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숙 우리은행 WM그룹장 “1등 금융그룹, 압도적 WM으로 견인”
입력 2018-09-20 13:27:31
수정 2018-09-20 13:27:31
[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우리은행호(號)가 ‘1등 금융그룹’을 향한 항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지주사 전환을 통해 민영화 과정에서 훼손된 은행-비은행 포트폴리오 재구축은 물론, 이자이익 중심의 은행 수익구조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중심에 우리은행 WM(Wealth Management)그룹이 자리하고 있다.
방카슈랑스 판매 1위, 펀드 판매 1위,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공시 누적수익률 1위. 올 상반기 우리은행이 경쟁사들을 제치고 거둔 성과다. 우리은행의 경우 국내 빅4 은행(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가운데 유일하게 금융지주사 체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놀랍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여타 경쟁사와 달리 보험 및 자산운용 계열사가 없어 사실상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WM그룹이 구조적 약점을 극복해내면서 은행 내 수수료 수익도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 2016년 8400억 원을 기록했던 수수료 수익은 이듬해 9300억 원으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만 5200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지난해 절반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상반기 펀드 판매액은 9조2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가까이 늘어난 상태다.
WM그룹의 이 같은 선전은 지난해 말 그룹장으로 취임한 정종숙 상무의 강력한 추진력이 밑바탕이 됐다. 정종숙 우리은행 WM그룹장은 영업본부장 2년을 비롯해 지점장만 무려 10년 이상을 지낸 뼛속까지 ‘영업통’으로, 지난 2015년 종로본부 시절에는 핵심역량지표(KPI) 전국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후 프라이빗뱅킹(PB) 영업의 격전지로 꼽히는 강남영업본부에서도 눈에 띄는 실적을 올리며 손태승 우리은행장의 ‘성과 중심’ 인사 철학의 수혜를 입은 은행 내 유일의 여성 임원이다. 그는 ‘역대 두 번째 여성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놓고 “더 이상 유리천장은 없다”며 “많은 여성 후배들이 좀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무실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김연대 시인의 ‘상인일기’와 관련해 “마지막 구절인 ‘상인은 오직 팔아야만 하는 사람, 팔아서 세상을 유익하게 하는 사람, 그러지 못하면 가게 문에다 묘지라고 써 붙여야 한다’는 말이 와 닿아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에게 용기를 주고자 액자에 담았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저의 생활신조이자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글귀가 됐다”고 소개했다. 다소 왜소해 보이는 체격과 달리 강력한 카리스마로 우리은행 WM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 그룹장을 직접 만났다.
지주사 해체 이후 시너지 약화에 대한 우려와 달리 WM 부문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특별한 비결이 있는지.
“역발상 전략이 먹혀든 게 아닌가 싶네요. 우리은행은 민영화 과정에서 비은행 계열사가 줄줄이 매각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는 거죠. 하지만 계열사가 없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죠. 역으로 생각했습니다. 비은행 계열사가 없기 때문에 고객수익률 관점에서 좀 더 다양한 운용사, 보험사의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말이죠. 쉽게 말해 수십 개의 자산운용사를 우리은행의 계열사처럼 활용할 수 있는 셈이죠. 여기에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포트폴리오를 선제적으로 구성한 것도 주효했습니다. 펀드의 경우, 변동성 장세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채권형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영업 현장의 니즈를 반영한 맞춤형 사모펀드를 다수 출시해서 다양한 투자 니즈를 반영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방카슈랑스는 지난해 4월 세법 개정으로 비과세 한도가 축소돼 전체 시장규모 자체가 축소되는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변액보험, 어린이보험, 치아보험 등 틈새시장 상품 라인업을 강화해서 새로운 니즈를 발굴한 결과 3년 연속 방카 시장점유율(MS) 1위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민영화 이후 크게 개선된 직원들의 역량과 실력 있는 프라이빗뱅커(PB)·파이낸스어드바이저(FA)들이 현장에서 영업 노하우를 전수해 온 것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게 아닐까 싶네요.”
