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양정원 기자] 아침마다 목을 조이던 타이를 버리고, 셔츠 대신 티셔츠를 입고, 딱딱한 구두 대신 스니커즈를 신는다. 멋 내되, 멋 내지 않은 것처럼.
‘옷 잘 입는다’는 말을 듣기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토끼 같은 자식과 여우 같은 마누라를 곁에 둔 평범한 중년 남성이라면 말이다. 아저씨는 스타일이 괜찮다는 말 한 마디에 자신감이 치솟는다. 패션 감각이 좋다는 말에 어깨춤을 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들의 칭찬이 진심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중년(中年)’의 사전적 의미는 마흔 살 안팎의 나이 또는 그 나이의 사람으로 요즘은 50대까지 포함한다. 중년, 아저씨, 할머니, 할아버지. 유독 중년에 들어서면서부터 이름이나 성격 혹은 그 사람의 특징은 사라지고 특정 무리로 구분되는 느낌이 강하다. 한때 아저씨도, 아줌마도 멋있고 어여쁜 시절이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냥 나이로 구분되는 중년은 언제부터인지 매 순간, 일상의 일탈을 꿈꾼다. 단지, 10여 년 동안 동고동락해 온 슈트의 법칙이라는 굴레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패션이 일상생활의 한 조각으로 인식된 지 오래다. ‘의식주’라는 말에서 의(衣)가 식(食)과 주(住)보다 앞선 양상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따라서 패션의 일탈도 필요한 법이다. 일생 동안 잘생겼다는 말은 못 듣는다 쳐도 스타일이 괜찮다는 말은 죽기 전에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같은 옷을 입어도 모두 다 같아 보이는 법은 없다. 다만, 동네 아저씨로 보이느냐 중후한 신사로 보이느냐의 차이는 작은 디테일에서 나뉘는 법이다. 잘 입기 위한 의지와 노력은 또 다른 문제다. 핵심은 ‘어떤 옷을 잘 입는 것’보다는 ‘어떻게 옷을 잘 갖춰 입는 것’이다. 제아무리 값비싸고 좋더라도 그 옷만 도드라져 보인다면 그건 남성에게 필요한 옷이 아닐지도 모른다. ‘패션’은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유행을 따르는 것인 데 반해, ‘스타일’은 옷을 입는 방식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패션’과 ‘스타일’은 필수불가결의 관계라 할 수 있다.
기분 좋은 일탈의 시작
타이를 매지 않은 것도 어색한데 셔츠 대신 티셔츠를 입는다고? 10여 년 근속의 바른 중년에게는 고답적인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의 과감함은 보여줘야 한다. 사실, 티셔츠 한 장만 잘 골라도 기본은 된다. 다 같아 보이는 화이트 티셔츠라도, 유심히 살펴보면 네크라인이나 소매 길이, 소재, 핏 등 각각 다 다르다는 점을 명심하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건 줄무늬 티셔츠다. 거의 만능이다. 속이 훤히 비칠 정도로 얇은 것보다 약간 두께감 있는 탄탄한 면 소재에 낙낙한 핏의 베이식한 디자인은 기본이다. 특히, 남성용 티셔츠는 정말 보편적인 U넥 또는 V넥 뿐이니, 더욱 잘 골라야 한다. 목이 짧은 편이라면 적당히 파인 브이(V)넥을 선택하자. 목이 길어진 만큼 어깨는 좁게 보일 것이다. 반대로 목이 긴 편이라면 목을 감싸는 유(U)넥이 좋다. 20대의 청년이 아니기에 오래전 입었던 러닝셔츠처럼 목이 늘어지거나 엉덩이를 반 이상 가릴 정도로 긴 길이는 피하도록 한다. 하지만 팔뚝 근육을 드러내는 센스만은 잊지 말자.
패션 감각을 단번에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비비드 컬러와 포인트의 활용이다. 정열적인 레드도 좋고 반짝반짝 에메랄드빛 파도가 떠오르는 아쿠아블루 컬러도 모두 좋다. 그 어떤 비비드 컬러라도 화이트 아이템과 함께 어우러지면 남성의 세련미를 한껏 높인다. 한 발 더 나아가, 다채로운 프린트와 다양한 패턴을 적극 활용하자. 과하면 과할수록, 지나치면 지나칠수록 좋다. 평소 친숙한 아이템이라도 프린트 여부에 따라 멋스러움이 다르다. 여름 소재의 이국적인 프린트 셔츠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포인트를 줄 수 있어 예상치 못한 감각적인 스타일을 얻을 수 있다.
타이를 버리고, 셔츠 대신 티셔츠를 입고, 구두 대신 스니커즈를 신는다고 해서 격식 있는 옷차림의 궤도를 벗어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금은 힘을 빼고 넘치는 여유를 과시해야 할 때다. 이 계절에는 있어야 할 것이 없어도 부족함 없이 아주 멋진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을 테니.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59호(2018년 08월) 기사입니다.]
