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동남아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저성장 기조와 함께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제2의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복안이다. 실제 6억3000만 명의 거대한 인구와 연평균 5%대를 웃도는 성장률을 자랑하는 동남아는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풍부한 자금력과 대내외 신인도를 바탕으로 해외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며 범아시아권 ‘리딩뱅크’로서의 부상을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아세안+인도) 정책’은 국내 은행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한경 머니는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4개국에 진출한 국내 6개 은행(우리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IBK기업은행)의 동남아 시장 진출 전략을 현지 취재해 상·하편으로 나눠 살펴보기로 했다. 새로운 금맥(金脈), 동남아 금융벨트의 현주소와 성장 방향을 가늠해봤다.
[프놈펜(캄보디아)=정채희 한경비즈니스 기자] 우리은행이 캄보디아에 2개의 깃발을 꽂았다. 하나는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WFC), 다른 하나는 WB파이낸스다. 우리은행은 2014년 WFC로 캄보디아에 처음 진출했다. 이후 올해 6월 전국망을 보유한 현지 금융사인 ‘비전펀드 캄보디아’를 인수해 WB파이낸스를 추가 설립했다. 우리은행은 두 금융사의 시너지를 본격 가동해 현지 1등 금융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캄보디아 프놈펜의 ‘강남’으로 불리는 벙껭꽁. 이곳 대로변에 우리은행이 지난 6월 현지 금융사인 비전펀드캄보디아(이하 비전펀드)를 인수해 세운 ‘WB파이낸스’가 있다. 인수 후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때문인지 아직 건물 외관에는 비전펀드의 색이 남아 있다. “외관 공사가 한창이에요. 비전펀드 고유색인 빨간색을 지우고 우리은행의 상징인 푸른색으로 도색 작업을 하고 있죠.” 현지 주재원은 수일 내 공사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연 WB파이낸스 부법인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WB파이낸스 현지 직원들.]
◆ 전국망 22만 거래 고객 확보
우리은행이 캄보디아의 중심에 둘째 깃발을 꽂았다. 2014년 소액대출회사(MFI)인 말리스(현 WFC)를 인수한 이후 4년 만의 둘째 인수·합병(M&A)이다. 비전펀드를 인수한 것은 캄보디아에서 전국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우리은행은 4년 전 말리스를 인수하면서 프놈펜 시내에 거점을 마련했지만 프놈펜을 넘어 캄보디아 전역으로 확대할 네트워크는 없었다. 반면 비전펀드는 캄보디아 전역에 106개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예금 수신이 가능한 소액대출기관(MDI)의 라이선스를 보유해 여신 13만6000명, 수신 8만3000명 등 약 22만 명의 거래 고객이 강점이다.
김창연 WB파이낸스 부법인장은 “캄보디아에서 한국계 은행 중 전국적인 점포망을 인수한 것은 우리은행이 처음”이라며 “WFC와 WB파이낸스가 중복되는 업무 없이 시너지를 냄으로써 전략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창연 부법인장은 우리은행 자금부장·외환업무센터장을 거친 ‘재무통’으로 현재 미카엘 존 스핑글러 WB파이낸스 법인장과 함께 합병법인의 역량을 키우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번 인수로 해외 영업망(점포 수)을 크게 늘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말 301개에서 410개로 늘어나 세계 20위권의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게 됐다. 이는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인도네시아 152개, 캄보디아 126개, 미얀마 37개, 필리핀 22개 등 우리은행이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의 상위 4개국이 모두 동남아 국가다. 특히 캄보디아는 이번 인수를 통해 인도네시아를 잇는 우리은행의 글로벌 전략 국가로 거듭났다.
◆ 연평균 경제성장률 7%, 평균 나이 26세
캄보디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7%, 평균 나이는 27세다. 인구의 90% 이상이 54세 미만으로 ‘젊은 국가’로 통한다. 다른 아세안 국가의 평균 연령인 베트남 31세, 태국 36세보다 많게는 열 살 정도나 젊다. 금융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 캄보디아의 현금 결제 비율은 98%로 신용카드 사용률이 극히 미미하다. 또 현지화인 ‘리엘’보다 ‘미국 달러’가 통용되다 보니 외환 규제가 유연해 환율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것도 이점이다. 김 부법인장은 “캄보디아는 은행 계좌 보유 고객 수가 인구의 22%에 불과할 정도로 금융시장이 발달하지 않았다”며 “금융시장 성장률이 매년 30%에 달해 자금조달만 잘하면 금방 수익을 많이 낼 수 있을 정도로 시장 여건이 좋다”고 설명명했다.
실제 금융산업의 기대수익률도 높다. 예대금리 차만 약 7%다. 5년 평균 대출 증가율은 23%, 5년 평균 예금 증가율도 21%에 달한다. 업체별로 다르지만 WB파이낸스의 연체율은 1% 내외에 불과하다. 김 부법인장은 “캄보디아의 국교인 불교의 영향 때문이다”라며 “부채를 갚지 않아 남에게 피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국민적 인식이 있어 금융사의 수익성 확보에 플러스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성장 잠재력이 높다 보니 캄보디아에서 영업하는 금융사만 무려 130개다. 캄보디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2017년 9월 말 기준으로 상업은행 수는 39개, 특수은행 15개, MDI 7개를 비롯한 MFI 76개가 영업 중이다. 금융사 수에 비해 시장규모는 아직 작은 편이다. 2016년
12월 말 기준으로 130개 금융사의 자산 합계가 337억 달러, 약 37조 원에 불과하다. 한국의
1개 은행과 비교해도 적은 수준이다.
