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올슨 딜로이트 안진 전무 “세무 자문, 글로벌 파워 높일 것”
입력 2018-09-20 18:39:41
수정 2018-09-20 18:39:41
[한경 머니 = 공인호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세무 자문 서비스(Tax & Legal services) 선두 수성을 위한 역량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빅4 회계법인 간 역내 경쟁을 넘어 해외 부문의 수익 비중을 늘려 가겠다는 복안이다. 글로벌 세무 전문가인 스콧 올슨(Scott G. Oleson) 전무를 영입한 것도 같은 배경에서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세무 자문 경쟁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해만 해도 세무 자문 부문의 총 매출은 893억 원으로 경쟁사인 삼정KPMG(540억 원), 한영회계법인(481억 원)을 크게 따돌렸다. 현재 딜로이트 안진의 세무자문 본부에는 국제 조세 서비스를 포함해 국내 조세 서비스, 이전가격(transfer pricing), 업무프로세스솔루션(Business Process Solutions, BPS), 인수·합병(M&A) 세무 자문, 조세 불복 서비스, 해외주재원관리(GES, Global Employer Serv ices), 금융기관 세무 자문 등을 진행할 수 있는 약 500여 명의 전문 인력이 포진돼 있다.
딜로이트 안진 측 관계자는 “딜로이트 안진은 딜로이트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원스톱 서비스를 수행하며 여러 세무 분야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며 “업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세무조사 대응 및 조세 불복 서비스는 명성에 걸맞게 수년간 상위권을 지키고 있고, 회계 및 세무 아웃소싱 서비스는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지난 6월 딜로이트 안진에 둥지를 튼 스콧 올슨 전무는 25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명성을 쌓아 온 국제 조세 전문가다. S&P500 다국적 대기업에 국제 조세 자문, 글로벌 M&A 등의 세무 자문을 제공했으며, 직전에는 미국계 기업인 플로서브(Flowserve)에서 세무 담당 부사장(vice-president)까지 역임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딜로이트 안진의 세무자문본부에 파견돼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고 이후 5년 가까이 한국 문화를 접했다. 당시의 인연으로 한국인 아내와 함께 슬하에 3명의 자녀도 두고 있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한국 전통문화에 애정을 갖고 있다”는 올슨 전무를 직접 만났다.
늦었지만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딜로이트 안진과는 두 번째 인연인 것 같은데 한국행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회사 측과의 계약도 중요했지만 개인사와도 연관돼 있습니다. 아내가 한국인인데 몸이 불편하신 장인, 장모 어르신들을 보살피길 원했죠. 사실 한국과의 인연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오르는데 당시 함께 일했던 임직원 일부도 남아 있더군요. 일에 대한 딜로이트 안진 직원들의 열정과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굳이 다른 곳을 선택할 이유가 없었죠. 무엇보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규모 12위의 큰 나라입니다. 한국 세법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어서 저에게는 좋은 기회라 판단했죠.”
글로벌 세무 전문가로 활동한 점이 영입 배경이 됐을 것 같습니다. 목표가 있다면.
“목표는 물론 ‘업계 최고’입니다. 딜로이트 안진에는 세법 전문가만 500여 명이 넘는데, 저는 외국 법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조세 부문에서 좀 더 성과를 내려고 합니다. 한국에 진출하는 외국계 기업들이 주요 고객이 되겠죠. 사실 저는 지난 11년간 일반 회사의 세무 파트를 담당했습니다. 회계법인과 고객사의 입장을 모두 경험한 거죠. 따라서 기업들이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고 어떠한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조직원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딜로이트 안진이 빅4 회계법인 가운데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최고의 직장’이라는 평판을 가졌으면 합니다. 특히 세무 관련분야에서만큼은 전 부문에서 선두권을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1~2년 이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는 어렵겠지만 말이죠.(웃음)”
14년 만의 한국행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와는 달라진 부분이 많을 것 같은데.
