한 것은 물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출시로 온라인 시장에서 핀테크 영업에 힘을 쏟았다.
“현지법상 대출 시에는 현지 부동산을 담보로 취득해야 하는데 캄보디아 시민권이 없는 이들은 부동산을 취득할 수 없으니 대출 고객 수가 한정적입니다. 그래서 온·오프라인 병행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때마침 캄보디아에 모바일 친화적인 분위기가 일었다. 은행 이용률은 22%에 불과했지만 휴대전화 가입자 수(유심칩 기준)는 1890만 명으로 모바일 침투율이 96%에 달했다. 온·오프라인을 접목한 핀테크 기업들이 현지에서 여럿 생겼으며 캄보디아 중앙은행이 핀테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었다.
박용진 법인장은 이러한 현지 분위기에 주목했다. 모바일 사업의 성장 효과가 클 것이라고 보고 본행을 설득해 2016년 9월 글로벌 디지털뱅크 플랫폼인 ‘리브 KB 캄보디아’를 출시했다. 한국 디지털뱅크 플랫폼인 ‘리브’를 본뜬 것으로 송금, 대출, 결제 등이 편리하고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가입자 수는 3만4537명으로 월평균 약 400만 달러가 거래된다.
“캄보디아를 잘 아는 사람들은 ‘엄청난 실적이라며 어떻게 유치했느냐’고 묻곤 합니다. 9년간 모객한 기존 오프라인 고객 수가 3000명이니까요. 한 달 400만 거래가 일어나는 핀테크 앱은 로컬 앱인 ‘파이페이’와 리브캄보디아뿐이죠.” 특히 한국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리브캄보디아의 주요 고객이다. 연 1억20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이 국민은행을 거쳐 캄보디아로 향한다. 법인의 수익금은 한 달에 1000만 달러 정도다.
박 법인장은 “올해 2월부터 리브캄보디아와 현지 온·오프라인 송금 앱인 윙을 연계해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낮췄다”며 “현지 은행들은 건당 20달러를 받지만 리브캄보디아는 8달러, 윙에 주는 수수료 3달러까지 총 11달러다”라고 말했다. 박 법인장은 리브캄보디아를 통해 예금과 대출을 모바일로 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아직까지는 공인인증서와 같은 시스템이 없고 스마트폰으로 본인 확인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지만 중앙은행의 금융환경 개선 프로젝트에 따라 앞으로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란 기대다.
박 법인장은 “모바일로 예금도 조달하고 실시간으로 신용대출을 하는 그림을 그리며 준비해 나가고 있다”며 “송금, 대출은 물론 페이먼트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목표 가입자 수 10만 명을 모집해볼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은 캄보디아법인의 성과를 바탕으로 ‘리브 KB 캄보디아’의 모델을 오프라인과 연계해 미얀마, 베트남 등에도 확장, 적용할 예정이다.
현지 고객이 95%에 달하는 국민은행 캄보디아법인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도 열심이다. KB금융그룹, 국민은행과 함께 현지 심장병 어린이 수술 지원, 장학재단 대학생 학비 지원, 불우아동 후원 재단 지원, 한국 송출 노동자 지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은 물론 금융 감독 당국과 현지 사회로부터 신임을 얻어 현지화에 보다 깊숙이 침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곳 직원들이 제게 문자를 보냅니다. ‘외국인이 와서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기부도 하고 신경 써줘서 고맙다’고요. 뻔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고객이 만족하고 직원이 행복한 좋은 은행을 만드는 것이 캄보디아법인의 목표입니다.”
[박용진 KB국민은행 캄보디아법인장.(왼쪽), KB국민은행 캄보디아법인 건물 외관. 현지 직원이 ’리브캄보디아’를 설명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1호(2018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