김 부법인장은 “캄보디아 내 MFI의 자산규모를 다 합쳐도 6억 달러 정도인데 우리은행 1곳의 금융 자산만 3000억 달러”라며 “M&A가 진행되면서 고용 불안을 걱정하는 현지 직원들에게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은행은 훨씬 더 큰 은행이고 좋은 은행이니 걱정하지 말라. 우리는 이곳에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 내년 상반기 2개 법인 합병
우리은행은 130개의 금융사가 각축을 벌이는 이곳 프놈펜에서 밑바닥부터 출발하는 ‘철저한 현지화’로 성공 전략을 다졌다. MFI에서 출발해 예금 수취가 가능한 MDI로 전환하고, 마지막 3단계로 상업은행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김 부법인장은 “캄보디아의 1위 은행인 아클레다뱅크 등 로컬 은행들도 MFI에서 시작해 상업은행으로 전환했다”며 “현지화에 유리할뿐더러 수익도 훨씬 더 빨리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M&A를 통한 현지화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WB파이낸스는 인수 전인 2017년 말 기준 대출 잔액이 1억6700만 달러에 불과했는데 2018년 6월 우리은행이 인수한 후에는 1억7770만 달러로 잔액이 늘었다. 김 부법인장은 “상반기에만 해도 대출 잔액 증가가 800만 달러에 불과했다”면서 “우리은행 인수 후에는 한 달 만에 500만~600만 달러씩 대출 규모가 늘고 있다”고 자신했다. 목표는 자산 10억 달러, 영업수익 1억 달러, 당기순이익 3000만 달러다. 이를 위해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농업 대출 비율을 축소하고 우량한 소기업 중심으로 대출(스몰비즈니스론)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내년 상반기 캄보디아 시장에서 기존 WFC와 WB파이낸스를 합병할 예정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WB파이낸스의 개점식도 내년 상반기로 미뤘다. 김 부법인장은 “WFC와 WB파이낸스 합병 후 2~3년 뒤에는 상업은행으로 전환할 계획”이라며 “전국망을 기반으로 한 로컬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은행으로 진출한 곳보다 빠르게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창연 WB파이낸스 부법인장(왼쪽), 프놈펜 벙껭꽁에 위치한 WB파이낸스 건물 외관. 2015년 9월 21일 열린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WFC)의 일곱 번째 지점인 앙눌스 지점 개점식.]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1호(2018년 10월) 기사입니다.]
[프놈펜(캄보디아)=정채희 한경비즈니스 기자] 우리은행이 캄보디아에 2개의 깃발을 꽂았다. 하나는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WFC), 다른 하나는 WB파이낸스다. 우리은행은 2014년 WFC로 캄보디아에 처음 진출했다. 이후 올해 6월 전국망을 보유한 현지 금융사인 ‘비전펀드 캄보디아’를 인수해 WB파이낸스를 추가 설립했다. 우리은행은 두 금융사의 시너지를 본격 가동해 현지 1등 금융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캄보디아 프놈펜의 ‘강남’으로 불리는 벙껭꽁. 이곳 대로변에 우리은행이 지난 6월 현지 금융사인 비전펀드캄보디아(이하 비전펀드)를 인수해 세운 ‘WB파이낸스’가 있다. 인수 후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때문인지 아직 건물 외관에는 비전펀드의 색이 남아 있다. “외관 공사가 한창이에요. 비전펀드 고유색인 빨간색을 지우고 우리은행의 상징인 푸른색으로 도색 작업을 하고 있죠.” 현지 주재원은 수일 내 공사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연 WB파이낸스 부법인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WB파이낸스 현지 직원들.]
◆ 전국망 22만 거래 고객 확보
우리은행이 캄보디아의 중심에 둘째 깃발을 꽂았다. 2014년 소액대출회사(MFI)인 말리스(현 WFC)를 인수한 이후 4년 만의 둘째 인수·합병(M&A)이다. 비전펀드를 인수한 것은 캄보디아에서 전국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우리은행은 4년 전 말리스를 인수하면서 프놈펜 시내에 거점을 마련했지만 프놈펜을 넘어 캄보디아 전역으로 확대할 네트워크는 없었다. 반면 비전펀드는 캄보디아 전역에 106개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예금 수신이 가능한 소액대출기관(MDI)의 라이선스를 보유해 여신 13만6000명, 수신 8만3000명 등 약 22만 명의 거래 고객이 강점이다.
