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많은 커플들이 섹스를 하지만 늘 100% 만족하는 멋진 섹스를 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커플 간 섹스 만족도를 10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올해 여름은 혹독했다. 111년 만에 왔다는 더위는 온통 주변을 훅훅 더운 김을 뿜어내는 찜통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끈적이기까지 해서 차마 ‘부부관계’의 제의는 꺼내기조차 무안한 일이었다. 물론 그런 더위에서도 사랑이 지극한 부부들은 시원한 샤워 뒤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틀고서라도 뜨거운 섹스를 하고, ‘운명공동체’임을 확인한 후 곤한 잠에 떨어지기도 했으리라.
하지만 이제 선선한 바람이 불고 하늘은 높아지고 곁에 좀 붙어 앉아도, 손을 잡아도, 미안해지지 않는 가을이 됐으니 그동안 멀리했던(?) 부부관계를 회복할 시점이다. 많은 사랑하는 커플들이 섹스를 하지만, 늘 100% 만족하는 멋진 섹스를 하기는 쉽지 않다. 거기에는 서로에게 여전히 성적으로 끌리고 설레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아주 조금이라도), 섹스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며, 몸짓으로든 말로든 섹스에의 초대가 있어야 한다. 그러한 섹스에의 초대는 “오늘 할까?”라든지, 그간 두 사람만이 공유로 만들어진 특별한 표현들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됐든 섹스에의 초대가 다정할수록 멋진 섹스를 시작할 수 있다.
◆전희로의 초대는 어떻게 할까
우리가 흔히 ‘전희’라 부르는 섹스에의 초대는 눈빛을 맞추는 것에서 시작할 수도 있고, 목이나 가슴, 머리를 쓰다듬고 입맞춤하는 것, 손을 잡고 침대로 이끄는 것 등으로 시작할 수도 있으나, 꼭 이렇게 성적 접촉이 아닌 다른 표현으로도 멋진 초대를 할 수 있다.
상대가 오늘 밤의 이벤트를 기대하도록 낮부터 다정한 문자를 보내는 것, 퇴근하면서 꽃집에 들러 그녀가 좋아하는 장미나 소국, 달리아 몇 송이를 사다주는 것, 혹은 그녀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를 사는 것, 같이 저녁을 해 먹거나 식사 후 설거지를 자청하는 것, TV를 보면서 그녀를 위해 수박을 썰어 오거나 차를 만들어주는 것, 소파에 앉아 있는 그/그녀의 발을 주물러주는 것, 어깨를 안마해주는 것 등이 모두 훌륭한 전희다.
그/그녀의 마음이 노글노글하게 풀리게 할 수 있는 행위는 모두 전희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전희의 요점은 ‘상대를 귀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런 전희는 자연스럽게 상대를 침대로 이끌 수 있게 한다. 하기야 꼭 침대가 아니면 어떤가. 장소를 바꾸는 것도 신선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제는 많이 알려졌지만 여자에게는 꽤 긴 애무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녀가 유난히 간지러워하거나, 짜릿한 반응을 보이는 곳을 공략하면 그녀의 성감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이다. 그곳이 그날 그녀의 예민한 성감대이기 때문이다. 여자의 벗은 몸을 보거나 상상으로도 발기가 되는 남자와 달리 여자가 삽입을 받아들이기까지 흥분 상태를 끌어올리고 유지하려면 남자의 생각보다 꽤 오랫동안 정성 들인 부드러운 애무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멋진 애무를 통해 만족도가 높은 섹스를 자주 경험한 여자는 흥분에 이르는 시간이 짧고 반응도 강렬하다.
사실 상대에 대한 애무는 여자에게만이 아니라 서로에게 필요하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는 남자도 유별난 애무를 필요로 한다. 남자의 성 흥분에 좀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편의 몸을 많이 만져주고, 키스를 하고, 성기 애무를 해주는 아내를 가진 남자는 행복하다.
◆성 만족도를 높이는 포옹의 비밀
나이가 들수록 삽입을 목표로 하지 않는 섹스를 하는 것이 좋고, 이는 발기력이 떨어지는 남자들의 섹스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 남자들의 생각처럼 여자들에게는 삽입의 시간과 오르가슴의 강도가 비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삽입 전에 그녀에게 충분한 흥분과 쾌감을 선사했다면 삽입에서 사정까지의 시간 때문에 긴장할 이유가 없다. 삽입 전 몸과 성기의 애무로 짜릿한 오르가슴을 경험한 여자는 시간과 상관없이 삽입 후 더 큰 오르가슴을 쉽게 느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도 멋진 섹스지만 100점짜리 섹스를 만드는 비결은 그 이후에 있다. 남자들은 사정 후 극심한 피로감을 느껴 잠을 자고 싶어지고, 곧 잠에 빠지기 일쑤다. 그 이유는 사정을 하면서 남자의 뇌 속에서는 의식적인 사고를 다루는 스위치가 꺼지고, 성욕을 버리라는 신호도 보내진다. 이와 함께 옥시토신과 세로토닌, 프로락틴 같은 호르몬이 다량 분비되면서 심한 피로감과 함께 강력한 졸음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멋진 섹스를 할 줄 아는 남자는 그 몇 분을 훌륭하게 이용할 줄 안다. 바로 섹스 후 그녀를 몇 분간 다정하게 안아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외국의 여러 연구에서도 관계 후에 남자가 여자를 껴안는 것은 여자의 성 만족도를 높이고, 다음 섹스를 기대하게 한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여자들은 오르가슴 중에 분비되는 옥시토신 등의 호르몬에 의해 더욱 상대에게 애착을 느끼고 그런 감정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이 대목에서 숫자에 민감한 남자들은 궁금해할 것이다. “그럼 몇 분이나 안아줘야 하나요?”라고 물을 독자들을 위해서 답을 알려준다면 ‘6~10분 정도’다. 관계 후 6~10분간 포옹을 받은 여자들은 71%가 ‘섹스가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섹스 후 “좋았어?”라고 물어볼 필요도 없이 ‘100점 만점에 100점’을 말하듯 입 꼬리가 한껏 올라간 그녀의 표정을 보고 싶다면, 섹스 후 그녀를 포근하게 잠시 안아주면 된다. 머리를 쓸어 올려주면서 이마에 입을 맞춰주면 더없이 좋고.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 일러스트 전희성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0호(2018년 0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