“물론입니다. 그동안 한국 조세 환경은 눈에 띄게 개선됐고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게 적응해 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세금 징수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상당히 부합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지난 7월 발표된 글로벌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에도 충실히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미국은 거부하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죠.(웃음) 무엇보다 국세청의 태도에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동일한 사안에서도 상이한 해석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현재는 일관성 측면에서 많은 진전이 이뤄진 것 같습니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징수되는 세금의 규모보다 예측 가능성을 더 중요시합니다. 세금 문제가 장기적인 경영 플랜을 짜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자문 과정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인가요.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국 조세 환경이 여타 국가와 비교해 지나치게 엄격하고 까다롭다는 얘기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겪은 바로는 인도 등 일부 국가와 비교해 크게 까다롭지는 않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세무조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국세청의 조급증입니다. 사실 외국계 법인들의 경우 세무 관련 인력이 한정돼 있는 데다, 본국 기업에서도 그 중요성을 가늠하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특히 이전가격 등의 경우 모든 정보를 본국 기업이 갖고 있는데, 하루 이틀 회신이 늦어지면 세금을 회피하려는 목적인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세무당국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외국계 법인들의 애로사항도 충분히 인지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간의 자문 업무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지난 2000년대 초반 한국 파견 시절에 대우자동차 매각 문제와 관련된 자문 업무를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실무자(시니어 매니저)로 근무했는데 다양한 법적 문제와 복잡한 여건으로 인해 매각 추진이 수차례 중단됐었죠. 2003년 매각이 마무리되기까지 무려
1년 6개월가량의 시간이 소요됐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힘든 과정이기는 했지만 보람도 있었고 흥미로웠던 경험이었습니다. 사실 가장 고생스러웠던 경험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회사인 아람코 관련 자문 업무였습니다. 인터넷도 잘 안 되던 사우디 현지의 척박한 인프라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섭씨 48도에 육박하는 날씨가 정말 괴로웠었죠.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쉽고 간단한 업무보다 복잡하고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일에 더 큰 흥미를 느낍니다.(웃음)”
능통한 한국어가 자문 업무에 도움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물론입니다. 기본적으로 특정 국가에서 근무하려면 그 나라의 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도움이 됩니다. 특히 해외에서 자문 업무를 진행할 경우 언어가 안 되면 수차례 의사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고객의 의중을 파악하고 곧바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거죠. 그래서 고객들이 놀라는 경우가 많아요. 이메일 업무도 마찬가지입니다. 통상적으로 고객들은 세무 자문을 필요로 할 경우 여러 회계법인에 관련 내용의 이메일을 보냅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이내에 답신이 없으면 다른 업체를 찾게 되죠. 제가 일했던 회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실 고객들이 원하는 답변은 자세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아닌데 말이죠. 고객들로서는 얼마나 빠르게 답변을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앞으로 세무 조직을 이끌고 나가야 하는데 조직관리 노하우가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직원들을 믿어야 합니다. 이곳에 몸담고 있는 직원들은 대부분 국내외 주요 대학을 나온 핵심 인재들입니다. 하지만 각자 일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죠. 근무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일에 강한 열정을 갖고 충실히 해내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딜로이트 안진이 지향하는 가치 중에 ‘애즈원(as one)’이 있는데 임직원들 간 화합과 시너지 창출을 위한 조직문화입니다. 서비스별 전문가들로만 구성된 집단이라는 장점으로 임직원들의 의견을 거리낌 없이 1:1로 교환하고 토론할 수 있는 수평적인 소통 문화죠. 이는 내부 조직은 물론 대고객 서비스에도 적용해 서비스 혁신의 밑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저부터 모범을 보이는 게 가장 중요하겠죠. 덧붙여 휴식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네요. 일부 직원들은 일주일가량의 휴가계를 낼 경우 조직에 피해를 줄까 봐 노심초사합니다. 결국 하루 이틀 쪼개서 휴가를 쓰는데 이는 주말 휴일과 다를 바 없죠. 모든 직장인들은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적당한 휴식이 꼭 필요합니다. 피로가 쌓이면 실수도 많아지는 법이죠. 그래서 전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보다 라워밸(life and work balance)이라는 말을 선호합니다.(웃음) 개인적으로 일주일가량의 휴가는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조직문화가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끝으로 딜로이트 안진만의 강점을 소개해준다면.