그렇다면 지주사 전환 이후 WM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요.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면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 차원에서 WM이 가장 주목받는 사업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독자적으로 자산관리 사업을 꾸려 온 만큼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었죠. 그런데도 방카와 펀드 판매 부문에서 경쟁사를 뛰어넘는 저력을 발휘해 왔습니다. 지주사 전환이라는 ‘날개’까지 달게 된다면 파급 효과가 기대 이상일 것으로 확신할 수 있는 이유죠. 그에 앞서 우리은행은 시너지 극대화를 염두에 두고 채널, 인력, 상품, 서비스 등 전 분야에 걸쳐 사전 준비작업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향후 증권·보험사가 자회사로 편입되면 기존 복합점포를 더욱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법인영업 강점을 살린 PCB(Private Corporate Banking) 형태의 자산관리 특화센터도 추가로 신설할 계획입니다. 또한 상품과 서비스 라인업이 강화되면 주식·채권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PB·FA를 중심으로 기존에 은행에서 다루지 못했던 해외 주식과 해외 채권, 그리고 메자닌·헤지펀드와 같은 대체투자 상품 영업도 본격화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413개 은행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자산관리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최근 은행 WM본부들이 법인영업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그룹장님도 RM-PB 간 협업 체계를 강조했는데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은행은 전통적으로 법인영업에 강점을 보여 왔죠. WM에서도 법인고객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실제 우리은행의 펀드·방카 법인영업 비중은 50% 수준으로 다른 은행 대비 2배에 가깝습니다. PB와 기업금융전담역(RM)의 협업 측면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PB-중소RM 간 협력영업 제도를 도입한 바 있습니다. 이어 올 상반기에는 대기업RM으로 대상을 확대했는데, 기관RM까지 도입해 법인 자산관리 협력영업을 전방위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한 법인 자산관리 특화 PB 육성을 위해 기업센터의 PB·FA를 E-PB (Enterprise-PB)로 임명해 최고경영자(CEO)·법인 자산관리에 대한 미션과 책임감을 강화하고 법인 자산관리 특화연수를 실시하기도 했죠. 이런 노력의 결과로 CEO PB 고객 유치와 법인 펀드·방카 판매 실적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앞으로도 명실상부 법인 자산관리 1등 은행의 지위를 확고히 해 나가는 데 전력을 다할 예정입니다.”
경쟁사들의 경우 고객 자산규모에 따라 서비스를 세분화하는 한편, 전문 인력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PB 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WM본부 전체 규모로만 따지면 그럴 수 있겠죠. 하지만 전문 인력만 따지면 다른 은행에 비해 뒤처지지 않습니다. 지난 2016년부터 전 영업점 PB·FA 배치를 추진해 현재는 PB·FA 750명, 예비 PB·FA 1000명가량을 확보하고 있죠. 지금도 외부의 스타급 PB 채용을 진행 중입니다. 특히 올해에는 ‘PB지점장’ 제도를 도입해 영업본부 내 PB·FA 영업 코칭과 공동 영업의 미션을 부여했는데 기대 이상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PB지점장에게는 영업본부장에 준하는 권한이 주어지고 각 영업점 직원들은 빠른 시간에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죠. 또한 현업에서 탁월한 영업성과를 거두고 있는 '마스터 PB'가 지역별로 찾아가는 연수를 통해 영업 노하우를 족집게 과외식으로 전달해 전 직원의 자산관리 역량을 획기적으로 제고시켰습니다. 아울러 하반기부터는 PB 채널 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인데, 이를 위해 기존 PB센터에 법인 자산관리 인프라를 강화한 PCB센터를 우리은행의 독자적 PB센터 모델로 추가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강남과 잠실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압구정, 반포 등 고액자산가 밀집 지역과 가산, 판교와 같은 정보기술(IT) 업체 밀집 지역에 PCB센터를 오픈할 예정입니다.”
WM 브랜드에 대한 홍보가 상대적으로 미진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투체어스(Two-Chairs)’만의 강점을 소개해준다면.
