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구 WM그룹장, 'NEXT PWM' 밑그림 그린다

“기업업무 강화해 자산관리 영토 넓힐 것”

대내외 금융 불안 요인이 겹치면서 실적 방어가 국내 은행의 핵심 과제로 등장했다. 특히 실적 호조를 이끌어 왔던 예대마진의 증가세가 주춤해지면서 비(非)이자수익의 중요성도 한층 커진 모습이다. 최근 수년간 ‘총성 없는 전쟁’이 지속돼 온 자산관리(WM) 시장에서의 경쟁도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한경 머니 = 공인호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사상 초유의 G2(미·중) 무역전쟁과 미국의 금리 인상, 신흥국 금융 불안 등 대내외 금융 환경이 갈수록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고용률 악화와 설비투자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경기 침체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암울한 분석까지 나온다. 국내 은행의 경우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인해 대출자산 증가세마저 주춤해지면서 수익성 방어가 발등의 불로 떨어진 상황이다. 시중은행들이 자산관리(WM) 등 비이자수익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경 머니가 국내 WM 시장을 주목해 온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현재 국내 WM 시장에서 명실상부한 ‘리딩뱅크’는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복합금융점포’라는 개념마저 생소했던 지난 2011년 말 은행과 증권 서비스를 한 공간에서 제공하는 파격적인 실험을 단행했다. 신한PWM(Private Wealth Management)에 ‘원조’ 프리미엄이 따라붙는 배경이다. 당시만 해도 은행업과 증권업의 이질성 탓에 성공을 예단하기 어려웠지만 6년이 지난 지금은 복합금융점포가 WM의 일반적 사업모델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신한PWM을 이끌고 있는 수장은 32년 정통 ‘신한맨’인 이창구 신한은행 WM그룹장(부행장)이다. 지난 2000년 이후 지점장과 PB센터장, WM본부장 등을 거쳐 WM그룹장까지 오른 만큼 한국 WM 시장의 발전과 함께해 온 산증인으로 봐도 무방하다.

사실 신한PWM은 위성호 현 신한은행장의 손길을 거쳐 태동한 브랜드로 이 그룹장은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세 번째 주자다. 안팎의 기대감에 둘러싸인 이 그룹장의 부담감을 일부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 6년의 성공을 기반으로 ‘넥스트 PWM’을 구상 중이라는 이 그룹장을 직접 만나봤다.

신한은행 PWM센터가 ‘한경 머니’ 선정 5년 연속 ‘대한민국 베스트 PB센터’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리딩뱅크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값진 성과라는 생각이 드는데 신한PWM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현재 신한은행은 고객들의 니즈 및 자산규모에 따라 3개 군으로 세분화해 1억~3억 원대 자산가 고객은 프리미어 및 PWM 라운지에서 관리하고, 3억~50억 원대 고자산가 고객은 PWM센터에서, 50억 원 이상 초고자산가 고객은 본부 전문가와 PB팀장이 원팀(one-team) 체제로 PVG센터에서 밀착 관리하고 있습니다. 맞춤식 자산관리를 통해 더 많은 고객들에게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죠. 그 덕분에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산관리 대중화를 이끌어 왔다는 평가와 함께 최고의 PB센터라는 영예도 주어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신한PWM의 가장 큰 강점은 신한금융그룹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 팀을 이뤄 최적의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협업 프로세스가 아닐까 싶네요.”

