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에 母子의 혁신, 43년 진심 통했다



인터뷰/ 김정문알로에 최연매 대표 & 권용성 신유통사업부 이사

[한경 머니=이윤경 객원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창립 43주년을 맞이한 알로에 전문 기업 김정문알로에는 올해를 혁신의 원년으로 꼽는다. 방문판매 기반의 유통을 홈쇼핑으로 다각화하고, 화장품 부문을 리뉴얼하면서 ‘매출’과 ‘평판’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최연매 대표와 새롭게 수혈된 ‘젊은 피’ 권용성 이사가 주도한 혁신은 합격점을 받았다.

환갑을 목전에 둔 여느 기업의 총수를 상상한 건 오산이었다. 화사한 오렌지 컬러 재킷을 차려 입은 최연매 대표는 환한 피부 톤과 넘치는 활력을 자랑했다. 김정문알로에의 창업주 고(故) 김정문 회장이 타계한 이후, 경영권을 이어받은 지 올해로 15년째. 경영을 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는 최고경영자(CEO)가 봄꽃 마냥 화사하니 반칙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알로에 화장품으로 피부 관리는 물론 각종 건강기능식품으로 이너뷰티까지 챙기고, 웬만해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성격이 한몫했지만, 최 대표가 요즘 기분 좋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지난해 첫 홈쇼핑 진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몇 년간 지지부진하던 매출이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 2016년 172억 원에서 2017년 약 189억 원으로 10% 성장했다. 무엇보다 40년이 넘은 브랜드가 기존 충성고객뿐만 아니라 젊은 소비층까지 흡수하고 있다는 점이 큰 수확이다.

◆母子의 혁신 ‘큐어크림’ 홈쇼핑서 통했다

김정문알로에의 혁신은 뷰티업계에서도 주목의 대상이다. 30년 넘게 방문판매 위주로 유통을 해 오던 기업이 홈쇼핑에 진출하는 것도, 건강기능식품 위주의 사업군을 화장품 위주로 다변화한 것도 모두 모험이었다.

“업계의 유통 환경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건 알지만 김정문알로에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대리점주들과의 갈등 때문에 다른 채널로 진출하는 것이 쉽지 않았죠.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만이 살길이었습니다. 그룹을 지어 밤새 토론하고 그러다 서로의 감정을 이해해 부둥켜안고 울기도 했지요. 오랜 시간 대화하며 결국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어요. 브랜드 파워를 높여 방문판매에도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그들과의 상생을 가장 밑바탕에 두었죠.” 최연매 대표

홈쇼핑 진출과 동시에 김정문알로에는 기존 화장품의 리뉴얼 작업에 나섰다. 시그니처 제품인 큐어크림의 무거운 사용감을 보다 가볍게 바꿨고, 용기 디자인도 최신 트렌드에 맞춰 개선했다. 그렇게 ‘큐어 에센셜 크림’이 탄생했다.

김정문알로에의 제품력은 이미 오랜 세월에 걸쳐 검증이 돼 있었던 터. 홈쇼핑이라는 새로운 유통망을 통하자 원료를 꼼꼼히 따지고 높은 가성비를 추구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제대로 화답했다. 출시 6개월 만에 누적판매량 30만 개를 돌파하며 약 40억 원(판매가 기준)에 이르는 매출을 기록한 것. 어머니 최연매 대표가 과감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아들 권용성 이사가 적극 추진하며 힘을 보탠 결과였다.

2년 전부터 경영수업을 받으며 최 대표와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는 권 이사는 30대의 강점을 내세워 브랜드에 젊은 감성을 불어넣은 일등공신이다.

“일을 함에 있어 김정문알로에의 경영 목표인 ‘진실한 제품으로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든다’를 우선에 둡니다. 모든 알로에 원료는 100% 제주산만을 사용하며, 가장 신선한 상태로 가공하기 위해 건강식품과 화장품 모두 물 한 방울 섞지 않고 착즙하죠. 이런 우수한 제품력과 선대 회장님의 철학에 스토리를 불어넣고 포장을 새롭게 하는 것만으로도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죠. 앞으로 온라인 커머스, 백화점, 편의점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젊은 소비자들에게도 김정문알로에의 우수성을 알려 나갈 겁니다.” 권용성 이사


◆소통으로 신뢰 구축…알로에 R&D에 박차

최연매 대표와 김정문알로에의 인연은 1991년으로 거슬러간다. 중학교 국어교사 출신인 그는 우연찮은 기회에 김정문알로에 대리점을 인수하게 됐다. 김정문알로에의 올바른 철학과 진심에 확신을 가진 최 대표는 발군의 사업 수완을 발휘하며 몇 년 지나지 않아 청주지사장 자리에 올랐다. 창업주인 고 김정문 회장을 만나는 자리에서 그는 진실하고 올곧은 모습에 존경심을 느꼈다. 사별한 김 전 회장과 최 대표는 오랜 시간 연애편지를 주고받은 끝에 1997년 결혼식을 올렸다.