김창연 WB파이낸스 부법인장은 “캄보디아에서 한국계 은행 중 전국적인 점포망을 인수한 것은 우리은행이 처음”이라며 “WFC와 WB파이낸스가 중복되는 업무 없이 시너지를 냄으로써 전략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창연 부법인장은 우리은행 자금부장·외환업무센터장을 거친 ‘재무통’으로 현재 미카엘 존 스핑글러 WB파이낸스 법인장과 함께 합병법인의 역량을 키우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번 인수로 해외 영업망(점포 수)을 크게 늘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말 301개에서 410개로 늘어나 세계 20위권의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게 됐다. 이는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인도네시아 152개, 캄보디아 126개, 미얀마 37개, 필리핀 22개 등 우리은행이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의 상위 4개국이 모두 동남아 국가다. 특히 캄보디아는 이번 인수를 통해 인도네시아를 잇는 우리은행의 글로벌 전략 국가로 거듭났다.
◆ 연평균 경제성장률 7%, 평균 나이 26세
캄보디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7%, 평균 나이는 27세다. 인구의 90% 이상이 54세 미만으로 ‘젊은 국가’로 통한다. 다른 아세안 국가의 평균 연령인 베트남 31세, 태국 36세보다 많게는 열 살 정도나 젊다. 금융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 캄보디아의 현금 결제 비율은 98%로 신용카드 사용률이 극히 미미하다. 또 현지화인 ‘리엘’보다 ‘미국 달러’가 통용되다 보니 외환 규제가 유연해 환율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것도 이점이다. 김 부법인장은 “캄보디아는 은행 계좌 보유 고객 수가 인구의 22%에 불과할 정도로 금융시장이 발달하지 않았다”며 “금융시장 성장률이 매년 30%에 달해 자금조달만 잘하면 금방 수익을 많이 낼 수 있을 정도로 시장 여건이 좋다”고 설명명했다.
실제 금융산업의 기대수익률도 높다. 예대금리 차만 약 7%다. 5년 평균 대출 증가율은 23%, 5년 평균 예금 증가율도 21%에 달한다. 업체별로 다르지만 WB파이낸스의 연체율은 1% 내외에 불과하다. 김 부법인장은 “캄보디아의 국교인 불교의 영향 때문이다”라며 “부채를 갚지 않아 남에게 피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국민적 인식이 있어 금융사의 수익성 확보에 플러스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성장 잠재력이 높다 보니 캄보디아에서 영업하는 금융사만 무려 130개다. 캄보디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2017년 9월 말 기준으로 상업은행 수는 39개, 특수은행 15개, MDI 7개를 비롯한 MFI 76개가 영업 중이다. 금융사 수에 비해 시장규모는 아직 작은 편이다. 2016년
12월 말 기준으로 130개 금융사의 자산 합계가 337억 달러, 약 37조 원에 불과하다. 한국의
1개 은행과 비교해도 적은 수준이다.
김 부법인장은 “캄보디아 내 MFI의 자산규모를 다 합쳐도 6억 달러 정도인데 우리은행 1곳의 금융 자산만 3000억 달러”라며 “M&A가 진행되면서 고용 불안을 걱정하는 현지 직원들에게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은행은 훨씬 더 큰 은행이고 좋은 은행이니 걱정하지 말라. 우리는 이곳에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 내년 상반기 2개 법인 합병
우리은행은 130개의 금융사가 각축을 벌이는 이곳 프놈펜에서 밑바닥부터 출발하는 ‘철저한 현지화’로 성공 전략을 다졌다. MFI에서 출발해 예금 수취가 가능한 MDI로 전환하고, 마지막 3단계로 상업은행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김 부법인장은 “캄보디아의 1위 은행인 아클레다뱅크 등 로컬 은행들도 MFI에서 시작해 상업은행으로 전환했다”며 “현지화에 유리할뿐더러 수익도 훨씬 더 빨리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M&A를 통한 현지화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WB파이낸스는 인수 전인 2017년 말 기준 대출 잔액이 1억6700만 달러에 불과했는데 2018년 6월 우리은행이 인수한 후에는 1억7770만 달러로 잔액이 늘었다. 김 부법인장은 “상반기에만 해도 대출 잔액 증가가 800만 달러에 불과했다”면서 “우리은행 인수 후에는 한 달 만에 500만~600만 달러씩 대출 규모가 늘고 있다”고 자신했다. 목표는 자산 10억 달러, 영업수익 1억 달러, 당기순이익 3000만 달러다. 이를 위해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농업 대출 비율을 축소하고 우량한 소기업 중심으로 대출(스몰비즈니스론)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내년 상반기 캄보디아 시장에서 기존 WFC와 WB파이낸스를 합병할 예정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WB파이낸스의 개점식도 내년 상반기로 미뤘다. 김 부법인장은 “WFC와 WB파이낸스 합병 후 2~3년 뒤에는 상업은행으로 전환할 계획”이라며 “전국망을 기반으로 한 로컬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은행으로 진출한 곳보다 빠르게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창연 WB파이낸스 부법인장(왼쪽), 프놈펜 벙껭꽁에 위치한 WB파이낸스 건물 외관. 2015년 9월 21일 열린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WFC)의 일곱 번째 지점인 앙눌스 지점 개점식.]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1호(2018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