신한PWM은 위성호 현 은행장이 기본 틀을 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쟁사와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성장 동력 발굴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은 것 같은데.
“그렇죠. 여타 경쟁사들 역시 계열사 간 협업 모델을 지향하면서 모델 자체의 차별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은 뼈아픈 대목입니다. 지난해 3월부터 법인 고객 유치를 담당하는 CPB(Corporate Private Banker) 팀장을 배치하고 법인 고객의 자금을 받아 운용하거나 자금조달 등 법인 자산관리 영업을 확대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죠. 다행히 가시적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CPB를 통한 신규 창출 및 다른 그룹과의 협업, 추천(referral) 제도를 통해 지난해 대비 법인 소개 건수가 300% 이상 증가한 거죠. 앞으로 PB 팀장의 기업업무 역량을 더욱 강화해 자산관리 시장 영역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최근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가 자산관리 시장의 한 축으로 등장했습니다. 여전히 고액자산가들은 대면 서비스를 선호하고 있지만 모바일과 연계한 특화 서비스에도 관심을 둬야 할 것 같네요.
“저희 WM그룹 역시 모바일을 활용한 자산관리 대중화를 역점 사업으로 꼽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에는 은행권 최초로 모바일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엠폴리오(M-folio)’를 출시해 소액으로도 포트폴리오 투자 기법이 가능하도록 구현해냈죠.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주가연계펀드(ELF)와 골드뱅킹 가입으로 투자 상품 대중화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올해 5월부터는 모바일 경매자문 플랫폼으로 경매 물건에 대한 분석과 평가, 관련 대출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두 가능한 종합적인 부동산 투자 솔루션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는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 형성에도 많은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장기화되는 저금리 기조로 인해 법인 고객들의 투자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법인 영업을 강조해 온 걸로 아는데 신한PWM만의 강점이 있다면.
“가까운 일본은 물론 해외 주요 금융그룹들은 일찍부터 특정 가문의 자산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주는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 FO)’ 서비스에 관심을 가져 왔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걸음마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죠. 이에 신한PWM은 법인 전용 특화 상품을 개발하고 세무 상담을 활용한 가업승계 서비스를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종합 컨설팅 역량 강화는 물론 영업점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PB 팀장과 기업금융전담역(RM)이 동반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IPS(Investment Products and Service)본부는 신한PWM의 차별화를 이끄는 핵심 동력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IPS본부의 설립 배경과 성공 사례가 궁금하네요.
“IPS 조직은 보다 전문화된 자산관리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구성된 전문가 집단입니다. 급변하는 국내외 투자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그룹 차원의 하우스 뷰를 제시해 고객들의 신속한 투자 판단을 돕고 있죠. PWM센터 내에서는 고객의 자산관리를 위한 투자·상품 전략을 제시하고 오더메이드(order-made)식 맞춤형 사모펀드 등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직접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로 투자상품부에서는 GIB(글로벌&그룹 투자은행)그룹 종금부 등 유관 부서 소통과 마켓 센싱을 통해 경쟁력 있는 양질의 투자 상품을 채널에 공급하고 있는데, 올 상반기에만 7800억 원 판매가 이뤄졌습니다. 이는 지난해 연간 판매액인 5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죠. 투자일임부에서도 국내 저성장·저금리 환경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최적화된 투자 상품을 역으로 자산운용사에 제안해서 만들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에 히트를 친 ‘신한BNPP 커버드콜 펀드’와 올해 4월에 신규 론칭한 ‘신한BNPP리디파인 K200펀드’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한PWM이 경쟁사와 비교해 우위의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부동산 및 FO 분야에서는 미흡하다는 평가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더욱 집중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모바일 경매자문 플랫폼(Shinhan Auction)을 구축해 경매 물건에 대한 분석과 평가, 관련 대출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두 가능하도록 구현해냈는데,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은 고객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특히 ‘부동산 필드아카데미’라는 현장 방문형 세미나는 올해로 14년째를 맞았습니다. 이 아카데미는 20~30명 내외의 고객과 전문가가 유망한 부동산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행사로, 기존 고객의 로열티를 높이면서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효과가 높습니다. 이미 신한은행 부동산팀의 핵심 마케팅 서비스로 자리 잡았죠. 법인 최고경영자(CEO)나 초고액자산가의 니즈에 맞춘 법인 고객 종합 컨설팅 서비스도 점차 강화하고 전문 인력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FO 서비스의 주축인 가업승계, 기업설명회(IPO), 세무 상담 등 컨설팅 서비스도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신한은행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행 중인 프로그램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PWM과의 연계 효과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현재 신한미래설계 센터는 고객을 세분화해 맞춤형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은퇴 전후인 5060세대를 대상으로 한 ‘부부 은퇴 설계’뿐 아니라 3040세대를 대상으로 한 ‘퇴근 후 100분’ 은퇴 설계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죠. 특히 은퇴 설계 프로그램에는 한번에 300여 명가량이 신청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습니다. 이외에도 ‘미래설계포유앱’을 통해 참가 신청을 받아 힐링캠프를 매월 진행하는데 고객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들 프로그램은 신한의 은퇴 브랜드 홍보와 함께 고객 기반 확대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죠.”

국내 시장을 넘어 신한PWM의 해외 현지화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간의 성과 및 중장기 목표가 궁금합니다.
“지난해에는 신한베트남은행이 ANZ은행을 인수하며 베트남 내 외국계 은행 1위 은행으로 도약한 쾌거를 거뒀죠. 베트남에서의 성공적인 PWM 사업모델 정착과 본격적인 WM 영업을 위해 PWM 채널 신규 오픈 지원, 하드웨어 매뉴얼, 고객관리 체계 등 WM그룹에서 전방위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지난해부터 중국, 미국, 캐나다, 베트남 등에서 해외 자산관리 세미나를 14회 이상 실시했는데 고객들로부터 추가 요청이 많습니다. 국외 점포의 개인·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지역별 고객 특성을 고려한 글로벌 자산관리 세미나와 상담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아무래도 WM 사업은 국내외 금융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반기 및 내년 시장 상황을 예측해주신다면. 그리고 고액자산가들이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 있다면.
“올해 금융시장 환경은 매우 불확실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 미·중 무역 분쟁, 달러화 강세, 신흥국들의 변동성 확대 등이 불확실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죠. 지금처럼 제반 여건 자체가 변하는 상황에서는 지난해처럼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서는 일부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도 필요한 때죠. 현시점에서는 무역 분쟁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기대 등이 보다 확실한 방향성을 드러낼 2019년 이후를 대비한 완충 자본을 마련하려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올 하반기 투자 팁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는데 첫째는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자산, 둘째는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는 자산, 셋째는 글로벌 정책이 집중될 수 있는 자산 등에 대한 틈새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끝으로 ‘32년 신한맨’으로서 유연하고 합리적 리더십을 발휘하며 직원들의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후배 직원들을 위한 조언을 해주신다면.
“사실 후배들에게 ‘어떠한 철학과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기에는 여간 쑥스러운 게 아닙니다. 제가 이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제 능력이 특별하고 뛰어나서라기보다 선후배를 잘 만난 덕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성과가 있으면 후배들에게 그 공을 돌리는 그런 선배들이 제 롤모델이었죠. 30년 은행원으로 근무하면서 가장 큰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후배들에게 그런 선배로 인식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후배들 역시 그런 선배를 롤모델로 삼았으면 좋겠네요.”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59호(2018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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