“우리은행이 차세대 전산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면서 브랜드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수년에 불과한 경쟁사 WM 브랜드와 달리 ‘투체어스’는 무려 13년의 역사를 갖고 있죠. 손 행장님 역시 지주사 전환 이후를 대비해 간판 리뉴얼 등 다양한 형태의 WM 마케팅을 고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투체어스는 ‘고객과 우리의 특별한 만남’, ‘최고의 고객과 최고의 프라이빗뱅커의 1대1 만남’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최대 강점은 편리한 725개 채널일 것 같네요. 특히 우리은행은 전통적으로 기업금융이 강해 기업전문가와 PB가 협업을 통해 개인과 법인을 아우르는 자금관리 토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이 같은 우리은행의 강점을 활용해 향후 자산관리와 기업금융이 결합된 PCB영업을 투체어스의 차별화된 PB영업 모델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신설 추진 중인 PB센터에는 최고의 PB와 함께 중소RM, 세무사, 부동산전문가를 배치하고, 개인 자산관리에서부터 기업의 자금조달·운영 솔루션까지 원스톱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하반기 시장 전망 및 투자 팁을 준다면.
“글로벌 금융시장 및 주식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던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 금리 인상 우려는 소폭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직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관세 부과 우려가 존재하지만, 최근 미국과 멕시코의 북미자유무역 재협정 합의에서 방향성에 대한 힌트가 나오지 않았나 싶네요. 멕시코가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듯이 최근 중국의 위안화 가치 제고 움직임,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움직임 등은 미국과의 무역협상 진전을 위한 노력으로 보입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당초 시장이 예상한 대로 하반기 두 차례 더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러한 긴축 기조가 내년에는 완화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차가 축소되는 흐름인데, 이는 미국 경제의 장기 성장에 대한 우려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긴축 스탠스 지속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반기에는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위험 관리를 위해 다양한 국가 및 상품에 대한 분산투자가 효율적인 대응 방안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룹장 취임 1년을 앞두고 있는데 그간의 소회와 임기 중 목표가 있으시다면.
“단기 실적에 치중하기보다는 우리은행 WM 사업의 중장기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긴 안목에서 WM그룹을 이끌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도와 시스템 부분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고, 같은 취지에서 그룹 내 각 파트의 기능을 강화하도록 조직개편도 마무리했죠. 우선 그룹 내 애널리스트를 한곳으로 모아 WM그룹장 직속으로 투자전략팀을 신설했습니다. 애널리스트 조직도 마케팅 파트와 분리해 고객 입장에서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투자 의견을 제시하도록 했죠. 시장 변동성과 펀드 판매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려는 취지였는데, 최근 시장 불안에 따른 고객 손실 방어에 있어 신설된 투자전략팀의 역할이 아주 중요했습니다. 또한 부동산투자지원센터를 투자 섹터별로 세분화했는데, 국내 주거형 부동산, 국내 수익형 부동산, 해외 부동산 3개 파트로 나누고 각자의 전문성을 감안해 재배치했습니다. 우리은행이 WM 사업 전 분야에서 다른 은행을 압도하는 완벽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게 임기 중 목표라면 목표겠네요.”
그룹장님은 은행 내 유일, 역대 두 번째 여성 임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끝으로 후배 직원들을 위한 조언이 있으신가요.
“무엇보다 영업력을 인정받았던 부분이 이런 결과로 이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후배 직원들이 믿고 따라와 준 덕분이겠죠. 영업본부장 때에는 KPI 전국 1위를 3회 연속 달성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습니다.(웃음) 사실 추진력과 승부욕이 강한 편이라 후배 직원들이 많이 힘들었을 수 있겠지만, 당장의 어려움과 희생이 향후 더 큰 보람과 성과로 이어진다는 점은 변치 않는 사실입니다. 여전히 금융권에 ‘유리천장’이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은행만큼은 기회의 균등 측면에서 남녀 차별이 없다고 확신합니다. 저처럼 영업력으로 승부를 걸어 성과만 낸다면 성별에 무관하게 본부장, 임원까지 오를 수 있는 거죠. 이미 그 같은 조직문화가 온전히 정착됐고 그렇기 때문에 저도 직원들에게 강하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남성 직원을 훨씬 능가할 정도로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여성 후배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저희 WM본부에만 해도 유능한 여성 인재들이 많죠. 이런 능력 있는 후배들이 우리은행 임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땀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몸소 실천했던 선배들의 노력을 앞으로도 후배들이 계속 이어가기를 바랄 뿐이죠. 무엇보다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당부하고 싶네요.”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1호(2018년 10월) 기사입니다.]
