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싱녀’의 사랑과 섹스



[한경 머니 기고=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결혼 후 다시 혼자가 돼 돌아온 여자를 ‘돌싱녀’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이혼 건수는 1997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늦어진 결혼만큼이나 이혼과 재혼도 늦춰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불편한 편견 속에 돌싱녀의 사랑과 섹스는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언젠가부터 친구들의 부부 동반 모임에 나가지 않게 됐어요. 그들도 제가 나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요. 자꾸 뒷담화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 싫고, 혼자되고 나니 부부 동반 모임에 나가면 여자들이 저를 경계하는 게 눈에 보여요. 잠재적인 성적 약탈자로 보이는 느낌이라 할까요. 남자들에게도 저는 무척 쉬운 여자로,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 함께 잘 수 있는 여자처럼 생각하는 것 같고요.”

돌싱녀! 말 그대로 ‘싱글로 돌아온 여자’다. 요즘은 젊은 돌싱녀보다는 나이든 돌싱녀가 많아지는 추세다. 그리고 돌싱녀들의 대부분이 재혼을 통해 자기 인생을 역전하고 싶어 한다. 경제적, 사회적 문제도 있지만, 자기의 삶이 실패로 여겨지는 것이 싫고, 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새롭게 행복을 찾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돌싱녀들은 어느 정도의 애도 기간이 끝나면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 어떤 사람은 적극적으로 재혼정보회사에 의뢰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젊은 돌싱녀야 초혼과 마찬가지로 재혼을 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만 나이든 돌싱녀들은 이 문제에 있어서 어려움에 처하기 일쑤다.

◆늦어지는 이혼과 재혼, 그리고 성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이혼 건수는 10만6000여 건으로 1997년 이후 최저로 돌아섰지만, 이는 혼인 건수가 그만큼 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다. 이혼율은 그럼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9위이고, 아시아에서는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요즘의 이혼 추세는 이혼을 상담하는 사람들의 분포가 여자는 40대, 남자는 60대 이상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2015년부터 결혼한 지 20년 이상 된 사람들이 신혼이혼(결혼하고 3, 4년 내에 이혼하는)을 앞질렀다. 게다가 초혼의 나이가 늦어졌기 때문에 이혼하는 나이는 더 늦어졌고 재혼의 나이는 더 미뤄졌다.

돌아온 돌싱녀 중에는 사별에 의한 사람도 적지 않은데, 사별녀의 나이는 평균 48세라 하니 아직 젊은 나이에 배우자를 잃고 혼자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별을 한 경우 남자들은 재혼을 빨리 하는 반면, 여자들은 가장 늦게 재혼을 생각한다고 한다. 아마도 남자들은 사별의 경우 이혼남보다는 자기에게 결격 사유(?)가 없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새로운 삶을 찾으려 하는 것 같다.

또 결혼 지속 기간이 길수록 남자들은 빨리 재혼하려 하고, 여자들은 재혼이 더 늦어진다. 사별한 경우 남자들은 배우자의 가족과의 관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반면, 여자들은 사별 후에도 배우자의 가족과 사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을 양육해야 한다면 더욱 그렇다.

◆이혼녀·사별녀에 대한 편견

흥미로운 것은 재혼의 상대로 남자들은 이혼녀를 선호하고, 이혼녀들은 사별남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별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혼녀는 주도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작용하는 듯하다. 우리 사회에서 이혼녀를 볼 때 ‘기가 세다’, ‘인생에 실패한’, ‘성적으로 쉬운 여자’로, 사별녀를 볼 때는 ‘남편 잡아먹은 여자’, ‘기가 센’, ‘재수 없는’이라는 편견이 여전히 있다.

이런 편견이 있는 데다가 이혼할 때 아이들의 양육권과 친권을 전 배우자에게 넘겼더라도 남자들이 아이들을 다시 엄마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아서 돌싱녀들은 아이들을 기르는 데 세월을 보내 버린다. 또 주변에서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재혼하라고 이야기해도 혼자된 여자들의 대다수가 ‘아이들을 키워 독립시킨 후’라고 마음을 먹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아이들이 독립하면 재혼이 어려운 나이 60대가 된다. 그런 데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엄마의 재혼을 반대하기도 한다. 설상가상 남자들은 자기보다 더 젊은 여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나이든 돌싱녀가 적당한 상대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성은 평생 우리와 함께 가는 것이기 때문에 돌싱녀 역시 당연히 사랑과 섹스에 대한 기대와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 혼자된 여자들은 어떻게 성욕을 해소할까. 대개의 경우 성욕이 생길 때 자위행위를 하거나, 참거나, 청소를 하거나 외출을 하며 몸을 피곤하게 해서 잊으려고 한다. 간간이 이성교제를 하는 경우는 그래도 해소할 대상이 있으니 다행이지만, 나이 들어 믿을 만한, 그리고 마음을 나눌 만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혼자 하는 자위행위로는 사람의 살과 닿아 위로받는 정서적인 친밀감의 효과를 얻을 수 없다. 그러니 더 허전해지지만 상대를 만나기 어려우니 견딜 수밖에.

게다가 여자들은 폐경을 거치면서 몸과 마음에 많은 변화를 겪는다. 성욕이 높아지기도 하고 잠시 사라지기도 한다.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바닥을 치면서 질이 건조해지고, 질이 위축되기도 한다. 클리토리스도 작아지고, 쾌감도 감소한다. 질이 건조해지기 때문에 성고통을 느끼기도 하고, 가려우며, 방광염이나 질염에 더 많이 노출된다. 성적 자극을 받아본 지 오래된 경우는 성욕이 더 줄어든다. 불면증이 생기면 우울감이 심해지고, 자살도 생각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규칙적인 섹스가 없으면 더욱 성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성은 죽을 때까지 중요한 것이다. 성욕 또한 지속된다. 젊었을 때 멋진 성에 대한 경험이 있으면 섹스에 대한 욕구는 더욱 커지고, 스트레스도 커진다. 또 전 배우자와 성생활이 좋지 않았더라도 그 아쉬움이 커서 성욕구가 커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신에게 성문제가 없는 여자라면 대부분 새로운 상대를 만나면 저절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여자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파트너를 만나면 생기가 넘치고 성욕도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활발하고 만족스런 성생활은 삶을 놀랍게 변화시킨다. 면역력도 높아지고, 무엇보다 자존감이 향상된다. 그리고 인생이 즐거워진다.

10년 전에 본 한 영화가 떠오른다. 독일 영화인데 60대 중반의 여자와 70대 중반의 남자가 만나 불같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였다, 나이든 두 주인공은 몸의 진도도 빨라 만나는 날부터 섹스를 나눈다. 그리고 나이에 따라 오는 성의 변화를 유머러스하게 웃으며 받아들인다. 섹스는 단지 감각의 문제만이 아니라 친밀감과 애착을 높여줘 사람이 외롭지 않고 더 나아가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이 영화는 나이든 이들의 사랑 이야기여선지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도 사랑한다>라는 인색한 제목으로 상영됐는데, 원제는 ‘엑스터시의 순간’, ‘가장 행복한 순간’을 의미하는 <클라우드 나인(cloud 9)>이었다. 다시 ‘클라우드 나인’을 외치는 싱글녀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 일러스트 전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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