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설사 지속되면 ‘크론병’ 의심해봐야

[한경 머니 기고=정명진 파이낸셜뉴스 의학전문기자] 몇 년 전 가수 윤종신이 크론병을 앓고 있음을 고백한 적이 있다. 크론병은 주로 대장에 발병하기 때문에 병에 걸렸다고 주변에 얘기하는 사람이 드물다. 예전에는 동양에서 발병률이 적었지만 최근 서구화된 식생활로 인해 크론병 환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크론병은 음식물이 들어가서 나오는 구강에서 항문까지 위장관 어느 부위에서도 생길 수 있는 만성 난치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이 때문에 식생활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추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크론병이 왜 생기는지 명확한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물론 부모가 크론병에 걸린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발생 확률이 높다.

이 때문에 크론병은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그리고 장내 세균총에 대한 이상면역반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또 농촌보다 도시에서 발생률이 높고 아시아인들도 유럽 등 서구로 이주한 사람에게 발병률이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환경적인 영향으로 몸의 면역계통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보고 있다.

◆ 크론병, 서구화된 식생활 등으로 발생
크론병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의한 감염으로 발병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도 않는다. 크론병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복통과 설사이며 체중 감소가 동반된다. 침범한 부위에 따라 복통의 위치와 통증이 다르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위가 말단회장부이므로 초기에는 말단회장염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주로 우하복부 또는 배꼽 부위에 쥐어짜는 듯한 간헐적인 통증이 식후에 나타난다. 병의 초기에는 간간히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 많아 진단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지나기도 한다.

복강 내에 발생한 경우에는 복막을 자극해 지속적인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설사는 거의 모두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수개월 이상 지속되고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또 구역감과 식욕이 떨어져서 체중이 감소한다. 이 때문에 피로감이 심하게 올 수 있다. 항문 주위에 통증이나 불편감이 있을 경우 항문 농양이나 항문 누공을 의심해야 한다. 치루, 치핵 등 항문 질환을 동반하기도 한다.

크론병은 주로 장에 침범해 증상이 발생하지만 장 이외에도 병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장외 증상은 관절, 눈, 피부, 간, 담관, 신장 등이다. 대부분의 장외 증상은 장내 염증이 호전되면 좋아지나 일부 증상은 무관하게 나타난다. 가장 흔한 것은 관절염이다. 눈에도 다양한 병이 생기지만 포도막염이 흔히 나타난다. 포도막염은 빠르게 진행하면 실명할 수 있으므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 설사·복통 4주 이상 지속 시 대장내시경을 해야
우리나라 크론병 환자의 약 30~50%에서는 항문 주위에 병적인 변화가 동반된다. 이 때문에 단순한 치핵, 치루라고 생각하고 대장내시경 검사를 했다가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나이, 성별을 떠나 복통, 설사가 4주 이상 지속되거나 혈변을 보이면 대장내시경을 해보는 것이 좋다. 대장내시경 검사로는 장내 염증과 궤양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정확한 진단을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등 여러 검사를 병행해 크론병을 진단한다.

크론병을 장기간 방치하면 장과 장 사이에 작은 구멍이 나는 누공이 생기고 배 안에 농양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장벽의 지속적인 염증과 궤양으로 장 내강(장 내부의 빈 공간)에 협착이 발생하면서 장 천공에 이를 수 있다.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병은 소화기계통에 발생해 한 번 발생하면 완치가 어려운 난치성 질환이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꾸준한 약물치료를 통해 일반인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데는 문제가 없다. 고혈압처럼 관리하면서 생활하면 된다.

크론병이 발병하면 신선한 식품을 다양하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질병 초기에는 병원에서 처방하는 영양액을 섭취하면 회복이 빠르다. 스테로이드를 복용할 때에는 비타민B군과 비타민D를 보다 많이 섭취해야 하므로, 통곡물을 적절하게 먹고 햇빛을 충분히 쪼여야 한다. 항염증제를 복용할 때에는 엽산 등 비타민B군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 건강한 식습관이 가장 중요
원인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크론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면역 질환이므로 장내 세균총의 변화가 원인 중 하나라고 추정된다. 장내 세균총은 음식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 때문에 서구화된 식습관을 가진 사람에게 많이 발병되는 것이다. 따라서 패스트푸드 섭취를 줄이고 육류 위주의 식사보다 섬유질 섭취를 늘이는 등 균형 잡힌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첫째, 충분한 영양과 단백질을 섭취한다. 육류, 생선, 두부, 달걀, 콩 등 단백질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고 비타민과 무기질이 결핍될 위험이 크므로 별도로 보충해야 한다. 우유를 마시면 설사와 복통을 느끼는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은 두유 등으로 대체한다.

둘째, 설사와 복통을 유발하는 음식은 피한다. 지나치게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섭취하면 설사나 복통이 생길 수 있다. 이때 질병이 악화된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극적인 음식의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또 회 등 날것이나 상하기 쉬운 음식, 패스트푸드 등도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셋째, 조금씩 자주 간식을 섭취하도록 한다. 크론병 환자들은 식사를 잘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간식으로 조금씩 자주 먹는 습관을 갖도록 한다. 간식으로는 비타민, 칼슘, 철분 등이 충분히 함유된 다양한 식품군이 좋다.
상단 바로가기