방카슈랑스 판매 1위, 펀드 판매 1위,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공시 누적수익률 1위. 올 상반기 우리은행이 경쟁사들을 제치고 거둔 성과다. 우리은행의 경우 국내 빅4 은행(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가운데 유일하게 금융지주사 체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놀랍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여타 경쟁사와 달리 보험 및 자산운용 계열사가 없어 사실상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WM그룹이 구조적 약점을 극복해내면서 은행 내 수수료 수익도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 2016년 8400억 원을 기록했던 수수료 수익은 이듬해 9300억 원으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만 5200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지난해 절반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상반기 펀드 판매액은 9조2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가까이 늘어난 상태다.
WM그룹의 이 같은 선전은 지난해 말 그룹장으로 취임한 정종숙 상무의 강력한 추진력이 밑바탕이 됐다. 정종숙 우리은행 WM그룹장은 영업본부장 2년을 비롯해 지점장만 무려 10년 이상을 지낸 뼛속까지 ‘영업통’으로, 지난 2015년 종로본부 시절에는 핵심역량지표(KPI) 전국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후 프라이빗뱅킹(PB) 영업의 격전지로 꼽히는 강남영업본부에서도 눈에 띄는 실적을 올리며 손태승 우리은행장의 ‘성과 중심’ 인사 철학의 수혜를 입은 은행 내 유일의 여성 임원이다. 그는 ‘역대 두 번째 여성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놓고 “더 이상 유리천장은 없다”며 “많은 여성 후배들이 좀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무실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김연대 시인의 ‘상인일기’와 관련해 “마지막 구절인 ‘상인은 오직 팔아야만 하는 사람, 팔아서 세상을 유익하게 하는 사람, 그러지 못하면 가게 문에다 묘지라고 써 붙여야 한다’는 말이 와 닿아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에게 용기를 주고자 액자에 담았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저의 생활신조이자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글귀가 됐다”고 소개했다. 다소 왜소해 보이는 체격과 달리 강력한 카리스마로 우리은행 WM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 그룹장을 직접 만났다.
지주사 해체 이후 시너지 약화에 대한 우려와 달리 WM 부문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특별한 비결이 있는지.
“역발상 전략이 먹혀든 게 아닌가 싶네요. 우리은행은 민영화 과정에서 비은행 계열사가 줄줄이 매각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는 거죠. 하지만 계열사가 없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죠. 역으로 생각했습니다. 비은행 계열사가 없기 때문에 고객수익률 관점에서 좀 더 다양한 운용사, 보험사의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말이죠. 쉽게 말해 수십 개의 자산운용사를 우리은행의 계열사처럼 활용할 수 있는 셈이죠. 여기에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포트폴리오를 선제적으로 구성한 것도 주효했습니다. 펀드의 경우, 변동성 장세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채권형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영업 현장의 니즈를 반영한 맞춤형 사모펀드를 다수 출시해서 다양한 투자 니즈를 반영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방카슈랑스는 지난해 4월 세법 개정으로 비과세 한도가 축소돼 전체 시장규모 자체가 축소되는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변액보험, 어린이보험, 치아보험 등 틈새시장 상품 라인업을 강화해서 새로운 니즈를 발굴한 결과 3년 연속 방카 시장점유율(MS) 1위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민영화 이후 크게 개선된 직원들의 역량과 실력 있는 프라이빗뱅커(PB)·파이낸스어드바이저(FA)들이 현장에서 영업 노하우를 전수해 온 것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게 아닐까 싶네요.”