부회장으로 취임한 최 대표가 김 전 회장을 도와 함께 회사를 운영한 것도 잠시, 2005년 김 전 회장이 유명을 달리하며 회사는 큰 위기에 빠졌다.

“당시 회사 상황은 당장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어려웠어요. 대리점주들과 본사 직원들의 민심이 동요했고, 어음을 막지 못해 경제적으로도 무척 힘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자가 뭘 하겠어’ 하는 세간의 시선도 따가웠죠. 정말 고난의 연속이었어요.”

국어교사 출신인 그는 장점을 살려 공감과 소통경영을 시작했다. 사소한 부분까지 일일이 챙기면서 진심으로 직원들을 대했다. 부회장실은 모든 구성원이 드나들 수 있는 ‘사랑방’으로 만들고 누구라도 대화를 요청하면 불만이든 하소연이든 밤늦게까지 들었다. 독서경영도 병행했다. 직원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서 서로의 생각과 속마음을 터놓는 계기를 만들었다. 최 대표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소통과 믿음 속에서 평생을 함께할 사람들이 생겨났다”며 “신뢰가 싹트니 회사도 정상화됐고, 점차 재무 상황도 나아졌다”고 회상했다.

‘엄마 리더십’을 펼치는 한편, 사업적으로는 강력한 드라이브도 걸었다. 알로에 전문 기업으로서 연구·개발(R&D)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그 결과 전 세계에서 알로에와 관련해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했다.

“위기를 겪으며 ‘절대로 교만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어요. 사람이든 기업이든 살면서 굴곡이 없을 수 없는데, 그걸 대비하는 유비무환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걸 몰랐죠. 매출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순간이지만 회복하기까지는 4~5년이 걸렸지요. 그 이후론 법인 보유금을 철저히 확보해 놓게 됐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죠. 평생 운동을 하며 건강을 관리하는 것도 예상치 못한 상황을 대비하는 자세죠.” 최연매 대표


◆‘만만만 생명운동’ 등 사회공헌 실천

최 대표가 힘든 순간을 지나면서도 절대로 놓지 않았던 것이 사회환원 사업이다. 창업주 고 김정문 전 회장의 숙원사업이기도 했던 ‘만만만 생명운동’은 ‘만 명의 후원자가 만 명의 최빈국 아이들에게 만 원으로 생명을 살리자’는 의미를 담은 사회공헌 캠페인으로, 2003년부터 회사 임직원들과 사업자 및 카운슬러를 포함해 여러 후원자들이 나눔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현재는 탄자니아, 파키스탄, 몽골, 네팔, 파라과이 등 22개국의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그는 “회장님이 생전에 간절히 원하셨던 것은 국민 건강에 도움을 주는 기업으로 김정문알로에가 100년 넘게 지속되는 것과 ‘만만만 생명운동’의 후원자 1만 명을 모으는 것이었다”며 “대표로서 아내로서 그의 유업을 이어나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 대표의 말처럼 마흔셋의 중년이 된 김정문알로에는 이제 100년 기업을 향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할 채비 중이다. 권 이사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이유다. 지금껏 지켜온 김정문알로에의 가치 위에 젊음과 혁신을 덧입히겠다는 그의 포부도 대단하다.

“탄탄한 유통망이 저희 기업의 힘이자 미래죠. 방문판매와 새로운 유통채널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생명과학연구소를 통해 알로에 원료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둘 겁니다. 바이오, 신약 분야까지 연구소를 통해 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합니다. 알로에 100%의 진심이 100년 기업을 만들 열쇠입니다.” 권용성 이사

최연매 대표는…
1960년생. 청주사범대 졸업.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헬싱키 경제대학 경영자(Executive) MBA 과정 수료. 청주 중앙여중 국어교사, 김정문알로에 청주지사장·이사·부회장 거쳐 현 대표이사·회장 재직.
권용성 이사는…
2012년 서울대 식품생명공학과 졸업. 중국 CKGSB 장강상학원 Executive MBA 과정 졸업 후 롯데중앙연구소 연구기획팀 근무. 2016년 김정문알로에 미래전략팀장, 현 신유통사업부 이사 재직.

최연매 대표의 2세 교육 3계명
■ 사람들과 관계를 맺음에 있어 ‘무엇을 얻을지’가 아니라 ‘무엇을 줄지’를 고민하라.
■ 공부하라. 무언가를 꾸준히 하다 보면 자연적으로 통찰력이 생긴다.
■ 온 마음을 다해 제품을 만들어라.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진심은 언젠가 반드시 통한다.

이윤경 객원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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