‘옷 잘 입는다’는 말을 듣기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토끼 같은 자식과 여우 같은 마누라를 곁에 둔 평범한 중년 남성이라면 말이다. 아저씨는 스타일이 괜찮다는 말 한 마디에 자신감이 치솟는다. 패션 감각이 좋다는 말에 어깨춤을 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들의 칭찬이 진심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중년(中年)’의 사전적 의미는 마흔 살 안팎의 나이 또는 그 나이의 사람으로 요즘은 50대까지 포함한다. 중년, 아저씨, 할머니, 할아버지. 유독 중년에 들어서면서부터 이름이나 성격 혹은 그 사람의 특징은 사라지고 특정 무리로 구분되는 느낌이 강하다. 한때 아저씨도, 아줌마도 멋있고 어여쁜 시절이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냥 나이로 구분되는 중년은 언제부터인지 매 순간, 일상의 일탈을 꿈꾼다. 단지, 10여 년 동안 동고동락해 온 슈트의 법칙이라는 굴레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패션이 일상생활의 한 조각으로 인식된 지 오래다. ‘의식주’라는 말에서 의(衣)가 식(食)과 주(住)보다 앞선 양상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따라서 패션의 일탈도 필요한 법이다. 일생 동안 잘생겼다는 말은 못 듣는다 쳐도 스타일이 괜찮다는 말은 죽기 전에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같은 옷을 입어도 모두 다 같아 보이는 법은 없다. 다만, 동네 아저씨로 보이느냐 중후한 신사로 보이느냐의 차이는 작은 디테일에서 나뉘는 법이다. 잘 입기 위한 의지와 노력은 또 다른 문제다. 핵심은 ‘어떤 옷을 잘 입는 것’보다는 ‘어떻게 옷을 잘 갖춰 입는 것’이다. 제아무리 값비싸고 좋더라도 그 옷만 도드라져 보인다면 그건 남성에게 필요한 옷이 아닐지도 모른다. ‘패션’은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유행을 따르는 것인 데 반해, ‘스타일’은 옷을 입는 방식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패션’과 ‘스타일’은 필수불가결의 관계라 할 수 있다.
기분 좋은 일탈의 시작
타이를 매지 않은 것도 어색한데 셔츠 대신 티셔츠를 입는다고? 10여 년 근속의 바른 중년에게는 고답적인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의 과감함은 보여줘야 한다. 사실, 티셔츠 한 장만 잘 골라도 기본은 된다. 다 같아 보이는 화이트 티셔츠라도, 유심히 살펴보면 네크라인이나 소매 길이, 소재, 핏 등 각각 다 다르다는 점을 명심하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건 줄무늬 티셔츠다. 거의 만능이다. 속이 훤히 비칠 정도로 얇은 것보다 약간 두께감 있는 탄탄한 면 소재에 낙낙한 핏의 베이식한 디자인은 기본이다. 특히, 남성용 티셔츠는 정말 보편적인 U넥 또는 V넥 뿐이니, 더욱 잘 골라야 한다. 목이 짧은 편이라면 적당히 파인 브이(V)넥을 선택하자. 목이 길어진 만큼 어깨는 좁게 보일 것이다. 반대로 목이 긴 편이라면 목을 감싸는 유(U)넥이 좋다. 20대의 청년이 아니기에 오래전 입었던 러닝셔츠처럼 목이 늘어지거나 엉덩이를 반 이상 가릴 정도로 긴 길이는 피하도록 한다. 하지만 팔뚝 근육을 드러내는 센스만은 잊지 말자.
패션 감각을 단번에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비비드 컬러와 포인트의 활용이다. 정열적인 레드도 좋고 반짝반짝 에메랄드빛 파도가 떠오르는 아쿠아블루 컬러도 모두 좋다. 그 어떤 비비드 컬러라도 화이트 아이템과 함께 어우러지면 남성의 세련미를 한껏 높인다. 한 발 더 나아가, 다채로운 프린트와 다양한 패턴을 적극 활용하자. 과하면 과할수록, 지나치면 지나칠수록 좋다. 평소 친숙한 아이템이라도 프린트 여부에 따라 멋스러움이 다르다. 여름 소재의 이국적인 프린트 셔츠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포인트를 줄 수 있어 예상치 못한 감각적인 스타일을 얻을 수 있다.
타이를 버리고, 셔츠 대신 티셔츠를 입고, 구두 대신 스니커즈를 신는다고 해서 격식 있는 옷차림의 궤도를 벗어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금은 힘을 빼고 넘치는 여유를 과시해야 할 때다. 이 계절에는 있어야 할 것이 없어도 부족함 없이 아주 멋진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을 테니.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59호(2018년 08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