그렇다면 지주사 전환 이후 WM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요.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면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 차원에서 WM이 가장 주목받는 사업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독자적으로 자산관리 사업을 꾸려 온 만큼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었죠. 그런데도 방카와 펀드 판매 부문에서 경쟁사를 뛰어넘는 저력을 발휘해 왔습니다. 지주사 전환이라는 ‘날개’까지 달게 된다면 파급 효과가 기대 이상일 것으로 확신할 수 있는 이유죠. 그에 앞서 우리은행은 시너지 극대화를 염두에 두고 채널, 인력, 상품, 서비스 등 전 분야에 걸쳐 사전 준비작업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향후 증권·보험사가 자회사로 편입되면 기존 복합점포를 더욱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법인영업 강점을 살린 PCB(Private Corporate Banking) 형태의 자산관리 특화센터도 추가로 신설할 계획입니다. 또한 상품과 서비스 라인업이 강화되면 주식·채권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PB·FA를 중심으로 기존에 은행에서 다루지 못했던 해외 주식과 해외 채권, 그리고 메자닌·헤지펀드와 같은 대체투자 상품 영업도 본격화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413개 은행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자산관리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최근 은행 WM본부들이 법인영업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그룹장님도 RM-PB 간 협업 체계를 강조했는데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은행은 전통적으로 법인영업에 강점을 보여 왔죠. WM에서도 법인고객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실제 우리은행의 펀드·방카 법인영업 비중은 50% 수준으로 다른 은행 대비 2배에 가깝습니다. PB와 기업금융전담역(RM)의 협업 측면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PB-중소RM 간 협력영업 제도를 도입한 바 있습니다. 이어 올 상반기에는 대기업RM으로 대상을 확대했는데, 기관RM까지 도입해 법인 자산관리 협력영업을 전방위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한 법인 자산관리 특화 PB 육성을 위해 기업센터의 PB·FA를 E-PB (Enterprise-PB)로 임명해 최고경영자(CEO)·법인 자산관리에 대한 미션과 책임감을 강화하고 법인 자산관리 특화연수를 실시하기도 했죠. 이런 노력의 결과로 CEO PB 고객 유치와 법인 펀드·방카 판매 실적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앞으로도 명실상부 법인 자산관리 1등 은행의 지위를 확고히 해 나가는 데 전력을 다할 예정입니다.”
경쟁사들의 경우 고객 자산규모에 따라 서비스를 세분화하는 한편, 전문 인력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PB 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WM본부 전체 규모로만 따지면 그럴 수 있겠죠. 하지만 전문 인력만 따지면 다른 은행에 비해 뒤처지지 않습니다. 지난 2016년부터 전 영업점 PB·FA 배치를 추진해 현재는 PB·FA 750명, 예비 PB·FA 1000명가량을 확보하고 있죠. 지금도 외부의 스타급 PB 채용을 진행 중입니다. 특히 올해에는 ‘PB지점장’ 제도를 도입해 영업본부 내 PB·FA 영업 코칭과 공동 영업의 미션을 부여했는데 기대 이상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PB지점장에게는 영업본부장에 준하는 권한이 주어지고 각 영업점 직원들은 빠른 시간에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죠. 또한 현업에서 탁월한 영업성과를 거두고 있는 '마스터 PB'가 지역별로 찾아가는 연수를 통해 영업 노하우를 족집게 과외식으로 전달해 전 직원의 자산관리 역량을 획기적으로 제고시켰습니다. 아울러 하반기부터는 PB 채널 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인데, 이를 위해 기존 PB센터에 법인 자산관리 인프라를 강화한 PCB센터를 우리은행의 독자적 PB센터 모델로 추가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강남과 잠실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압구정, 반포 등 고액자산가 밀집 지역과 가산, 판교와 같은 정보기술(IT) 업체 밀집 지역에 PCB센터를 오픈할 예정입니다.”
WM 브랜드에 대한 홍보가 상대적으로 미진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투체어스(Two-Chairs)’만의 강점을 소개해준다면.