“유기적인 팀워크가 아닐까 싶네요. 특히 딜로이트 안진은 세무 컨설팅 분야에서만큼은 독보적 실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딜로이트 안진의 세무자문본부는 파트너급에서 고객들의 고충을 직접 챙기기 때문에 고객들의 요구에 맞춘 특화된 전문 그룹을 유기적으로 운영하면서 선제적으로 시장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고객 입장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것도 강점이 될 수 있겠네요. 컨설팅 수익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지금 당장은 실적이 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저희와 고객 모두에게 손실이 됩니다. 고객들은 자신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함께해줄 파트너를 원한다는 점을 항상 상기하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1호(2018년 10월) 기사입니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세무 자문 경쟁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해만 해도 세무 자문 부문의 총 매출은 893억 원으로 경쟁사인 삼정KPMG(540억 원), 한영회계법인(481억 원)을 크게 따돌렸다. 현재 딜로이트 안진의 세무자문 본부에는 국제 조세 서비스를 포함해 국내 조세 서비스, 이전가격(transfer pricing), 업무프로세스솔루션(Business Process Solutions, BPS), 인수·합병(M&A) 세무 자문, 조세 불복 서비스, 해외주재원관리(GES, Global Employer Serv ices), 금융기관 세무 자문 등을 진행할 수 있는 약 500여 명의 전문 인력이 포진돼 있다.
딜로이트 안진 측 관계자는 “딜로이트 안진은 딜로이트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원스톱 서비스를 수행하며 여러 세무 분야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며 “업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세무조사 대응 및 조세 불복 서비스는 명성에 걸맞게 수년간 상위권을 지키고 있고, 회계 및 세무 아웃소싱 서비스는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지난 6월 딜로이트 안진에 둥지를 튼 스콧 올슨 전무는 25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명성을 쌓아 온 국제 조세 전문가다. S&P500 다국적 대기업에 국제 조세 자문, 글로벌 M&A 등의 세무 자문을 제공했으며, 직전에는 미국계 기업인 플로서브(Flowserve)에서 세무 담당 부사장(vice-president)까지 역임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딜로이트 안진의 세무자문본부에 파견돼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고 이후 5년 가까이 한국 문화를 접했다. 당시의 인연으로 한국인 아내와 함께 슬하에 3명의 자녀도 두고 있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한국 전통문화에 애정을 갖고 있다”는 올슨 전무를 직접 만났다.
늦었지만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딜로이트 안진과는 두 번째 인연인 것 같은데 한국행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회사 측과의 계약도 중요했지만 개인사와도 연관돼 있습니다. 아내가 한국인인데 몸이 불편하신 장인, 장모 어르신들을 보살피길 원했죠. 사실 한국과의 인연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오르는데 당시 함께 일했던 임직원 일부도 남아 있더군요. 일에 대한 딜로이트 안진 직원들의 열정과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굳이 다른 곳을 선택할 이유가 없었죠. 무엇보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규모 12위의 큰 나라입니다. 한국 세법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어서 저에게는 좋은 기회라 판단했죠.”
글로벌 세무 전문가로 활동한 점이 영입 배경이 됐을 것 같습니다. 목표가 있다면.
“목표는 물론 ‘업계 최고’입니다. 딜로이트 안진에는 세법 전문가만 500여 명이 넘는데, 저는 외국 법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조세 부문에서 좀 더 성과를 내려고 합니다. 한국에 진출하는 외국계 기업들이 주요 고객이 되겠죠. 사실 저는 지난 11년간 일반 회사의 세무 파트를 담당했습니다. 회계법인과 고객사의 입장을 모두 경험한 거죠. 따라서 기업들이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고 어떠한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조직원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딜로이트 안진이 빅4 회계법인 가운데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최고의 직장’이라는 평판을 가졌으면 합니다. 특히 세무 관련분야에서만큼은 전 부문에서 선두권을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1~2년 이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는 어렵겠지만 말이죠.(웃음)”
14년 만의 한국행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와는 달라진 부분이 많을 것 같은데.
“물론입니다. 그동안 한국 조세 환경은 눈에 띄게 개선됐고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게 적응해 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세금 징수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상당히 부합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지난 7월 발표된 글로벌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에도 충실히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미국은 거부하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죠.(웃음) 무엇보다 국세청의 태도에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동일한 사안에서도 상이한 해석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현재는 일관성 측면에서 많은 진전이 이뤄진 것 같습니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징수되는 세금의 규모보다 예측 가능성을 더 중요시합니다. 세금 문제가 장기적인 경영 플랜을 짜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자문 과정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인가요.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국 조세 환경이 여타 국가와 비교해 지나치게 엄격하고 까다롭다는 얘기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겪은 바로는 인도 등 일부 국가와 비교해 크게 까다롭지는 않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세무조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국세청의 조급증입니다. 사실 외국계 법인들의 경우 세무 관련 인력이 한정돼 있는 데다, 본국 기업에서도 그 중요성을 가늠하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특히 이전가격 등의 경우 모든 정보를 본국 기업이 갖고 있는데, 하루 이틀 회신이 늦어지면 세금을 회피하려는 목적인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세무당국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외국계 법인들의 애로사항도 충분히 인지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간의 자문 업무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지난 2000년대 초반 한국 파견 시절에 대우자동차 매각 문제와 관련된 자문 업무를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실무자(시니어 매니저)로 근무했는데 다양한 법적 문제와 복잡한 여건으로 인해 매각 추진이 수차례 중단됐었죠. 2003년 매각이 마무리되기까지 무려
1년 6개월가량의 시간이 소요됐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힘든 과정이기는 했지만 보람도 있었고 흥미로웠던 경험이었습니다. 사실 가장 고생스러웠던 경험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회사인 아람코 관련 자문 업무였습니다. 인터넷도 잘 안 되던 사우디 현지의 척박한 인프라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섭씨 48도에 육박하는 날씨가 정말 괴로웠었죠.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쉽고 간단한 업무보다 복잡하고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일에 더 큰 흥미를 느낍니다.(웃음)”
능통한 한국어가 자문 업무에 도움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물론입니다. 기본적으로 특정 국가에서 근무하려면 그 나라의 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도움이 됩니다. 특히 해외에서 자문 업무를 진행할 경우 언어가 안 되면 수차례 의사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고객의 의중을 파악하고 곧바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거죠. 그래서 고객들이 놀라는 경우가 많아요. 이메일 업무도 마찬가지입니다. 통상적으로 고객들은 세무 자문을 필요로 할 경우 여러 회계법인에 관련 내용의 이메일을 보냅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이내에 답신이 없으면 다른 업체를 찾게 되죠. 제가 일했던 회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실 고객들이 원하는 답변은 자세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아닌데 말이죠. 고객들로서는 얼마나 빠르게 답변을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앞으로 세무 조직을 이끌고 나가야 하는데 조직관리 노하우가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직원들을 믿어야 합니다. 이곳에 몸담고 있는 직원들은 대부분 국내외 주요 대학을 나온 핵심 인재들입니다. 하지만 각자 일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죠. 근무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일에 강한 열정을 갖고 충실히 해내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딜로이트 안진이 지향하는 가치 중에 ‘애즈원(as one)’이 있는데 임직원들 간 화합과 시너지 창출을 위한 조직문화입니다. 서비스별 전문가들로만 구성된 집단이라는 장점으로 임직원들의 의견을 거리낌 없이 1:1로 교환하고 토론할 수 있는 수평적인 소통 문화죠. 이는 내부 조직은 물론 대고객 서비스에도 적용해 서비스 혁신의 밑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저부터 모범을 보이는 게 가장 중요하겠죠. 덧붙여 휴식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네요. 일부 직원들은 일주일가량의 휴가계를 낼 경우 조직에 피해를 줄까 봐 노심초사합니다. 결국 하루 이틀 쪼개서 휴가를 쓰는데 이는 주말 휴일과 다를 바 없죠. 모든 직장인들은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적당한 휴식이 꼭 필요합니다. 피로가 쌓이면 실수도 많아지는 법이죠. 그래서 전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보다 라워밸(life and work balance)이라는 말을 선호합니다.(웃음) 개인적으로 일주일가량의 휴가는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조직문화가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끝으로 딜로이트 안진만의 강점을 소개해준다면.
“유기적인 팀워크가 아닐까 싶네요. 특히 딜로이트 안진은 세무 컨설팅 분야에서만큼은 독보적 실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딜로이트 안진의 세무자문본부는 파트너급에서 고객들의 고충을 직접 챙기기 때문에 고객들의 요구에 맞춘 특화된 전문 그룹을 유기적으로 운영하면서 선제적으로 시장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고객 입장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것도 강점이 될 수 있겠네요. 컨설팅 수익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지금 당장은 실적이 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저희와 고객 모두에게 손실이 됩니다. 고객들은 자신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함께해줄 파트너를 원한다는 점을 항상 상기하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1호(2018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