“우리은행이 차세대 전산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면서 브랜드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수년에 불과한 경쟁사 WM 브랜드와 달리 ‘투체어스’는 무려 13년의 역사를 갖고 있죠. 손 행장님 역시 지주사 전환 이후를 대비해 간판 리뉴얼 등 다양한 형태의 WM 마케팅을 고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투체어스는 ‘고객과 우리의 특별한 만남’, ‘최고의 고객과 최고의 프라이빗뱅커의 1대1 만남’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최대 강점은 편리한 725개 채널일 것 같네요. 특히 우리은행은 전통적으로 기업금융이 강해 기업전문가와 PB가 협업을 통해 개인과 법인을 아우르는 자금관리 토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이 같은 우리은행의 강점을 활용해 향후 자산관리와 기업금융이 결합된 PCB영업을 투체어스의 차별화된 PB영업 모델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신설 추진 중인 PB센터에는 최고의 PB와 함께 중소RM, 세무사, 부동산전문가를 배치하고, 개인 자산관리에서부터 기업의 자금조달·운영 솔루션까지 원스톱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하반기 시장 전망 및 투자 팁을 준다면.
“글로벌 금융시장 및 주식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던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 금리 인상 우려는 소폭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직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관세 부과 우려가 존재하지만, 최근 미국과 멕시코의 북미자유무역 재협정 합의에서 방향성에 대한 힌트가 나오지 않았나 싶네요. 멕시코가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듯이 최근 중국의 위안화 가치 제고 움직임,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움직임 등은 미국과의 무역협상 진전을 위한 노력으로 보입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당초 시장이 예상한 대로 하반기 두 차례 더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러한 긴축 기조가 내년에는 완화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차가 축소되는 흐름인데, 이는 미국 경제의 장기 성장에 대한 우려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긴축 스탠스 지속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반기에는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위험 관리를 위해 다양한 국가 및 상품에 대한 분산투자가 효율적인 대응 방안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룹장 취임 1년을 앞두고 있는데 그간의 소회와 임기 중 목표가 있으시다면.
“단기 실적에 치중하기보다는 우리은행 WM 사업의 중장기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긴 안목에서 WM그룹을 이끌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도와 시스템 부분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고, 같은 취지에서 그룹 내 각 파트의 기능을 강화하도록 조직개편도 마무리했죠. 우선 그룹 내 애널리스트를 한곳으로 모아 WM그룹장 직속으로 투자전략팀을 신설했습니다. 애널리스트 조직도 마케팅 파트와 분리해 고객 입장에서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투자 의견을 제시하도록 했죠. 시장 변동성과 펀드 판매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려는 취지였는데, 최근 시장 불안에 따른 고객 손실 방어에 있어 신설된 투자전략팀의 역할이 아주 중요했습니다. 또한 부동산투자지원센터를 투자 섹터별로 세분화했는데, 국내 주거형 부동산, 국내 수익형 부동산, 해외 부동산 3개 파트로 나누고 각자의 전문성을 감안해 재배치했습니다. 우리은행이 WM 사업 전 분야에서 다른 은행을 압도하는 완벽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게 임기 중 목표라면 목표겠네요.”
그룹장님은 은행 내 유일, 역대 두 번째 여성 임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끝으로 후배 직원들을 위한 조언이 있으신가요.
“무엇보다 영업력을 인정받았던 부분이 이런 결과로 이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후배 직원들이 믿고 따라와 준 덕분이겠죠. 영업본부장 때에는 KPI 전국 1위를 3회 연속 달성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습니다.(웃음) 사실 추진력과 승부욕이 강한 편이라 후배 직원들이 많이 힘들었을 수 있겠지만, 당장의 어려움과 희생이 향후 더 큰 보람과 성과로 이어진다는 점은 변치 않는 사실입니다. 여전히 금융권에 ‘유리천장’이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은행만큼은 기회의 균등 측면에서 남녀 차별이 없다고 확신합니다. 저처럼 영업력으로 승부를 걸어 성과만 낸다면 성별에 무관하게 본부장, 임원까지 오를 수 있는 거죠. 이미 그 같은 조직문화가 온전히 정착됐고 그렇기 때문에 저도 직원들에게 강하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남성 직원을 훨씬 능가할 정도로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여성 후배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저희 WM본부에만 해도 유능한 여성 인재들이 많죠. 이런 능력 있는 후배들이 우리은행 임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땀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몸소 실천했던 선배들의 노력을 앞으로도 후배들이 계속 이어가기를 바랄 뿐이죠. 무엇보다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당부하고 싶네요.”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1호(2018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